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컴백 이건희 전 삼성 회장<속내>

수신제가로 워밍업… 분위기 무르익으면 베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재기 활동에 나섰다. 특별 사면된 지 열흘 만이다. 첫 공식 행선지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선택한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포스트 이건희로 불리는 아들 뿐 아니라 딸과 사위, 부인까지 오너 가족이 총 출동했다.

이들은 세계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두 손을 꼭 맞잡는 단란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례적인 이 전 회장의 모습에 재계는 그의 속내를 분석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동시에 그동안 제기됐던 가족 간의 불화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CES 2010’ 참석…사면 후 첫 공식 활동 나서
장남 이재용 부사장 앞세우고 두 딸에 사위, 부인까지 삼성가 총출동


‘황제의 귀환’은 화려했다. 지난 9일, 이 전 회장이 자신의 애마로 알려진 마이바흐를 타고 CES 전시장에 나타나자마자 수백 명의 취재진이 그를 에워쌌다. 2008년 4월 경영은퇴 선언 이후 1년8개월 만의 나들이인 덕분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됐다.

‘황제의 귀환’
가족들 총출동

세계 취재진들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등장한 이 전 회장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언론을 대했다. 사실 그는 언론 노출을 꺼리는 총수로 유명하다. 특히 비자금 사건 이후에는 공식석상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을 기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이동이 불편함에도 두 시간여 동안 행사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삼성그룹의 미래상과 일본 경쟁국에 대한 의견, 올림픽 유치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골고루 표출했다. 한국 사회와 경제에 대한 훈수도 뒀다.  이례적인 모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전시장 방문에 이 전 회장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함께한 것.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장남 이재용 부사장(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자녀들과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등 사위까지 총출동했다.

삼성가의 온 가족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 전 회장을 호위하듯 자리를 함께한 그의 가족들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이 전 회장의 양 옆을 나란히 지킨 두 딸들이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취재진들에게 공개적으로 “두 딸들 광고 좀 하겠다”고 말하며 그들을 양 옆에 세웠다.

왼쪽에는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를 오른쪽엔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를 불렀다. 이 전 회장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이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이동해 언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 전 회장이 처음으로 두 딸을 언론 전면에 내세우며 ‘광고’하고 나선 것에 대해 재계에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의 활동을 측면에서 돕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그룹 내 활동영역을 꾸준히 확대했던 삼성가 두 딸들은 지난해 승진 인사와 함께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 호위
가족 불화는 없다(?)

실제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경영전략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차녀 이서현 전무도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제일기획의 기획업무까지 겸임했다. 이와 함께 재계는 이 전 회장이 두 딸들을 전면에 내세워 힘을 실어 준 만큼 그동안 제기됐던 독자경영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부사장을 포함한 삼성 오너가 3세들을 모두 그룹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삼성이 계열분리로 분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해석인 것.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자식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아직 더 배워야 된다. 내가 손잡고 다녀야 할 만큼 아직 어린애다”라고 말해 독자경영을 위해선 경험이 좀 더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전 회장이 두 딸을 챙기고 나선 것이 재계에 퍼졌던 가족 간의 불화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재계 일각에선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왔다. 재계 3세들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면서 자매인 두 전무의 능력이 늘 비교의 대상이 되어 온 탓에 은근히 견제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영 복귀 질문엔 ‘아직’
복귀 가능성 열어둔 포석

이 같은 소문은 최근 두 전무가 경영전면에 등장하면서 더욱 힘을 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이 전 회장이 두 딸을 직접 챙기며 가족 간의 불화설은 근거 없는 소문임을 확인시키기 위한 퍼포먼스의 일종이라는 것이 일각의 관측인 것이다.

  또한 두 딸을 내세운 것이 사실은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이 전 회장의 배려였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이 부사장은 이 전 회장을 쫓는 취재진들 때문에 아버지와 약간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야 했다.

이 부사장 역시 최근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은 뒤 가진 이번 행사가 본격적인 신고식을 치르는 자리인 만큼 주목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날은 언론의 관심이 이 전 회장에게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이 부사장에게 집중되는 언론의 관심을 딸들을 내세워 분산시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는 이 전 회장의 이번 전시장 방문이 그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알리는 동시에 경영복귀에 대한 포문을 여는 자리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사면 후 첫 공식 활동에 온 가족을 동반한 그의 모습은 그룹의 최대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각계에 알리는 데 충분했다. 뿐만 아니다. 전시회장을 찾은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일본 등 세계 주요 전자업체들의 전시관을 직접 찾아 제품을 살피는 열의를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을 수행한 최지성 삼성전자 CEO와 윤부근 사장 등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들은 뒤 제품별로 개선할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한 입김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장면이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스스로 경영복귀에 대한 포석도 깔았다. 경영복귀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멀었다”고 답한 것. 재계는 여운을 남긴 이 전 회장의 대답을 두고 경영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온 가족 대동한 이례적 공식 행보…이 전 회장 파워 건재 과시
이부진-이서현 자매 맞잡은 두 손에 후계 구도 밑그림 마무리


사실 애초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사면이 결정된 순간부터 재계에서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던 부분이다. 다만 그 시점에 대한 예측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최초의 재계인사 단독사면이라는 정부의 결정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시점에서 섣부른 복귀는 여론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차후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가 생각보다 조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이 같은 예측은 최근 이 전 회장이 전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영복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만큼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의 고위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이 전 회장의 복귀를 바란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점도 이 전 회장의 조기 복귀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전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회장이 우선은 올림픽 유치에 주력하겠지만 앞으로 저희가 모시고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면복권에도 그런 기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재용 부사장 체제가 안착되기 전까지 이 전 회장이 좀 더 경영일선에서 후계자를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그의 조기 복귀설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사면 조치에 따른 보은의 하나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전시회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직 IOC 위원들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등 개최지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사들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또 열흘간의 이번 일정을 마친 후 국내에 돌아왔다가 다시 해외로 출국해 2주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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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