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보면 따뜻해지는 이 사람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아트룸 정해철 실장

투명한 얼음조각(Icecarving)은 생동감과 웅장함으로 연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높여준다. 최근 국제제과대회 얼음조각 부분에서 한국이 우수한 성적을 거둬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얼음조각은 아직까지 생소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아이스카빙 기원은 신라 지증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라상 올릴 때 음식에 띄우는 얼음을 조각하면서부터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1천년을 넘는다. 그러나 활동 영역이 한정돼 있는 탓에 역사에 비해 아이스카버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얼음조각가는 1백여명 정도. 최근 들어 각종 축하연에 얼음조각이 빠질 수 없는 장식물로 인식되면서 얼음조각가는 늘고 있는 추세다.

"얼음조각을 요리합니다"

“얼음조각은 묘한 빛을 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스스로 녹아 없어지며 예술로 승화하죠.”
얼음조각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 있다. 누구보다도 시원한 직업을 가진 얼음조각가 정해철(48)씨. 우리나라 초창기 얼음조각을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만든 얼음 작품만도 수천 개에 달한다. 현재 그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아트룸 실장이자 한국 얼음조각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호텔 내의 모든 국제 행사와 결혼식, 가족행사, 컨퍼런스, 파티에는 그의 얼음조각이 선보인다. 2000년도 26개국 아시아 유럽 정상들의 아셈 행사 때는 피사탑, 에펠탑, 개선문, 남대문 등 26개국의 상징물들을 얼음으로 조각해서 찬사를 받았다. 또한 우리나라 유수의 눈꽃 축제, 얼음 축제, 스키장에는 그가 회장으로 속해있는 얼음조각협회에서 직접 만든 얼음조각 작품들이 선보인다.
“돌이나 나무가 아닌 얼음을 깎아 만드는 조각품은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요.”
‘얼음조각가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는 그의 항변.
“어휴, 말도 마세요. 워낙 강도가 센 육체노동에 가까운 일이어서 작품 하나 만들고 나면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 게 예사인 걸요. 시원하기는커녕 장화를 신고 일하니 무좀에 걸리기 십상이고. 겨울엔 또 야외에서 작업하다 보면 코나 귀가 얼얼해지죠.”
정씨가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얼음조각가는 불과 10여명에 남짓했다. 아직도 전국에 얼음조각을 하는 이들은 1백여명에 불과하다.
“당시만 해도 전기톱도 없어서 손으로 톱질해서 집채만한 얼음 잘라 원앙도 만들고, 다보탑도 만들었죠.”
정씨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영숙 여사가 만든 ‘정수직업훈련원’에서 목공예 기술을 처음 배웠다. 전문학교에서 공예전문학과를 다니다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상 학업도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군대를 제대하고 훈련원의 선배의 소개로 당시 워커힐 호텔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얼음조각은 손재주 좋은 주방장이 직접했다. 그러던 것이 주방장보다 목공예 출신인 정씨가 솜씨 좋게 얼음조각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자 소문이 퍼져 어느덧 하얏트 호텔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이어 1988년 서울 올림픽 본부 호텔로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개관하면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수많은 연회의 얼음조각 작품이 들어섰다.
“얼음은 영하 5∼10도에서 48시간 가량 얼려야 투명하고 잘 녹지 않아요. 얼음은 석고나 돌, 나무 등의 소재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 형태가 사라지는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작업 후엔 많은 아쉬움이 남지요. 하지만 끝없는 창작 욕구를 자극합니다.”

