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성 담긴 ‘삼순이 호두파이’ 김이경 대표


 
제과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전업주부가 창업한 호두파이 전문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알이 굵은 통호두를 넣어 씹히는 맛이 좋고 설탕 대신 현미와 검은깨 분말 가루를 넣어 담백함을 살린 ‘삼순이 호두파이’. 하지만 맛난 삼순이 호두파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호두파이에 담긴 김이경(52) 대표의 ‘사랑과 정성’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호두파이 하나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승부 걸어라”

보통 주부들과 다를 것이 없었던 김이경 대표는 평소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자신이 만든 호두파이를 만들어 줬더니 맛있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서초구 명물 1호로 지정
왜 삼순이 호두파이지?
그는 40대에 관절염으로 몸이 여기저기 아프면서 우울증에 빠졌다. 그의 인생에 전환기가 찾아 온 것은 바로 2003년 1월, 동네 동사무소에서 컴퓨터를 배우면서였다. 컴퓨터 선생님이 준 과제로 만든 게 ‘삼순이 빵집’이었다. 그 당시 제과 자격증이 없었던 김 대표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동네 서점에서 <기초 빵 만들기>라는 책을 사서 빵과 파이를 만들어 보던 터였다. 자신이 만든 빵을 꽃 돼지가 들고 배달하는 상상 속의 빵집을 컴퓨터 화면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 당시 집에서 빵과 파이를 5백~6백개씩 만들어 보았던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수차례 파이 맛을 선보이면서 맛을 꾸준히 향상시켜 오면서 맛난 파이를 만들게 됐어요. 하루는 집에서 만들어 먹던 호두파이를 남편(장진갑씨) 거래처 사람들에게 인사 차 선물을 했었는데 모두들 ‘어느 호텔에서 사왔느냐’고 물어 보더래요. 그래서 저도 사업을 시작해볼 결심을 하게 됐죠.”
김 대표가 직접 만든 파이를 맛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2003년 11월1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작은 점포를 빌려 삼순이 호두파이의 문을 열게 되었다.
“벌써 11월 11일이면 올해로 5년이 되는군요. 처음 집 앞 아파트 상가에 점포를 차리면서  집에서 쓰던 전화기, 오븐, 선풍기, 냉장고 등 모조리 가지고 왔어요. 돈도 없어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도 없었어요.”

반복된 실험 통해 얻어낸 ‘삼순이 호두파이’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은 ‘사랑과 정성’

그 당시 김 대표는 ‘과연 내가 만든 호두파이를 몇 개나 사갈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오픈을 하고 하루 종일 호두파이를 팔았는데 7판하고 반을 팔았어요. 참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더군요.”  
그런데 팔리는 양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을 때 “거래처에 선물하겠다”며 다음날 아침까지 만들어 달라고 88박스를 한꺼번에 주문해 밤을 새워 만든 적도 있다고 했다.
삼순이 호두파이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도 들어가 있다. 서초구 내에서 그 명성이 자자해 신세계 측에서 직접 러브콜을 받은 것. 다른 백화점에서도 입점해 달라는 제의가 많지만, 공급을 댈 수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와 택배로도 배달을 한다. 더욱이 삼순이 호두파이는 달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소문이 나 ‘서초구 명물 1호’로 지정됐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삼순이 호두파이’.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한국적 이름의 호두파이 전문점이다.
호두파이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인 삼순이 호두파이. 호두파이 사가는 손님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왜 삼순이예요” 라는 말을 꼭 듣는다고 한다.
“저희 집에서 1남3녀 중 제가 셋째 딸이고 어릴 적 별명이 삼순이였어요. 처음 점포이름을 짓는데 남편과 정말 많이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삼순이라는 이름이 정말 촌스럽고 어떻게 보면 정감이 가고 해서 고민 끝에 그냥 삼순이로 하기로 결정했는데 이것이 먹힌 거예요.”
이름을 짓고 난 후 주위 사람들과 동네 아이들이 ‘삼순이~ 삼순이~’ 하며 부르고 다니는 것이 간접 홍보가 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삼순이 호두파이가 결정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삼순이 호두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호두파이를 굽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1월11일부터인데  2006년도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어요. 정말 유명했었죠. 그러면서 동네 사람들이 제가 그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았던 거예요. 그래서 더욱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드라마 하는 동안 삼순이 호두파이 먹으면서 TV를 본다며 주변에서 많이 사가지고 갔어요.”

