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키 크는 신발’ 개발한 안광우 교수

주변을 보면 키 크기를 열망하는 아이들과 자녀의 작은 키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고민 끝. 10년 동안 신발만 바라보며 신발연구에만 매진해온 경남정보대학 신발패션학과의 안광우 교수(41)가 3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기능이 있는 신발을 개발해 주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키 크는 신발(키짱)’이 보통 신발들과 무엇이 다른지, 과연 키를 자라게 하는지, 안 교수를 만나 키 크는 신발의 원리와 특징에 대해 속속히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신발 제조산업메커니즘을 바꾼다”

부산 출신의 안광우 교수는 1998년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 전까지 나이키 R&D연구소에서 5년을 근무를 했다. 그리고 2003년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가 생기면서 이곳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곳에서 기술부장으로 2년 동안 연구하며 신제품 개발에 전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R&D 분야에서 많은 시간을 연구하고 일해 왔어요. 한국전쟁 시절부터 대한민국 신발산업을 이끌던 도시 부산에서 20여 년간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신발을 직접 만지면서 언젠가는 꼭 나만의 명품 신발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살아왔죠."  

나만의 명품 신발
‘키 크는 신발’ 개발

안 교수에게는 꿈이 있었다. 꼭 자신만의 명품 신발을 만들겠다는 꿈! 그 꿈을 품고 살아왔고 열심히 연구하며 노력해 왔다.
“98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문득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란 고민에 빠지게 되었죠. 그러던 중 2003년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에 들어가 이곳에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안 교수는 신발산업진흥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현실의 많은 벽에 부딪히게 됐다.
“정부가 정해 놓은 룰과 시스템에 의해 개발하는 이곳은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저에게 어려움이 많은 곳이더군요. 그래서 2005년에 신발진흥센터를 그만 두고 나오게 되었어요."
신발진흥센터를 나온 안 교수는 신발에 대한 연구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개념설계부터 시작해서 3년이라는 본격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키 크는 신발(키짱)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신발 전문가가 만든 첨단 기능성 신발
미세 전류로 성장판 자극해 키 성장 도움

국내의 제화 회사들이 ‘키짱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동서양 의학에 기초를 두었다는 점과, 배터리 없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신선함이다. 미세전류를 통해 성장호르몬을 촉진시켜 아이들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미증유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키 크는 신발의 기술은 국내(제 2006-0075040호) 및 국제 (PCT/ KR2007/003813) 특허출원까지 돼 있는 상태다.
“키짱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리 몸에 일정정도 흐르는 생체전기를 늘려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것이죠. 신발 바닥에 장착된 압전소자(미세전류발생장치)가 보행시 가해지는 힘으로 미세전류를 발생시켜 복사뼈 뒤쪽 부위의 ‘곤륜(崑崙)이란 성장점에 전기 자극을 줘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신발의 효과는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문익수 교수 연구팀의 임상실험결과로 입증됐다고 한다. 문 교수팀에 따르면 키짱을 신을 경우 성장호르몬이 15~35%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걸을 때보다 달릴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안 교수는 간혹 주부들과 학생들로부터 미세전류가 인체에 해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미세 전류에 사용되는 전기는 50~1000㎂이하의 전류를 말하는 것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예요. 신체 자체의 생리학적 전류의 범위 정도라 장기간 사용해도 인체에 아무런 부작용이 없습니다. 최근 연구결과 미세전류가 오히려 인체에 좋다고 증명됨에 따라 병원에서 상처 조직 치유, 혈액순환 개선, 통증 완화 등의 치료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탁월하다고 바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안 교수는 제품 구상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얼핏 봐서는 기존의 운동화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아이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기능들로 꽉 채워져 있다.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성장호르몬을 촉진시켜라

