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⑤판치는 상술

“때는 이때” 숟가락 얹은 기업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온 나라에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서도 구호 지원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 해상크레인 등을 보내 구조 작업에 힘을 싣고 희생자 가족들에 각종 구호물품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재난을 악용한 상술이 판을 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해상크레인 등을 보내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태거나 생필품 등 각종 구호물품을 보내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3600t급 해상 크레인을 사고 당일인 16일 저녁 파견했다.

삼성중공업은 18일에도 국내 최대 규모인 800t급 해상 크레인을 추가로 지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인양작업에 쓰일 플로팅 독을 보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잠수부 15명과 봉사단 200명, 예인선으로 활용할 수 있는 터그보트 3척과 구급차 3대도 현장에 급파했다.

애도 물결 동참

유통업체들은 생필품 등 구호물품으로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신세계그룹은 1t 트럭 4대 분의 생활용품과 담요, 한 끼에 300명의 식사를 공급할 수 있는 신세계푸드 밥차 1대를 보냈다. CJ제일제당은 급식 차량과 1000명분의 식사, 햇반·생수·김치·고추장·김 등 식자재와 빵 3000개를, LG생활건강은 치약·칫솔 등 생필품 5000여개를 지원했다.

농심은 컵라면 6000개와 생수 4000개를,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통해 빵과 생수 각 1만개를 보냈으며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은 사고 당일인 16일부터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매일 2000인분의 음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양말·수건·속옷·세면도구 등 생활용품 2000세트도 추가로 전달했다. 대한항공도 생수 2만5000병과 담요 1000장을 지원했다.

롯데마트도 매일 300인분의 도시락과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2만500병과 두유 8000개를, 홈플러스는 목포점을 통해 생수, 컵라면 등을 200인분씩 지원했다. 부산 세정그룹도 라면 5000개 등 생필품을 구입해 지원했다. 한국외식산업협회는 2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과 함께 희생자 가족과 해경·민간 잠수부에 운동복 500벌, 양말 1000켤레 등을 전달했다.

의료계의 지원도 이어졌다. 병원협회는 전국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실종자 의료봉사 희망병원을 모집하고 진도 체육관 임시진료소에서는 경찰병원을 비롯해 목포한국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이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통신 지원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사고 인근 지역 기지국 14곳과 환자 이송 지역 인근 기지국 5곳의 용량을 2배로 증설하고 안산 단원고에도 이동기지국을 마련했다. LG유플러스는 안산 단원고에 인터넷 전화 10대와 고출력 와이파이 3대를 설치하고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과 진도 팽목항에 이동 차량기지국 2국과 무료 휴대폰 5대, 충전기 20대 등을 제공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구호우편물을 3개월 동안 무료 배송한다고 밝혔다. 일반 개인이 진도군과 안산시 구호기관에 구호물품을 보낼 경우, '구호우편'이라고 표시해 무료로 접수할 수 있게 했다.
 

성금도 이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금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이와 별도로 범중소기업계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은 사재 5억원을 내놨으며 침대 제조업체 시몬스는 5억원을, 한국짐보리(주)짐월드는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행사비 5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경동제약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1억1000여만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부산의 구명정 정비업체인 한영기업은 이번 사고가 부끄럽고 또 미안하다며 성금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구조·물품지원 이어지는 온정 손길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도 넘은 마케팅도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이벤트도 중단됐다. 금호타이어는 신제품 '솔루스TA31' 발표회를 취소했다. 페라리·마세라티 국내 딜러인 FMK도 신차 '캘리포니아T' 출시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AJ렌터카는 제4회 직장인야구대회 개막전을 미뤘고 E1은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비전 선포식을 미뤘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추성훈·사랑 부녀를 모델로 선정하고 TV광고 촬영까지 마쳤으나 아직 내보내지 않고 있고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도 카메라 홍보 영상 송출 일정을 연기했다. 내비게이션·블랙박스 업체 파인디지털은 페이스북에서 하던 이벤트를 중단했다. 삼성그룹도 대학생 토크콘서트 '열정락서'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삼성전자도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를 취소했다. LG전자는 손연재 리듬체조 갈라쇼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기업들이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국가재난을 악용한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청주 분평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 18일 "더 늦기 전에 가족·친구·동료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이달 20일까지 코오롱스포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10만원의 할인과 7%를 적립해 준다는 홍보성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국민들은 '상식에 어긋나는 마케팅'이라며 날선 비난을 보냈다.

결국 코오롱스포츠는 공식 트위터와 홈페이지 등에 "대리점 측이 단독으로 해당 지역 고객에게 보낸 것"이라며 해명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코오롱스포츠는 해당 대리점에 대해 영업을 잠정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악덕 상술은 장례식장까지 이어졌다. 일부 상조회사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가 안치된 각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접근해 계약을 권유했다. 이들은 공무원을 사칭하며 특정 상조회사 이용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체육관에 모여 있는 10여 명의 가족들에게 "내가 선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1억원만 주면 실종자를 꺼내주겠다"고 제안한 한 남성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진도 지역 일부 숙박업소 숙박비와 뱃삯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악덕 장사질

사고를 이용한 스미싱(문자사기)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고 하루 만인 17일 '객선(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스미싱 문자가 퍼졌으며 이후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http://tl.news' 등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문자도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사고 대책본부는 "일부 기업들의 도 넘은 마케팅과 판을 치는 '가짜'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겨내기 위해 자제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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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