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인사 김장수 신임 주중대사

속옷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었다

[일요시사 취재팀] 김명일·한종해 기자 = "속옷을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 신임 대사는 국가안보실장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왜 직접 경질한 인물을 9개월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일까? 김 대사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의 앞과 뒤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신임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김 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더러워진 속옷을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은 격"이라며 혀를 찼다.

뼛속까지 군인
또 그를 왜?

김 신임 대사는 국가안보실장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고작 9개월 만에 주중대사라는 주요 직책을 다시 맡게 된 것이다. 더구나 김 대사는 중국과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다. 한중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전문가도 아니고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경질을 당했던 인사를 주중대사에 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실수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주중 대사 임명은 같은 사람만 계속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김 대사에 대한 보은 인사 성격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사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았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군인 출신의 대북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는 김 대사가 주중대사로서 한중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군 출신이 중국 대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중대사는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나 북-중, 미-중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래서 역대 10명의 주중대사는 대부분 고위 외교관 출신이었고, 정치인 출신 인사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외교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주중대사를 맡았었다.

주중대사 임명 논란…군 출신에 외교를 맡겨?
아무리 사람 없어도 그렇지…또 회전문 인사


국방부장관 시절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됐던 김 대사가 외교현장에서 요구되는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대사는 국방부장관 시절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유일하게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게다가 김 대사가 지난 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정무 감각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외교 무대에서 그런 말실수를 했다가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가에서는 김 대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과의 이견차가 너무 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김 대사를 사드 대사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세월호 책임 회피
청와대 경질 1호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격수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같이 높은 고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탐지, 격추하는 시스템이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고성능 X밴드 레이더도 함께 배치돼 중국은 미국의 직접적인 감시망에 노출된다.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신중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김 대사가 사상 첫 군 출신 주중대사인 만큼 사드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차이다. 중국 측 외교 고위 인사는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사드 문제는 이미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오히려 김 대사가 청와대와 미국을 잘 설득해 사드를 포기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사가 사드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낸다면 이번 인사가 뒤늦게라도 재평가를 받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대사가 육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등을 지내면서 중국 고위급과의 교류가 잦았다며 주중대사직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청와대는 김 대사가 한·중 군사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현재 장교 교류와 군 최고지휘부 상호 방문 정도에 머물고 있는 양국 군사 교류를 우방국 수준으로 확대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도 "김장수 대사는 안보전문가이고, 주중대사에 걸맞은 능력과 자질을 갖추 있는 적임자"라며 "박근혜 정부의 외교철학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보은인사도 회전문인사도 아니다. 야당은 고질적이고 상투적인 인사 발목잡기를 하기 이전에 외교에 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정부 때부터
연속으로 중용

그러나 야권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인적 쇄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된 사람을 회전문인사로 다시 기용해 경악했다"며 "인적 쇄신의 취지가 정말 무색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를 보면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을 찾을 수 없고, 어떻게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박 대통령의 인사를 거듭 비판했다.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던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인사 참사로 발목이 잡히게 된 셈이다.

김 대사는 1948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광주제일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 27기로 임관했다. 1996년 육군 제1군 사령부 작전처장을 시작으로 2000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2001∼2003년 4월 육군 1군단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04년 5월까지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냈고 이어 한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 2005년 제37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데 이어 1년7개월 만에 제40대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해 노무현정부 임기 끝까지 국방부 수장의 자리를 지켰다. 참모총장에서 국방부 장관 직행 티켓을 끊은 것은 김 대사가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군 시절 김 대사는 '소신파'였다. 2007년 제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비공개 만찬 석상에서는 북핵 문제를 꺼내 북 측 인사들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사는 "군사적으로 적대국가에 있는 국가의 원수에 대해 68만 국군의 수장으로 적장에게 허리를 굽힐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으로 인터넷 팬클럽도 생겼다.

김 대사는 자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노 전 대통령과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대사는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결국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NLL 문제는 장관 뜻대로 하시라"는 백지위임을 받아냈다. 

2005년 연천 530 GP 총기난사사건도 그의 소신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참모총장이던 그는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각종 군 기밀 노출이 이어지자 '국익에 반하는 기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의 무분별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꼿꼿 장수'의 귀환
경질 9개월 만에 복귀

무난하게 장관 임기를 마친 그에게 이명박정부 초기 인수위는 초대 국방부 장관 제의를 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18대 총선 직후 통합민주당은 '비례대표' 카드를 꺼내며 김 대사에게 무수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한나라당이었다. 당시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김 전 장관은 지난 2일 손학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60만 군대의 명예를 위해 비례대표 2번을 달라고 요구했던 분"이라고 지적한 뒤 "한나라당의 행태에도 분노를 느끼지만 김 전 장관도 결국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린 것 아니냐는 배신감이 든다"고 밝히면서 그가 비례대표 의원이 되기 위해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양측과 '밀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한나라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인 김 대사는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의원,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최고위원 등을 거쳤다. 그러나 "19대에는 지역구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대로 2012년 19대 총선에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만들었다. 당시 김 대사는 문재인 대선 후보캠프의 국방정책을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 분과위 간사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 5년 만에 부활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안보실을 개편하면서 박 대통령이 김 대사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토록 하면서 정권의 실력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주중대사의 '독주 체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온 것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였다. 사고 초기 그는 박 대통령에게 사고 상황을 가장 먼저 보고하고 '지하벙커'인 위기관리센터에 들어가 구조 현황을 파악하는 등 사고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나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처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안보실의 책임이 부각되자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통일·안보·정보·국방의 컨트롤타워"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여론이 등을 돌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대사는 5월1일 법령상 안보실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설명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이런 그의 태도는 박 대통령의 우산이 걷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22일 김 대사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경질 1호'가 됐다.

끝까지 보은
야권은 경악

주중대사는 미국, 러시아, 일본과 더불어 '4강대사'로 꼽힐 정도로 정부 외교라인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 중 하나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군 출신이 주중대사를 맡게 되는 것으로 김 대사는 점차 중요해지는 중국과의 안보협력에서 국방 분야 전문성을 한껏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대사는 부인 박효숙씨와 사이에 1남1녀가 있으며 아들도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mi737@ilyosisa.co.kr>
<han1028@ilyosisa.co.kr>

 

[김장수 누구?]

▲1948년 광주광역시 출생
▲육군사관학교 27기 학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
▲대한민국 육군 7군단 단장
▲제37대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제40대 국방부 장관
▲제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새누리당)
▲국가안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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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