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복당 초읽기 정동영 의원

나갈 땐 ‘맘대로’ 들어올 땐 ‘맘고생’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으로의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자 미국 유학을 떠났던 정 의원은 정계 복귀로 인해 당과 갈라섰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 전쟁’을 겪은 것. 정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 깊어졌던 골은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차츰 치유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앙금이 적지 않지만 진보개혁진영의 연합과 지방선거 승리를 앞두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정 의원의 복당에 필요한 당헌 절차를 조속히 밟도록 지시하는 등 복당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노 386 인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그리운 고향으로의 입성이 멀지 않은 것. 정 의원의 고단했던 ‘가출기’를 돌이켜 봤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릴라 ‘쉿’…복당 앞두고 언행 조심
당내 비주류와 손잡고 외곽조직으로 복귀 후 노린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당적을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 의원 등 무소속 호남 3인방의 복당을 설 이전에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2010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토론회’에서 “3명 의원의 복당 분위기가 다 됐다”며 “설 이전에는 3명 모두 민주당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복당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힘들었던 정계 복귀
금배지 찼는데 집 잃었네

이로써 정 의원은 10개월 여의 고단한  날들을 뒤로 하고 그리운 고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복당까지 정 의원이 보낸 시간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최대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도권으로 전략공천됐던 18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외롭고 물 설은 타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정계 복귀도 쉽지 않았다. 그의 복귀 무대가 된 4월 재보선은 출마 전부터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정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했고, 그는 결국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선에 나섰다.

이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72.3%(5만7423표)의 득표율로 12.9%에 그친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쳐 무소속으로 나서야 했던 설움을 씻어냈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압승으로 여의도 정계 복귀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복당은 쉽지 않았다.

복당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서거 후 민주진영에 ‘민주대연합’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터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고, 이 대통령이 중도강화, 서민행보로 치고 나가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친노 진영이든 정 의원이든 시민사회진영이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강래 원내대표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 의원의 복당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공천 선거과정에서 불신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데 선거가 끝났으니 무조건 함께 가자는 것은 정 의원도 입당해서 당원증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당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복당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민주당 내부의 전체적인 동의가 있어야 ‘때’가 무르익을 수 있음을 짚은 것이다.

정 의원도 이러한 ‘전제 조건’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여의도로 돌아온 후 민주당의 상황과 자칫 잡음이 확대될 수 있음을 들어 복당 문제를 미뤘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최대 현안으로 삼은 ‘미디어법’으로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갔다.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하는가 하면 회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한 것.

민주당과 보폭 맞추기
조심스럽게 스며들어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월 재보선 당선자들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인사말에서도 ‘미디어법’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언론법)을 강행처리하면 분명히 정치는 파국으로 갈 텐데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지 않겠나. 의연하게 서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의도 밖에서 서민정치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으로 국회 밖의 문제를 국회 안으로 끌어 들인 것. 토론회를 열어 용산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도 늘려갔다. 민주당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 정기조찬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린 것. 이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한 비주류 초·재선 그룹인 ‘국민모임’은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통해 당 쇄신을 주장, 정 의원의 복당에 우회적으로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 후 지난달 12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정 의원은 복당 신청을 하면서 “지난 4월10일 잠시 옷을 벗었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던 약속,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며 “매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민주당의 선택이었고, 원내에 들어온 이후 주요현안과 정책에 대해 같은 입장과 행동을 취해왔다”고 ‘은근한 노력’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지난 재보선 기간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선거의 치열한 과정 속에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동지들에게 정치적 이유를 떠나 인간적으로 넓은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작은 차이와 균열을 넘어서야 한다. 통합과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민주개혁세력의 절대적 책무”라며 “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다시 권력을 달라고 요구할 정당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가장 낮은 길, 가장 험한 길 마다하지 않겠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후에도 친노 386 등 당 주류 일각의 반발로 복당은 한달여를 끌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과 가까운 양형일 전 의원은 “복당 신청 후 한 달이 되는 10일이 지나면 당헌 당규상 원칙적으로 신청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며 “입으로는 통합과 연대를 말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정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열린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설 이전”으로 복당 시기를 언급하면서 “이들 3명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면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미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미워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사람들보다 미운 것은 아니잖느냐”고 정 의원의 복당에 반발하는 이들을 달랬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해묵은 갈등이 한번에 사라지리라 말하는 이는 없다. 당권과 대권 등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가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 후 당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세 확장에 나섰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정 의원의 외곽조직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가 광주·전남에 이어 전북, 서울에서도 지부를 내고 대대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귀국 전까지 정 의원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었다.

정 의원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한경연을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할 씨앗’으로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진보는 그냥 과거 10년을 연장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8000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로 눈앞에 제기되어 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삶의 질의 향상과 분단의 해소를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축으로 삼았다.

귀국 후에는 전주 재보선에서 당선한 후 미 현지 회원들과 20여 분간 화상전화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한경연이 대권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초읽기 들어간 복당
남은 갈등 “만만찮네”

이에 대해 정 의원측 관계자는 “‘한경연’은 정 의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며 “전북 본부는 창립대회를 준비했지만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 확장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모임과 민주연대 등 비주류 진영이 정 대표의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민주 정부 10년 평가 이뤄진 후에 ‘뉴민주당 플랜’이 나왔어야 한다”며 공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뉴민주당 플랜’을 두고 정 대표와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정 의원이 복당 후 한동안은 당 지도부의 ‘오해’를 부를 만한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은 뭉쳐야 할 시기”라며 “밖의 적을 보지 못하고 내부의 갈등만 키우면 공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동영은 누구?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195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출신인 그는 서울대 동기인 이해찬 전 총리의 권유로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전주 덕진에서 전국 최대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도 전국 최다 득표를 획득하며 재선에 성공,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국민회의 시절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당시 권력 2인자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겨냥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깨끗한 이미지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02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졌지만 경선을 완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4년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임 폄하 발언 파문’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까지 사퇴하며 물러난 그는 같은 해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재기했다. 2006년엔 당 의장으로 여의도 정가에 복귀했으나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정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다.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시자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했으며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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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