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 “사공은 나 혼자로도 충분”



제1라운드 박근혜 승리…패배한 MJ 든든한 지원군 확보
친이계, ‘박근혜 대항마’로 MJ 낙점 “똘똘 뭉쳐 싸워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이 딱 그렇다. 세종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 간의 첨예한 대립이 정몽준 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간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단순한 정치적 논란 차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미래권력의 선점을 두고 벌어지는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친이-친박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두 사람의 충돌이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일회용 갈등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가시적 대권후보인 박 전 대표와 잠재적 후보인 정 대표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 일단 두 사람의 치열한 입심 대결에서는 박 전 대표가 승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 대표에게는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제2라운드 대결을 앞두고 있는 정 대표는 어떤 전략으로 나설까.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와 관련, ‘당론 수정’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현 상황으론 박 전 대표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핵심사안인 당론 수정 문제를 띄운 뒤 ‘친박계 몰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지난 19일 세종시 수정안으로의 당론 수정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날 KBS 1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한나라당이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면서 “당론을 확고하게 정하고 대오를 가지런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MJ, 2차전 선전포고
“이대로 질 수 없다”

지난 20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도 정 대표는 “원안과 수정안 중 어떤 것이 당내 공감대가 큰지 민주적 방식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논의해야 한다”며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안을 선택하는 것 이전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논의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당론이 있고 정부 대안 발표 이후 새로운 대안을 만들자는 것도 사실인 만큼 이를 논의하는 게 집권 여당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친이계의 핵심인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기회가 됐다”며 “지금의 논쟁은 최선을 찾기 위한 것으로 종국에는 화합된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정현 의원은 20일 라디오 방송에 연속 출연해 “국무총리가 원안을 하루아침에 뒤집었을 때 그때 토론하고 문제제기를 했어야지, 2달 반 만에 총리가 만들어서 던져준 것을 받아다가 이제 와서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것이 납득이 가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서상기 의원도 “충청도에서 불이 안 붙으니까 안방에서 모닥불을 지피겠다는 이야기 같은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그 뒤에 오는 혼란, 문제점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당론 수정 움직임에 친박계를 거들어주는 모양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행복도시 수정안은 이제 물 건너갔다”며 “수정안은 충청권, 국민의 여론을 얻지 못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합의를 못하고 있어 이 상태에서 국회에서 표결하면 부결될 게 뻔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여당 내 갈등과 맞물려 거론되고 있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에 대해 정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잇단 강경발언으로 박 전 대표의 조기전대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요한 상황에 조기전대가 적절한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정 대표와 마찰을 빚어온 친이계 일각은 정 대표 체제에 힘을 싣고 나섰다.

20일 서울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국정보고대회장에서 당 지도부는 “당 화합과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에는 정 대표와 박재순 최고위원, 김성조 정책위의장, 장광근 사무총장, 권영세 시당위원장과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세종시 수정안 홍보대회’에 대해 반발해온 권 위원장은 “당원들이 세종시 문제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많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듯, 세종시도 당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안으로 귀결을 시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기전대로 MJ 흔들기
“이제 그만…힘 모아야”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장 사무총장도 “세종시 문제로 ‘당이 두 쪽 나지는 않을까’ ‘친이-친박이 극단적으로 대립해 국민들에게서 멀어지고, 버림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겪어낸 경험이 있다. 지난 2007년 치열했던 대선도 겪어내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정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내가 요즘 대표를 잘 모시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쳐서 반성을 하고 있다”며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치자고, 각오를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친이’도 ‘친박’도 아니다”라며 “정 대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토론해서 마지막에는 하나로 모아간다면,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사무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반증한 것이다. 친이계에서는 마땅한 당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조기전대를 개최하는 것보다는 정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것.

정 대표를 중심으로 세종시 수정안의 당론 채택을 추진하면서 박 전 대표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 측은 “박 전 대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박근혜-정몽준) 양자구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vs MJ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세종시 정국이 여당의 차기대선후보 간의 미래권력 쟁탈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힘겨루기 1차 라운드는 싱겁게 끝이 났다는 평가다. 1차 라운드에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는 박 전 대표의 강력한 공세에 정 대표가 맥없이 대응했다는 것. 그는 “당 대표로서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은 지나친 말씀”이라고 매우 점잖게 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기자는 “이번 갈등에서 정 대표는 전혀 ‘싸움 닭’ 기질이 없는 것 같다”며 “과거 양김이라면 격한 어조로 맞서며 확전을 시도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거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최고 강자와 맞서 더불어 크는 것이 ‘정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거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랬다. 그러나 자칫 잘못돼 이종찬, 박철언씨처럼 몰락으로 갈 수도 있다”며 “정치는 승자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내가 뭘, 말도 못해’라는 식으로 눈을 아래로 까는 소극적 대응은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이다. 그런 유한 성격으로는 정당 내 생존방식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에게는 당내 세력이 없다. 그는 ‘고용사장’이고 박 전 대표는 대주주”라며 “지지기반이 없는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와 현재 구도에서 맞서려면 여론을 타야 한다. 친이계의 지원 아래 강력한 대중적 이미지로 박 전 대표와 맞서야 가능하다”라고 충고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세종시 정국에서 정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의 향후 대권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와의 싸움에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의 지지율이 점점 상승하고 있고 도전자의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 입장에서 박 전 대표와의 대결만으로도 충분히 이름값도 올렸고 적당한 시기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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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