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 (3)진화하는 ‘안티운동’의 세계

안티들의 세상이다. 이들은 각종 불합리한 사회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안티들의 행동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안티사이트가 생성되던 초기의 안티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무의미한 집단이었다면 지금의 안티는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향해 힘을 모으고 있다. 또 연예인들의 안티 등 흥미위주의 안티가 주를 이루던 몇 년 전과 달리 먹거리 문제부터 국민연금 등의 정책에 대한 반대까지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안티가 급증하고 있다. 또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까지 모임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등 음지에서 활동하던 안티들이 조금씩 양지로 나오면서 힘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안티가 목청 높이면 세상이‘들썩들썩’

‘안티’라고 하면 싫어하는 연예인에게 협박편지 등을 보내는 철부지 여고생의 이미지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이는 안티문화가 생성되기 시작하던 초기의 현상으로, 특정 인물을 겨냥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일삼던 것이 안티의 시초인 셈이다.

미스코리아
공중파에서 퇴출

때문에 당시의 안티는 ‘악플러’와도 일맥상통하며 인터넷의 무법자로 무참히 칼을 휘두르는 이들로 인식됐다. 이들은 익명성을 무기삼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한 개인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안티는 인터넷과 네티즌의 성숙함과 발을 맞추며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안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보다는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딴죽을 거는 집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불합리한 사회현상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를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인터넷공간인 안티사이트에는 계층이나 지역 등을 초월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토론을 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떠오르며 조금씩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 안티사이트 중 하나로 ‘안티 미스코리아’를 들 수 있다. 안티 미스코리아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반대하는 단체로 1999년 생성됐다.
이 안티단체는 안티운동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곳에서 벌인 안티운동을 통해 더 이상 공중파TV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볼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2002년 케이블 TV로 자리를 옮겨 그 영향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어진 것. 몇 년 전에 비해 지금의 미스코리아 대회 수상자들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것도 안티 미스코리아가 거둔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수영복 공개심사가 폐지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지난 2004년까지 개최된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는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참가해 축제의 향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던 탤런트 홍석천씨가 사회자로 출연해 방송활동 복귀의 포문을 여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또 섹스비디오 파문으로 고통을 받던 가수 백지영도 행사에 참가해 대중 속으로 다시 얼굴을 비추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각종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며 안티 미스코리아는 안티문화 확산과 안티운동의 대중화를 촉발시켰다.

각종 피해자들 모여
피해확산 방지 대책

또 이전에는 피해를 당하고도 가슴앓이만 했던 사람들이 안티사이트를 만들어 아픔을 나누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이들 중 하나는 다단계회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인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이하 안티피라미드)’사이트다.
지난 2000년 1월 만들어진 안티피라미드는 초기에는 다단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고통을 나누는 사이트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다단계 피해에 관한 상담 활동을 벌이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다단계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악덕다단계업체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 등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생길지 모를 다단계피해자들의 증가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약하며 시민들에게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각종 거리캠페인을 펼쳐 다단계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수행한 것.
그러는 동안 회원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안티피라미드는 회원 1만5천여 명이 가입한 큰 조직으로 성장해 불법다단계업체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만든 안티사이트는 또 있다. 성형부작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안티성형’카페가 그것. 이 카페는 5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안티사이트로 피해보상조차 받기 힘든 성형부작용에 관한 피해사례들을 나누고 있다.
이들 카페회원들은 성공적인 성형수술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로 가득한 TV프로그램으로 인해 성형공화국이란 오명을 떨치지 못하는 지금의 세태를 비판하며 이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만들고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등 파렴치한 행각을 벌이는 병원을 공개해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성형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상담코너를 만들어 놓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안티메디컬, 안티라식 등의 사이트들에서 피해자들이 모여 고충을 나누고 해결책을 나누고 있다.
최근 사회현안에 맞서기 위해 생긴 안티사이트 중 지대한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이끌어 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다.
이들은 ‘안티메드카우’란 도메인으로 안티사이트를 만들고 미국쇠고기수입 반대운동을 펼쳤다. 물론 광우병 촛불집회가 온전히 이들의 작품은 아니지만 수많은 시민들을 광화문으로 나오게 만든 데는 이들의 영향력이 컸다.
1백일이 넘는 기간 동안 촛불이 꺼질 날이 없었던 촛불집회는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까지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촛불집회는 또 다른 형태의 안티단체를 양산해냈다. 그 중 하나는 ‘안티조중동’이란 이름의 안티단체로 보수적인 언론에 맞서 올바른 보도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단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보수언론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중단운동으로 네티즌의 힘을 과시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하는 등의 행동은 실제로 효과를 거둬 광고수입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운동을 전개한 네티즌들은 사법처리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은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모씨와 운영진 양모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이 카페의 게시판지기 중 법원 직원 김모씨 등 14명을 불구속기소하고, 혐의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된 카페 회원 8명은 3백~5백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등 초기 카페운영진 전원을 사법처리했다.
이 같은 광고중단운동으로 된서리를 맞은 기업은 농심이다.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농심의 전화 상담원이 “<조선일보>는 계속 번창할 것”이란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네티즌들을 자극시켰고 농심 불매운동으로 번진 것.
이로 인해 ‘쥐우깡 파동’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농심은 사면초가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진화시키기 위해 농심의 손욱 회장이 나서 사과를 하고 공장견학을 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안티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
농심 불매운동과 안티조중동 운동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는 삼양라면이었다. 당시 삼양라면에서는 금속성 너트가 검출되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고 네티즌들은 “자사에 광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를 실은 것”이라고 단정 짓고 삼양라면 구매운동을 펼친 것.
개그우먼 ‘정선희’ 안티도 촛불집회로 인해 생긴 것 중 하나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당시 정선희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 소리를 했고 이것이 네티즌들을 자극시킨 것. 이로 인해 네티즌들은 정선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전화를 걸어 광고중단을 요구하고 정선희가 런칭한 화장품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쇠고기 안티 사이트
또 다른 안티 양산

이처럼 지금의 안티운동은 보다 국민들의 살에 와 닿는 현안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힘을 끌어 모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때로는 이들의 운동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벌집을 쑤셔놓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 곪고 썩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는 것 보다는 사전에 문제점을 건드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안티운동.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안티운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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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