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①A보험사와 싸우는 김경희씨

말기암 환자에 소송 “차라리 죽여라!”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A보험사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김경희씨 입니다.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앞.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말기암 환자 김경희씨(34세)로 A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뒤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그녀의 외침을 좀 더 들어보자.

한 알에 약 17만원

경상남도 거제에 사는 김씨는 첫아들을 출산한지 일주일이 되던 2009년 9월경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2주된 아들을 떼어놓고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다니며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2013년 여름, 김씨에게는 죽음의 고비가 왔다.
 
응급실에 실려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던 김씨에게 담당 교수는 경구용(먹는) 표적항암제 ‘잴코리’를 권유했다. 기존 항암제는 주사로 투약됐지만 ‘잴코리’는 알약으로 된 먹는 항암제다. 동시에 암세포만 공격해 정상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줄어든 표적함암제다.
 
약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김씨는 잴리코를 복용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퇴원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잴코리’의 가격은 한 알에 약 17만원이다. 비소세포폐암을 위한 표적항암제인데다 새로 개발된 신약이고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인 탓이다. 하루에 두 알을 먹어야 하는 이 약은 한 달 약값만 1000만원, 일 년이면 1억2000만원이 들어간다. 
 
김씨는 평소 가입해 두었던 A보험사의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통해 입원기간 동안 들어간 치료비를 보험으로 처리했다. 김씨는 폐암 상태 검사와 항암제 복용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기간 중에 잴코리를 한 달씩 처방 받아 복용했고, 두 달 동안의 치료비를 A보험사로부터 받았다.
 
고가 항암제 보험처리 두고 갈등
입원기간만 보장…퇴원시 미지급
 
하지만 A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세 달째 태도를 바꿨다. 퇴원약제비인 잴코리는 약관상 보험의 보장범위 밖이라는 이유에서다. 즉, 폐암치료제 잴코리를 병원에 입원해 처방 받았지만 이후 퇴원해 집에서 복용한 경우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험사는 1000만원 상당의 입원치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환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보험사의 채무가 없다는 주장의 소송)’을 제기했고, 이미 지급한 2000만원 상당의 보험금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돌려받겠다고 나섰다.
 
김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잴코리를 처방해준 병원에서 퇴원은 했지만 이는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입원치료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잴코리를 처방해준 병원에서 복용한 것은 아니지만 집 근처에 입원하면서 복용했다. 실제로 그는 증거자료로 두 달간 타 병원에서 입원한 증거를 소송에 제출했다.
 

소송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A보험사의 소송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A보험사는 환자단체와의 면담에서 이번 소송을 통해 퇴원약제비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만들 계획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소송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이와 관련 “A보험사의 주장처럼 암환자의 실손보험금 지급 범위를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처방도 받고 처방받은 병원에서 복용까지 한 경우로 한정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한 달에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 하는 약값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 암환자들은 실손보험금 혜택을 받기 위해 퇴원하지 않고 계속 병실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대표는 “불필요한 입원으로 암환자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가중될 것이고, 병원은 입원실 부족으로 위독한 다른 환자의 치료기회를 놓칠 것이고, 입원료 등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도 낭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퇴원약에 대한 보험사의 약관해석을 두고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
영 의원이 지난 4월 7일 금융감독원 업무보고 때 진웅섭 원장에게 입원환자 퇴원시 먹는 표적항암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일부 민간보험사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진웅섭 원장은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보험금 반환소까지
 
현재 환자단체연합회는 이와 유사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14일부터 금융감독원 앞에서 '경구용 표적항암제 보험금을 미지급하는 민간보험사 횡포 고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앞으로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면서 민간실손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피해자들을 모아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잴코리 논란
 
지난 5월1일부터 폐암치료제 잴코리가 건강보험에 적용돼 한 달 약값 중 5%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잴코리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1차 치료제로 이 약을 사용한 환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이전부터 잴코리를 복용해온 일부 폐암환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환자와 가족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당장 급여기준을 확대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위험분담계약에 따라 앞으로 3년간은 급여기준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러 대안들을 나오고 있다. 환자들의 부담이 너무 크고 소수인 점을 감안해 잴코리 제약회사 한국화이자가 약값을 지원(도네이션)하거나 급여적용 이전에 잴코리를 1차 치료제로 써온 경우 예외적으로 급여를 인정해주자는 방안 등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잴코리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렸던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부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한 경우에는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상황이 어렵지만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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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