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2014 연말 시상식 누가 탈까?

브라운관 별들의 전쟁…승자는 누구?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해마다 연말이면 별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시상식에서 한 해를 빛낸 연기자와 예능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올해에는 <별에서 온 그대> <왔다! 장보리> 등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를 빛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진짜사나이> 등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달 말 SBS, KBS, MBC 방송3사에서 시상식이 개최된다. 방송 3사에서 벌어질 쟁쟁한 별들의 대상 경합을 예측해보았다. 올해 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올해 2014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천송이’ ‘악녀 장보리’ ‘괜찮아 OO이야’ 등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통 사극 <정도전>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쳤다. 예능에서는 배우 송일국 아들 ‘삼둥이’와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 애교를 빼놓을 수 없다. ‘귀여움’이라는 무기는 시청자를 무장해제시켰다. 그동안 예능에서 늘 대상 후보 1순위였던 유재석을 위협할 정도다.

SBS 연기대상
전지현 vs 조인성

SBS는 연말 3대 시상식을 확대해 2014년 SBS의 모든 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대형 페스티벌 <SBS 어워드 페스티벌>(SAF)을 기획했다. 기존의 방송 중심 시상식에서 탈피한 ‘SAF’는 SBS 연말 시상식인 <가요대전> <연예대상> <연기대상>을 기반으로 한 신개념 대형 페스티벌이다. 인기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 SBS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주요 출연자들의 무대인사 등 풍부한 볼거리로 시청자와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SBS연기대상은 31일 방영된다. 연기대상 경합에서 배우 전지현, 김수현, 조인성 3파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월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는 독주 그 자체였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한류 드라마로 뻗어나갔을 정도다.

SBS <별그대> 드라마부문 싹쓸이…예능은 '거기서 거기'


특히 14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전지현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천연덕스런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코믹연기부터 내면연기까지 자연스레 소화했다. 연기 뿐 아니라 전지현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까지 화제를 모았다.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 역시 안정된 주연배우로 자리 잡았다. 다른 배우들도 주목받았다. <별그대>로 인해 박해진, 유인영이 새롭게 조명됐고, 모델 안재현은 배우로서 기반을 다지게 됐다.
 

그러나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상 후보다. 김규태PD, 노희경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해 선보인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보여준 조인성의 연기력은 더욱 깊어졌다. 작가부터 정신분열증 환자까지 열연한 그의 연기는 전문가들에게서도 극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단면적 연기를 보여준 전지현, 김수현 보다는 조인성의 깊어진 연기를 더욱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을 중시하는 연기대상 프로그램 특성상 과연 누가 대상을 차지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SBS 연예대상
유재석 vs 김병만

올해 SBS연예대상에서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방송인 이경규와 배우 성유리가 MC를 맡는다. 드라마와 달리 SBS예능 프로그램은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보여줬다. 새롭게 떠오른 프로그램이 없었던 탓이다. 그만큼 떠오르는 후보도 없다.

<매직아이> <룸메이트> <달콤한 나의 도시> 등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인지도 확충은 실패했다. 기존 출연진과 구성 등 현상 유지에 무게를 뒀다. 수년간 계속된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강세를 이어갔다.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하하, 개리, 이광수, 송지효를 멤버로 한 ‘런닝맨’은 멤버 교체 없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맥을 이어갔다.

김병만을 중심으로 한 <정글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다. 바뀐 게 있다면 더 많아진 게스트 멤버다. 100회를 맞이했던 지난7월 솔로몬 제도에는 역다 최다 인원이 합류했다. 지난 11월에는 임창정, 이태임 등이 합류해 코스타리카로 새 모험을 시작했다.

올해 김병만과 함께 한 새 출연진만 총 36명으로 파악됐다. 김병만은 올해 바쁜 한 해를 지냈다. <정글의 법칙> 외에도 <주먹 쥐고 주방장> <에코빌리지-즐거운가>도 이끌었다.


따라서 올해도 SBS연예대상에서는 유재석, 김병만 2파전이 예상된다. ‘힐링캠프’의 이경규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거론돼온 기존 후보들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KBS 연기대상
조재현 vs 유동근

SBS드라마가 톱스타를 내세운 ‘이름값’으로 승부를 보았다면 KBS드라마는 ‘질’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사극 드라마의 높은 작품성이 돋보였다. 단연 돋보였던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정통사극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의 대업을 달성한 정도전의 삶과 사상을 다룬 드라마다. ‘정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리더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에 더해 명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는 드라마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배우 조재현은 주인공인 ‘정도전’ 역할로 그 시대 리더상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현실 정치에 대한 통찰력 깊은 대사를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조 이성계 역을 맡았던 유동근도 명품연기로 드라마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유동근이 열연한 이성계는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역할이었다. 그만큼 입체적인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이기도 했다. 유동근은 이성계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동지를 잃은 이성계의 비통함을 표현한 유동근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조재현과, 유동근뿐만이 아니다. 박영규, 서인석, 임 호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명연기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30일 방영되는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조재현과 유동근. 둘 중 누가 받아도 손색이 없는 쟁쟁한 대상 후보다.

