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복당 초읽기 정동영 의원

나갈 땐 ‘맘대로’ 들어올 땐 ‘맘고생’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으로의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자 미국 유학을 떠났던 정 의원은 정계 복귀로 인해 당과 갈라섰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 전쟁’을 겪은 것. 정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 깊어졌던 골은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차츰 치유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앙금이 적지 않지만 진보개혁진영의 연합과 지방선거 승리를 앞두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정 의원의 복당에 필요한 당헌 절차를 조속히 밟도록 지시하는 등 복당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노 386 인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그리운 고향으로의 입성이 멀지 않은 것. 정 의원의 고단했던 ‘가출기’를 돌이켜 봤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릴라 ‘쉿’…복당 앞두고 언행 조심
당내 비주류와 손잡고 외곽조직으로 복귀 후 노린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당적을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 의원 등 무소속 호남 3인방의 복당을 설 이전에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2010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토론회’에서 “3명 의원의 복당 분위기가 다 됐다”며 “설 이전에는 3명 모두 민주당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복당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힘들었던 정계 복귀
금배지 찼는데 집 잃었네

이로써 정 의원은 10개월 여의 고단한  날들을 뒤로 하고 그리운 고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복당까지 정 의원이 보낸 시간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최대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도권으로 전략공천됐던 18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외롭고 물 설은 타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정계 복귀도 쉽지 않았다. 그의 복귀 무대가 된 4월 재보선은 출마 전부터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정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했고, 그는 결국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선에 나섰다.

이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72.3%(5만7423표)의 득표율로 12.9%에 그친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쳐 무소속으로 나서야 했던 설움을 씻어냈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압승으로 여의도 정계 복귀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복당은 쉽지 않았다.

복당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서거 후 민주진영에 ‘민주대연합’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터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고, 이 대통령이 중도강화, 서민행보로 치고 나가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친노 진영이든 정 의원이든 시민사회진영이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강래 원내대표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 의원의 복당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공천 선거과정에서 불신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데 선거가 끝났으니 무조건 함께 가자는 것은 정 의원도 입당해서 당원증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당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복당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민주당 내부의 전체적인 동의가 있어야 ‘때’가 무르익을 수 있음을 짚은 것이다.

정 의원도 이러한 ‘전제 조건’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여의도로 돌아온 후 민주당의 상황과 자칫 잡음이 확대될 수 있음을 들어 복당 문제를 미뤘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최대 현안으로 삼은 ‘미디어법’으로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갔다.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하는가 하면 회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한 것.

민주당과 보폭 맞추기
조심스럽게 스며들어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월 재보선 당선자들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인사말에서도 ‘미디어법’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언론법)을 강행처리하면 분명히 정치는 파국으로 갈 텐데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지 않겠나. 의연하게 서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의도 밖에서 서민정치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으로 국회 밖의 문제를 국회 안으로 끌어 들인 것. 토론회를 열어 용산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도 늘려갔다. 민주당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 정기조찬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린 것. 이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한 비주류 초·재선 그룹인 ‘국민모임’은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통해 당 쇄신을 주장, 정 의원의 복당에 우회적으로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 후 지난달 12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정 의원은 복당 신청을 하면서 “지난 4월10일 잠시 옷을 벗었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던 약속,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며 “매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민주당의 선택이었고, 원내에 들어온 이후 주요현안과 정책에 대해 같은 입장과 행동을 취해왔다”고 ‘은근한 노력’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지난 재보선 기간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선거의 치열한 과정 속에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동지들에게 정치적 이유를 떠나 인간적으로 넓은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작은 차이와 균열을 넘어서야 한다. 통합과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민주개혁세력의 절대적 책무”라며 “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다시 권력을 달라고 요구할 정당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가장 낮은 길, 가장 험한 길 마다하지 않겠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후에도 친노 386 등 당 주류 일각의 반발로 복당은 한달여를 끌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과 가까운 양형일 전 의원은 “복당 신청 후 한 달이 되는 10일이 지나면 당헌 당규상 원칙적으로 신청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며 “입으로는 통합과 연대를 말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정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열린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설 이전”으로 복당 시기를 언급하면서 “이들 3명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면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미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미워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사람들보다 미운 것은 아니잖느냐”고 정 의원의 복당에 반발하는 이들을 달랬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해묵은 갈등이 한번에 사라지리라 말하는 이는 없다. 당권과 대권 등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가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 후 당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세 확장에 나섰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정 의원의 외곽조직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가 광주·전남에 이어 전북, 서울에서도 지부를 내고 대대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귀국 전까지 정 의원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었다.

정 의원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한경연을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할 씨앗’으로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진보는 그냥 과거 10년을 연장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8000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로 눈앞에 제기되어 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삶의 질의 향상과 분단의 해소를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축으로 삼았다.

귀국 후에는 전주 재보선에서 당선한 후 미 현지 회원들과 20여 분간 화상전화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한경연이 대권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초읽기 들어간 복당
남은 갈등 “만만찮네”

이에 대해 정 의원측 관계자는 “‘한경연’은 정 의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며 “전북 본부는 창립대회를 준비했지만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 확장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모임과 민주연대 등 비주류 진영이 정 대표의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민주 정부 10년 평가 이뤄진 후에 ‘뉴민주당 플랜’이 나왔어야 한다”며 공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뉴민주당 플랜’을 두고 정 대표와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정 의원이 복당 후 한동안은 당 지도부의 ‘오해’를 부를 만한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은 뭉쳐야 할 시기”라며 “밖의 적을 보지 못하고 내부의 갈등만 키우면 공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동영은 누구?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195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출신인 그는 서울대 동기인 이해찬 전 총리의 권유로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전주 덕진에서 전국 최대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도 전국 최다 득표를 획득하며 재선에 성공,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국민회의 시절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당시 권력 2인자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겨냥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깨끗한 이미지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02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졌지만 경선을 완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4년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임 폄하 발언 파문’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까지 사퇴하며 물러난 그는 같은 해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재기했다. 2006년엔 당 의장으로 여의도 정가에 복귀했으나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정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다.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시자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했으며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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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