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갱스터’ 출신 영어강사 덜미

미국에선 ‘살인자’ 한국에선 ‘선생님’


무자격 원어민 영어강사들이 학원가를 누비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한인 폭력조직원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폴에 쫓기고 있던 범죄자가 무려 3년 동안 강단에 서온 것이다.

심지어 마약유통과 복용까지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당국과 어학원 등의 허술한 심사체계가 살인범을 영어강사로 만든 것이다. 이런 허점을 노리고 학원가에 입성한 무자격 강사들로 인해 학부모들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 한인 폭력조직에 몸담던 조직원 한국 어학원에서 강사생활
살인혐의로 인터폴 수배 중에도 서류조작으로 손쉽게 취직 성공


2006년 한국에 온 재미교포 R모(26)씨는 영어강사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한 어학원에 갔다. 유창한 영어실력에 한국말까지 구사하는 R씨에게 어학원 측은 단번에 호감을 느꼈다. 서류상으로도 별다른 하자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강사 자격으로 충분했다.

경력이나 범죄증명서 등을 받는 과정도 생략했다. 미국에서 온 젊은 교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에 어학원은 R씨를 채용했고 그날로 R씨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영어강사가 됐다. 그 후 3년 동안이나 영어강사로 일했지만 누구도 그의 과거를 의심하지 않았다.

살인자가  강사?
서류 위조로 OK

한국계 미국인인 이모(26)씨도 한국으로 건너와 영어강사를 했다. 2004년 입국한 이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6개월간 영어강사로 일했다. 이씨 역시 서류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미국 출신에 나이까지 어린 강사를 마다할 리 없었던 어학원은 의심 없이 이씨를 강사로 채용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무서운 과거가 있었다. 더구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갱스터’였다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범죄자였다. 심지어 영어강사로 활동할 당시에도 마약유통과 복용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달 23일 R씨와 이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 중 R씨는 법원 심사를 거쳐 미국에 넘길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갱단에 몸담았던 R씨는 한국에 오기 전인 2006년 7월 14일 코리아타운의 한 카페에서 B씨 일행과 싸움을 벌였다.

R씨와 같은 조직에 있는 10여명의 갱스터도 함께였다. 그러다 R씨는 가지고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렀고 B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순식간에 살인자가 된 R씨의 선택은 한국행이었다. 범행 3일 뒤 R씨는 한국으로 도주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이듬해 살인에 가담한 다른 두 명을 붙잡아 추궁한 끝에 R씨의 신원을 알아냈고, 미국 사법당국은 R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한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그러는 동안 R씨는 한국에서 당당히 영어강사로 채용됐다. 대학졸업증과 허위 이력서 한통이면 거절할 어학원은 없었다. 이름까지 바꾸면서 수사기관의 눈을 교묘하게 피하기도 했다. 이중 국적자였기 때문에 법원 개명신청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습관은 버릴 수 없었다. 도피 중에도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했던 것.

낮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어엿한 강사였지만 밤이면 클럽 등지를 떠돌며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역시 LA 갱단에서 활동한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살인미수, 신용카드 위변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강제 추방당했다. 이런 과정으로 한국에 건너 온 이씨는 R씨와 마찬가지로 학력 위조 등을 통해 어학원에 취업했다.

허술한 관리체계
날라리 강사 양산

이씨의 돈벌이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마약 장사가 부업이었다. 이씨는 미국 현지 갱 조직과 연계해 필로폰 64g(시가 1920만원 상당), 대마초 34.5g(시가 345만원 상당), 엑스터시 등을 밀반입했다. 이씨는 반입이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비닐봉지 속에 넣은 뒤 항문에 숨겨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약은 국내 체류 외국인과 재미교포 출신 영어강사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R씨가 인터넷 학위 사이트를 통해 위조된 학위를 외국으로부터 송달받았다고 진술해 피의자가 접속한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해 공급하는 재미교포, 유학생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최근 영어교육 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강남 등 수도권 일대 어학원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를 무분별하게 채용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 행정당국 및 어학원에서는 영어강사를 채용할 때 학위나 경력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학원의 허술한 검증체제, 위조 자격증으로 판치는 가짜 강사
성범죄, 마약 등 강력범죄 전과자 가릴 방법 없어 위험 노출된 학생들


이처럼 부적합한 과거를 숨기고 강사로 취업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허술한 관리체계에 있다. 어학원의 경우 영어실력이 뛰어나면 부수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어 어렵지 않게 강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재미교포의 경우 취업은 더욱 수월해 진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현재 출입국 관리법에서는 교포 강사를 채용할 때 범죄경력 증명서를 받으라는 조항이 없어 교포들의 취업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취업 시 필요한 서류들을 위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해외 웹사이트 등에서 가짜 대학졸업증과 이력서 등의 자료를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00달러 정도면 신청 후 2주 안에 각종 서류들을 받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나 교포가 자신의 이력을 속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국내 어학원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공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초·중·고교에서 선발하는 원어민교사들 가운데도 교사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강사 중 절반이 교사자격증도 없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전과 외국인
버젓이 강단에서 수업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16.2%에 불과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인 테솔(TESOL) 테플(TEFL) 이수자는 38.9%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사학위를 소지한 외국인이라면 일정한 자격 유무에 상관없이 원어민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무자격 외국인 강사들의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나라에서 저질렀던 범죄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저지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약,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 강사들이 마약혐의로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는 대학교 정규 강사와 재연배우 등도 포함됐다. 이들 중 미국인 S(46)씨는 1999년 한국에 입국하여 교회부설 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S씨는 중졸 학력이 전부인데다 마약 중독 증세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강사는 마약을 투약한 채 환각상태에서 강의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국제특송화물을 이용,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코카인과 대마쿠키를 밀수입하거나 작년 이란인 마약공급책 L(42)씨를 통해 해시시를 구입,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6월에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강사로 활동하던 8명의 외국인이 대마초혐의로 덜미를 잡혔다. 캐나다에서 온 J씨 등은 대학과 외국어학원 등지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대마초를 흡입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해 대구시내 클럽과 레스토랑 등에서 만난 뒤 대마초를 돌아가면서 흡연하고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물과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방법으로 약성분을 희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에 취한 상태로 강의를 한 정신 나간 외국인 강사들도 덜미를 잡혔다. 캐나다와 미국, 뉴질랜드 등의 국적을 가지고 서울지역 초등학교와 유명 어학원에서 일해 온 이들 강사는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새벽까지 마약을 흡입한 뒤 환각상태로 출근해 영어 수업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외국인들도 버젓이 강단에 서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7년에는 수년간 동남아일대에서 아동을 성추행하고 성추행장면을 인터넷에 유포해 인터폴이 전 세계에 공개수배한 성추행범이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캐나다 국적의 크리스토퍼 폴 닐이 그 장본인. 동남아시아 일대를 돌며 영어강사로 일한 폴 닐은 2002~2004년 사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폴 닐은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후에도 태국 등을 떠돌며 강사를 하던 폴 닐은 인터폴의 수사로 결국 덜미를 잡혔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동성추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터폴의 수사가 아니었다면 언제라도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걸 보여준 아찔한 사건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국인들이 쉽게 강사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 백인이라면 별다른 확인 없이 전폭적 신뢰를 보내며 아이를 맡기는 세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무자격 영어강사와 그들이 벌이는 범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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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