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복당 초읽기 정동영 의원

나갈 땐 ‘맘대로’ 들어올 땐 ‘맘고생’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으로의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자 미국 유학을 떠났던 정 의원은 정계 복귀로 인해 당과 갈라섰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 전쟁’을 겪은 것. 정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 깊어졌던 골은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차츰 치유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앙금이 적지 않지만 진보개혁진영의 연합과 지방선거 승리를 앞두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정 의원의 복당에 필요한 당헌 절차를 조속히 밟도록 지시하는 등 복당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노 386 인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그리운 고향으로의 입성이 멀지 않은 것. 정 의원의 고단했던 ‘가출기’를 돌이켜 봤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릴라 ‘쉿’…복당 앞두고 언행 조심
당내 비주류와 손잡고 외곽조직으로 복귀 후 노린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당적을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 의원 등 무소속 호남 3인방의 복당을 설 이전에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2010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토론회’에서 “3명 의원의 복당 분위기가 다 됐다”며 “설 이전에는 3명 모두 민주당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복당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힘들었던 정계 복귀
금배지 찼는데 집 잃었네

이로써 정 의원은 10개월 여의 고단한  날들을 뒤로 하고 그리운 고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복당까지 정 의원이 보낸 시간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최대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도권으로 전략공천됐던 18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외롭고 물 설은 타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정계 복귀도 쉽지 않았다. 그의 복귀 무대가 된 4월 재보선은 출마 전부터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정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했고, 그는 결국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선에 나섰다.

이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72.3%(5만7423표)의 득표율로 12.9%에 그친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쳐 무소속으로 나서야 했던 설움을 씻어냈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압승으로 여의도 정계 복귀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복당은 쉽지 않았다.

복당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서거 후 민주진영에 ‘민주대연합’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터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고, 이 대통령이 중도강화, 서민행보로 치고 나가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친노 진영이든 정 의원이든 시민사회진영이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강래 원내대표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 의원의 복당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공천 선거과정에서 불신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데 선거가 끝났으니 무조건 함께 가자는 것은 정 의원도 입당해서 당원증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당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복당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민주당 내부의 전체적인 동의가 있어야 ‘때’가 무르익을 수 있음을 짚은 것이다.

정 의원도 이러한 ‘전제 조건’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여의도로 돌아온 후 민주당의 상황과 자칫 잡음이 확대될 수 있음을 들어 복당 문제를 미뤘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최대 현안으로 삼은 ‘미디어법’으로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갔다.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하는가 하면 회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한 것.

민주당과 보폭 맞추기
조심스럽게 스며들어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월 재보선 당선자들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인사말에서도 ‘미디어법’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언론법)을 강행처리하면 분명히 정치는 파국으로 갈 텐데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지 않겠나. 의연하게 서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의도 밖에서 서민정치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으로 국회 밖의 문제를 국회 안으로 끌어 들인 것. 토론회를 열어 용산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도 늘려갔다. 민주당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 정기조찬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린 것. 이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한 비주류 초·재선 그룹인 ‘국민모임’은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통해 당 쇄신을 주장, 정 의원의 복당에 우회적으로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 후 지난달 12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정 의원은 복당 신청을 하면서 “지난 4월10일 잠시 옷을 벗었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던 약속,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며 “매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민주당의 선택이었고, 원내에 들어온 이후 주요현안과 정책에 대해 같은 입장과 행동을 취해왔다”고 ‘은근한 노력’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지난 재보선 기간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선거의 치열한 과정 속에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동지들에게 정치적 이유를 떠나 인간적으로 넓은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작은 차이와 균열을 넘어서야 한다. 통합과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민주개혁세력의 절대적 책무”라며 “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다시 권력을 달라고 요구할 정당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가장 낮은 길, 가장 험한 길 마다하지 않겠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후에도 친노 386 등 당 주류 일각의 반발로 복당은 한달여를 끌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과 가까운 양형일 전 의원은 “복당 신청 후 한 달이 되는 10일이 지나면 당헌 당규상 원칙적으로 신청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며 “입으로는 통합과 연대를 말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정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열린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설 이전”으로 복당 시기를 언급하면서 “이들 3명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면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미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미워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사람들보다 미운 것은 아니잖느냐”고 정 의원의 복당에 반발하는 이들을 달랬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해묵은 갈등이 한번에 사라지리라 말하는 이는 없다. 당권과 대권 등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가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 후 당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세 확장에 나섰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정 의원의 외곽조직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가 광주·전남에 이어 전북, 서울에서도 지부를 내고 대대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귀국 전까지 정 의원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었다.

정 의원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한경연을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할 씨앗’으로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진보는 그냥 과거 10년을 연장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8000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로 눈앞에 제기되어 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삶의 질의 향상과 분단의 해소를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축으로 삼았다.

귀국 후에는 전주 재보선에서 당선한 후 미 현지 회원들과 20여 분간 화상전화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한경연이 대권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초읽기 들어간 복당
남은 갈등 “만만찮네”

이에 대해 정 의원측 관계자는 “‘한경연’은 정 의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며 “전북 본부는 창립대회를 준비했지만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 확장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모임과 민주연대 등 비주류 진영이 정 대표의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민주 정부 10년 평가 이뤄진 후에 ‘뉴민주당 플랜’이 나왔어야 한다”며 공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뉴민주당 플랜’을 두고 정 대표와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정 의원이 복당 후 한동안은 당 지도부의 ‘오해’를 부를 만한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은 뭉쳐야 할 시기”라며 “밖의 적을 보지 못하고 내부의 갈등만 키우면 공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동영은 누구?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195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출신인 그는 서울대 동기인 이해찬 전 총리의 권유로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전주 덕진에서 전국 최대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도 전국 최다 득표를 획득하며 재선에 성공,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국민회의 시절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당시 권력 2인자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겨냥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깨끗한 이미지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02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졌지만 경선을 완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4년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임 폄하 발언 파문’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까지 사퇴하며 물러난 그는 같은 해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재기했다. 2006년엔 당 의장으로 여의도 정가에 복귀했으나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정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다.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시자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했으며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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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