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D-6개월> 위기의 효자종목들

금메달 확신하다 큰 코 다칠라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지구인의 축제 올림픽이 오는 8월5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국가 중심의 강력한 엘리트스포츠 정책으로 세계 속의 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러한 영광의 중심에는 ‘효자종목’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6개월여 앞둔 현재 우리나라의 메달밭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2000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이후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망주 발굴의 미진함과 확실한 메달권 선수들의 은퇴 이밖에 부상, 약물파동, 폭행파문 등으로 10위권 수성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국대 간판스타들
영광 재연 가능?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수영의 불모지로 불렸던 우리나라에 첫 영광을 안겼다.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2014년 9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국제수영연맹의 징계는 오는 3월2일 끝나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의하면 박태환은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상황이다. 체육회는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이고 국민생활체육회와 체육단체 통합 작업이 끝나는 3월 이후에야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비단, 세계정상급 선수의 문제는 박태환 뿐만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은 지난해 12월31일 후배 유망주 황우만 선수를 폭행해 선수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로써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역도계에서 현역으로 선수생활은 불가능하다. 사재혁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77kg 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우리나라에 깜짝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 다음 올림픽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투혼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올해 리우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금빛 사냥에 나섰지만 후배를 폭행하며 모든 꿈이 사라지고 말았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이자 상징인 스포츠로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시드니 올림픽 3개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아테네올림픽 2개, 베이징올림픽 4개로 3개대회 연속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에 그치면서 종주국으로써의 자존심을 구겼다. 런던올림픽에서 기대보다 성적이 안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종주국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 메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남녀 2체급씩만 출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런던올림픽에서는 8개의 금메달이 8개국에 골고루 돌아갈 만큼 세계 태권도의 평준화도 한 몫 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올림픽 랭킹에 따른 자동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 나라에서 최대 8체급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룰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5체급에 선수들을 내보내게 됐다. 런던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 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히 마련된 모습이다.

리우올림픽 4회 연속 종합 10위권 목표
“메달 텃밭 예전 같지 않다” 수성 적신호

레슬링의 경우도 전통적 강세종목으로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 역사를 레슬링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첫 레슬링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참가한 올림픽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때까지 매 대회 금메달 1개 이상을 획득했다.

심권호에서 정지현으로 이어지는 금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수모를 당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힘들고 배고픈 운동이라는 인식과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에 2013년에는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하는 수모까지 겪으면서 우리나라 레슬링은 고난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정식종목 채택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퇴출의 위기를 넘겼다. 2012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김현우 선수가 남자 그레꼬로만형 66kg급에서 눈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김 선수는 여러 위기 속에서 체급을 올려 2체급 올림픽 우승을 노리고 있다. 심권호 선수의 영광을 재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수영·역도·체조
‘설마’ 위태위태

역도의 경우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대한민국 역도의 간판스타 장미란이 은퇴하면서 여자 역도에서 금맥이 끊긴 상황이다. 남자는 간판인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 선수가 후배를 폭행해 선수생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출전권 최대 10장을 모두 손에 넣었지만 최근 극심한 침체에 빠져 리우올림픽에서는 7장의 출전권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역도는 세대교체에 실패해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윤석천 한국 역도대표팀 감독은 “리우올림픽에서 최상의 성적을 내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신예를 키워야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며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부터 한국의 효자 노릇을 했다. 이후 런던올림픽까지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선사하며 배드민턴 강국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배드민턴은 지난 올림픽서 가장 큰 굴욕을 맛봤다. 여자복식은 4강전에서 강한 상대를 피하기 위해 ‘져주기 논란’이 일면서 실격당했고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당시 토마스 군드 세계배드민턴연맹 사무총장은 “고의적인 ‘져주기 게임’에 연루된 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며 “이들은 전날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네트에 꽂거나 일부러 스매싱을 멀리 보내는 불성실한 경기를 펼쳐 모두 실격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이들 선수가 경기에 이기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그런 방식의 행동은 분명히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자 해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져주기 파문과 함께 이용대-정재성 복식조의 동메달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이용대-유연성 조가 금빛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5월부터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득춘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런던에서 동메달 하나에 그치고 승부조작 파문이라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있어서 아쉬움이 컸다”며 “리우에서 명예회복을 하려고 대표팀 모두가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탁구종목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금메달 3개, 은매달 3개, 동메달 12개를 거뒀다. 중국이 24개의 금메달을 거둔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거뒀다는 점에서 우리의 탁구는 중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개인단식의 유남규와 여자 복식 양영자-현정화에 이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국민에게 안겼다.

