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2014 연말 시상식 누가 탈까?

브라운관 별들의 전쟁…승자는 누구?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해마다 연말이면 별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시상식에서 한 해를 빛낸 연기자와 예능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올해에는 <별에서 온 그대> <왔다! 장보리> 등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를 빛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진짜사나이> 등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달 말 SBS, KBS, MBC 방송3사에서 시상식이 개최된다. 방송 3사에서 벌어질 쟁쟁한 별들의 대상 경합을 예측해보았다. 올해 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올해 2014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천송이’ ‘악녀 장보리’ ‘괜찮아 OO이야’ 등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통 사극 <정도전>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쳤다. 예능에서는 배우 송일국 아들 ‘삼둥이’와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 애교를 빼놓을 수 없다. ‘귀여움’이라는 무기는 시청자를 무장해제시켰다. 그동안 예능에서 늘 대상 후보 1순위였던 유재석을 위협할 정도다.

SBS 연기대상
전지현 vs 조인성

SBS는 연말 3대 시상식을 확대해 2014년 SBS의 모든 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대형 페스티벌 <SBS 어워드 페스티벌>(SAF)을 기획했다. 기존의 방송 중심 시상식에서 탈피한 ‘SAF’는 SBS 연말 시상식인 <가요대전> <연예대상> <연기대상>을 기반으로 한 신개념 대형 페스티벌이다. 인기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 SBS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주요 출연자들의 무대인사 등 풍부한 볼거리로 시청자와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SBS연기대상은 31일 방영된다. 연기대상 경합에서 배우 전지현, 김수현, 조인성 3파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월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는 독주 그 자체였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한류 드라마로 뻗어나갔을 정도다.

SBS <별그대> 드라마부문 싹쓸이…예능은 '거기서 거기'


특히 14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전지현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천연덕스런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코믹연기부터 내면연기까지 자연스레 소화했다. 연기 뿐 아니라 전지현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까지 화제를 모았다.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 역시 안정된 주연배우로 자리 잡았다. 다른 배우들도 주목받았다. <별그대>로 인해 박해진, 유인영이 새롭게 조명됐고, 모델 안재현은 배우로서 기반을 다지게 됐다.
 

그러나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상 후보다. 김규태PD, 노희경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해 선보인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보여준 조인성의 연기력은 더욱 깊어졌다. 작가부터 정신분열증 환자까지 열연한 그의 연기는 전문가들에게서도 극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단면적 연기를 보여준 전지현, 김수현 보다는 조인성의 깊어진 연기를 더욱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을 중시하는 연기대상 프로그램 특성상 과연 누가 대상을 차지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SBS 연예대상
유재석 vs 김병만

올해 SBS연예대상에서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방송인 이경규와 배우 성유리가 MC를 맡는다. 드라마와 달리 SBS예능 프로그램은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보여줬다. 새롭게 떠오른 프로그램이 없었던 탓이다. 그만큼 떠오르는 후보도 없다.

<매직아이> <룸메이트> <달콤한 나의 도시> 등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인지도 확충은 실패했다. 기존 출연진과 구성 등 현상 유지에 무게를 뒀다. 수년간 계속된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강세를 이어갔다.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하하, 개리, 이광수, 송지효를 멤버로 한 ‘런닝맨’은 멤버 교체 없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맥을 이어갔다.

김병만을 중심으로 한 <정글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다. 바뀐 게 있다면 더 많아진 게스트 멤버다. 100회를 맞이했던 지난7월 솔로몬 제도에는 역다 최다 인원이 합류했다. 지난 11월에는 임창정, 이태임 등이 합류해 코스타리카로 새 모험을 시작했다.

올해 김병만과 함께 한 새 출연진만 총 36명으로 파악됐다. 김병만은 올해 바쁜 한 해를 지냈다. <정글의 법칙> 외에도 <주먹 쥐고 주방장> <에코빌리지-즐거운가>도 이끌었다.


따라서 올해도 SBS연예대상에서는 유재석, 김병만 2파전이 예상된다. ‘힐링캠프’의 이경규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거론돼온 기존 후보들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KBS 연기대상
조재현 vs 유동근

SBS드라마가 톱스타를 내세운 ‘이름값’으로 승부를 보았다면 KBS드라마는 ‘질’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사극 드라마의 높은 작품성이 돋보였다. 단연 돋보였던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정통사극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의 대업을 달성한 정도전의 삶과 사상을 다룬 드라마다. ‘정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리더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에 더해 명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는 드라마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배우 조재현은 주인공인 ‘정도전’ 역할로 그 시대 리더상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현실 정치에 대한 통찰력 깊은 대사를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조 이성계 역을 맡았던 유동근도 명품연기로 드라마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유동근이 열연한 이성계는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역할이었다. 그만큼 입체적인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이기도 했다. 유동근은 이성계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동지를 잃은 이성계의 비통함을 표현한 유동근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조재현과, 유동근뿐만이 아니다. 박영규, 서인석, 임 호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명연기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30일 방영되는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조재현과 유동근. 둘 중 누가 받아도 손색이 없는 쟁쟁한 대상 후보다.

