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비둘기파’ 총재님, MB정부에 제 목소리 낼까?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내정됐다. 각계는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 전반에 걸친 그의 국제적 전문성을 내세우며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친정부 인사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야당 인사들과 금융권은 앞으로 청와대의 입김이 한은의 통화금융정책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각계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국내 통화금융정책의 총괄 자리에 선임된 김중수 내정자에 대해 살펴보자. 


경제 전반 폭넓은 식견 갖춰… ‘합리적 시장주의자’ 성향
친정부 인사 독립성 ‘우려’… 강력한 리더십 부재 ‘아쉬움’ 


김중수 OECD 대사가 이상태 한은 총재에 이어 차기 총재로 지명됐다. 23일 국무회의에서 선임 안건이 의결 처리되면 오는 4월부터 한은의 새 수장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 김 내정자는 문민정부 이후 각 정권마다 경제정책 분야의 요직을 차지해 온 거시경제 전문가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내정자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을 거쳐 1973년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원으로 경제전문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문민정부 시대인 1993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에 발탁됐고, 1995년엔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OECD 가입에 큰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엔 조세연구원장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맡아 이끌었다.

뿐만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국제경제자문위원회 위원과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경제정책에 참여해 온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김 내정자는 4개월 뒤인 2008년 6월 이른바 ‘쇠고기 파동’에 따른 국정운영 파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같은 해 8월 주 OECD 대사로 발탁됐다.

MB 최측근 제치고 ‘우뚝’
학식 높고 감각 뛰어나

이처럼 국내외 거시경제 분야의 여러 현안을 연구해 온 김 내정자의 오랜 실전 경험은 이번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는 학계, 관계 등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륜을 갖췄을 뿐 아니라 OECD 대사로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이번 인선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한은 수장의 자리를 놓고 애초 거론되어왔던 후보들이 모두 막강한 인물이었던 탓이다. 실제 이번 인선에는 김 내정자 뿐 아니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한은 부총재 출신인 박철 리딩투자증권 회장, 이주열 한은 부총재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인선 초기부터 차기 총재 후보 1순위로 꼽히며 내정이 유력시됐다.

거시경제전문가 명찰
기대와 우려 엇갈려

어 위원장은 고려대 총장 시절의 경영 능력과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서의 글로벌 감각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MB와는 고려대 동문이자 평소 뜻이 잘 맞는 최측근 인사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어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임명시 정치권의 후폭풍이 예상되면서 청와대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 위원장 역시 현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MB와의 호흡을 자랑했지만 초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가중되면서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만 낳았다.

결국 MB측은 정치권의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현 정부의 노선과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물색에 나섰고 김 내정자가 최종 간택됐다. 김 내정자는 타 측근인사들에 비해 정치색이 옅은 동시에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으로 현 정부의 정책 노선을 잘 이해하고 있어 차후 정부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맛에 맞는 카드를 고르기 위해 고심했던 MB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에이스’였던 셈이다.

또한 한은 총재로서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이끌 수 있는 국제적인 안목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김 내정자의 선임에 대해 각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김 내정자를 ‘적임자’라 평가했다. 지난 16일 정미경 한나라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 금융개혁을 선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잘 알고 현 정부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은 총재를 맡아야 한다”며 김 내정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어 “김 내정자가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국가 경제 전체를 조망하면서 총재직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즉 정·관계를 두루 거친 경험과 국제금융 전공으로 글로벌 분야에 대한 정확한 분석 능력이 한은 총재로서 적격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김 내정자의 선임으로 향후 한은과 정부의 정책 조율에 있어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밖에도 금융시장 일각에선 김 내정자가 국내 경제성장의 균형 잡힌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 같은 기대감은 김 내정자의 화려한 정계 이력서가 뒷받침된 분석이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문민정부 시절부터 노선이 다른 역대 정부에서 모두 중책으로 기용돼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어느 한 쪽에 편중된 사고를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실무경험과 경영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일각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한은 내부에서조차 김 내정자를 두고 수장으로서 현안에 대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 총재는 국내외 경기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금리와 시장의 통화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 중책이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총재는 정부에 맞서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대 반 걱정 반’ 엇갈린 반응
금융시장 “정부 노선 따를 듯”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김 내정자에게 수장으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스러워 하고 있다. 앞서 현 정부의 경제수석 시절에도 뚜렷한 성과나 각인되는 행보가 없었다는 점이 이러한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든다. 거시경제전문가인 김 내정자가 통화정책에 대한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걱정스런 부분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은의 ‘독립성’이다. 김 내정자는 소위 ‘MB맨’이다. 그는 쇠고기 파동 당시 다른 수석들과 함께 경질됐지만 불과 두 달 만에 OECD 대사로 발탁될 만큼 MB로부터 신임 받는 인물이다. 이 같은 친정부 인사가 중앙은행의 수장으로 자리 잡을 경우 당국을 향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놓고 한은과 정부의 입장이 확연히 나뉘는 상황에서 김 내정자가 총재로서 강단 있는 모습으로 소신을 지켜낼 수 있는지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김 내정자의 경우 정부와의 견제보다는 융화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출구전략 시기 논란 등에 대한 김 내정자의 발언을 통해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행도 정부다. 한은이 정부 정책과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소신을 밝힌바 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그가 이끌게 될 한은이 각종 경제정책 및 통화금융정책 실천에 있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김 내정자는 16일 내정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며 그 우선순위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며 “한은 총재로서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친정부 인사 두고
한은 ‘독립성’ 논란

야당은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내정자가) 한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 회의적”이라며 “평소 ‘한국은행도 정부이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은 김 내정자가 ‘현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전했다.
 
김종철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여러 정책에 대한 단순한 집행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내정자에게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강한 실천의지를 촉구했다.

지난 17일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김 내정자가 언론을 통해 밝힌 ‘한은의 정치적 독립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라고 본다’와 같은 인식으로는 결코 한은의 독립성을 이뤄낼 수 없다”며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의식하는 태도를 지속한다면 국민경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김 내정자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 내정자 프로필>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대통령 경제비서관 ▲OECD 가입준비 사무소장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주 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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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