얼음과 사투… 시원하기는커녕 온몸은 땀 범벅
목공예 출신 솜씨 좋아 호텔업계에서 스카우트

얼음조각을 할 때는 순서가 가장 중요하다. 세밀한 부분은 나중에, 두텁고 큰 부분부터 가능한 빨리 조각을 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음조각은 냉동실에서 보관되어 행사 1시간 전에 설치된다. 만든 지 2시간 정도 지나 조금씩 얼음이 녹아 내리기 시작할 때가 가장 예쁘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으면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이 수정구슬처럼 아름답다는 것이 장씨의 설명이다.
“얼음조각은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죠. 당연히 작업할 때에는 잡념 없이 일에 빠질 수 있고요. 성취감도 아주 좋아요.”
나무나 돌과 같은 다른 재료와 달리 얼음의 성질을 제대로 알고 감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1년을 꼬박 연습해도 작품 하나 완성하기 어려울 만큼 쉽지 않은 일. 얼음 조각을 배워보겠다고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포기해버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힘들지만 큰돈은 되지 않는 직업이지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직은 얼음 조각의 멋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씨는 호텔의 고품격 결혼식 행사를 위해서 하트 모양의 얼음 조각에 장미꽃을 넣어 고급스러우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국제 행사 때는 보다 웅장한 작품으로 한국적인 다보탑, 독립문 또는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경주마, 용, 월드컵 4강 기원을 위한 대형 축구 선수 모형, 지난 남북 총리 회담 때는 북한의 대동문 등 그가 만든 작품 수는 이루 셀 수가 없다.
“연회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독수리상이에요. 고희연에는 학이나 봉황, 결혼식 때는 잉꼬나 하트 모양의 조각이 많이 나가죠. 나름대로 꾸준히 개발해 둔 디자인만 1백여종이 넘습니다.”
지난 1월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서울 올림픽 공원 평화의문 광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얼음조각가협회 회원들이 얼음조각 전시회를 가졌다. ‘얼음 공룡전’이라는 테마 아래 총 13개의 작품이 선보였으며 이 전시회를 위해서 얼음 4백장(5만6천kg)의 얼음이 사용되었다.  
“외국에서는 얼음조각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해줘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없고, 얼음 조각 작품에 대한 홍보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정씨는 앞으로 한국 얼음조각이 대중에게 더욱 알려지고, 일본의 삿뽀로 국제 얼음조각축제나 중국의 ‘빙등제’처럼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인 얼음축제를 만들어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축제를 통해서 많은 작품 활동으로 얼음 조각을 대중들에게 보다 많이 알리고 싶어요.”
곧 50세를 앞 둔 나이에도 희망을 꿈꾸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Tip - 얼음조각가가 되려면    
삿포로 동계 얼음조각대회 입상이 지름길
얼음조각에 대한 수요는 해가 거듭될수록 높아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전국 곳곳에서 ‘눈과 겨울’을 테마로 한 축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는데 다양한 캐릭터를 조각한 얼음조각들은 풍성한 볼거리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 여름에 만들어지는 얼음조각은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더위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듯 얼음조각은 사계절 내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각종 축하연에 빠질 수 없는 장식물로 인식되고 있다. 대형 호텔에서는 ‘아트룸’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얼음조각을 만들고 있으며 결혼식이나 연회 등 각종 축하모임에서 얼음조각의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얼음조각가 분야를 가르치는 전문적인 교육 기관이 없다. 그래서 얼음조각가가 되려면 일단 호텔의 조리부나 아트 분야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보통 미대를 졸업한 사람이 많이 택한다. 일본의 삿포로 동계 얼음조각대회에서 입상하면 빨리 인정받을 수 있어 얼음조각가가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얼음조각에 필요한 도구
1? 톱
얼음을 조각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다. 얼음과 얼음을 붙일 때 사용하며 얼음조각 표면에 거친 느낌을 표현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2? 얼음집게
얼음집게는 조각용 얼음을 눕히거나 세울 때 또는 이동할 때 사용하는 얼음조각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
3? 전기톱
대형 공예작품을 만들 때 얼음을 쉽게 자를 수 있어 조각하는 데 편리한 도구이다. 톱은 크기가 다른 2종류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톱날의 길이가 40~45cm인 것을 사용한다. 얼음조각의 기본인 스케치가 끝나면 가장 먼저 톱의 사용법을 익히게 되는데 조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얼음조각 작업의 40~50%는 톱을 사용한다.
4? 전동 그라인더
작품의 최종 마무리 전 단계에서 사용하는 그라인더는 세밀한 공예 작업 전에 작품의 모서리를 갈면서 전체적으로 작품을 매끄럽게 다듬는 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연마석은 굵은 것부터 고운 연마석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5? 평끌(평칼)
평끌은 긴것, 짧은 것, 넓은 것, 좁은 것, 두꺼운 것, 얇은 것 등 크기별로 5가지 종류가 있다. 날의 길이가 12cm, 10cm, 8cm, 5.5cm, 3.5cm 등으로 평끌의 종류는 다양하다. 특별한 사용법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날이 얇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작업하기가 수월하다. 평끌의 종류는 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다양하지만 얼음을 조각할 경우 톱을 사용한 다음에는 보통 ‘가장 큰 평끌’을 사용한다. 그러고 나서 한 단계 작은 크기의 평끌을 사용한다.
6? 원형각끌(원형각도)
천사의 날개, 파도 등과 같은 부드러운 곡선과 홈을 만들 때 사용한다.
7? 각끌(각도)
각끌은 넓이가 4cm, 3cm 정도의 크기가 적당하다. 각끌 크기가 같고 칼의 자루가 길면 대형 공예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전체 공정이 끝나고 최종 마무리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
8? 창칼
창칼은 주문식이 아닌 맞춤형으로 개인에 맞게 제작하는데 이번에 소개된 창칼은 칼날과 칼자루의 길이가 30-30cm, 30-20cm, 20cm-18cm. 칼자루의 길이는 칼과 함께 본인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조각 특성에 맞도록 주문 제작해야 사용할 때 편하다. 창칼은 각도 칼을 사용하기 전에 전체를 다듬고 정리할때, 움푹 들어 간 곳을 정리할 때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9? 냉각제
순간적으로 분사되는 냉매는 얼음과 얼음 사이를 순식간에 얼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칼이나 창 모형처럼 날카로운 부분을 따로 조립할 때 유용한 도구로 얼음조각 작업 중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깨진 얼음조각을 붙일 때에도 사용한다.
[10] 줄자
얼음조각에 스케치를 하거나 여러 장의 얼음을 조합하여 대형 작품을 만들 때에 사용하는 것으로 비례를 맞추고 크기를 조정할 때도 줄자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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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