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100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나를 따르라!’ 외친지 석 달 ‘집안 조용할 날 없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선지 100일이 됐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적극적인 공격경영으로 한층 젊어진 신세계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왔다.

그러나 그의 지난 100일간의 행적은 패기만큼 논란도 함께 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은 업계의 과열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난에 휩싸였고 롯데와의 M&A 경쟁에서는 참패했다. 지난 5일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등재되며 이제 공식적인 출범을 알리게 된 정용진호의 100일간의 행적을 되돌아봤다.

출항 후 첫 도전…이마트 앞세워 유통 가격경쟁 전면전
잇단 M&A로 광폭행보 이어가는 롯데 신동빈호에 주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총괄 대표이사 취임 이후 한 달 가량 경영 구상에 골몰했다. 입사 후 14년의 시간동안 갈고 닦은 경영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한층 젊어진 신세계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고뇌의 시간이었다. 업계는 평소 국내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를 ‘글로벌 유통 TOP 10’으로 이끈다는 포부를 밝혀온 정 부회장이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지 집중했다.

올 초 그는 신년사를 통해 정용진표 신세계의 새로운 목표를 선포했다.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 백화점 성장 가속화, 온라인사업 강화, 중국시장 활성화 등이 올 한 해 중점 과제로 제시됐다.

패기 가득했던 100일
올해 매출 1조원 목표

정 부회장은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온라인사업의 경우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던 다짐과 같이 정 부회장이 직접 쇼핑몰 관리에 나섰다. 그동안 계열사 신세계I&C가 운영해 오던 백화점 온라인몰인 신세계몰 사업을 최근 (주)신세계가 직접 인수한 것. 신세계는 앞서 조직을 확대 개편한 이마트몰과 함께 두 쇼핑몰을 전격 리뉴얼해 연내 온라인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백화점 사업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점 오픈, 영등포점 리뉴얼, 강남점 매장 확장 등 ‘덩치키우기’에 집중했던 신세계는 올해엔 이 같은 기반을 토대로 고객서비스를 강화해 1등 백화점으로 거듭난다는 다짐이다. 특히 올 한해는 지역 상권에 대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역량 강화를 위한 파격적인 행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용진 체제 출범 이후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마트의 ‘신가격정책’이 그것이다. 정 부회장은 연초 10여개 핵심 생필품 가격을 업계 최저가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할인점의 본질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있다”고 강조하며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쳤다. 평소 고객 중심의 현장 경영을 강조한 만큼 유통업의 본질적인 측면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힘쓸 것이라는 의도인 셈이다.

정용진발 가격전쟁
업계 곳곳 불협화음

연초부터 전해진 정용진발 대형마트 가격파괴 정책은 유통가 전체를 뜨겁게 달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이마트보다 ‘10원 더 싸게’를 외치며 맞불작전을 펼치자 대형마트는 일순 전쟁터로 변했다. 실제 지난 1월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가격할인에 CJ 햇반, 오리온 초코파이, 서울우유, 바나나 등은 급격히 늘어난 고객들의 수요로 연이어 조기 품절됐다.

이마트의 생필품 가격인하는 삼겹살로 불똥이 튀었고 이어 라면까지 이어졌다. 특히 그동안 천정부지로 값이 솟았던 삼겹살의 경우 마트간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변동되며 ‘삼겹살 전쟁’으로 번졌다. 1월 이전 100g 1500원대였던 삼겹살 가격이 한 때 590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고객 중심’을 외치며 자체 마진까지 포기한 채 강행했던 정 부회장의 가격파괴 마케팅은 정작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의외의 결과를 나았다.

충분한 물량 공급 없이 가격인하에만 열을 올린 결과 조기 품절 사태가 이어졌고, 물품을 구입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편이 증가한 것이다. 결국 일부에선 박리다매를 위한 대형마트의 생색내기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협력업체들의 반발도 컸다. 실제 지난 1월 CJ제일제당, 오리온, 서울우유 등 일부 업체들은 추가 납품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 같은 불협화음이 협력업체와의 충분한 조율 없이 일방적인 가격인하가 강행된 데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이번 가격인하 정책은 제조사에 무리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마트의 마진을 줄이는 것인데 제조사들이 공급 중단을 외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 부회장 역시 ‘고객을 위해 마트의 본질을 찾겠다’며 “최저가격 판매 정책을 꾸준히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의 야심찬 가격파괴 정책이 시행 초기부터 잡음을 낳고 있는 사이 정작 라이벌인 롯데 신동빈호는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어 그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지난 2월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 유통업계 대부들이 참여한 GS백화점·마트 인수전에서 성공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유통가 최대 맞수인 롯데에 참패한 정 부회장은 이후 롯데에 패한 것에 대해 관련자들을 심하게 꾸짖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는 이번 인수 실패로 라이벌인 롯데에게 대형마트 부문에선 추격의 발판을 제공하는 한편 백화점 부문에선 오히려 격차를 넓히게 됐다. 실제 롯데마트는 GS마트 인수로 70개인 점포를 84개로 늘려 업계 1위인 이마트(127개 점포)와의 격차를 좁히는 성과를 거뒀다.

준비 안 된 가격 인하에 고객·업계 불만 커져
공들여온 중국 유통시장 되살리기 여전히 ‘캄캄’


반대로 백화점 부문의 경우 롯데백화점은 GS백화점 인수로 29개의 점포를 확보하면서 규모면에서 업계 3위인 신세계백화점(8개 점포)과 큰 폭으로 격차를 벌이게 됐다. 롯데의 선전은 이뿐 만이 아니다. 롯데는 앞서 1월에도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인수했다. 올 들어 한 달여 동안 국내 유통업계 대형매물로 평가받은 2개 업체를 모두 집어삼킨 것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롯데 신동빈호의 기세는 중국에서도 계속돼 정 부회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롯데는 이미 66개의 현지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상하이 등에 55개의 대형마트를 가진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를 인수하면서 점포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롯데의 이 같은 성장은 규모면에서 이마트(23개 점포)의 3배에 달한다. 이마트가 롯데보다 10년이나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짧은 시간 롯데의 성장세는 눈부신 수준이다. 롯데는 더욱 적극적인 행보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에만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2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하겠다던 이마트는 10년째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기 이마트는 지속적인 출점을 통해 오는 2013년까지 중국 전역에 88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목표치 1/4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중국 시장에 대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해마다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중국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에만 500억원 안팎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신세계의 계획에 따르면 올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해야 하지만 업계는 올해 역시 200~3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 부회장은 중국시장 활성화를 연내 중점과제로 제시하는 등 ‘중국 이마트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직접 상하이로 날아가 중국 이마트의 매출 확대와 추가 출점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구원투수’ 정오묵 부사장을 중국으로 급파했다. 정 부사장은 이마트 1호 점장이자 국내 이마트의 성공을 이끈 대표 인물로 그동안 현직에서 물러나 유통연수원의 교수로 재직하다 정 부회장의 부름에 복귀했다.

‘승승장구’ 롯데에
정용진 위상 ‘흔들’

결국 정 부사장은 정 부회장이 고심 끝에 내민 에이스 카드인 셈이다. 현재 정 부사장은 중국 이마트의 성공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세우기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 부회장의 회심의 카드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게 될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유통시장에서 롯데의 가파른 성장세는 라이벌인 정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은 이마트가 글로벌 유통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전초기지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이익 구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 프로필>

▲1968년 출생
▲1987년 경복고 졸업
▲19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
▲2009년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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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