“이 신발은 발 건강에도 유용합니다. 일반신발의 인솔(Insole 깔창)은 압력분산이 잘 안돼 한쪽으로 힘이 쏠리는 반면 2중으로 된 키짱의 인솔은 충격을 흡수하고 인솔 뒤편에 부착된 플라스틱으로 압력이 분산돼 발의 피로감이 대폭 줄어듭니다. 또한 압전소자는 방수 처리가 되어 있어 습기에 의한 감전 위험이 없고 물세탁도 가능해요"라고 안 교수는 말했다.
키짱은 일반 신발이기도 하지만, 특히 줄넘기나 발마사지기처럼 아이들 성장에 도움을 준다. 안 교수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역량 이상으로 클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키 성장에 영향을 주는 필수 요소로는 크게 유전, 영양분 섭취, 수면, 운동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역량 이상으로 클 수 있습니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시기로 보통 7~19세의 아이들이라면 아주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의 넘치는 운동에너지를 몸에 유익한 전기에너지로 환원시켜서 성장에 도움을 준다면 매우 이상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신발에 관해 모르는 게 없다는 안 교수가 왜 첫 번째 아이템으로 키짱을 만들었는지 은연중 궁금증이 생겼다. 그가 꺼낸 말은 “제 키는 177cm, 아내는 157cm로 아담한 편이라 슬그머니 2세가 걱정됐다"는 농담 섞인 얘기를 했다. 그래서 안 교수는 1년여 동안 아이들에게 성장 신발을 신겼다.
안 교수는 아들(12)과 딸(10) 두 아이를 둔 아빠다. 안 교수는 키짱을 개발하는 데 두 아이들이 자신이 개발한 신발의 첫 임상실험 대상자들이었다고 슬그머니 웃으며 털어놓았다.
“두 아이들이 신고 다니며 느낀 점을 집에 와서 얘기하면 연구하는데 반영을 많이 했었죠. 아이들이 1년째 신고 있는데 키가 많이 자랐어요. 특히 둘째는 여름이면 아토피가 심했는데, 그것도 사라졌습니다. 1백% 미세전류 때문에 완화되었다고는 보지 않지만, 아토피가 세포 활동이 부진해서 생기는 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그래서 미세전류와 아토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두 자녀가 최고의 파트너”
안 교수 “제자 양성도 중요”
 
안 교수에게는 자식 둘이 최고의 파트너이자 컨설턴트였다. 안 교수는 자신이 만들어낸 ‘키짱이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키 작은 아이와 그 부모들이 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를 신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체험했다고 한다.
안 교수는 계속해서 신발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제자들 교육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98년부터 지금까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 강단에 서면 학생들에게 항상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합니다.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F를 가장 많이 준 교수가 저라고 소문이 났더군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소양 그 자리에 사심이 들어가면 방향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 얘기했죠."  

성장호르몬 15~36% 더 많이 분비
R&D 장비 만드는데 투자·연구 계속

안 교수는 제자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도 남다르다. “수업을 하면 간혹 캐드를 별도로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지난 학기 같이 밤새우며 열정적으로 함께 했던 시간들은 제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에게도 소중합니다. 졸업한 제자들이 취업해서 찾아와 ‘저 나이키에 취업했는데 교수님 제자라고 말했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마음이 뿌듯합니다."  
안 교수는 앞으로 연구하고 노력해서 신발제조 산업의 메커니즘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인건비가 저렴했던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신발 공장이 세계에서 가장 번성했지만, 지금은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많이 내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산업구조가 선진화됐고, 고가의 명품을 만들어내는 유럽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오래전부터 그런 고민을 해왔습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R&D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R&D 능력이 뛰어난 것은 세계가 인정합니다. 앞으로 이것을 바탕으로 신발 시장도 마케팅이 강화되어야하고 기술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기술이 보완되지 않은 마케팅은 의미가 없습니다. 또 앞으로 신발은 과학임을 입증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R&D 장비를 만드는 데 투자와 연구를 계속 할 계획입니다."

<재미난 키에 관한 속설>

아침에 키를 재면 저녁보다 정말 큰가?
yes 아침에 키를 재면 저녁에 쟀을 때보다 1~2cm 정도 더 크게 나온다. 이는 척추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라는 것 때문. 척추뼈 사이에서 뼈가 탄력 있게 움직이도록 하는 추간판은 낮 동안엔 중력을 받아 움츠러들고 밤에 자는 동안은 원래대로 회복된다.
따라서 아침에 키를 재면 추간판이 아직 움츠러들지 않아 키가 1~2cm 더 크게 나온다.

잠을 많이 자면 키가 클까?
yes 잠은 성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숙면을 취하면 건강해지고 이는 올바른 성장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잔다고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다. 나이에 맞는 적정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오후 11시~새벽 2시 사이에는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므로 아무리 늦어도 10시부터는 아이를 재우도록 하자.

키를 키우려면 발 사이즈보다 큰 신발을 신어야 할까?
No 절대 그렇지 않다. 신발은 발에 맞게 신는 것이 원칙이다. 발은 우리 몸의 가장 밑에서 몸 전체를 지탱한다. 발이 제대로 모양을 갖춰야 몸도 바른 자세로 서 있게 되는 셈.
따라서 신발은 발에 맞게 신어야 한다. 아이 발보다 1cm 정도 여유가 있는 것이 적당하며, 지나치게 딱딱한 것은 피한다.

손발이 크면 키도 클까?
soso 키는 성장판에 의해 뼈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자라는 것이다.
몸의 뼈에는 모두 성장판이 있어서 대체적으로 키가 클 경우 손발도 커질 확률이 높다.
그러나 손발이 크다고 무조건 키가 큰 것은 아니다.  
(출처: ‘아가랑분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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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