하지만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단체 동메달 1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체전이 은메달에 그쳐 금맥이 끊긴 상황이다. 올림픽서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규정이 변경되기도 했다. 지름 38mm 공에서 40mm 공으로 변경하고 21점이던 세트 점수를 11점으로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은 “1980년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은 견제 대상이었다”며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한국만의 거친 탁구가 사라졌다”며 “올림픽을 분기점으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체조의 경우 우리나라 간판스타 양학선의 금 사냥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양학선은 한국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올림픽 체조 종목에 도전한 지 50여년만의 일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었다. 당시 양학선은 ‘비닐하우스 집’에서 자라면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사람들은 양학선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믿고 봐도 되나
더이상 효자 없다

양학선은 ‘양1’이라고 불리는 신기술을 개발해 국제체조연맹 채점 규정집에 가장 높은 점수인 난도 7.4에 해당하는 기술로 이름을 올렸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1년 도쿄세계체조선수권 금메달을 따면서 파죽지세를 이어나가 런던에서도 금 사냥에 성공했다.

하지만 양학선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출전을 강행했고 결국 은메달에 그치며 아시안게임 2연패에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연기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면서 결국 자존심 회복에도 실패했다. 양학선은 당장 태극마크를 달지는 않지만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양학선은 지난해 광주유니버시아드 당시 “다음에는 경기에 나가 실수로 금메달을 못 따도 부상으로 컨디션이 안 좋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유망주 발굴 미진…주축 선수는 은퇴
부상, 약물 등 파문으로 험난한 여정

우리나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세계양궁연맹은 런던올림픽부터 총점을 보는 기록제 대신 세트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세트제 방식으로 본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세트제 방식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한국의 종합순위 5위를 견인했다.

문형철 대표팀 총감독은 “올림픽 때마다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전 종목 석권”이라며 “이는 모든 양궁인들의 꿈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상황은 나빠졌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전 종목 석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궁은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해야 리우에 갈 수 있는 만큼 금빛 물결을 향한 선수들의 화살이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도의 경우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일본, 프랑스에 이어 가장 많은 11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유도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1988년도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금맥이 2000년도에 끊기면서 유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이원희가 금메달을 따면서 금 사냥의 신호탄을 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민호가 전 경기 한판승을 거두면서 한국유도의 자존심을 지켰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송대남, 김재범이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유도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73kg급의 안창림과 90kg급 곽동한이 금 사냥에 나선다.

서정복 유도대표팀 총감독은 언론을 통해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가 최고 성적이었지만, 리우에서는 금메달 3개 이상에 도전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열심히 준비해서 리우올림픽에서 최고의 무대를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올 3월 출범 예정인 통합체육회 정회원 단체 자격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해 출범하게 되는 통합체육회는 57개 정회원 단체와 15개 준회원 단체, 11개 인정 단체, 13개 등록 단체로 구성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통합체육회의 회원종목 단체들에 대해 종목 경쟁성과 저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등급을 조정·분류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이를 재평가해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2년 뒤 재평가 과정에서 정회원 단체가 되려면 17개 시도종목 단체 가운데 최소한 6개 시도종목 단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동호인들이 주로 하는 생활체육은 시군구 단위로 구성하기 수월하지만 동호인들이 많지 않은 엘리트 체육의 경우 하부조직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대한체육회 소속 일부 가맹단체들의 주장이다.

혹시…
양궁·태권도도?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 규정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기존 대한체육회 규정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이것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 종목단체가 준회원단체로 강등되면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구성 시 올림픽 종목 단체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어긋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정회원 단체나 준회원 단체나 모두 통합체육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동계 종목은 지금…김연아 없는 평창 ‘희망 보인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 세계 정상의 실력을 뽐내며 빙상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에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 종목은 메달권과 거리를 두며 국민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는 선수들이 60여명에 불과할 정도의 ‘썰매 불모지’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 선수는 IBSF 2015∼2016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5개 대회 연속 메달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계 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이 예상된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봅슬레이에 원윤종-서영우는 지난 23일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우승해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꾸준
봅슬레이·컬링 메달 진입 기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출신이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었다.

이용 국가대표팀 감독은 “원윤종의 드라이빙 실력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세계 여러 코치들도 봅슬레이에 입문한 지 5년 만에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 같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남자컬링이 첫 출전한 유럽투어에서 준우승을 거두면서 빠르게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컬링 남자·여자, 혼성 종목까지 총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컬링은 2년 안에 세계 정상권과 격차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컬링연맹 관계자는 “올해 4월에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와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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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