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김연아

김연아 자신을 이겼다!

모두 금메달을 떼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20살 피겨 여왕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김연아(20·고려대)가 지난 2월2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78.50점)을 합쳐 총점 228.56점으로, 자신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201.03점)을 넘어서 새로운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처음 스케이트 부츠를 신었던 만 5살 소녀 적부터 꿈꿔온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역대 최고점 228.56점으로 첫 금메달
지난해 12월부터 준비…경기 후 눈물 글썽


김연아는 지난 2월24일(한국시간) 열린 금메달로 가는 첫 관문인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점을 획득 역대 최고점으로 선두에 나섰다. 김연아의 이날 점수는 자신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세웠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6.28점)을 2.22점이나 앞선 것으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얻어냈다.

쇼트프로그램 ‘환상’
프리스케이팅 ‘퍼펙트’

‘007 제임스본드 메들리’를 배경음악으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로 연기를 시작해 수행점수(GOE) 2.0점을 챙긴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에서도 1.2점의 GOE를 받으면서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최고난도인 레벨4로 연기해 각각 0.8점과 2.0점의 GOE를 얻은 김연아는 더블 악셀(기본점 3.5점)에서도 1.6점의 높은 가산점으로 점프 과제를 마무리했다. 플라잉 싯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레벨4로 처리한 김연아는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3를 받았다.

기술점수에서 44.70점을 받은 김연아는 예술점수의 5가지 요소에서도 트랜지션(연결동작)에서 7.9점을 받았을 뿐 안무(8.4점)와 해석(8.75점), 연기력(8.60점), 스케이팅(8.60점)까지 모두 8점대를 넘기면서 33.80점을 받으며 역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완성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리던 김연아는 점수판에 78.50점이란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브라이언 코치와 함께 깜짝 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연아는 지난 2월26일(한국시간)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퍼펙트한 경기를 선보였다.
긴장된 가운데 김연아가 연기할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절정의 기술로 평가되는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기다렸다. 김연아는 차분히 지난 쇼트 프로그램에서 2.0점의 가산점 받았던 이 기술을 성공시켰고 이번에도 2.0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아냈다.

경기 내내 김연아는 ‘여왕’다운 표현력과 우아함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쉼 없이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다. 이어 3회전 점프를 해야하는 트리플 플립. 이번 시즌부터 새로 포함된 기술이었지만 김연아는 능숙하게 두 번째 점프까지 성공시켰다. 김연아는 이 기술에서 1.8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연속 점프 기술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을 무난히 넘긴데 이어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 기술을 4단계까지 올리며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경기시작 2분 이후에 시도한 점프에 대해 10%의 가산점이 붙게 된다.

김연아가 연기 중반인 2분을 넘어서 모두 4번의 점프를 시도했다. 기본점수 7.5점의 고난이도 점프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를 성공시킨데 이어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까지 특유의 유연함으로 넘긴 김연아는 화려한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에 이어진 더블 악셀 점프까지 완벽히 소화해 이 날의 점프 7번을 모두 클린으로 처리했다.

플라잉 싯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대미를 장식한 김연아는 특유의 포즈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흠 없는 완벽한 연기, ‘피겨의 교과서’라는 평가에 부족함 없는 4분9초였다. 김연아는 경기직후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다.
김연아는 금메달이 정해진 후 인터뷰에서 “오늘 한일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꿈을 이루게 돼 기쁘고, 준비한 것을 다 보여드려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는 이어 “눈물 흘리는 선수를 보며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다.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전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16년을 이어온 피겨스타와 올림픽의 악연을 끊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역대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특히 역전 우승이 많았다. 지난 다섯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의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건 ‘피켜 퀸’ 김연아의 강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트리플 점프 컴비네이션을 자유자재로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너무 쉽게, 그리고 종종 트리플 연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김연아의 브랜드처럼 굳어졌다. 여기에 스피드까지 어우러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김연아표’ 기술이 됐다.

표현력과 우아함
다른 선수 압도

두 번째는 김연아는 가산점의 ‘달인’이다. 김연아의 프로그램 구성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확실히 어렵다. 그럼에도 연기가 물흐르듯 정교해 가산점을 많이 따낸다. 아사다 마오가 아무리 트리플 악셀 기술을 구사한다 해도 김연아의 트리플-트리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다. 브라이언 오서는 ‘브라이언 혈투’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선수 출신이다. 지난 1988년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세기의 혈전을 벌여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래서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심리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네 번째는 김연아의 뛰어난 예술감각이다. 김연아는 기술에 예술을 접목시켜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한마디로 표현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김연아에게선 관능미를 느끼데 된다는 점도 김연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섯 번째는 반전의 명수이다. 김연아도 인간이어서 가끔 실수가 나온다. 그런데도 우승하는 것은 상황 반전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치른 최악의 경기는 지난 해 11월의 ‘스케이트 아메리카’다. 프리 스타일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난조를 보였지만 곧 일어나 환상적인 프로그램으로 마무리했다. 넘어져도 금메달을 따는 김연아를 보고 라이벌들은 주눅들게 마련이다. 김연아는 ‘언터처블’이란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90년 9월5일 경기도 군포에서 태어난 김연아는 만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고, 7살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겨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6가지 점프 기술 가운데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뛰었다. 초등학생이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뛴 것은 한국 피겨 역사상 처음이었다.

‘고난이도 점프’ ‘강심장’은 최고의 강점
훈련 또 훈련 ‘클린 프로그램’ 경지 올라


김연아는 주니어 무대에서부터 국내를 떠나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2년 4월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에서 열린 트로피 노비스(13세 미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첫 국제무대 우승을 맛봤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3년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된 김연아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그 해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는 그 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위에 오르면서 한국 피겨 역사를 다시 썼다.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선수로 확실히 발돋움한 김연아는 2005-06시즌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잇따라 쓸어 담았다. 이어 2006년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주니어 시절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냈던 김연아는 2006-07시즌 화려하게 시니어 무대에 입성했다. 2006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허리 통증을 딛고 역전 우승을 차지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2007년 3월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아는 3위에 오르면서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더욱 악화한 허리 부상을 진통제 투혼으로 극복해 거둔 성과였기에 더욱 값졌다.

김연아의 승승장구는 계속 이어졌다. 2007-08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잇따라 석권한 김연아는 2008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고관절 부상을 딛고 2년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8-09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으로 세계 정상의 실력을 재확인한 김연아는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곧바로 프레올림픽 성격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09년 2월 4대륙 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다음 달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수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두 차례 3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는 동시에 진정한 피겨여왕으로 우뚝 서는 장면이었다.

7살 때 선수 길 선택
 ‘피겨 영웅’ 등극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 김연아는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출전한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우승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대회에선 총점 210.03점을 기록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최고점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에 참가한 5차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일찌감치 예약한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이후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실전 훈련에 집중해 왔고, 마침내 ‘클린 프로그램’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결국 밴쿠버 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면서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으로 당당히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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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