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100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나를 따르라!’ 외친지 석 달 ‘집안 조용할 날 없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선지 100일이 됐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적극적인 공격경영으로 한층 젊어진 신세계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왔다.

그러나 그의 지난 100일간의 행적은 패기만큼 논란도 함께 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은 업계의 과열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난에 휩싸였고 롯데와의 M&A 경쟁에서는 참패했다. 지난 5일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등재되며 이제 공식적인 출범을 알리게 된 정용진호의 100일간의 행적을 되돌아봤다.

출항 후 첫 도전…이마트 앞세워 유통 가격경쟁 전면전
잇단 M&A로 광폭행보 이어가는 롯데 신동빈호에 주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총괄 대표이사 취임 이후 한 달 가량 경영 구상에 골몰했다. 입사 후 14년의 시간동안 갈고 닦은 경영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한층 젊어진 신세계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고뇌의 시간이었다. 업계는 평소 국내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를 ‘글로벌 유통 TOP 10’으로 이끈다는 포부를 밝혀온 정 부회장이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지 집중했다.

올 초 그는 신년사를 통해 정용진표 신세계의 새로운 목표를 선포했다.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 백화점 성장 가속화, 온라인사업 강화, 중국시장 활성화 등이 올 한 해 중점 과제로 제시됐다.

패기 가득했던 100일
올해 매출 1조원 목표

정 부회장은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온라인사업의 경우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던 다짐과 같이 정 부회장이 직접 쇼핑몰 관리에 나섰다. 그동안 계열사 신세계I&C가 운영해 오던 백화점 온라인몰인 신세계몰 사업을 최근 (주)신세계가 직접 인수한 것. 신세계는 앞서 조직을 확대 개편한 이마트몰과 함께 두 쇼핑몰을 전격 리뉴얼해 연내 온라인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백화점 사업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점 오픈, 영등포점 리뉴얼, 강남점 매장 확장 등 ‘덩치키우기’에 집중했던 신세계는 올해엔 이 같은 기반을 토대로 고객서비스를 강화해 1등 백화점으로 거듭난다는 다짐이다. 특히 올 한해는 지역 상권에 대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역량 강화를 위한 파격적인 행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용진 체제 출범 이후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마트의 ‘신가격정책’이 그것이다. 정 부회장은 연초 10여개 핵심 생필품 가격을 업계 최저가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할인점의 본질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있다”고 강조하며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쳤다. 평소 고객 중심의 현장 경영을 강조한 만큼 유통업의 본질적인 측면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힘쓸 것이라는 의도인 셈이다.

정용진발 가격전쟁
업계 곳곳 불협화음

연초부터 전해진 정용진발 대형마트 가격파괴 정책은 유통가 전체를 뜨겁게 달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이마트보다 ‘10원 더 싸게’를 외치며 맞불작전을 펼치자 대형마트는 일순 전쟁터로 변했다. 실제 지난 1월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가격할인에 CJ 햇반, 오리온 초코파이, 서울우유, 바나나 등은 급격히 늘어난 고객들의 수요로 연이어 조기 품절됐다.

이마트의 생필품 가격인하는 삼겹살로 불똥이 튀었고 이어 라면까지 이어졌다. 특히 그동안 천정부지로 값이 솟았던 삼겹살의 경우 마트간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변동되며 ‘삼겹살 전쟁’으로 번졌다. 1월 이전 100g 1500원대였던 삼겹살 가격이 한 때 590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고객 중심’을 외치며 자체 마진까지 포기한 채 강행했던 정 부회장의 가격파괴 마케팅은 정작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의외의 결과를 나았다.

충분한 물량 공급 없이 가격인하에만 열을 올린 결과 조기 품절 사태가 이어졌고, 물품을 구입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편이 증가한 것이다. 결국 일부에선 박리다매를 위한 대형마트의 생색내기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협력업체들의 반발도 컸다. 실제 지난 1월 CJ제일제당, 오리온, 서울우유 등 일부 업체들은 추가 납품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 같은 불협화음이 협력업체와의 충분한 조율 없이 일방적인 가격인하가 강행된 데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이번 가격인하 정책은 제조사에 무리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마트의 마진을 줄이는 것인데 제조사들이 공급 중단을 외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 부회장 역시 ‘고객을 위해 마트의 본질을 찾겠다’며 “최저가격 판매 정책을 꾸준히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의 야심찬 가격파괴 정책이 시행 초기부터 잡음을 낳고 있는 사이 정작 라이벌인 롯데 신동빈호는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어 그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지난 2월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 유통업계 대부들이 참여한 GS백화점·마트 인수전에서 성공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유통가 최대 맞수인 롯데에 참패한 정 부회장은 이후 롯데에 패한 것에 대해 관련자들을 심하게 꾸짖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는 이번 인수 실패로 라이벌인 롯데에게 대형마트 부문에선 추격의 발판을 제공하는 한편 백화점 부문에선 오히려 격차를 넓히게 됐다. 실제 롯데마트는 GS마트 인수로 70개인 점포를 84개로 늘려 업계 1위인 이마트(127개 점포)와의 격차를 좁히는 성과를 거뒀다.

준비 안 된 가격 인하에 고객·업계 불만 커져
공들여온 중국 유통시장 되살리기 여전히 ‘캄캄’


반대로 백화점 부문의 경우 롯데백화점은 GS백화점 인수로 29개의 점포를 확보하면서 규모면에서 업계 3위인 신세계백화점(8개 점포)과 큰 폭으로 격차를 벌이게 됐다. 롯데의 선전은 이뿐 만이 아니다. 롯데는 앞서 1월에도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인수했다. 올 들어 한 달여 동안 국내 유통업계 대형매물로 평가받은 2개 업체를 모두 집어삼킨 것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롯데 신동빈호의 기세는 중국에서도 계속돼 정 부회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롯데는 이미 66개의 현지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상하이 등에 55개의 대형마트를 가진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를 인수하면서 점포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롯데의 이 같은 성장은 규모면에서 이마트(23개 점포)의 3배에 달한다. 이마트가 롯데보다 10년이나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짧은 시간 롯데의 성장세는 눈부신 수준이다. 롯데는 더욱 적극적인 행보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에만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2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하겠다던 이마트는 10년째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기 이마트는 지속적인 출점을 통해 오는 2013년까지 중국 전역에 88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목표치 1/4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중국 시장에 대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해마다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중국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에만 500억원 안팎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신세계의 계획에 따르면 올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해야 하지만 업계는 올해 역시 200~3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 부회장은 중국시장 활성화를 연내 중점과제로 제시하는 등 ‘중국 이마트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직접 상하이로 날아가 중국 이마트의 매출 확대와 추가 출점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구원투수’ 정오묵 부사장을 중국으로 급파했다. 정 부사장은 이마트 1호 점장이자 국내 이마트의 성공을 이끈 대표 인물로 그동안 현직에서 물러나 유통연수원의 교수로 재직하다 정 부회장의 부름에 복귀했다.

‘승승장구’ 롯데에
정용진 위상 ‘흔들’

결국 정 부사장은 정 부회장이 고심 끝에 내민 에이스 카드인 셈이다. 현재 정 부사장은 중국 이마트의 성공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세우기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 부회장의 회심의 카드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게 될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유통시장에서 롯데의 가파른 성장세는 라이벌인 정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은 이마트가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전초기지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이익 구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 프로필>

▲1968년 출생
▲1987년 경복고 졸업
▲19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
▲2009년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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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