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

‘유통 황제’등극 비결?…무조건 정면 돌파!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룹 ‘후계자’딱지를 떼고 명실공히 2세 경영인으로 맹활약 중인 신 부회장은 금융위기 등 대외 악재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오히려 주눅 들지 않고 치고 나가는 ‘공격력’이 무서울 정도다. 올해 들어 더욱 스피드를 내고 있는 신 부회장.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그의 승부사 기질을 들여다봤다.

바이더웨이, GS마트·백화점 등 잇따라 인수
3년간 10여건 M&A 성공…4조3천억 쏟아부어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거침없는 질주가 화제다. 신 부회장은 ‘보수적’ 그룹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 결과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리는 등 국내 유통업계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룹 내부에선 유력한 후계자인 신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 셈이다.

‘보수’ 이미지서 벗어나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신 부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에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M&A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분류된 GS마트(14개점)와 GS백화점(3개점)을 품에 안았다. 인수 금액은 1조3400억원. 그동안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이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는 타임스로 7327억원이었다. 특히 이번 인수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 유통 라이벌들을 제쳐 의미가 크다.

롯데백화점은 GS백화점 인수로 전국에 29개의 백화점 점포를 확보해 2위인 현대백화점(11개 점포)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나아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지난해 9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GS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5750억원이다.
대형마트 부문에선 현재 70개인 롯데마트 점포를 84개로 늘려 1·2위인 이마트(127개 점포)와 홈플러스(115개 점포)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0개의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측은 “GS마트 인수로 업계 1, 2위 업체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올해 기존 5조5000억원에 GS마트 매출(지난해 7950억원)까지 더해 총 6조4000억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5롯데그룹은 지난달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274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올 들어 한달여 만에 유통업계에 나온 대형 매물 2건을 모두 가져간 것이다.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점포(2240개)와 바이더웨이 점포(1503개)를 합쳐 3743개의 편의점 점포를 확보, 업계 2위인 GS25(3914개)를 바짝 뒤쫓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3년간 쓸어 담은 굵직굵직한 M&A 매물이 10여건에 이른다. 여기에 쏟아 부은 자금은 무려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2007년 대한화재(3526억원),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1615억원), 호남지역 빅마트(1000억원) 등을 잇달아 사들인데 이어 2008년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1700억원),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3900억원), 코스모투자자문(629억원) 등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엔 두산주류BG(5030억원),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7327억원), 교통카드 회사 마이비(603억원), 쌀 가공 식품업체 기린(799억원) 등을 거머쥐었다.

또 AK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AK글로벌(2800억원·공정위 심사 중), 룩셈부르크 부동산투자사 코랄리스(697억원), 경북 성주 골프장 헤븐랜드CC(751억원), 해태음료 안성공장(306억원),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135억원) 등도 인수했다.
M&A시장 관계자는 “매물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롯데그룹이 오르내린다”며 “신 부회장은 2004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맡은 이후 보수적인 경영 문화를 과감히 개선해 본격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활발한 M&A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으로 사상최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 신장한 45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롯데그룹 CEO들은 2010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부분 유임됐다. 노병용 롯데마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지난해 129명보다 늘어난 136명이 승진했다.

직원들은 이례적으로 두툼한 보너스를 받았다. 역시 예상 이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대가다. 롯데쇼핑은 최근 직원들에게 총 400억원 이상의 이익성과급(P/S)을 지급했다. 롯데마트는 직급별로 약 3500여 명의 정규직원에 대해 기본급 150%에 달하는 P/S를 나눠줬다.
롯데그룹은 M&A뿐만 아니라 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이 역시 신 부회장의 ‘공격 경영’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3조5000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M&A와 해외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비는 4조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룹은 새해 들어 504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파주에 3만9332㎡(약 1만1898평) 규모의 아웃렛 부지를 확보했다.
최근엔 경기도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사업협약(전체 사업비 3조원)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포함한 부산 롯데타운과 올해 착공 예정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각각 2조원, 2조2000억원 정도를 베팅한다. 세종시엔 1000억원을 들여 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매물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해외 사업도 활발하다. 이른바 브릭스(VRICs·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지역이 해외 거점이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중 러시아 모스크바와 일본 도쿄에 호텔을 연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한 중국 선양 초대형 복합단지 롯데타운 건립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과 인도엔 각각 랜드마크 타워, 롯데제과 공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들 4개국을 중심으로 해외 M&A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는 표정이다. 앞으로 M&A와 신규사업을 통해 영역을 더 확장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신 부회장은 이미 큰 그림을 그려 놨다. 지난해 3월 발표한 ‘롯데 2018 비전’이 그것이다. 이 비전은 ‘매년 평균 16.5%씩 성장해 2018년 200조원 매출을 올려 아시아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신 부회장의 원대한 꿈을 담고 있다.
‘공격 경영’신규사업 적극 베팅 
‘브릭스’중심 글로벌사업도 활발


롯데그룹은 2018년 5대 사업부문별 매출 목표를 ▲유통·금융 90조원(2008년 매출 19조원) ▲45조원(10조1000억원) ▲식품 20조원(4조2000억원) ▲건설·관광 20조원(5조원) ▲상사 정보통신 등 지원사업 25조원(5조6000억원) 등으로 정했다.
이중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마트는 각각 2018년까지 15조원, 37조원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유통부문은 약 80조원 매출을 달성해 ‘아시아 톱3’에 든다는 계획이며 식품은 ‘아시아 톱5’, 화학과 건설은 ‘아시아 톱10’이 목표다.


그룹 측은 “2018 비전에서 핵심은 글로벌 사업으로 해외 주요 거점인 브릭스에 대한 투자 폭을 넓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높여갈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에 롯데 브랜드를 알렸다면 지금부터는 글로벌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 2018 비전’은 국내외에서 추가적인 M&A와 신사업을 통해 더욱 몸집을 불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 부회장은 한 공개석상에서 “좋은 기회가 되면 M&A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사세 확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시너지 효과 기대 등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늘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휘청거리는 것과 같이 ‘승자의 저주’(높은 가격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차입금 상환 부담으로 기업 자체가 위험해지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GS백화점·마트 인수 비용 1조34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자금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자신만만하다. 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막강한 현금동원력 등 풍부한 자금력이 그 배경이다. 롯데그룹이 M&A·신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 또한 풍부한 유동성(현금흐름) 때문이다.
그룹 측은 대형 M&A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여력에 대해 “계열사들의 현금이 풍부하고 평균 부채비율이 50%대에 머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탄탄한 재무구조에
막강한 현금동원력

국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부채비율은 50%에 불과하다. 신 부회장이 일찌감치 ‘실탄’ 마련에 공을 들인 결과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감지되자마자 각 계열사별로 운영 자금을 미리 확보하라고 지시했었다. 신 부회장은 1990년 롯데에 입사하기 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쳐 1981년부터 7년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편으론 신 부회장의 공격 경영과 그룹 후계구도를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신격호 회장은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장남 신동주 부사장은 일본롯데를, 차남 신 부회장은 한국롯데를 각각 맡는 구도다. 이들 형제간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는 거의 마무리됐다.

더욱이 신 회장은 지난해 사실상 일본롯데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국내에서도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퇴와 지분 및 부동산을 잇달아 처분해 은퇴를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M&A 성과만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유니클로, 크리스피 크림도넛, 세븐일레븐 등 직접 야심차게 도입한 브랜드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등 고전해 왔다”며 “그룹 경영승계가 임박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신 부회장으로선 다급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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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