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자치단체장탐구⑭> 노무현 오른팔 이광재 강원도지사

파고 헤치고 늦은 출항…일벌레의 하루는 짧다!


민주당 불모지로 여겨지던 강원도에서 ‘북풍’을 헤치고 도지사에 등극한 이광재 강원도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사건과 관련,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불합치로 판결나면서 이 지사는 직무정지 두 달 만에 공식 업무에 나서게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 톡톡히 해
38살 나이로 청와대 3대 요직 국정상황실장에 기용
 
 
1965년 평창 산골에서 1남6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광재 강원도지사. 공무원이던 아버지의 전근이 잦았던 탓에 평창 초등학교와 정선 예미초등학교를 거쳐 정선 함백중학교에 입학, 평창중학교 및 원주중학교를 다니는 등 전학을 많이 다녀야 했다.

대학시절 사회운동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1983년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동아리 활동과 사회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지사는 1985년 서울대와 연세대 운동권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백만학도’ 편집에 관여한 혐의로 1987년 가을 체포돼 1988년 4월까지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출소 후인 1988년 5월 이 지사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것. 이를 계기로 그는 정계에 진출할 것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이 지사는 1988년 13대 국회에서 당시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활약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낙선 이후에는 안희정 등과 함께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어 숨고르기를 하다 2002년 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키면서 ‘좌희정·우광재’의 시대를 열었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입성한 이 지사는 2003년 38살의 나이로 당시 비서실장, 정책기획수석과 함께 청와대 3대 요직으로 꼽히던 국정상황실장에 기용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당시 김택기, 황창주, 김용학 현역 국회의원을 경선과 본선에서 모두 물리치고 39살에 지역구인 태백, 영월, 평창, 정선에서 초선 국회의원이 됐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로 출마해 50%가 넘는 지지를 얻으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지사의 정치 활동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08년 말이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여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검찰의 정ㆍ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되면서 이 지사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것. 결국 이 지사는 지난해 3월21일 당시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데 이어 26일 구속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구속 5개월만인 지난해 8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지사는 경남 봉하마을로 내려가 “강원도에 은혜를 갚겠다”며 우회적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리란 의사를 표시해왔다. 이후 강원도지사 후보로 외부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자 이 당선자는 지난 4월22일 춘천시 ‘낮은 캠프’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경로당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서민들의 한표 한표를 끌어모은 끝에 집권 여당의 재선의원인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누르고 도백의 자리에 올랐다. 출마선언 40일 만의 일이었다.

당선 후 이 지사는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강원도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꾸는데 신명을 다 바치겠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자처럼 앞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지사는 “18개 시·군 별 1개 사업을 선정해 18개 시·군이 하나의 특화 사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군 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어주는 분위기에서 확실한 사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춘천권은 대학도시로, 강릉 및 동해안권은 환동해권 물류중심도시로 조성해 설악산국립공원과 더불어 사계절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원주권에는 의료기기산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원주까지 수도권 전철을 연장하고 동서고속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군 접경지역은 군과 지역이 공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DMZ 생태관광으로 접경지역에 관광객이 몰리고 군 신병교육대 외박제도를 부활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지사는 공원형·전원형 리조트 등 ‘강원도형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일자리가 최우선’이라는 기치 아래 직업이 없는 청년이 부모님과 고향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어르신들이 손주 용돈을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밝혔다.

능력위주의
인사관리 시사

교육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강원대, 한림대, 연세대, 상지대, 강릉원주대, 관동대 등 도 내에 있는 대학교의 문을 초·중·고등학생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지사, 교육감, 18개 시·군 단체장, 교육장의 정례 연석회의를 통해 교육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재정의 물꼬를 교육으로 돌려 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복지정책과 관련해서는 도 내 장애인 9만8000여명,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5만4000여명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전면적인 복지수요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특화해 의료복지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도 있다. 경로당에 동절기엔 100만원, 평시 5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공약과 함께 출범을 기다리고 있던 이광재호는 당선 직후인 6월11일 ‘박연차 게이트’사건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을 선고받으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도지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토록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11조에 따른 것이었다.

“변방의 역사 끝내고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꿀 것”
춘천권은 대학도시로, 동해안권은 사계절 관광지로


결국 이 지사는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고 강기창 강원도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 체제로 도정을 이끌게 되자 7월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지사는 문제의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해 “선거를 통해 형성된 주권자의 의사와 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너무 가벼이 여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사는 7월20일에는 도지사의 직무 수행을 제한한 지방자치법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내는 등 강원도지사 업무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불합치로 결정남에 따라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직무정지 두 달 만에 공식 업무에 나서게 됐다.

업무에 복귀한 이 지사는 공직사회 개혁을 단행했다. 우선 관리자 위치의 실국장단에는 ‘발로 뛸 것’을 주문했다. 이 지사는 매주 월요일 실국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주간 추진계획을 보고 받기로 했다. 이어 금요일에는 행정부지사를 통해 추진 결과와 경과를 점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또 실국장단 회의를 개방해 직원들이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이동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실국장회의에서 정무부지사 직책을 경제부지사로 변경하고 이근식 현 기획관리실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이 지사 당선 직후부터 직무정지 기간 내내 의견교환 창구와 업무 조율 역할 등을 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이 경제부지사 발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부지사는 투자유치본부와 산업경제국, 국제협력실, 건설방재국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 및 투자 유치, 토지기획단 운영을 위한 공유지 활용방안 마련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노재수 문화예술과장을 비서실장에 내정한 부분도 눈에 띈다. 주로 선거를 도운 측근이나 외부인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서실장을 내부에서 선택했다는 자체도 관심이지만 2002년 영월군청에서 자리를 옮겨온 노 과장의 인선은 시군과 도청과의 인사교류 활성화는 물론 출신지역이 아닌 능력 위주의 인사관리를 시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정무특보를 없애고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시스템 구축과 대학 및 대안학교 유치 등을 위해 각각 복지특보와 교육특보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는 이 지사의 첫 인사로 외부 인사보다 공직사회에 대해 잘 아는 내부 인사를 발탁, 안정성을 추구하는 도정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직무정지 기간 동안 운영돼온 ‘열린지사실’은 직무 복귀 후에도 계속 문을 연다. 그간 도청 인근 개인사무실에서 열렸지만 앞으로는 ‘찾아가는 지사실’로 운영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직무 복귀 후 처음으로 열린지사실이 지난 7일 양양과 강릉에서 열렸다. 이 지사가 이번에 영동지역을 택한 것은 지방선거 당시 ‘일주일에 한 번은 영동으로 출근하겠다’고 밝혀온 약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 지사실이
찾아가는 지사실로


이 지사는 지난달 17일 강원도개발공사 내 사무실에서 열린지사실을 연 것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2∼6시 4시간 동안 운영해 왔다. 지난 3차례의 열린지사실이 직무 복귀 결정 전에 운영됐음에도 민원인의 발길이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히 많은 민원인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열린지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될 계획”이라며 “장소는 이 지사의 일정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프로필

학력

1971 평창초등학교 입학
1977 정선 예미초등학교 졸업
1977 정선 함백중학교 입학
1978 평창중학교 재학
1980 원주중학교 졸업
1983 원주고등학교 졸업
1983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입학
2001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력

1993 지방자치경영연구원 기획실장
1995 조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
2002 노무현 대통령후보 기획팀장
2003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2004 17대 국회의원-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위원장
-IEF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2005년~)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2006년)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별위원회 간사
2008 18대 국회의원(2008년~2010년 5.13)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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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