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제2의 히딩크’ 기대되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벼랑 끝 몰린 한국축구를 부탁해~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이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원할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선수 시절에 비해 지도자로서의 커리어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열린 자세로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한 그의 다짐이 현실이 될 지는 앞으로 남은 평가전과 아시안컵의 결과가 증명할 것이다.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2007년 핌 베어벡 감독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외국인 감독이다. 독일 출신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991년 1월 데트마르 그라머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이후 23년 만이다.

7년 만에 찾아온
외국인 감독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 호텔 킨텍스에서 슈틸리케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에서의 첫 공식 활동이었다. 다소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어 통역의 부재로 스페인어로 30여분 간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다시 강국이 될 거라 믿지 않았으면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축구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외국인 감독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쁜 예로 어떤 지도자는 돈이나 명예 때문에 한국에 올 수도 있다. 나는 매 경기 이긴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 경기 열심히 일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 오겠다고 약속하겠다”라며 솔직 담백한 각오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프란츠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언급될 정도”라며 “독일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면서 1982년 월드컵 준우승에 올라가는 등 화려한 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한 뒤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손꼽고 협상을 벌였지만 세부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비공개 협상을 통해 차순위 후보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초 유력한 후보였던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 축구를 일으키고자 하는 태도만큼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간 외국인 감독이 보여주지 못했던 차별화된 모습으로 한국 축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임 축구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슈틸리케는 앞서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위대한 축구 열정이 있다”며 “내가 일을 시작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일 축구 전설적 존재 베켄바워 후계자
최강군단 DNA로 멈춘 한국축구 움직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축구협회 관계자의 자격으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본선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처럼 열정이 뜨거운 곳에서는 어떤 성과가 반드시 산출되기 마련”이라며 한국축구 팬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한국축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멀리서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다”며 “한국에 건너가 가까이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선수들의 경험부족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그는 특히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을 한국 축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분데스리가 선수들로 거명했다.

기존 코치진과 호흡
빠른 적응이 관건
 
슈틸리케 감독은 계약기간인 2018년까지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지낼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장에 진득하게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라고 알려진다. 진정 감독직을 수행하기 위해선 선수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의 이러한 마음가짐이 다른 후보를 제치고 지휘봉을 잡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할 코치진 구성도 마무리됐다. 기존에 있던 신태용(44) 코치 외에도 홍명보호에서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던 박건하(43) 코치와 김봉수(45) 골키퍼 코치가 신임 사령탑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자신과 함께 해왔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카를로스 아르무아(65) 수석코치를 대동할 예정이다. 그의 사령탑으로서 공식 일정은 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태극전사들과의 첫 만남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차두리, 손흥민, 기성용 선수의 활약이 눈부셨다. 차두리는 마르틴 카세레스(유벤투스)가 버틴 우루과이의 왼쪽을 쉼 없이 괴롭히면서 ‘차미네이터’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스피드와 몸싸움 등에서 우외를 보이며 완벽에 가까운 철통 수비를 선보였던 것이다.
 
손흥민은 특유의 드리블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흔들며 빠른 스피드와 정확도 높은 슈팅으로 경기의 흐름을 리드했다. 기성용은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를 전담마크하며 근성의 땀을 흘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 날인 9일 국내에서 머물 숙소 후보지 3∼4군데를 돌아봤다.
 
그리고 10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울산 현대전을 직접 관전했다. 국내축구 분위기를 살피면서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와 K-리거들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K-리그의 좋은 재목 발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개혁의 바람의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차례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중요한 건 한 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날엔 짧은 패스로 경기를 이끄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날엔 공중 볼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3박4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11일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오는 24일 재입국해 인천아시안게임을 관전하고 10월 A매치 준비에 들어간다. A매치에 나설 멤버를 구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복 없는 안정적 플레이
좋은 결과 ‘실리축구’ 추구
 
슈틸리케 감독은 앞으로 다가올 수차례 평가전을 통해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의 윤곽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작부터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우선 10월10일 파라과이전, 10월14일 코스라티카전을 거쳐야 하고 11월14일 요르단전, 11월 18일 이란전을 치러야 한다. 특히 내년 1월4일부터 26일까지(한국시간) 호주에서 열리는 2015 AFC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의 본격적인 첫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주·오만·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내년 1월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를 시작으로 쿠웨이트·호주와 차례로 맞붙는다. 다가올 아시안컵이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눈팅
앞으론 슈팅
 
