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 부르는 ‘국뽕’을 아십니까

한류 마케팅 자화자찬 “독 된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요즘 인터넷 상에서 ‘국뽕’이란 말이 흔히 쓰이고 있다. 국뽕은 ‘나라 국’과 ‘히로뽕의 뽕’의 합성어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해 있는 것을 조롱할 때 사용된다. 이와 함께 ‘똥송’이라는 말도 함께 등장하고 있는데, 동양인이라 죄송하다는 의미로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태생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국뽕과 똥송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무비판적인 한류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두 유 노 김치(Do you know Kimchi)?” “두 유 노 싸이?” “두 유 노 유나 킴(김연아)?”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베스트 3다. 실제로 한국에 온 해외 유명인들은 국내 입국장이나 기자회견장에서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춘다. 미국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윌 스미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톰 행크스는 인터뷰 도중 “햄을 프라이팬에 구워서 김치와 드셔보세요”라는 진행자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국내 방송에 출연해 김치를 먹거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라고 강요받는 외국 유명인들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Do you know?”
김치·싸이·연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외국인만 보이면 저돌적으로 다가가 김치, 싸이, 김연아, 독도 등에 대한 생각을 묻는 “두 유 노…” 시리즈는 유행처럼 번졌고 점점 불편한 모습이 연출됐다. 누리꾼들은 “엎드려 절 받기 같다”며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취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때쯤부터 나라 ‘국’과 히로뽕의 ‘뽕’의 합성어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해 있는 것을 조롱하는 ‘국뽕’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시기에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국 통신사 기자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미국 배우 휴 잭맨에게 걸그룹이 맨손으로 김치를 찢어 먹여주는 장면이 더해지면서 “국뽕 극혐(극도로 혐오)” 등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됐다. 한류를 강조하는 방식이 낯간지럽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많은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급기야 한 누리꾼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입으면 좋을 티셔츠’라는 제목의 합성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의 자료에는 백인 남녀 두명이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티셔츠에는 “나는 싸이, 강남스타일, 독도, 김치, 박지성, 김연아를 알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외국인에게 던지는 국뽕 질문을 정면으로 꼬집었던 것이다.
 
 
국뽕을 조롱하는 일명 ‘국뽕맨’도 등장했다. 국뽕맨은 독도와 태극기를 배경으로 싸이의 머리, 박태환의 오른팔, 박찬호의 왼팔, 박지성의 오른다리, 김연아의 왼다리, 류현진의 모자를 쓴 모습으로 김치를 들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합성된 사진이다. 맹목적 애국주의 낌새가 발견되면 누리꾼들은 어김없이 국뽕맨에게 S.O.S를 쳤다. “국뽕맨 도와줘요”라며 국뽕 맞은 사람들을 조롱했다. 폭소를 자아내는 국뽕맨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져 국뽕의 심각성을 널리 알렸다.
 
외국인만 보면 자동적으로…“두 유 노?” 
해외 스타 방한 시 싸이 말춤 통과의례
 
국뽕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역사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언젠가부터 “단군 이전 한민족이 세계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 수메르 왕국을 세웠다” “명나라 황제 주원장조차 조선의 군사력을 두려워했다” 등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흘러나왔다. 한국사를 미화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역사 마니아들 사이에서 국뽕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후 국뽕은 ‘일간베스트(일베)’ 저장소에서 자주 사용됐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뻗어갔다. ‘우리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국뽕이다” “극혐이다” 등 댓글이 달리면서 맹목적 애국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국뽕에 대한 반발로 ‘국까(국가를 까다)’라는 말도 생겨났다.

우리 것 감싸기

‘국뽕’ 반대
 
그러면서 함께 등장한 것이 ‘똥송’이라는 표현이다. 똥송은 동양인이라 죄송하다는 의미로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태생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국뽕 관련 게시글 등이 나올 때면 서양인에게 보여주기 너무 민망하다며 “똥송합니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국뽕과 똥송은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애니메이션 <김치 워리워>가 국뽕과 똥송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재미동포 강영만 감독이 제작한 <김치 워리어>는 201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주해 정식 입찰과정을 거쳐 세금 1억5000만원이 제작지원금으로 투입된 작품이다. <김치 워리어>는 김치 전사가 김치의 효능으로 말라리아, 돼지독감 바이러스 등을 물리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2011년 유튜브에 15편짜리 동영상이 오르면서 세간에 화제가 됐다.
 
김치 전사는 배추 머리를 하고 초록색 쫄쫄이를 입은 복면인이 괴성을 지르며 총각김치 쌍절곤을 휘두르면서 돼지 콜레라균들을 무찌른다. 젓갈을 뿌리면 모기 형상을 한 말라리아균들이 흩어지고, 1000년 묵은 김치 냄새를 뿌리면 적들이 몰살된다. 김치 전사의 여성 파트너는 빨간 쫄졸이를 입은 ‘고추걸’이다. 고추걸은 커다란 붉은 고추를 골프채로 날리는 기술을 사용한다.
 
 
<김치 워리어> 입찰요청서에 따르면 이 작품의 목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미디 액션 장르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및 국내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홍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김치의 우수성 홍보 및 세계화’이고, 5개월의 용역기간 동안 ‘해외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김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개발, 재미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액션 코미디 장르의 김치 애니메이션 제작, 국내외 TV, UCC 동영상 사이트와 박람회 홍보용 스팟 영상 제작, 국내외 UCC 및 초등학교, 미국 TV 어린이쇼, 아리랑TV 등에 제작된 애니메이션 배포’하는 것이다.
 
