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⑪> 일에 미친 ‘워커홀릭’ 김완주 전북도지사

‘미스터 일자리’가 자녀들 취업 책임지겠습니다!

전북도에서 모든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하는 김완주 전북도지사.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40년 가까이 전북도에서 근무해온 때문이다. 계장부터 지사, 군수, 시장 등 안 거친 자리가 드물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민선 4기 시절 전북도지사로서 눈부신 성과를 일궈낸 김 지사. 그가 다시 한 번 전북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북도정마차의 선두에 섰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바람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그의 뒤를 쫓아가 봤다.

가난 딛고 일어나 정통 행정가 외길인생 40여년
여름휴가를 떠났다 하루 만에 가족을 두고 돌아와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임실의 산촌에서 태어나 전주의 달동네에서 자랐다. 형제들 중 가장 똑똑한 자식 한 명만 겨우 공부할 수 있었던 어려운 시절, 그는 가족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월사금을 제때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나는 서러움을 겪어야 할 정도였다. 가난을 딛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공부뿐이었다.

대학 다니면서
집안 생계 책임

필사적으로 공부한 끝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난은 떨쳐 낼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집안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등 어려운 청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1973년 27살의 나이에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인 김 지사는 전북도청과 내무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행정경험을 쌓았다. 이후 그는 고창군수와 남원시장, 전주시장을 지내며 소외와 낙후의 그늘 속에 신음하는 전북과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전북을 살려보겠다’는 일념 하에 지난 2006년 전북 도지사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북지사에 당선된 그는 희망과 기회가 넘치는 전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전북을 위해서라면 대통령 후보와의 설전도 불사했고, 중앙부처로, 국회로, 현장으로 쉬지 않고 달려갔던 김 지사. 그는 기업유치를 위해 지구를 네 바퀴 반을 돌고, 주당 서울출장 3.2회, 중앙부처를 500회 이상 방문하는 등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이 때문에 ‘워커홀릭(Work aholicㆍ일 중독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동남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하루 만에 가족을 두고 되돌아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보좌진으로부터 “예상보다 일찍 새만금특별법이 법사위에 상정될 것 같다”는 보고를 듣고서다. 당시 참모진들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시라”며 만류했지만 김 지사는 “내가 직접 챙겨야 할 사안”이라며 입국과 동시에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새만금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을 군산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김 지사의 열정이 드러난다. 그는 수십 차례 공식 방문한 것 외에도 혼자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을 수차례 오가며 읍소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군산에 조선소를 신설할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 같은 열성에 현대중공업은 두 손을 들었다. 군산에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한 것. 이런 그를 두고 김 당선자의 부인은 “우리 남편은 전라북도랑 결혼한 사람”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강한 추진력이다. 전북도청은 밤 10시까지 불이 환하다. 행정에 정통한 도지사에게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부하직원들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너무 밀어 붙인다”라는 원성이 나오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이런 스타일은 ‘일 잘하는 지사’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민선 4기 재임기간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가 줄을 이었다. 100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혀온 대기업만 8곳에 달한다. 투자액만도 4조5984억원으로 전북도 1년 예산을 웃돈다. 모두 투자됐을 경우 1만5950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된다.

기업ㆍ투자유치 성과도 크다. 민선 4기 출범 후 현재까지 387개 기업이 전북도로 공장을 이전해 왔다. 이는 2001년부터 5년간 202개를 유치한 것에 비해 91.5%나 늘어난 수치다. 창업한 기업 1124개를 더하면 1510개가 전북도에 새로운 공장을 지은 셈이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도 대폭 상승했다. 2007년 5.6%에 달했다.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지역 경제 살리기
미래 동력 산업 육성

이처럼 민선4기 시절,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 동력 산업을 키우는 것에 집중한데 이어 이번에도 김 지사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업 유치 및 산업단지 육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지사는 우선 전북에 자동차 기계 부품소재 조선 태양광 풍력 식품산업 등 성장동력 기업을 매년 100개씩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매년 청년들의 일자리 8000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 관광 등 서비스 분야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기업과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면 4년간 모두 4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지사는 또 새만금 내부 개발에 속도를 내 동북아경제중심지로 만들 것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새만금 신항만과 군산국제공항을 건설하는 한편 무비자 무관세 무제한외환거래 등의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농축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농촌 지역이 많은 전북의 특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쌀의 정부 비축량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대체작목 생산을 지원하며 쌀 가공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2012년까지 저온저장고 100동을 추가로 세우도록 정부와 협조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민생 공약으로 ‘장기임대주택 1만 채 건설’이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전북개발공사를 통해 2014년까지 17개 단지 1만1283채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김 지사는 전북지역 학력 신장을 위해 연간 100억 원 규모인 교육지원예산을 5배로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도내 우수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영어 원어민교사를 더 늘릴 예정이다.

민선 4기 눈부신 성과…‘일 잘하는 지사’ 호평 자자
민생일자리본부 신설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박차

전북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한 김 지사. 민선5기의 포문을 연 지 50여 일이 지난 지금, 그는 도정을 바르게 꾸려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그가 재선에 나설 당시 “아들, 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일자리 창출에 열심인 모습이다.
김 지사는 우선 도청 조직을 개편해 일자리 창출에 재일보 박차를 가했다. 현행 1실8국1본부182담당 체제에서 민생 일자리본부를 신설하는 등 1실7국2본부191담당 체제로 전환했다. 모든 공무원이 각자의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민생 일자리본부가 매년 성과를 종합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려는 심산이다.

이와 함께 기능이 유사한 군산·고창·부안 수산사무소와 수산시험연구소, 내수면개발시험장 등을 통·폐합해 18개 사업소를 14개로 줄였다.
또 새만금 산업단지에 첫 투자도 이끌어냈다. 현대하이텍, JY중공업, 케이비스틸, 해원마린, 윙싱중공업을 비롯한 16개 기업과 1개 대학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1700억원을 들여 새만금 산업단지 98만6000㎡에 조선해양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요트, 쇄빙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개발과 해양플랜트 산업의 고도화 등을 통해 조선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33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김 지사는 매년 100개씩 4년 간 400개의 기업을 유치해 8조여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를 4만개의 일자리 창출로 연계시킨다는 방침이다.
공약사항 중 하나인 무상급식 시행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진보적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당선자나 민주당 소속의 기초단체장들과도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생을 한꺼번에 하려면 연간 772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번에 하기는 어려워 우선 내년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50%씩 부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와 일선 시군은 하반기에 무상급식과 관련한 조례를 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키로 하는 등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지사는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주-진주 혁신도시 유치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경남도 김두관 지사를 조만간 만나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작년 초부터 1년 반가량 지지부진했던 LH의 지방이전을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소통의 부재’
풀어야할 숙제

이처럼 광폭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김 지사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입버릇처럼 강조한 ‘소통’이다.
김 지사는 선거 캠프 안팎에서 재선을 도왔던 김윤덕, 박종문, 원도연, 최형재씨 등을 요직인 전북중소기업종합센터 본부장, 정무부지사, 전북발전연구원장, 경제살리기 도민회의 사무처장 등에 각각 기용했다.

이 과정에서 공모절차도 거치지 않고 능력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정실인사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소통의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민선 5기 도정은 낙후한 전북 탈피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새만금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최근 기용한 인물들은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검증받은 만큼 성과로 평가 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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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