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전성기 도전 나선 ‘골프여왕’ 박세리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지금!”

골프선수 박세리가 ‘여왕’으로 돌아왔다. 박세리는 LPGA 투어 벨 마이크로 클래식에서 통쾌한 승리를 움켜쥐는 것으로 그간의 부진을 씻어냈다. 그는 지난 1998년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세계무대를 주름잡았지만 2007년을 끝으로 정상을 밟지 못했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성적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추격으로 주변에서는 그의 은퇴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박세리는 최고의 현역 선수들과 겨룬 경기에서 ‘관록의 승리’로 유쾌한 ‘반전’을 선사함과 동시에 선수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우승은 LPGA 무대를 장악한 ‘세리 키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낸 결과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34개월 만에 우승컵 입 맞춘 원조 ‘골프여왕’
새롭게 쓴 연장불패 신화, 드라마틱한 부활샷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힘들어 하던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원조 ‘골프여왕’ 박세리가 부활샷을 쏘아 올렸다.
박세리 선수는 지난 17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장에서 열린 벨 마이크로 LPGA 클래식에서 브리타니 린시컴, 수잔 페테르센을 꺾고 34개월 만에 우승컵을 움켜쥐었다. ‘가뭄의 단비’ 같은 우승은 드라마틱했다.
 
반전의 묘미 속
골프여왕의 부활

그의 우승은 연장전에서 결정됐다. 3라운드까지 공동 1위를 유지하던 박세리는 4라운드 3번홀에서 공동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악천후로 인해 4라운드가 아예 취소되면서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이뤘던 수잔 페테르센, 브리타니 린시컴과 우승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행운이 여신’이 그를 향해 미소 짓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박세리는 ‘맨발 투혼’으로 더 유명한 지난 1998년 7월 LPGA US오픈에서 20개 홀을 도는 연장전 끝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후로도 연장전에서는 승리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빗속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잡았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관록’이 그를 도왔다. 첫 번째 위기는 두 번째 홀에서 찾아왔다. 박세리는 세컨샷을 그린 뒤 벙커에 빠뜨렸지만 벙커샷을 핀 2m에 붙인 뒤 쉽지 않은 파퍼트까지 집어넣었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는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렸다. 하지만 박세리는 오히려 결정타를 날렸다. 두 번째샷을 핀 1.5m에 붙여내며 승기를 잡은 것. 린시컴이 파퍼트로 압박해왔지만 침착한 버디 퍼트를 해낸 박세리의 승리였다. 

이로써 그는 통산 25승, 6번째 연장전 승리를 따냈다. ‘연장불패’ 신화를 이어감과 동시에 투어 역사상 연장전에서 최고 승률을 올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장 승부에 대해 박세리는 ‘자신감’을 말했다. “연장전을 치른 18번홀은 사흘 동안 매번 다른 느낌이었다. 건조했을 때는 페어웨이부터 그린까지 꽤 가깝게 느껴졌다. 실제 쇼트 아이언을 잡았다. 그러나 바닥이 젖은 오늘은 딴 판이었다. 세컨드 샷 지점에서 세차례 연속 6번 아이언을 잡아야했다. 세번째 벙커에서 세컨드 샷을 할 때도 6번 아이언을 잡았는데 페어웨이에서 칠 때보다 스핀이 잘 걸리고 시야 확보도 용이해 더 좋았다.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홀컵에 잘 붙었고, 자신있게 버디로 연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회 후 연장전 불패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어차피 연장에 가면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라며 “그래서 연장에 가면 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샷도 더 잘 맞는다. 무패 행진에 대한 압박감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기록을 의식해서 된 것은 아니다. 가능한 이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답했다.

이번 승리는 그에게 의미가 깊다. ‘맨발 투혼’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지난 1998년 US오픈 우승 이후 박세리는 미국 무대를 점령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한 24승, 명예의전당 헌액 등 세계여자골프계를 종횡무진 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그의 우승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주변에서는 은퇴를 거론하는 이들이 늘어만 갔다. 
 
내리막길은 ‘이제 끝’
껑충껑충 오르막 오른다

하지만 박세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2007년 7월 LPGA 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 2년10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찾았다.  

