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갱스터’ 출신 영어강사 덜미

미국에선 ‘살인자’ 한국에선 ‘선생님’


무자격 원어민 영어강사들이 학원가를 누비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한인 폭력조직원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폴에 쫓기고 있던 범죄자가 무려 3년 동안 강단에 서온 것이다.

심지어 마약유통과 복용까지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당국과 어학원 등의 허술한 심사체계가 살인범을 영어강사로 만든 것이다. 이런 허점을 노리고 학원가에 입성한 무자격 강사들로 인해 학부모들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 한인 폭력조직에 몸담던 조직원 한국 어학원에서 강사생활
살인혐의로 인터폴 수배 중에도 서류조작으로 손쉽게 취직 성공


2006년 한국에 온 재미교포 R모(26)씨는 영어강사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한 어학원에 갔다. 유창한 영어실력에 한국말까지 구사하는 R씨에게 어학원 측은 단번에 호감을 느꼈다. 서류상으로도 별다른 하자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강사 자격으로 충분했다.

경력이나 범죄증명서 등을 받는 과정도 생략했다. 미국에서 온 젊은 교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에 어학원은 R씨를 채용했고 그날로 R씨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영어강사가 됐다. 그 후 3년 동안이나 영어강사로 일했지만 누구도 그의 과거를 의심하지 않았다.

살인자가  강사?
서류 위조로 OK

한국계 미국인인 이모(26)씨도 한국으로 건너와 영어강사를 했다. 2004년 입국한 이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6개월간 영어강사로 일했다. 이씨 역시 서류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미국 출신에 나이까지 어린 강사를 마다할 리 없었던 어학원은 의심 없이 이씨를 강사로 채용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무서운 과거가 있었다. 더구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갱스터’였다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범죄자였다. 심지어 영어강사로 활동할 당시에도 마약유통과 복용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달 23일 R씨와 이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 중 R씨는 법원 심사를 거쳐 미국에 넘길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갱단에 몸담았던 R씨는 한국에 오기 전인 2006년 7월 14일 코리아타운의 한 카페에서 B씨 일행과 싸움을 벌였다.

R씨와 같은 조직에 있는 10여명의 갱스터도 함께였다. 그러다 R씨는 가지고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렀고 B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순식간에 살인자가 된 R씨의 선택은 한국행이었다. 범행 3일 뒤 R씨는 한국으로 도주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이듬해 살인에 가담한 다른 두 명을 붙잡아 추궁한 끝에 R씨의 신원을 알아냈고, 미국 사법당국은 R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한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그러는 동안 R씨는 한국에서 당당히 영어강사로 채용됐다. 대학졸업증과 허위 이력서 한통이면 거절할 어학원은 없었다. 이름까지 바꾸면서 수사기관의 눈을 교묘하게 피하기도 했다. 이중 국적자였기 때문에 법원 개명신청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습관은 버릴 수 없었다. 도피 중에도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했던 것.

낮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어엿한 강사였지만 밤이면 클럽 등지를 떠돌며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역시 LA 갱단에서 활동한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살인미수, 신용카드 위변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강제 추방당했다. 이런 과정으로 한국에 건너 온 이씨는 R씨와 마찬가지로 학력 위조 등을 통해 어학원에 취업했다.

허술한 관리체계
날라리 강사 양산

이씨의 돈벌이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마약 장사가 부업이었다. 이씨는 미국 현지 갱 조직과 연계해 필로폰 64g(시가 1920만원 상당), 대마초 34.5g(시가 345만원 상당), 엑스터시 등을 밀반입했다. 이씨는 반입이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비닐봉지 속에 넣은 뒤 항문에 숨겨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약은 국내 체류 외국인과 재미교포 출신 영어강사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R씨가 인터넷 학위 사이트를 통해 위조된 학위를 외국으로부터 송달받았다고 진술해 피의자가 접속한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해 공급하는 재미교포, 유학생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최근 영어교육 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강남 등 수도권 일대 어학원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를 무분별하게 채용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 행정당국 및 어학원에서는 영어강사를 채용할 때 학위나 경력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학원의 허술한 검증체제, 위조 자격증으로 판치는 가짜 강사
성범죄, 마약 등 강력범죄 전과자 가릴 방법 없어 위험 노출된 학생들


이처럼 부적합한 과거를 숨기고 강사로 취업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허술한 관리체계에 있다. 어학원의 경우 영어실력이 뛰어나면 부수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어 어렵지 않게 강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재미교포의 경우 취업은 더욱 수월해 진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현재 출입국 관리법에서는 교포 강사를 채용할 때 범죄경력 증명서를 받으라는 조항이 없어 교포들의 취업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취업 시 필요한 서류들을 위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해외 웹사이트 등에서 가짜 대학졸업증과 이력서 등의 자료를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00달러 정도면 신청 후 2주 안에 각종 서류들을 받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나 교포가 자신의 이력을 속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국내 어학원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공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초·중·고교에서 선발하는 원어민교사들 가운데도 교사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강사 중 절반이 교사자격증도 없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전과 외국인
버젓이 강단에서 수업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16.2%에 불과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인 테솔(TESOL) 테플(TEFL) 이수자는 38.9%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사학위를 소지한 외국인이라면 일정한 자격 유무에 상관없이 원어민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무자격 외국인 강사들의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나라에서 저질렀던 범죄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저지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약,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 강사들이 마약혐의로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는 대학교 정규 강사와 재연배우 등도 포함됐다. 이들 중 미국인 S(46)씨는 1999년 한국에 입국하여 교회부설 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S씨는 중졸 학력이 전부인데다 마약 중독 증세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강사는 마약을 투약한 채 환각상태에서 강의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국제특송화물을 이용,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코카인과 대마쿠키를 밀수입하거나 작년 이란인 마약공급책 L(42)씨를 통해 해시시를 구입,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6월에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강사로 활동하던 8명의 외국인이 대마초혐의로 덜미를 잡혔다. 캐나다에서 온 J씨 등은 대학과 외국어학원 등지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대마초를 흡입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해 대구시내 클럽과 레스토랑 등에서 만난 뒤 대마초를 돌아가면서 흡연하고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물과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방법으로 약성분을 희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에 취한 상태로 강의를 한 정신 나간 외국인 강사들도 덜미를 잡혔다. 캐나다와 미국, 뉴질랜드 등의 국적을 가지고 서울지역 초등학교와 유명 어학원에서 일해 온 이들 강사는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새벽까지 마약을 흡입한 뒤 환각상태로 출근해 영어 수업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외국인들도 버젓이 강단에 서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7년에는 수년간 동남아일대에서 아동을 성추행하고 성추행장면을 인터넷에 유포해 인터폴이 전 세계에 공개수배한 성추행범이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캐나다 국적의 크리스토퍼 폴 닐이 그 장본인. 동남아시아 일대를 돌며 영어강사로 일한 폴 닐은 2002~2004년 사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폴 닐은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후에도 태국 등을 떠돌며 강사를 하던 폴 닐은 인터폴의 수사로 결국 덜미를 잡혔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동성추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터폴의 수사가 아니었다면 언제라도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걸 보여준 아찔한 사건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국인들이 쉽게 강사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 백인이라면 별다른 확인 없이 전폭적 신뢰를 보내며 아이를 맡기는 세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무자격 영어강사와 그들이 벌이는 범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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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