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검찰’에 발목 잡힌 김준규 검찰총장

페어플레이 정신 잊은 ‘새 시대 검찰(?)’ “누굴 위한 수사인가”


‘한명숙 뇌물수수’ 의혹이 무죄로 판결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표적수사 논란에 휩싸였던 이번 사건은 그 후폭풍이 검찰의 심장부인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직접 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와 별건수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임 이후 줄곧 ‘신사다운 검찰’로의 변신을 강조해온 김 총장이 각계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 일각에선 MB정부 들어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이 제기됐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효 판결로 끝난 점을 지적, 검찰의 무리한 수사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법원과 여당마저 검찰을 비판하고 나서 김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준규호의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 실종
신사다운, 공정·정확한 수사 어디로?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서거하면서 검찰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임채진 검찰총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새로 지명된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이 중도에 낙마하면서 검찰 총수의 자리는 한동안 공석으로 남아있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가 김준규 검찰총장이다.

때마다 ‘신사검찰’ 강조
혁신 이루겠다더니…

김 총장은 “검찰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많은 어려운 시기이고, 검찰이 상처를 많이 받은 상황이다. 이러한 때 지명 받아 어깨가 무겁다”며 “앞으로 검찰은 검찰답게, 검사는 검사답게 일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어려운 시기에 수장을 맡은 김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직후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그는 검찰 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신사다운 수사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 ▲진실을 밝히는 정확한 수사 등 3대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먼지털이’식의 별건수사나 강압수사 등 과거의 잘못된 검찰 수사관행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회복에 나서겠다는 김 총장의 복안이었다. 이후에도 김 총장은 수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변화하는 검찰의 모습을 강조했고, 정정당당하고 명예로운 수사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 김 총장의 이 같은 구호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각계의 반응이다. 이는 MB정부 들어 검찰이 조사한 다수의 사건들이 표적수사 논란을 받으며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에 기인한다. 특히 관련사건 대부분이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나자 각계에선 검찰이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 기소 사건은 검찰이 공권력을 이용해 ‘표현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다는 날 선 비난을 받았다. 미네르바 박대성(31)씨는 2008년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외화예산 환전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 ‘긴급명령 1호로 정부가 7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 금지 긴급 공문’ 등의 글을 올렸고, 이를 두고 검찰은 정부의 환율정책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박씨가 정부 정책과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깎아내리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익을 해하는 등 전기통신기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4월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체적 표현 방식에서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이은 무죄 판결에
‘정치검찰’ 꼬리표

법원의 무죄 선고는 지난해 8월에도 이어졌다. 검찰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한지 1년 만이었다. 당시 검찰은 정 전 사장이 재임 시절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환급 1차 소송에서 2448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음에도 조정을 통해 556억원만 돌려받기로 한 것을 두고 문제 삼았다. 검찰은 이를 두고 정 전 사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조정에 합의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배임혐의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전 사장이 KBS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뿐만 아니다. 수사 초기부터 정치적 색을 띤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사건 역시 올 초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6월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의도적인 오역이나 왜곡 등으로 사실에 어긋나는 보도를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등 나름대로 근거를 갖춰 비판했기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제작진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미네르바에서 한명숙까지 표적수사 논란 사건 줄줄이 무죄
여야 곳곳서 무리한 검찰 수사 책임론…김 총장 입지 ‘흔들’


이처럼 표적수사 또는 정치수사로 시선을 모았던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무죄로 판결나자 결국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일삼은 탓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대검찰청의 1심 무죄판결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3200여건이었던 것이 2008년 MB정권에 들어 급속히 증가해 3950여건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이 처음부터 확증되지 않은 혐의로 무리하게 기소해 무죄판결 역시 급증하게 된 것이라며 검찰이 성과를 위해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무죄’로 판결나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애초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곽씨가 건넸다는 수만 달러 자금의 출처확인과 제3자의 진술도 부족했다. 법원 역시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검찰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전 총리에 대해 도덕적 흠집내기를 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해석이 더욱 힘을 싣게 됐다.

정계 곳곳에선 김 총장을 두고 한 전 총리에 대한 표적수사를 진두지휘한 책임을 물어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은 사건에 대한 무죄를 예상해 물타기를 한 것으로 한명숙 죽이기의 집요한 표적수사”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검찰총장은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은 여당 내부에서도 퍼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장 선거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한나라당 일부 의원 사이에서 “정치권에서 검찰총장의 퇴진을 내놓고 거론하지 못하지만, 이 정도면 검찰총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내가 검찰총장이라면 사퇴했을 것이다”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을 두고 야당에 이어 여당에서까지 김 총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는 것은 이번 사건이 평소 김 총장의 신념인 ‘신사다운 수사’와 거리가 멀었던 탓이다. 실제 검찰은 이번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수사 과정에서 강압수사와 별건수사 등을 강행했다. 검찰이 곽 전 사장으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얻기 위해 그를 압박한 사실이 재판부를 통해 드러난 것.

강압·별건수사 드러나
“결국 구습 되풀이” 지적

재판부에 따르면 검찰은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한 날은 오후 6시30분에 조사를 마치는 반면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한 날은 새벽 2시까지 조사를 강행했다. 또한 검찰은 검찰측에 불리한 증언을 한 전 경호원 윤모씨를 재판 도중 ‘위증혐의’로 수사하는 등 강압수사를 벌였다.

또한 검찰은 1심 선고 전 날 한 전 총리가 한 건설시행사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여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포착, 관련 건설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공판 중 제보가 들어와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선고를 하루 앞두고 불거진 정치자금 수사는 전형적인 별건수사라는 지적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심에서 무죄가 날 것 같으니까 또 하나를 찾겠다는 것은 검사의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며 검찰의 별건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김 총장은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 총장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 직후 “거짓과 가식으로 진실을 흔들 순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수는 없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판결이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프로필>


▲1955년 10월28일 서울 출생
▲1979년 사법시험 합격(21회)
▲1981년 군법무관
▲1984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1987년 광주지검 장흥지청 검사
▲198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89년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 검사
▲1991년 서울지검 고등검찰관
▲1993년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1993년 대검 검찰연구관
▲1994년 주 미국 법무협력관
▲1997년 수원지검 특수부장
▲1997년 수원지점 형사3부장
▲1998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1999년 법무부 법무심의관
▲2000년 서울지검 형사6부장
▲2000년 서울지검 형사2부장
▲2001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2002년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2003년 수원지검 1차장검사
▲200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
▲2005년 법무부 법무실장
▲2007년 대전지검 검사장
▲2008년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
▲2008년 부산고검 검사장
▲2009년 대전고검 검사장
▲2009년 8월 제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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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