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비둘기파’ 총재님, MB정부에 제 목소리 낼까?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내정됐다. 각계는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 전반에 걸친 그의 국제적 전문성을 내세우며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친정부 인사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야당 인사들과 금융권은 앞으로 청와대의 입김이 한은의 통화금융정책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각계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국내 통화금융정책의 총괄 자리에 선임된 김중수 내정자에 대해 살펴보자. 


경제 전반 폭넓은 식견 갖춰… ‘합리적 시장주의자’ 성향
친정부 인사 독립성 ‘우려’… 강력한 리더십 부재 ‘아쉬움’ 


김중수 OECD 대사가 이상태 한은 총재에 이어 차기 총재로 지명됐다. 23일 국무회의에서 선임 안건이 의결 처리되면 오는 4월부터 한은의 새 수장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 김 내정자는 문민정부 이후 각 정권마다 경제정책 분야의 요직을 차지해 온 거시경제 전문가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내정자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을 거쳐 1973년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원으로 경제전문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문민정부 시대인 1993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에 발탁됐고, 1995년엔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OECD 가입에 큰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엔 조세연구원장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맡아 이끌었다.

뿐만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국제경제자문위원회 위원과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경제정책에 참여해 온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김 내정자는 4개월 뒤인 2008년 6월 이른바 ‘쇠고기 파동’에 따른 국정운영 파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같은 해 8월 주 OECD 대사로 발탁됐다.

MB 최측근 제치고 ‘우뚝’
학식 높고 감각 뛰어나

이처럼 국내외 거시경제 분야의 여러 현안을 연구해 온 김 내정자의 오랜 실전 경험은 이번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는 학계, 관계 등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륜을 갖췄을 뿐 아니라 OECD 대사로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이번 인선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한은 수장의 자리를 놓고 애초 거론되어왔던 후보들이 모두 막강한 인물이었던 탓이다. 실제 이번 인선에는 김 내정자 뿐 아니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한은 부총재 출신인 박철 리딩투자증권 회장, 이주열 한은 부총재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인선 초기부터 차기 총재 후보 1순위로 꼽히며 내정이 유력시됐다.

거시경제전문가 명찰
기대와 우려 엇갈려

어 위원장은 고려대 총장 시절의 경영 능력과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서의 글로벌 감각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MB와는 고려대 동문이자 평소 뜻이 잘 맞는 최측근 인사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어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임명시 정치권의 후폭풍이 예상되면서 청와대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 위원장 역시 현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MB와의 호흡을 자랑했지만 초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가중되면서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만 낳았다.

결국 MB측은 정치권의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현 정부의 노선과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물색에 나섰고 김 내정자가 최종 간택됐다. 김 내정자는 타 측근인사들에 비해 정치색이 옅은 동시에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으로 현 정부의 정책 노선을 잘 이해하고 있어 차후 정부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맛에 맞는 카드를 고르기 위해 고심했던 MB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에이스’였던 셈이다.

또한 한은 총재로서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이끌 수 있는 국제적인 안목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김 내정자의 선임에 대해 각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김 내정자를 ‘적임자’라 평가했다. 지난 16일 정미경 한나라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 금융개혁을 선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잘 알고 현 정부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은 총재를 맡아야 한다”며 김 내정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어 “김 내정자가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국가 경제 전체를 조망하면서 총재직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즉 정·관계를 두루 거친 경험과 국제금융 전공으로 글로벌 분야에 대한 정확한 분석 능력이 한은 총재로서 적격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김 내정자의 선임으로 향후 한은과 정부의 정책 조율에 있어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밖에도 금융시장 일각에선 김 내정자가 국내 경제성장의 균형 잡힌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 같은 기대감은 김 내정자의 화려한 정계 이력서가 뒷받침된 분석이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문민정부 시절부터 노선이 다른 역대 정부에서 모두 중책으로 기용돼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어느 한 쪽에 편중된 사고를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실무경험과 경영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일각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한은 내부에서조차 김 내정자를 두고 수장으로서 현안에 대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 총재는 국내외 경기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금리와 시장의 통화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 중책이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총재는 정부에 맞서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대 반 걱정 반’ 엇갈린 반응
금융시장 “정부 노선 따를 듯”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김 내정자에게 수장으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스러워 하고 있다. 앞서 현 정부의 경제수석 시절에도 뚜렷한 성과나 각인되는 행보가 없었다는 점이 이러한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든다. 거시경제전문가인 김 내정자가 통화정책에 대한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걱정스런 부분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은의 ‘독립성’이다. 김 내정자는 소위 ‘MB맨’이다. 그는 쇠고기 파동 당시 다른 수석들과 함께 경질됐지만 불과 두 달 만에 OECD 대사로 발탁될 만큼 MB로부터 신임 받는 인물이다. 이 같은 친정부 인사가 중앙은행의 수장으로 자리 잡을 경우 당국을 향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놓고 한은과 정부의 입장이 확연히 나뉘는 상황에서 김 내정자가 총재로서 강단 있는 모습으로 소신을 지켜낼 수 있는지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김 내정자의 경우 정부와의 견제보다는 융화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출구전략 시기 논란 등에 대한 김 내정자의 발언을 통해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행도 정부다. 한은이 정부 정책과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소신을 밝힌바 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그가 이끌게 될 한은이 각종 경제정책 및 통화금융정책 실천에 있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김 내정자는 16일 내정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며 그 우선순위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며 “한은 총재로서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친정부 인사 두고
한은 ‘독립성’ 논란

야당은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내정자가) 한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 회의적”이라며 “평소 ‘한국은행도 정부이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은 김 내정자가 ‘현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전했다.
 
김종철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여러 정책에 대한 단순한 집행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내정자에게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강한 실천의지를 촉구했다.

지난 17일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김 내정자가 언론을 통해 밝힌 ‘한은의 정치적 독립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라고 본다’와 같은 인식으로는 결코 한은의 독립성을 이뤄낼 수 없다”며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의식하는 태도를 지속한다면 국민경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김 내정자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 내정자 프로필>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대통령 경제비서관 ▲OECD 가입준비 사무소장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주 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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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