KBS 연예대상
슈퍼맨 vs 1박2일

그동안 예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KBS는 올해 예능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는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비슷한 포맷의 <아빠 어디가>의 독주를 막아내고 있다. <슈퍼맨>을 통해 아빠와 아이들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주목받은데 이어 올해는 송일국의 세쌍둥이 아들 삼둥이가 사랑받고 있다.
 

송일국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를 비롯해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과 서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중성적이면서도 예쁘장한 외모의 타블로 딸 하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묘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귀여움’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큰 웃음이 아닌 시청자들의 흐뭇한 미소를 이끌어냈다. 올해 연예대상에서 <슈퍼맨>의 네 가족이 나란히 대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슈퍼맨> 가족이 대상을 받게 된다면 최연소 KBS 연예대상이 탄생하게 된다.

KBS 명배우들 각축전…<슈퍼맨> 삼둥이 올킬?

<1박2일> 역시 만만치 않은 대상후보다. 그동안 <1박2일>은 수장인 MC 강호동에 지나치게 의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시각은 시청자들에게 피로도를 안겨주기도 했다. 올해 <1박2일> 시즌3에서는 강호동 없는 팀을 꾸렸다. 강력한 리더는 없지만 김주혁, 차태현, 데프콘, 김준호, 정준영, 김종민 등 팀원이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강호동 없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를 깨고 새로운 웃음을 안겨줬다. 이들의 어우러진 활약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평가되고 있다. 


팀이 아닌 개인으로 따지면 유재석이 단연 강력한 후보다. <해피투게더> MC로 활약하고 있는 유재석은 9년 동안 목요일 밤을 책임졌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늘 대상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야말로 올해 KBS 연예대상은 대상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슈퍼맨>이 대상을 수상할지. 9년 연속 대상 1순위로 떠오른 MC 유재석이 대상 영예를 안을지. 2014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는 누가 될지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MBC 연기대상
이유리 vs 송윤아


MBC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시청자 문자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29일 방송연예대상, 30일 연기대상 모두 생방송과 동시에 시작되는 시청자 문자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을 뽑는 권한을 시청자의 손에 넘긴 셈이다. ‘나눠먹기’ 비판을 들었던 공동수상도 사라진다.

올해 MBC연기대상에서는 이유리, 송윤아, 장나라, 오연서, 신하균 등 배우들의 막강한 접전이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강력한 대상 후보로 이유리와 송윤아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유리는 <왔다! 장보리>에서 독한 악역으로 주목받았다. 시청률도 30%대를 자랑했다. 이유리가 맡은 연민정은 악녀의 새 역사를 썼다. 온갖 패러디가 쏟아져 나왔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연민정의 발악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유리는 마치 신 들린 듯한 표정 연기로 보는 이의 얼을 빼놓았다. 연민정의 악녀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악녀의 표정과 감정을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았다. 대본에 나와 있는 비아냥, 비웃는, 하찮은, 협박 등 다양한 감정을 여러 방향으로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협박이라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1번 협박, 2번 협박, 3번 협박 등 다각도로 해석해 연기로 소화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이유리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친딸까지 버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대미문의 악녀 연민정을 탄생시켰다. 역할 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지만 그간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이유리는 배우로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시청률과 ‘연민정’ 캐릭터 신드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이유리. 이번 SBS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다.

MBC 시청자 투표 변수…예능 부문은 고만고만


주말드라마 <마마>에서 열연한 송윤아의 묵직한 연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송윤아는 <마마>를 통해 6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항간의 떠도는 루머와 그동안 외부 노출이 없었던 탓인지 시청자는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다. 배우로서 우려나 의심의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송윤아는 <마마>에서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미혼모 한승희 역을 깊이 있게 소화해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승희를 연기하면서 송윤아는 드라마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아픔을 속으로 감내하는 모성 강한 여성으로서 깊어지는 감정신을 자연스레 선보였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묵직하게 소화해낸 송윤아는 연기자 인생 2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번 MBC연기대상에서는 시청자 투표 반영 비율이 100%인만큼 송윤아가 대상을 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자투표를 통해 단 한 명의 대상 수상자가 선정되는 만큼 올해 MBC연기대상은 누가 차지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C 연예대상
유재석 유력

예능의 강자였던 MBC는 올해 위기를 맞이했다. 연예대상 강력한 대상후보 없이 갈피를 잡지 못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으로 영예를 안았던 <아빠? 어디가!>도 <슈퍼맨>에 밀리면서 일요 예능의 최하위로 추락했다.

<헬로 이방인> <띠동갑 과외하기> 등의 신규 예능도 등장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도 여군특집 때 반짝 관심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부진을 겪고 있다. 그나마 <라디오 스타>가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부진했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번 시즌4에서 커플들을 물갈이해 새로운 에피소드로 시청자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올 한 해 두 명의 멤버가 하차했다. 길과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면서 <무한도전>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결국 5인 체제로 전환해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홍철의 하차는 프로그램 자체를 흔들었다.

따라서 현재 MBC에서는 특별한 ‘대상 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 유재석이 거론되고 있지만 너무 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재석이 대상 영예를 안는다 해도 올해 MBC의 예능부문은 쓸쓸한 한 해로 평가될 전망이다.

 

<dklo21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