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의 희비가 엇갈린다. 잘 나가던 연예인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연예계의 생리. 한류스타 권상우가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권상우는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으며 예전만 못한 한류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됐다.
12일 새벽 교통사고 일으키고 차량 두고 종적 감춰
이틀 뒤 경찰 출석…“순찰차 쫓아와 당황해서 도망”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6월24일 “권상우가 지난 12일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이틀 뒤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새벽, 한 외제차가 도로를 역주행하는 게 경찰에 포착됐다. 권상우가 운전한 차였다. 경찰은 바로 권상우를 추격했고, 권상우의 차량은 인근 골목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권상우는 길가에 주차된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순찰차가 멈춰서는 순간 권상우의 차량은 급히 후진을 했고, 순찰차의 앞 범퍼를 들이받은 뒤 황급히 달아났다. 300m를 진행하던 차량은 화단에 충돌해 멈춰 섰고, 권상우는 차량을 두고 달아나 종적을 감췄다.
조원석, 음주측정 거부도
권상우가 경찰에 출석한 건 그로부터 이틀 뒤. 권상우는 경찰조사에서 “사고를 낸 뒤 순찰차가 쫓아와 당황해서 도망간 것이지 음주운전을 하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음주 운전이 의심됐지만 이미 이틀이 지난 후라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도로교통법상 뺑소니 혐의만 적용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권상우 소속사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해명했다. 소속사 측은 “권상우는 강남 새천년웨딩홀 뒷골목길을 주행 중 빗길에 미끌어지면서 주차 중이던 차량을 추돌했다”며 “이에 사고조치를 위해 차량을 후진하던 중 지구대에 복귀하던 순찰차량과 재차 추돌하게 돼 당황한 그는 차량을 웨딩홀 주차장에 주차하려 했으나 주차장 화단을 추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측은 이어 “너무 당황한 그는 현장을 이탈하게 됐고 이후 곧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사고를 인정하고 그 후 본인이 조사를 받았다. 현재 검찰에 사고내용이 송치됐으며 본인은 운전 미숙으로 인한 과실과 현장을 이탈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자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있어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역주행’이 그 것.
소속사 측은 ‘역주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네티즌들이 ‘음주운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소속사 관계자는 “사고가 나서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현장을 이탈했을 뿐이지 술을 마셔서 도망친 게 아니다”며 “당시 권상우는 영화 일정을 마치고 친구 집에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갔다가 귀가 중이었다. 때문에 매니저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뒤 이틀이 지난 14일 경찰서에 출두한 점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사건이 일어난 지 4시간이 안 돼 소속사 관계자가 경찰에 출두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경찰에 권상우가 언제 출두하면 되는 지 문의했더니 그 날을 지정해 준 것이다. 일부러 늦게 출두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뺑소니 사고 사례는 종종 있다. 지난 4월11일에는 개그맨 조원석이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을 거부해 물의를 빚었다. 조원석은 이날 새벽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에서 강서세무서 방향으로 자신의 카니발 차량을 몰고 가던 중 J씨의 택시를 들이받았다. 조원석은 사고 후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조씨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여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며 “음주측정 거부는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음주운전과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조원석은 뺑소니 사건으로 자신이 DJ를 맡고 있던 경인방송 FM <조원석의 달려라~디오!>와 KBS <스펀지> 등에 자진하차하며 당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후 조원석은 약 한 달여 간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다.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가 자수했다. 강인은 지난 2009년 10월15일 오전 3시10분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차병원사거리에서 학동역 방향으로 리스한 외제 승용차를 몰던 중 정차해 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강인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골목으로 달아났으나 15일 오전 8시50분께 강남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시인했다.
사고 발생 후 약 6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강인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81%의 수치를 보였으며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는 방법인 위드마크공식을 적용할 경우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16%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강인이 뒤늦게 자수한 점은 정상 참작이 가능하나 음주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났기 때문에 음주 뺑소니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뺑소니 사고의 시발점은 음주운전이다. 권상우는 음주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이 가시질 않고 있다. 조원석은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강인은 음주운전한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파장이 불 보듯 뻔한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왜 끊이질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사생활 보호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술을 마시면 대리운전을 부른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음주운전이란 ‘모험’을 강행한다.
그 이유는 연예인들이 대리운전을 이용하게 되면 거주지, 차량 번호, 연락처 등이 공개되고,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모 탤런트가 대리운전을 불렀었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인터넷에 연락처가 유포돼 스팸 문자뿐만 아니라 팬들의 전화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당수 연예인들이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려 술에 취한 모습을 연예인이 아닌 사람에게 보이길 싫어한다”며 “그런 이유에서 대리 운전기사를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음주운전 사건이 알려지면 “여자가 같이 타고 있었다더라”는 식의 뜬소문이 함께 따르는 것도 사실. 최소한 뭔가 감출 것이 있으니 대리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식이다.
다른 이유로는 버릇 때문이다. 한번 음주운전을 경험하면 만취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음주운전이 반복되는 일반적인 음주운전 경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으면 버릇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적발 늘어
자숙기간이 짧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연예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에 걸리면 벌칙 받고 벌금 내면 되는 일로 치부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던 한 연예인은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억울하다. 연예활동에 생계가 걸려있는 사람들인데 그렇다면 일반인들도 음주운전을 하면 직업을 그만둬야 하나?”라고 반문한 적이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즘 누가 연예인 음주운전을 그리 신경 쓰나요” 끊임없이 발생하는 연예인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실제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연예인들에게 음주운전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님이 쉽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