KBS 연예대상
슈퍼맨 vs 1박2일

그동안 예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KBS는 올해 예능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는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비슷한 포맷의 <아빠 어디가>의 독주를 막아내고 있다. <슈퍼맨>을 통해 아빠와 아이들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주목받은데 이어 올해는 송일국의 세쌍둥이 아들 삼둥이가 사랑받고 있다.
 

송일국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를 비롯해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과 서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중성적이면서도 예쁘장한 외모의 타블로 딸 하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묘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귀여움’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큰 웃음이 아닌 시청자들의 흐뭇한 미소를 이끌어냈다. 올해 연예대상에서 <슈퍼맨>의 네 가족이 나란히 대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슈퍼맨> 가족이 대상을 받게 된다면 최연소 KBS 연예대상이 탄생하게 된다.

KBS 명배우들 각축전…<슈퍼맨> 삼둥이 올킬?

<1박2일> 역시 만만치 않은 대상후보다. 그동안 <1박2일>은 수장인 MC 강호동에 지나치게 의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시각은 시청자들에게 피로도를 안겨주기도 했다. 올해 <1박2일> 시즌3에서는 강호동 없는 팀을 꾸렸다. 강력한 리더는 없지만 김주혁, 차태현, 데프콘, 김준호, 정준영, 김종민 등 팀원이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강호동 없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를 깨고 새로운 웃음을 안겨줬다. 이들의 어우러진 활약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평가되고 있다. 


팀이 아닌 개인으로 따지면 유재석이 단연 강력한 후보다. <해피투게더> MC로 활약하고 있는 유재석은 9년 동안 목요일 밤을 책임졌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늘 대상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야말로 올해 KBS 연예대상은 대상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슈퍼맨>이 대상을 수상할지. 9년 연속 대상 1순위로 떠오른 MC 유재석이 대상 영예를 안을지. 2014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는 누가 될지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MBC 연기대상
이유리 vs 송윤아


MBC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시청자 문자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29일 방송연예대상, 30일 연기대상 모두 생방송과 동시에 시작되는 시청자 문자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을 뽑는 권한을 시청자의 손에 넘긴 셈이다. ‘나눠먹기’ 비판을 들었던 공동수상도 사라진다.

올해 MBC연기대상에서는 이유리, 송윤아, 장나라, 오연서, 신하균 등 배우들의 막강한 접전이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강력한 대상 후보로 이유리와 송윤아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유리는 <왔다! 장보리>에서 독한 악역으로 주목받았다. 시청률도 30%대를 자랑했다. 이유리가 맡은 연민정은 악녀의 새 역사를 썼다. 온갖 패러디가 쏟아져 나왔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연민정의 발악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유리는 마치 신 들린 듯한 표정 연기로 보는 이의 얼을 빼놓았다. 연민정의 악녀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악녀의 표정과 감정을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았다. 대본에 나와 있는 비아냥, 비웃는, 하찮은, 협박 등 다양한 감정을 여러 방향으로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협박이라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1번 협박, 2번 협박, 3번 협박 등 다각도로 해석해 연기로 소화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이유리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친딸까지 버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대미문의 악녀 연민정을 탄생시켰다. 역할 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지만 그간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이유리는 배우로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시청률과 ‘연민정’ 캐릭터 신드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이유리. 이번 SBS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다.

MBC 시청자 투표 변수…예능 부문은 고만고만


주말드라마 <마마>에서 열연한 송윤아의 묵직한 연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송윤아는 <마마>를 통해 6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항간의 떠도는 루머와 그동안 외부 노출이 없었던 탓인지 시청자는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다. 배우로서 우려나 의심의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송윤아는 <마마>에서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미혼모 한승희 역을 깊이 있게 소화해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승희를 연기하면서 송윤아는 드라마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아픔을 속으로 감내하는 모성 강한 여성으로서 깊어지는 감정신을 자연스레 선보였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묵직하게 소화해낸 송윤아는 연기자 인생 2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번 MBC연기대상에서는 시청자 투표 반영 비율이 100%인만큼 송윤아가 대상을 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자투표를 통해 단 한 명의 대상 수상자가 선정되는 만큼 올해 MBC연기대상은 누가 차지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C 연예대상
유재석 유력

예능의 강자였던 MBC는 올해 위기를 맞이했다. 연예대상 강력한 대상후보 없이 갈피를 잡지 못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으로 영예를 안았던 <아빠? 어디가!>도 <슈퍼맨>에 밀리면서 일요 예능의 최하위로 추락했다.

<헬로 이방인> <띠동갑 과외하기> 등의 신규 예능도 등장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도 여군특집 때 반짝 관심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부진을 겪고 있다. 그나마 <라디오 스타>가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부진했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번 시즌4에서 커플들을 물갈이해 새로운 에피소드로 시청자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올 한 해 두 명의 멤버가 하차했다. 길과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면서 <무한도전>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결국 5인 체제로 전환해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홍철의 하차는 프로그램 자체를 흔들었다.

따라서 현재 MBC에서는 특별한 ‘대상 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 유재석이 거론되고 있지만 너무 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재석이 대상 영예를 안는다 해도 올해 MBC의 예능부문은 쓸쓸한 한 해로 평가될 전망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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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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