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파문 ‘배째라’ 동서식품 노림수

얼렁뚱땅 넘기려다…국민들 뿔났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동서식품의 국내 소비자 뒤통수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 오너 일가는 '배당잔치'를 벌이고 미국에 거액의 로열티까지 지급하면서 '쥐꼬리 기부'로 빈축을 산 데 이어 동서식품이 제조한 시리얼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여기에 "대장균은 생활 도처에 많다"는 동서식품의 황당한 해명이 더해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제대로 미운털이 박힌 동서식품,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동서식품 본사와 인천 부평구 연구소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지난 13일 동서식품 진천공장 압수수색에 이어 두 번째로 집행되는 압수수색이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은 이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자가품질검사' 서류 등을 확보하고 동서식품이 식품 기준과 규격 적합 여부를 제대로 검사했는지, 대장균 검출 사실을 고의로 숨겼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억울하다"
일단 버티기

동서식품은 출고 전 자가품질검사 결과 대장균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을 조금씩 섞어 최종 완제품을 생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4일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해 동서식품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와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 4개 시리얼 품목을 잠정 유통·판매 금지했다. 이밖에 진천공장에서 생산되는 17개 제품을 모두 수거해 부적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안일한 대응은 화를 키웠다. 동서식품은 '대장균 시리얼'이 논란된 직후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며 "동서식품은 해당 제품 제조과정 중 품질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해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 출고 및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는커녕 억울함만 묻어나는 해명이다.


"문제될 게 없다"는 사측의 해명과 달리 동서식품 직원들은 제품섭취 자체를 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균은 도처에 많다" 황당 해명
버티고 버티다 나흘 만에 공식사과

SBS가 입수한 동서식품 공장 작업 일지에는 '쿠키 맛 시리얼에서 대장균이 발생했다'며 '상자를 해체하라'고 쓰여 있다. 다이어트 시리얼로 알려진 다른 제품에서도 대장균이 발생했다는 내용과 함께 '불량품을 새로 만들어지는 시리얼에 10%씩 투입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서식품 내부 제보자는 "재활용을 매일 하지는 않는다"며 "재고가 좀 쌓이면 뜯어서 새로 나온 제품에 섞는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직원들이 제대로 제조됐는지, 설탕 배합 같은 건 제대로 됐는지 맛을 보는데 재활용 작업을 하는 날은 직원들끼리 '야, 오늘은 먹지마. 오늘 그거 한 날이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꼿꼿하던 동서식품의 고개가 꺾인 것은 나흘 만인 지난 16일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16일 주요 일간지에 "고객 여러분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 말씀 드립니다"는 사과광고를 게재했다.

동서식품은 사과문에서 "동서식품 '시리얼 제품' 관련 언론 보도로 그간 저희 제품을 애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잠정 유통·판매 금지를 내린 특정 4개 품목의 유통기한 제품 외에도 품목 전체에 대해 식약처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유통·판매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장균 시리얼' 유통 일파만파
불량품 조금 섞어 완제품 생산


이어 "진행 중인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고객 여러분들께서 저희 제품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의 사과문 게재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서식품의 소비자 뒤통수 때리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동서식품은 매출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맥심’ 브랜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 1위 업체지만 해외 수출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모회사인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 푸즈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크래프트 푸즈와 손잡으면서 맥심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는 조건이 달렸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5270억원이다.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은 커피믹스 사업이다. 지난해 커피믹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동서식품 시장점유율이 약 8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서식품의 연매출 중 1조원가량이 커피믹스 사업에서 나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시리얼 제품군도 동서식품의 효자 상품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시리얼 시장 규모는 4000억원 정도. 동서식품과 켈로그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55%가량이다. 따라서 동서식품은 시리얼 제품으로 2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커피믹스와 시리얼 매출을 합하는 1조5200억원. 매출 99%가 두 제품군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설비투자 외면
주머니 채우기