내가 ‘원조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
김 대표는 비록 드라마 실제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 계기로 <내 이름은 김삼순>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오게 되었다. 제작진들에게 창업에 관한 얘기를 드려주면서 드라마에 김 대표의 얘기가 반영되었다고 한다.  
삼순이 호두파이는 다른 보통 호두파이들과 달리 특별한 것이 들어 있다고 한다.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은 ‘삼순이’ 김 대표와 남편만의 비밀. 두 사람은 몇가지 비법을 공개했다.
“보통 호두파이는 도우(껍질)가 두꺼워 맛이 없어요. 그걸 어떻게 하면 파삭파삭하게 만들까 고민했었죠. 도를 하루정도 냉장고에 숙성을 시킵니다. 반죽을 손으로 최대한 얇게 밀고, 가정용 오븐에서 2시간 30분 동안 위치를 바꿔 가며 굽습니다. 오븐 온도는 20분마다 조절해요.”
보통 40~50분 굽는 것에 비하면 굽는 시간이 무척 긴 편이다. 그리고 삼순이 호두파이에는 설탕이나 첨가제, 광택제(방부제)를 넣지 않다.
“보통 제과점에서 파는 호두파이는 설탕을 넣어 달지만 저희는 설탕을 넣지 않아요. 반죽에는 현미가루와 검은깨 분말을 넣어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맛을 더했어요. 녹차가루를 넣으면 담백하죠. 통호두를 빽빽하게 올리고, 속을 촉촉하고 달지 않게 만들다 보니 다른 곳보다 돋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정작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재료들도 중요하지만 더욱이 중요한 것은 바로 저의 정성이 들어간다는 거죠. 파이를 하나하나 만들 때 최고의 원료를 가지고 정성스럽게 파이를 만들다 보니 먹는 사람들이 맛있다고 다시 찾는 것 같아요. 모든 음식에는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야 맛있듯이 파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삼순이 호두파이는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호두파이를 홈메이드의 따스함과 핸드메이드의 정성을 담아 즉석에서 만들어 내며 최상의 재료로써, 달지 않고 고급스러움이 담긴 정말로 맛있는 호두파이의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주원료인 호두의 경우 신선한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정말 놀랄 만큼 듬뿍 넣어 씹을수록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사랑과 정성을 담은 파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
김 대표는 학창시절 서울예고를 나와 이화여대 성악과에 진학할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여대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독일로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다가 국립합창단에 합격해 79년~87년까지 활동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을 모아놓고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이미자처럼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죠. 1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합창단 단원이 된 후에도 훌륭한 솔리스트가 되기 위해 정말 그 순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나 그는 7년 동안 준공무원으로 단원 활동을 하다가 남편이 해외로 발령이 나면서 이민을 가게 됐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아요. 가게 벽에 좋아하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의 사진을 붙여 놓고, 칼라스 노래를 틀면서 노래 공부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일이 바쁘다 보니 목소리를 다듬을 시간이 없더군요.”
김 대표가 질 좋고 맛있는 호두파이를 만드는 데 주력하면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온 남편은 사업전략을 짠다. 비싼 재료를 쓰는데다 공을 많이 들여 만드니 가격을 높이자는 남편의 의사에 김 대표의 대답은 “노”라며 “내 호두파이는 누구나 쉽게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것을 많이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묻어 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맛난 것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이곳 아니면 어디가서 먹어 보겠어요”라고 인사를 하고 갈 때면 정말 보람을 느끼면서 더더욱 맛있게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장애인복지관 찾아 따스한 사랑의 손길 전해
‘나만의 명품’ 호두파이로 세계 입맛에 도전

김 대표 부부는 호두파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사랑을 전한다. 김 대표 부부는 몇 년 전부터 경기도에 위치한 ‘성분도 장애인 복지관’ 봉사를 하고 있다.
“성분도 복지관은 장애아들이 있는 곳이예요. 매년 1번씩 바자회를 여는데 장애아이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백원짜리부터 만원짜리까지 파는데 그곳에 파이를 후원해주고 있어요. 간혹 아이들이 만든 것을 저희 부부에게 가지고 와서 선물을 주면 참 고맙더군요.”
김 대표 부부는 성분도 장애인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엔 지역구인 서초구에서 장애인 단체를 연결해줘서 매달 지역으로 봉사를 다닌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 어두운 곳과 사랑이 필요한 곳에 봉사를 하고 싶어요. 저희 부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사랑과 정성이 담긴 삼순이 호두파이를 들고 어디든지 달려갈게요.”
 
사랑을 나누는 김 대표 부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삼순이 호두파이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제의도 많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금 정도의 신뢰라면 당연히 프랜차이즈 사업에 손을 댈 만한데도 프랜차이즈 얘기를 꺼내자 김 대표는 고개를 흔들었다.
“호두파이 전문점을 내고 싶다며 또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조차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몇 천만원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삼순이’처럼 이름값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거절한 이유는 딱 한가지예요. 저 하나 믿고 창업에 도전했다가 혹 잘못이라도 되면 그분들 인생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대신 김 대표는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즘 보면 경험도 없이 퇴직금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창업이라는 것은 많은 돈을 들인 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처음 시작할 때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인 자리였어요. 적은 돈을 들이던 많은 돈을 들이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승부를 거는 것이죠.”
40대에 찾아온 성인병으로 한의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어도 낫지 않았던 관절염이 김 대표가 하고 싶었던 호두파이 만드는 일을 하면서 병까지 말끔히 낫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몸도 좋아지더라고요. 참 고마운 일이죠.”
마지막으로 ‘왜 호두파이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호두파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김 대표는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삼순이 호두파이’ 4가지 차별화된 특징>

1. 업소용 오븐이 아닌 집에서 쓰는 가정용 오븐으로 구워낸 정성이 깃든 제품을 만들어 낸다.  
2. 일반제과점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부제와 설탕, 광택제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진정한 웰빙상품이다.  
3. 도우를 만들 밀가루 반죽을 하루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파이 만들기의 전과정을 1백% 손으로 하는 진정한 수제파이이다.  
4. 여기에 최고의 원료로 파이 하나 하나 ‘사랑과 정성’을 담아 만든다.
삼순이 호두파이에 관한 문의는 전화 02-536-7743,인터넷 홈페이지www. samsuni.co.kr.

글 구명석·사진 송원제 기자/gms7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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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