김치 워리어 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지극히 간단하다. 김치 전사가 ‘질병마왕’이 보낸 병균 또는 바이러스들을 김치 관련 무기로 물리치는 내용이 계속 반복된다. 김치 전사가 위기에 빠질 때면 고추걸이나 스승인 ‘대사부’, 옹기로 만든 로봇 ‘옹기봇’ 등의 도움을 받아 질병을 퇴치한다. 작품 내에서 김치는 말리라, 광우병, 신종플루, 스페인 독감 등 그 어떤 질병이라도 물리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묘사된다. 김치 냄새나 젓갈 등은 일종의 ‘화생방 무기’처럼 사용된다.
 
맹목적인 애국주의 열풍 
왜곡된 외부시각만 키워
 
애니메이션을 본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독도&사스’ 편에서는 과거 조상들이 김치로 만든 그물로 곡식을 보호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날아가는 새들이 김치 그물에 닿자마자 바로 추락해서 죽는 장면이 등장한다. 외국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김치는 독극물에 가까웠다.
 
게다가 김치의 매운맛은 고추장에서 나온다는 등 김치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담겨 있었다. 또한 고추걸의 캐릭터는 일본의 ‘닌자’와 유사해 한국적인 느낌이 거의 없었다. 더 황당한 건 ‘김치 워리어와 신종플루의 아들’ 편이었다. 미국을 구한 김치 전사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법안에 김치를 포함시키겠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스꽝스러웠다.
 
 
묵은 김치로 적을 물리치는 내용은 오히려 외국인에게 나쁜 인상만 심어줬다. 실제로 ‘김치 워리어’를 검색해보면 작품을 조롱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 김치 워리어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여론의 화살은 정부의 김치 마케팅으로 향했다. ‘한국’ 하면 ‘김치’밖에 생각해내지 못하는 1차원적인 사고방식을 지적한 것이었다.
 
어설픈 한류

오히려 망신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치 워리어>는 지난해 미국 LA에서 열린 웹콘텐츠 시상식 ‘웹페스트’에서 3관왕은 차지했다. 그러나 ‘LA 웹 페스트’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세계적인 시상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참가작 251편 모두 최소 1개 이상의 상을 받았고, 3개 이상의 상을 받은 작품은 12편이 넘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던 <김치 워리어>가 혈세로 일본해를 홍보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주먹구구식 투자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사기만 저하시킨 것이다.
 
<김치 워리어>와 함께 ‘김치 칵테일’도 논란이 됐다. 유명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바탕 웃고 싶으면 한국관광공사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관광공사 업무에 ‘국민 웃기기’가 있음이 분명하다”며 김치 칵테일을 소개한 바 있다. 황 연구위원은 광광공사가 운영하는 한식세계화 홍보사이트(Koreataste.org)에 올라온 김치 칵테일을 한식 세계화 실패작의 예로 들었다.
 
황 연구위원이 올려놓은 한식 세계화 홍보 사이트에는 ‘김치 블러디 메리(Kimchi bloody mary)’라는 이름으로 김치 칵테일이 올라왔다. 제조 과정과 완성된 모습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었다. 김치 국물, 마늘, 소주, 토마토 주스 등을 섞어 만든 붉은색 칵테일이었다. 얼음과 마늘을 띄어놓고 양념이 된 배추 잎을 세워 담가 놓았던 것이다. 참신함과 독창성과는 거리가 던, 황당 그 자체였다. 분위기 좋게 한 잔 걸치는 칵테일이라기보다는 대학교 MT에서 억지로 먹는 ‘벌칙주’나 ‘생일주’ 같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였다.
 
김치 칵테일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누리꾼들은 “손발이 오글거린다” “보기만 해도 토가 쏠린다” “이게 무슨 한류냐”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괴음료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치 칵테일 사진을 올린 장본인은 한국관광공사가 아닌, ‘AnsanAnswer’라는 아이디의 외국인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이 외국인이 어떤 의도를 갖고 사진을 올린 지는 의문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식 마케팅의 진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해 한식 마케팅을 벌인다. 지난 16일 농식품부는 외국인들에게 한식문화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한식 해설서 <맛있는 한국여행>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해설서는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외국인이 한국 식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총 4장으로 1장은 아빠의 손님상 이야기로 한식 상차림, 식기 소개 및 식사 예절 등을 담았고 2장은 손맛 좋은 엄마의 이야기로 깊은 맛 장류, 발효와 김치, 김장문화, 한식의 특별한 조리법을 소개했다.
 
3장은 최신 트렌드를 좋아하는 아들의 이야기로 세계 속 한식의 위상과 다양한 한국의 길거리 음식 및 현대적인 한식 이야기를 담고 있고, 4장은 외국인 친구가 많은 막내딸의 이야기로 실제 외국인에게 한식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필요한 팁 등을 수록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궁금해 하는 북한음식, 한·중·일 음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외국인이 즐겨 찾는 한식 10선, 외국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과 답 등도 담았다. 농식품부는 이 해설서를 방한 외국인과 가장 가깝게 만나 소통하는 관광통역안내사의 보수교육교재로 활용토록 관련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한식당과 한국 및 한식홍보 기관 및 업체의 종사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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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