어렵사리 쏘아올린 부진탈출의 신호탄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8일 발표된 세계여자골프랭킹에서는 평균 3.59점을 받아 전주보다 26계단 오른 22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

지난 2005년 102위까지 곤두박질쳤던 상금 순위도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에 힘입어 시즌 상금 23만7000달러를 기록, 7위로 껑충 뛰었다. 역대 통산 상금에서도 1083만달러로 아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 로레나 오초아, 줄리 잉스터에 이어 5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박세리는 우승 소감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잘 하던 시절로 돌아가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 열중했다.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고 기다리고 또 인내했다”며 “그런 시간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요즘은 편안한 마음으로 치다 보니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긴 침체기동안 겪었던 적잖은 마음고생을 털어낸 것.  

그는 슬럼프에 대해서도 “다시 우승을 못 할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며 “내게 필요한 것은 역시 인내심이었다. 난 여전히 게임에 애착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훈련하고 과거 잘 하던 때로 돌아가려고 애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우승은 왜 내가 앞으로도 계속 연습을 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보여준 결과”라며 ‘다음’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임을 내비쳤다.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털어낸 만큼 박세리는 우승의 순간을 더욱 값지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대회가 끝난 후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자평하며 “이번 우승으로 골프에 대한 내 믿음과 열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말로 샘솟기 시작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여자골프랭킹 껑충, 자신감은 곱절로 껑충
‘세리키즈’ 자극·힘을 주는 든든한 응원군으로


박세리는 “그동안 내 부진을 걱정해 준 사람이 많았는데 내색을 안 했지만 사실 가장 속이 타는 건 나 자신이었다. 그래도 힘든 기간 중 나에 대한 믿음을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다. 그 결과 긴 터널을 지나 다시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번 승리는 신지애, 양희영 등 ‘세리키즈’들의 환호성으로 장식됐다. 박세리가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을 연못에 담근 채 샷을 날려 우승을 차지했던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던 ‘세리키즈’들이 10년 사이 무섭게 성장해 LPGA 무대를 장악한 것.
그가 벨 마이크로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도 ‘세리키즈’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박세리는 “도대체 우리 애가 얼마나 되는거죠”라는 농담으로 질문을 받아들였다. 그는 “처음에는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맏언니로서 그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좋다. 그들이 나로 인해 꿈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리키즈’들이 그에게 또 다른 동기를 유발하는 존재가 됐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세리는 “(신)지애와 (최)나연이 등 ‘세리키즈’로 불리는 한국 어린 골퍼들이 자신의 경기가 끝났는데도 모두 남아서 나를 응원했다. 기분이 너무 좋고 뿌듯했다.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내가 헛되지 않은 생활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세리키즈들에게
새로운 ‘길’ 열어줄까

  
그는 “오늘 나를 응원해준 그들이 있어 정말 행복했다”며 ‘세리키즈’들로부터 받은 힘이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한동안 그의 주변을 맴돌던 ‘은퇴’에 대해서도 당당해졌다. 재미교포와의 교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혼과 함께 골프계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시달렸던 것.

박세리는 결혼과 관련, “기분은 아직도 18세 같지만 실제로는 적은 나이가 아니지 않느냐”며 “결혼도 시기가 있는데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혼을 심각히 고려해야할 나이지만 결혼을 한다고 해도 당장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박세리는 “은퇴라뇨”라고 반문하며 “한국에 수많은 ‘세리키즈’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골프에 더 매진하겠다”고 거듭 은퇴와 거리를 뒀다. 

그는 “함께 경쟁하던 소렌스탐이 은퇴하고 최근에는 오초아도 빠지면서 은퇴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이번 대회를 통해서 보고 느낀 것들이 나를 다시 골프에 빠져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그의 도전은 ‘세리키즈’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가 이번 우승으로 거둔 타이틀에는 ‘역대 한국 선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이라는 기록도 있다. 그는 현재 32세로 구옥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부회장이 지난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에서 우승했을 당시 나이인 31세를 1년여 정도 뒤로 미뤘다.

이를 두고 스포츠계에서는 박세리가 자신을 바라보며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즈’들에게 더 오랫동안 LPGA 무대를 주름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세리도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선수 활동을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한 보험이 되고 싶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박세리 자신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줬다. 드라이버 거리가 늘고 오락가락하던 퍼트가 좋아진 것. 박세리는 “20대 초반보다 여유가 생겨 멘털은 훨씬 강해졌다”며 “힘과 지혜·경험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골프는 아직도 내게 강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에게 미련이 남지 않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면서 “20대 때도 못해본 (골프인생의) 진정한 전성기가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그는 ‘승리의 순간’을 뒤로 하고 20일부터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 해밀턴팜골프장에서 열리는 사이베이스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참가, 연승 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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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