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 ‘7월 개각론’ 나도는 이유

세월호 때도 그냥 가더니 메르스 사태 후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가 ‘3기 내각’ 출범에 나섰다. 지난 18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역대 44번째로 국정 2인자 자리에 올라섬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예고됐었다. 더군다나 메르스 사태로 인한 문책성 관련 부처 장관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 3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황교안 국무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메르스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날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개각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메르스가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7월에 중규모로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3기
누가 중심?

박근혜정부는 최대 난제 앞에 서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지난 2주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0.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주차(2~12일) 주간 집계에서 전주대비 5.7%포인트 하락한 34.6%를 기록했다. 이는 5월 4주차 때 기록한 44.7%에서 10.1%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전적으로 메르스 여파라 볼만하다.

이러한 하락세는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11.8%포인트)와 ‘비선실세 국정개입’(10.2%포인트) 논란이 있었던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지금 박근혜호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제대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잦아들 것으로 예상됐던 메르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기세를 멈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위기탈출 방법으로 사용해왔던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하며 그 시기를 7월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인사들에 대한 교체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이를테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교체에 대해서는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던 지난 5월 말부터 줄곧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상황에서 청와대 측에서 당장의 교체를 유보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심점을 잡아 줄 사람의 등장으로 개각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비록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세 번째로 낮은(56.1%) 인준 찬성률을 보였지만 황 총리에 대한 인준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황 총리를 기준으로 새로운 판이 짜여 질 공산이 크다. 먼저 황 총리는 공석이 된 법무부장관 인선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황 총리의 인준이 가결되기 전인 지난 18일 기자들 앞에서 “총리 인준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신임 총리에게서 (법무부)장관후보를 제청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조만간 인선될 것으로 본다”고 예고했다.

중규모 개각
서열 정리

마침 청와대는 지난 21일 김현웅(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진태 검찰총장, 13기인 황 총리보다 낮은 15·16기 인사들에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16기인 김 고검장이 주말동안 내정자로 정해지면서 과연 어떤 인물인지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김 고검장은 약 15개월 동안 법무부차관으로 재직하며 황 총리와 손발을 맞춘 인사로 전라남도 고흥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탕평 차원에서 최상의 카드라는 해석이 따랐다. 무엇보다 현직 고검장을 지내고 있어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향후 인사청문회까지 고려해봤을 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 고검장이 청문회를 통과하면 후속 개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이미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라 교체가 예상됐다. 황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서열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황 부총리 모두 그간 정계 복귀를 시사해왔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의 경우 지난 5월3일 해외출장 중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치인”이라며 “소임을 빨리 마치고 정치판에 걸어 들어가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황교안 총리 인준 가결, 개각 중심축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총선 나들이?

황 부총리는 평소 ‘국회의장’직을 정치생활의 목표로 삼았던 만큼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황 부총리는 사법시험 10회 출신으로 황 총리보다 13회 선배다. 법조계의 기수문화가 엄격하다는 점을 따져봤을 때 곧 황 총리와의 공생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황 부총리 모두 추석 이전 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선발’ 개각 바람이 예상보다 크게 번질 경우 다른 장관들의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은 물론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국정운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지금의 인사들로 간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출마로 장관을 그만하겠다는 것은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특히 경제부총리나 사회부총리와 같은 핵심 자리는 연말까지는 맡은 임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의 교체가 유력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진 중에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이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이 실시되면 여느 때보다 지역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는데 만약 의원 출신 장관들이 연말까지 내각에 있게 된다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이러한 불안감이 국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장관들의 대대적인 당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경선제
복귀 신호탄?


메르스가 진정될 시점에 문책성 교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타깃은 누가 뭐래도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다. 국민여론은 이미 문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잇단 대응 실패와 미숙한 대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문 장관의 교체가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황 총리가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나서 문 장관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황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최일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를 방문해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 교체설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만 국가재난상황이 발생해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재난 방송 실시, 지자체와의 협력 등에 회의적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국민안전처 등 관련 정부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오히려 지자체보다 더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문형표·박인용 메르스 관계 장관 문책
포스트 조윤선? 정무수석 찾기 고심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독식하고 있는 등 극명한 대조 현상을 보이고 있어 청와대 측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등 지자체장들의 능동적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중앙 정부와 유기적 협력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참모진 일부 개편에 대한 얘기도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진 사퇴한 이후 줄곧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적임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당·청 사이를 이어줄 중량감 있는 인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후보들이 연일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동철 정무비서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참모진 교체
적임자 찾기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미 당 내에서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내각을 구성하긴 힘들단 분석이다. 따라서 원외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메르스 등 민감한 현안으로 인해 후보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황 총리를 중심으로 1인 중심의 내각을 구성할 것이란 분석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기보다 황 총리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재난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내각의 3분의 1가량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단 분석이다. 야당에서 “내각 차출된 현직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그 비율이 다른 정권 때보다 높았다. 자칫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병세 외교부장관 역할론


‘메르스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화제다.

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공식 일정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정식 서명하기 위해서지만 가장 큰 목적은 박 대통령의 미뤄진 방미 일정을 다시 짜기 위함이다. 윤 장관은 지난 15일 백악관을 방문해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의제를 다시 조율하는 등 연내 방미를 추진 중에 있다.

떨어지는 지지율 잡는 일등공신?

일본 방문도 눈길이 간다. 윤 장관은 22일로 예정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21일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이때 기시다 외무상과 위안부 사과 문제 등 두 국가 간 협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대완 달리 일본 현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의 입장이 전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어 형식적 축하 메시지 교환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과연 윤 장관의 광폭 행보가 30%대 초반으로 하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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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