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갱스터’ 출신 영어강사 덜미

미국에선 ‘살인자’ 한국에선 ‘선생님’


무자격 원어민 영어강사들이 학원가를 누비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한인 폭력조직원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폴에 쫓기고 있던 범죄자가 무려 3년 동안 강단에 서온 것이다.

심지어 마약유통과 복용까지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당국과 어학원 등의 허술한 심사체계가 살인범을 영어강사로 만든 것이다. 이런 허점을 노리고 학원가에 입성한 무자격 강사들로 인해 학부모들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 한인 폭력조직에 몸담던 조직원 한국 어학원에서 강사생활
살인혐의로 인터폴 수배 중에도 서류조작으로 손쉽게 취직 성공


2006년 한국에 온 재미교포 R모(26)씨는 영어강사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한 어학원에 갔다. 유창한 영어실력에 한국말까지 구사하는 R씨에게 어학원 측은 단번에 호감을 느꼈다. 서류상으로도 별다른 하자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강사 자격으로 충분했다.

경력이나 범죄증명서 등을 받는 과정도 생략했다. 미국에서 온 젊은 교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에 어학원은 R씨를 채용했고 그날로 R씨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영어강사가 됐다. 그 후 3년 동안이나 영어강사로 일했지만 누구도 그의 과거를 의심하지 않았다.

살인자가  강사?
서류 위조로 OK

한국계 미국인인 이모(26)씨도 한국으로 건너와 영어강사를 했다. 2004년 입국한 이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6개월간 영어강사로 일했다. 이씨 역시 서류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미국 출신에 나이까지 어린 강사를 마다할 리 없었던 어학원은 의심 없이 이씨를 강사로 채용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무서운 과거가 있었다. 더구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갱스터’였다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범죄자였다. 심지어 영어강사로 활동할 당시에도 마약유통과 복용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달 23일 R씨와 이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 중 R씨는 법원 심사를 거쳐 미국에 넘길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갱단에 몸담았던 R씨는 한국에 오기 전인 2006년 7월 14일 코리아타운의 한 카페에서 B씨 일행과 싸움을 벌였다.

R씨와 같은 조직에 있는 10여명의 갱스터도 함께였다. 그러다 R씨는 가지고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렀고 B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순식간에 살인자가 된 R씨의 선택은 한국행이었다. 범행 3일 뒤 R씨는 한국으로 도주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이듬해 살인에 가담한 다른 두 명을 붙잡아 추궁한 끝에 R씨의 신원을 알아냈고, 미국 사법당국은 R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한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그러는 동안 R씨는 한국에서 당당히 영어강사로 채용됐다. 대학졸업증과 허위 이력서 한통이면 거절할 어학원은 없었다. 이름까지 바꾸면서 수사기관의 눈을 교묘하게 피하기도 했다. 이중 국적자였기 때문에 법원 개명신청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습관은 버릴 수 없었다. 도피 중에도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했던 것.

낮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어엿한 강사였지만 밤이면 클럽 등지를 떠돌며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역시 LA 갱단에서 활동한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살인미수, 신용카드 위변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강제 추방당했다. 이런 과정으로 한국에 건너 온 이씨는 R씨와 마찬가지로 학력 위조 등을 통해 어학원에 취업했다.

허술한 관리체계
날라리 강사 양산

이씨의 돈벌이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마약 장사가 부업이었다. 이씨는 미국 현지 갱 조직과 연계해 필로폰 64g(시가 1920만원 상당), 대마초 34.5g(시가 345만원 상당), 엑스터시 등을 밀반입했다. 이씨는 반입이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비닐봉지 속에 넣은 뒤 항문에 숨겨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약은 국내 체류 외국인과 재미교포 출신 영어강사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R씨가 인터넷 학위 사이트를 통해 위조된 학위를 외국으로부터 송달받았다고 진술해 피의자가 접속한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해 공급하는 재미교포, 유학생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최근 영어교육 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강남 등 수도권 일대 어학원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를 무분별하게 채용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 행정당국 및 어학원에서는 영어강사를 채용할 때 학위나 경력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학원의 허술한 검증체제, 위조 자격증으로 판치는 가짜 강사
성범죄, 마약 등 강력범죄 전과자 가릴 방법 없어 위험 노출된 학생들


이처럼 부적합한 과거를 숨기고 강사로 취업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허술한 관리체계에 있다. 어학원의 경우 영어실력이 뛰어나면 부수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어 어렵지 않게 강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재미교포의 경우 취업은 더욱 수월해 진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현재 출입국 관리법에서는 교포 강사를 채용할 때 범죄경력 증명서를 받으라는 조항이 없어 교포들의 취업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취업 시 필요한 서류들을 위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해외 웹사이트 등에서 가짜 대학졸업증과 이력서 등의 자료를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00달러 정도면 신청 후 2주 안에 각종 서류들을 받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나 교포가 자신의 이력을 속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국내 어학원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공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초·중·고교에서 선발하는 원어민교사들 가운데도 교사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강사 중 절반이 교사자격증도 없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전과 외국인
버젓이 강단에서 수업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16.2%에 불과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인 테솔(TESOL) 테플(TEFL) 이수자는 38.9%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사학위를 소지한 외국인이라면 일정한 자격 유무에 상관없이 원어민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무자격 외국인 강사들의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나라에서 저질렀던 범죄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저지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약,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 강사들이 마약혐의로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는 대학교 정규 강사와 재연배우 등도 포함됐다. 이들 중 미국인 S(46)씨는 1999년 한국에 입국하여 교회부설 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S씨는 중졸 학력이 전부인데다 마약 중독 증세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강사는 마약을 투약한 채 환각상태에서 강의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국제특송화물을 이용,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코카인과 대마쿠키를 밀수입하거나 작년 이란인 마약공급책 L(42)씨를 통해 해시시를 구입,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6월에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강사로 활동하던 8명의 외국인이 대마초혐의로 덜미를 잡혔다. 캐나다에서 온 J씨 등은 대학과 외국어학원 등지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대마초를 흡입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해 대구시내 클럽과 레스토랑 등에서 만난 뒤 대마초를 돌아가면서 흡연하고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물과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방법으로 약성분을 희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에 취한 상태로 강의를 한 정신 나간 외국인 강사들도 덜미를 잡혔다. 캐나다와 미국, 뉴질랜드 등의 국적을 가지고 서울지역 초등학교와 유명 어학원에서 일해 온 이들 강사는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새벽까지 마약을 흡입한 뒤 환각상태로 출근해 영어 수업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외국인들도 버젓이 강단에 서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7년에는 수년간 동남아일대에서 아동을 성추행하고 성추행장면을 인터넷에 유포해 인터폴이 전 세계에 공개수배한 성추행범이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캐나다 국적의 크리스토퍼 폴 닐이 그 장본인. 동남아시아 일대를 돌며 영어강사로 일한 폴 닐은 2002~2004년 사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폴 닐은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후에도 태국 등을 떠돌며 강사를 하던 폴 닐은 인터폴의 수사로 결국 덜미를 잡혔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동성추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터폴의 수사가 아니었다면 언제라도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걸 보여준 아찔한 사건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국인들이 쉽게 강사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 백인이라면 별다른 확인 없이 전폭적 신뢰를 보내며 아이를 맡기는 세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무자격 영어강사와 그들이 벌이는 범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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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