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실력파 아이돌의 재발견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우와~"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화려한 댄스 실력으로 10대 팬들의 환심을 사고 있는 아이돌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끊임없는 가창력·연기력 논란을 야기시켰던 아이돌들이 완전 무장으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복면가왕>을 통해 가창력을 인정받은 B1A4의 산들부터 드라마 <미생>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제국의아이들 임시완까지 실력파 아이돌들의 화려한 변신을 누리꾼들의 반응을 통해 살펴보자.

지난달 12일, 연예계의 숨은 노래 고수를 찾는 프로그램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izi의 ‘응급실’, 임재범의 ‘낙인’ 등의 노래를 부른 '꽃 피는 오골계'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면을 벗었다. 작곡가 김형석으로부터 “두성, 흉성, 호흡, 발성이 완벽하다” 등의 호평으로 실력파 가수임을 인정받은 그는 다름 아닌 아이돌 가수 B1A4의 산들이었다. 패널들은 일제히 예상 밖의 인물 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밖 대반전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도 SNS 및 인터넷을 통해 아이돌 가수의 대반전이라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DADA 블로그 운영자 다다별(lne****)은 “그동안 산들의 노래 실력이 아이돌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나보다”며 “내 심장에 낙인되어버린 산들”이라고 칭찬했다. B1A4 팬이라는 들오리(jogung****)는 산들의 노래 실력을 입증한 과거 동영상을 대거 공개하며 “아이돌이 노래를 부르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산들은 지난 2013년 10월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임재범 2편에 출연해 최종우승을 차지, '아이돌계의 김광석'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로 유명하다. 특히 실력파 가수들의 서바이벌 노래 경연이 펼쳐지는 <나는 가수다> 시즌3에 합류해 첫 번째 탈락자라는 고배를 마셨지만 가창력 호평은 끊이지 않는다. 훈남훈녀카페 크림치즈스파게티(1197****)는 “아이돌 가수 통틀어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는 효린”이라며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라고 칭찬했다. 성형커뮤니티 카페의 핫썸머(sioe****)는 “건강미인 효린은 미국의 비욘세와 비슷해 효욘세라 불린다”며 “아이유를 꺾은 정상급 가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Mnet의 랩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는 걸그룹 AOA의 리더 지민이 등장해 화려한 랩 실력을 뽐냈다. 그동안 섹시한 댄스에 랩 실력이 가려졌던 지민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팬층이 더욱 두터워졌다. 개인블로그 운영자 하루(suls****)는 “걸그룹이 넘쳐나다 보니 그룹 AOA는 알아도 멤버 개개인은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민의 위치를 확고히 드러낸 거 같다”며 “랩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조차도 ‘랩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지민은 세계 실력파 래퍼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고 호평했다.


지난해 9월, Mnet의 <쇼미더머니3>에서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멤버 바비가 최종 우승자로 지목됐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 총총총달려가면폭안아주세요는 “언더가 아닌 YG 소속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선입견으로 인해 평가 절하 받아왔다”며 “랩 실력뿐만 아니라 무대 장악력, 가사 전달 등 관객들의 눈과 귀를 제대로 즐겁게 해주는 진정한 실력자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차우진 음악 평론가는 “바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며 실전에 강하다”고 칭찬한 바 있다.

라이브 가요 프로그램 통해 가창력 자랑
브라운관·스크린서도 종횡무진 활약 중

가창력을 인정받은 아이돌도 있지만 스크린과 안방무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아이돌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은 한인상 역의 이준은 2009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다. 엠블랙으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낸 이준은 그동안 드라마 <아이리스2> <미스터 백>을 비롯해 영화 <정글피쉬2> <배우는 배우다>에서도 주인공을 맡아왔다.

특히 할리우드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가수 비(정지훈)의 아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기 무대에 뛰어들었다. 인터텟 카페 화려한변신에성공하려면여기의 푸근(dlrl****) 회원은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연기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시청자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준의 연기를 계속 보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개인블로그 운영자 감자(qll****)는 “가수보다 할리우드 영화로 먼저 데뷔한 이준의 작품은 일단 믿고 보게 된다”며 “디스패치에서 이준을 쫓다가 김밥천국만 찍고 왔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로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니,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다 더 좋은 연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아이돌의 연기력하면 제국의아이들의 임시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평균 시청률 8.2%,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한 tvN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은 이미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을 통해 MBC 연기대상 남자신인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임시완은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는 달>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으며, 이후 영화 <연애를 기대해>, <변호인> 등에서 주연 및 조연을 맡아왔다.

블로거 두봄(do****)은 “임시완의 연기는 한마디로 담담한 아픔”이라며 “도대체 임시완은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기에 장그래의 비극적 소년기를 내재화 시킬 수 있었을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리뷰 블로그 운영자 닥터콜은 “임시완 특유의 청아한 아름다움으로 ‘연민의 청춘’ 장그래를 완벽 실시화시켰다”며 “서글픈 눈빛, 무언가 위축돼 있는 걸음걸이 등 디테일 하나하나가 장그래였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 국민 첫사랑이 됐지만 MBC 드라마 <구가의 서>를 통해 2013년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연기력 논란에 휘말렸다.

개인블로그 운영자 세비(inuel****)는 “수지에게 최우수상을 주는 건 연기대상이 아니라 인기대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어떻게 고현정, 최강희 보다 연기를 더 잘했다고 보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카루스83도 “드라마의 아킬레스건은 다름 아닌 수지의 연기력이었다”고 지적했다. 수지는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명창 진채선 역을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성 인정 

 

아이돌 출신 남자 배우는 빅뱅 탑, 신화 김동완과 에릭, 2AM 임슬옹, GOD 윤계상, 젝스키스 장수원, JYJ 박유천, 동방신기 정윤호 등이 있다. 여자 배우는 핑클 성유리와 이진, SES 유진, 샤크라 정려원, 시크릿 한선화, 베이비복스 윤은혜, 원더걸스 소희, 소녀시대 윤아, 슈가 박수진과 황정음 등이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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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