이럼에도 동서식품은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해 왔다. '고액 배당'으로 배당잔치를 벌이고 미국 크래프트 푸즈사에 고액 로열티를 지급하면서도 '쥐꼬리'만한 기부금으로 눈총을 샀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29일자 신문(960호)에서 동서식품의 '기부와 배당'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동서는 지난해 고작 98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258억원으로 0.0002%에 불과한 금액이다. 순이익 960억원에 대비해서도 0.00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12년에는 5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매출은 4215억원, 순이익은 974억원이었다. ㈜동서는 2011년 101만원, 2010년 601만원, 2009년 51만원, 2008년 1341만원, 2007년 88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동서의 배당금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동서 지분구조는 김상헌 ㈜동서 회장이 22.97%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그의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05%, 장남 김종희 전 ㈜동서 상무가 9.4%를 보유해 그 뒤를 잇고 있다. 문혜영(20.01%), 김정민(3.01%), 김은정(3.18%), 한혜연(3.23%), 김현진(0.07%), 김유민(0.07%)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오너일가는 ㈜동서 지분 67.8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는 배당금 366억원을 챙겼다. 이 중 126억원은 김상헌 회장이 받아 갔고 김석수 회장과 김종희 전 상무는 각각 110억원, 52억원을 수령했다. 2∼3%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11억∼18억원을 배당받았고 김현진·김유민양은 각각 3700만원을 챙겼다. 동서 3∼4세로 추정되는 현진·유민양은 4세와 6세로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미성년자다.

2012년에는 ㈜동서가 배당한 470억원 중 약 67%에 해당하는 315억원이 오너 일가에게 흘러들어갔다. ㈜동서는 2011년 397억원, 2010년 353억원, 2009년 308억원, 2008년 264억원, 2007년 235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그룹 주력사인 동서식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1조5270억원에 영업이익 2046억원, 순이익 1693억원을 올렸음에도 기부금은 6억6200만원에 그쳤다. 연간 기부금은 2012년 6억4600만원, 2011년 6억2000만원, 2010년 7억4100만원, 2009년 9억9300만원, 2008년 8억4000만원, 2007년 5억8600만원으로 대동소이 했다.


안그래도 시선 곱지 않았는데…
소비자 불매운동 움직임 확산

같은 기간 매출은 2007년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년 늘어 2011년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적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영업이익도 1000억∼2000억원, 순이익은 700억~1800억원을 거뒀다.

동석식품 배당금의 50%는 외국 주주들에게 보내진다. 주력상품인 '맥심' 브랜드는 세계 2위 식품기업 크래프트 푸즈사의 소유로, 동서식품이 로열티를 주고 빌려 쓰고 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모카골드' '화이트골드' '오리지널' 등은 모두 맥심 브랜드를 달고 있으며 '맥스웰하우스' 브랜드도 크래프트 푸즈 소유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8년 크래프트 푸즈사와 커피, 시리얼 제품에 대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2008년 96억원을 시작으로 2009년 222억원, 2010년 239억원, 2011년 252억원, 2012년 263억원, 2013년 261억원을 지불했다. 커피믹스 매출이 증가하면 로열티도 함께 증가한다.

거액의 배당금도 크래프트 푸즈사가 가져간다. 동서식품은 2007년 946억원, 2008년 1746억원, 2009년 980억원, 2010년·2011년 각각 1100억원, 2012년·2013년 각각 112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대의 배당을 실시했다. 동서식품의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 푸즈사는 배당금의 절반을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설비 투자에는 소홀하고 대부분 배당으로 자기 주머니 챙기기에 바빴다는 얘기"라며 "시리얼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것은 예견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다 못해 '대장균 시리얼' 사태까지 터지자 소비자들은 동서식품으로부터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모양새가 동서식품이 '제2의 남양유업'으로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서식품의 '대장균 시리얼' 사태는 지난해 5월 대리점을 상대로 '슈퍼갑질'을 해 논란이 된 남양유업 사태와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4일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한 '막말 통화' 내용이 유포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처음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남양유업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직원 해고,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면서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리점 관계개선책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비만 피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대응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일었고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13년 실적은 전년대비 매출이 10% 감소하고 4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5651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6.5% 떨어졌으며 지난해 6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도 187억원으로 손실폭을 키웠다. 증권가는 남양유업의 적자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집단소송 검토
제2 남양유업?

동서식품 불매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대장균 시리얼을 알고도 판매한 동서식품 불매운동합시다!'라는 서명에는 지난 16일 기준 700명이 넘은 사람이 동참했고 서명인원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을 재활용해 판매한 사실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할 식품기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동서식품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집단소송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문제의 시리얼로 인한 피해자를 모집해 법적 검토를 거쳐 소비자 집단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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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