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김연아

김연아 자신을 이겼다!

모두 금메달을 떼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20살 피겨 여왕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김연아(20·고려대)가 지난 2월2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78.50점)을 합쳐 총점 228.56점으로, 자신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201.03점)을 넘어서 새로운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처음 스케이트 부츠를 신었던 만 5살 소녀 적부터 꿈꿔온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역대 최고점 228.56점으로 첫 금메달
지난해 12월부터 준비…경기 후 눈물 글썽


김연아는 지난 2월24일(한국시간) 열린 금메달로 가는 첫 관문인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점을 획득 역대 최고점으로 선두에 나섰다. 김연아의 이날 점수는 자신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세웠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6.28점)을 2.22점이나 앞선 것으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얻어냈다.

쇼트프로그램 ‘환상’
프리스케이팅 ‘퍼펙트’

‘007 제임스본드 메들리’를 배경음악으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로 연기를 시작해 수행점수(GOE) 2.0점을 챙긴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에서도 1.2점의 GOE를 받으면서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최고난도인 레벨4로 연기해 각각 0.8점과 2.0점의 GOE를 얻은 김연아는 더블 악셀(기본점 3.5점)에서도 1.6점의 높은 가산점으로 점프 과제를 마무리했다. 플라잉 싯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레벨4로 처리한 김연아는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3를 받았다.

기술점수에서 44.70점을 받은 김연아는 예술점수의 5가지 요소에서도 트랜지션(연결동작)에서 7.9점을 받았을 뿐 안무(8.4점)와 해석(8.75점), 연기력(8.60점), 스케이팅(8.60점)까지 모두 8점대를 넘기면서 33.80점을 받으며 역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완성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리던 김연아는 점수판에 78.50점이란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브라이언 코치와 함께 깜짝 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연아는 지난 2월26일(한국시간)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퍼펙트한 경기를 선보였다.
긴장된 가운데 김연아가 연기할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절정의 기술로 평가되는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기다렸다. 김연아는 차분히 지난 쇼트 프로그램에서 2.0점의 가산점 받았던 이 기술을 성공시켰고 이번에도 2.0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아냈다.

경기 내내 김연아는 ‘여왕’다운 표현력과 우아함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쉼 없이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다. 이어 3회전 점프를 해야하는 트리플 플립. 이번 시즌부터 새로 포함된 기술이었지만 김연아는 능숙하게 두 번째 점프까지 성공시켰다. 김연아는 이 기술에서 1.8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연속 점프 기술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을 무난히 넘긴데 이어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 기술을 4단계까지 올리며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경기시작 2분 이후에 시도한 점프에 대해 10%의 가산점이 붙게 된다.

김연아가 연기 중반인 2분을 넘어서 모두 4번의 점프를 시도했다. 기본점수 7.5점의 고난이도 점프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를 성공시킨데 이어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까지 특유의 유연함으로 넘긴 김연아는 화려한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에 이어진 더블 악셀 점프까지 완벽히 소화해 이 날의 점프 7번을 모두 클린으로 처리했다.

플라잉 싯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대미를 장식한 김연아는 특유의 포즈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흠 없는 완벽한 연기, ‘피겨의 교과서’라는 평가에 부족함 없는 4분9초였다. 김연아는 경기직후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다.
김연아는 금메달이 정해진 후 인터뷰에서 “오늘 한일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꿈을 이루게 돼 기쁘고, 준비한 것을 다 보여드려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는 이어 “눈물 흘리는 선수를 보며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다.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전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16년을 이어온 피겨스타와 올림픽의 악연을 끊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역대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특히 역전 우승이 많았다. 지난 다섯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의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건 ‘피켜 퀸’ 김연아의 강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트리플 점프 컴비네이션을 자유자재로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너무 쉽게, 그리고 종종 트리플 연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김연아의 브랜드처럼 굳어졌다. 여기에 스피드까지 어우러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김연아표’ 기술이 됐다.

표현력과 우아함
다른 선수 압도

두 번째는 김연아는 가산점의 ‘달인’이다. 김연아의 프로그램 구성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확실히 어렵다. 그럼에도 연기가 물흐르듯 정교해 가산점을 많이 따낸다. 아사다 마오가 아무리 트리플 악셀 기술을 구사한다 해도 김연아의 트리플-트리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다. 브라이언 오서는 ‘브라이언 혈투’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선수 출신이다. 지난 1988년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세기의 혈전을 벌여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래서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심리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네 번째는 김연아의 뛰어난 예술감각이다. 김연아는 기술에 예술을 접목시켜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한마디로 표현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김연아에게선 관능미를 느끼데 된다는 점도 김연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섯 번째는 반전의 명수이다. 김연아도 인간이어서 가끔 실수가 나온다. 그런데도 우승하는 것은 상황 반전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치른 최악의 경기는 지난 해 11월의 ‘스케이트 아메리카’다. 프리 스타일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난조를 보였지만 곧 일어나 환상적인 프로그램으로 마무리했다. 넘어져도 금메달을 따는 김연아를 보고 라이벌들은 주눅들게 마련이다. 김연아는 ‘언터처블’이란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90년 9월5일 경기도 군포에서 태어난 김연아는 만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고, 7살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겨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6가지 점프 기술 가운데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뛰었다. 초등학생이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뛴 것은 한국 피겨 역사상 처음이었다.

‘고난이도 점프’ ‘강심장’은 최고의 강점
훈련 또 훈련 ‘클린 프로그램’ 경지 올라


김연아는 주니어 무대에서부터 국내를 떠나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2년 4월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에서 열린 트로피 노비스(13세 미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첫 국제무대 우승을 맛봤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3년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된 김연아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그 해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는 그 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위에 오르면서 한국 피겨 역사를 다시 썼다.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선수로 확실히 발돋움한 김연아는 2005-06시즌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잇따라 쓸어 담았다. 이어 2006년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주니어 시절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냈던 김연아는 2006-07시즌 화려하게 시니어 무대에 입성했다. 2006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허리 통증을 딛고 역전 우승을 차지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2007년 3월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아는 3위에 오르면서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더욱 악화한 허리 부상을 진통제 투혼으로 극복해 거둔 성과였기에 더욱 값졌다.

김연아의 승승장구는 계속 이어졌다. 2007-08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잇따라 석권한 김연아는 2008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고관절 부상을 딛고 2년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8-09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으로 세계 정상의 실력을 재확인한 김연아는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곧바로 프레올림픽 성격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09년 2월 4대륙 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다음 달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수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두 차례 3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는 동시에 진정한 피겨여왕으로 우뚝 서는 장면이었다.

7살 때 선수 길 선택
 ‘피겨 영웅’ 등극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 김연아는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출전한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우승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대회에선 총점 210.03점을 기록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최고점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에 참가한 5차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일찌감치 예약한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이후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실전 훈련에 집중해 왔고, 마침내 ‘클린 프로그램’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결국 밴쿠버 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면서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으로 당당히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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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