올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토니 크로스가 자국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스페인 무대로 진출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 된 슈틸리케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크로스는 독일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의 하얀 옷을 입고 내 아이돌들이 한때 뛰었던 팀의 미래가 되고 싶다”면서 “특히 레알에는 내가 롤모델로 여기는 독일 출신 선수들이 발자취를 남겼다. 바로 울리 슈틸리케, 권터 네처, 그리고 폴 브라이트너가 그들이다. 그들이 남긴 레알의 영광을 드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크로스는 “레알은 신화적인 구단이며 영광스러운 과거와 나를 흥분케 하는 미래를 동시에 보유했다”며 “현재 팀 또한 개개인 기량은 물론 팀으로 뭉쳤을 때 대단한 투지와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크로스가 슈틸리케에게 존경심을 나타낸 이유는 간단하다. 슈틸리케가 과거 레알 시절 오늘날 크로스와 마찬가지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지능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팀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입국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 출신이면서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출신 수석 코치를 데려올 예정이라고 밝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축구계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다양한 리그의 팀을 지도했지만 자국 클럽은 츠바이트리가(2부리그) 발트호프 만하임을 1년 이끈 게 전부라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일 독일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르트아인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지난 1977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독일)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입단하면서 독일에선 ‘탈영병’으로 간주됐다. 당시 나는 스물 둘이었다. 그렇게 스페인에서 8년을 뛰었고 이후엔 스위스에서 9년간 선수와 감독을 경험했다.” 
 
해외생활이 길어지면서 배신자 꼬리표를 떼기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1970년대의 묀헨글라트바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유럽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 기간 묀헨글라트바흐는 리그 우승 5회(70·71·75·76·77년), 준우승도 2회(74·78년)를 기록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유망주가 떠나자 독일인들은 그에게 ‘탈영’의 꼬리표를 붙이며 비난의 화살을 쏟았다. 그가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아르헨티나 코치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랬던 그가 독일로 돌아가 8년간 각급 유소년 대표팀(U-19·20·21)을 맡을 수 있었던 계기는 직속 선배 베르티 포그츠(68·현 아제르바이잔 감독) 덕분이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포그츠와 슈틸리케는 묀헨글라트바흐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2년 전임자였던 포그츠 감독이 불러줘 독일 21세 이하(U-21)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위기의 한국축구
기사회생 가능할까
 
현역 시절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했다. 그는 1977년~85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프라메라리가에서 외국인 선수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존재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10년간 독일 대표선수로 A매치 42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88년 은퇴한 그는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독일대표팀 수석 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감독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는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와 알 아라비 감독을 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낮은 자세로 거창한 목표를 남발하지 않았지만 지휘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모든 감독들이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다. 한 경기만 패배하고도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려운 결과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잘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서 어떤 전술과 스타일을 구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이기는 축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실리주의자임은 확실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출생
▲1972∼1977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독일)
-리그우승 3회(1975, 1976, 1977), UEFA컵 우승 1회(1973)
▲1977∼1985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리그우승 3회(1978, 1979, 1980), UEFA컵 우승 1회(1985)
▲1985∼1988 뇌샤텔 그자막스(스위스)
-리그우승 2회(1987, 1988)
▲1975∼1984 독일 국가대표팀(42경기 출전, 3득점)
-1980 UEFA 유럽 챔피언십 우승, 1982 FIFA 월드컵 준우승
▲1989∼1991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
▲1992∼1994 뇌샤텔 그자막스(스위스) 감독
▲1994∼1996 SV 발트호프 만하임(독일) 감독
▲1996 UD 알메리아(스페인) 감독
▲1998∼2000 독일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2000∼2006 독일 유소년대표팀 감독
▲2006∼2008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 감독
▲2008 FC 시옹(스위스) 감독
▲2008∼2010 알아라비 SC(카타르) 감독
▲2010∼2012 알사일리아 SC(카타르) 감독
▲2013∼2014 알아라비 SC(카타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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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