'무리수 남발' 친반연대 현주소

야심차게 출발했는데 '벌써 삐그덕'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과 맞물려 주목받았던 친반연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친반연대는 출범 당시 20대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총선이 50여 일 남은 지금까지 친반연대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친반연대는 결국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도용해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일까? 야심차게 출발했던 친반연대의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던 친반연대가 20대 총선이 50여 일 남은 지금까지 후보자를 단 한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친반연대는 출범 당시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었다.

결국 해프닝?

‘친반’은 ‘친(親)반기문’의 약어로 친반연대는 ‘반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반 총장 측은 친반연대는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라며 펄쩍 뛰었지만 차기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 반 총장의 지지자들이 처음으로 정치 세력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친반연대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컸다. 하지만 친반연대 창당과정이 지지부진하면서 친반연대는 결국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도용해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반연대는 출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도 친반연대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친반연대에 합류한 유력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친반연대의 출범 소식이 알려진 후 3개월이 지났다. <일요시사>가 지난 16일, 친반연대의 사무실을 다시 한 번 찾아가 봤다. 현재 친반연대의 임시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해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무척 허름한 주택가 골목 구석이다. 내부는 작은 사무실로 꾸며놨지만 외관은 일반 가정집과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많은 언론들이 사무실을 방문해보곤 친반연대가 사실상 유령단체가 아니냐는 분석을 했었다.


하지만 친반연대의 장기만 대표는 지난 해 12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곧 여의도에 정식 사무실을 개소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미 사무실의 내부공사가 마무리 단계고 당원들과 언론인들을 초청해 개소식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반연대가 여의도에 정식으로 사무실을 개소하면 이 같은 논란은 어느 정도 불식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2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반연대의 여의도 사무실 개소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장 대표는 여전히 방배동 임시 사무실에 머물고 있었다. 방배동 임시 사무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장 대표는 여의도에 정말 사무실을 얻은 것은 맞느냐고 묻자 ‘이미 준비가 다 끝났지만 사정이 있어 입주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정인지 물었지만 장 대표는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며 다소 횡설수설할 뿐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전 총리 참여하고 사무실 마련한다더니…
예비후보 등록 한명도 없이 황당한 공약

아직까지 친반연대 후보가 한 명도 출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리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 운동을 해봐야 유권자들 눈에는 다 똑같은 정치꾼들이고, 선거 공해로 눈살만 찌푸릴 뿐”이라며 “3월10일까지 창당 작업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은 이미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친반연대도 당내 경선을 해서 공천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것 아니냐고 묻자 걱정할 것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 출마할 후보들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장 대표는 그제서야 속사정을 조금 드러냈다. 장 대표는 “아직까지 후보자 모집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곧 여야 공천이 시작돼 공천 탈락자들이 속출하면 친반연대로 짐 싸들고 오는 후보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다소 황당한 계획도 공개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만 명을 친반연대에 자원봉사자로 등록시켜 선거운동에 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이들을 추후에 모두 특수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하자 장 대표는 ‘이들은 반기문 노벨평화상 추천 서명운동 봉사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노벨상 추천 서명운동은 선거활동이 아니니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특수 공무원으로 채용되지만 국가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홍보활동 봉사자들로부터 후원금을 걷어 당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홍보요원들을 지역 네트워크로 이용해 선거운동에 활용하겠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본인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지만 출마 예상지는 동작구라고 했다. 장 대표는 해당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정면대결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출마 지역구로 동작구를 선택한 이유가 다소 황당했다.

장 대표는 조만간 우체국 택배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정해준 담당 구역이 동작구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택배 배달을 하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무척 신선한 시도지만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후보자가 우체국 택배 일이 해당 지역에 배정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해당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주장은 유권자 입장에선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친반연대를 이끄는 것은 장기만, 김윤한 두 공동대표다. 두 사람은 모두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장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서울 강서갑에 국민행복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한마음교회 목사 등을 역임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7년에는 17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곤 “택시 5만 대, 선교사 10만명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겠다. 유엔을 한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김 대표도 정치 이력이 있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경북 안동에 출마했으며 안동 시장 선거에도 몇 번 도전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반연대는 2000만명의 당원을 모으겠다는 공약으로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정당의 당원수를 다 합쳐도 500만명이 안되는데 너무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냐고 묻자 장 대표는 계획이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20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반 총장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동시에 당원 가입을 유도해 500만 명의 당원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 유엔 사무총장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서명운동을 한 사람들이 잠재적인 (친반연대의) 당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리수 남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반연대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계획이 그럴 듯 해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민낯이 드러난 듯하다”며 “친반연대는 결국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도용해 벌어진 정치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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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