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⑤판치는 상술

“때는 이때” 숟가락 얹은 기업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온 나라에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서도 구호 지원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 해상크레인 등을 보내 구조 작업에 힘을 싣고 희생자 가족들에 각종 구호물품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재난을 악용한 상술이 판을 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해상크레인 등을 보내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태거나 생필품 등 각종 구호물품을 보내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3600t급 해상 크레인을 사고 당일인 16일 저녁 파견했다.

삼성중공업은 18일에도 국내 최대 규모인 800t급 해상 크레인을 추가로 지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인양작업에 쓰일 플로팅 독을 보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잠수부 15명과 봉사단 200명, 예인선으로 활용할 수 있는 터그보트 3척과 구급차 3대도 현장에 급파했다.

애도 물결 동참

유통업체들은 생필품 등 구호물품으로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신세계그룹은 1t 트럭 4대 분의 생활용품과 담요, 한 끼에 300명의 식사를 공급할 수 있는 신세계푸드 밥차 1대를 보냈다. CJ제일제당은 급식 차량과 1000명분의 식사, 햇반·생수·김치·고추장·김 등 식자재와 빵 3000개를, LG생활건강은 치약·칫솔 등 생필품 5000여개를 지원했다.

농심은 컵라면 6000개와 생수 4000개를,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통해 빵과 생수 각 1만개를 보냈으며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은 사고 당일인 16일부터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매일 2000인분의 음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양말·수건·속옷·세면도구 등 생활용품 2000세트도 추가로 전달했다. 대한항공도 생수 2만5000병과 담요 1000장을 지원했다.


롯데마트도 매일 300인분의 도시락과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2만500병과 두유 8000개를, 홈플러스는 목포점을 통해 생수, 컵라면 등을 200인분씩 지원했다. 부산 세정그룹도 라면 5000개 등 생필품을 구입해 지원했다. 한국외식산업협회는 2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과 함께 희생자 가족과 해경·민간 잠수부에 운동복 500벌, 양말 1000켤레 등을 전달했다.

의료계의 지원도 이어졌다. 병원협회는 전국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실종자 의료봉사 희망병원을 모집하고 진도 체육관 임시진료소에서는 경찰병원을 비롯해 목포한국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이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통신 지원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사고 인근 지역 기지국 14곳과 환자 이송 지역 인근 기지국 5곳의 용량을 2배로 증설하고 안산 단원고에도 이동기지국을 마련했다. LG유플러스는 안산 단원고에 인터넷 전화 10대와 고출력 와이파이 3대를 설치하고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과 진도 팽목항에 이동 차량기지국 2국과 무료 휴대폰 5대, 충전기 20대 등을 제공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구호우편물을 3개월 동안 무료 배송한다고 밝혔다. 일반 개인이 진도군과 안산시 구호기관에 구호물품을 보낼 경우, '구호우편'이라고 표시해 무료로 접수할 수 있게 했다.
 

성금도 이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금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이와 별도로 범중소기업계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은 사재 5억원을 내놨으며 침대 제조업체 시몬스는 5억원을, 한국짐보리(주)짐월드는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행사비 5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경동제약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1억1000여만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부산의 구명정 정비업체인 한영기업은 이번 사고가 부끄럽고 또 미안하다며 성금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구조·물품지원 이어지는 온정 손길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도 넘은 마케팅도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이벤트도 중단됐다. 금호타이어는 신제품 '솔루스TA31' 발표회를 취소했다. 페라리·마세라티 국내 딜러인 FMK도 신차 '캘리포니아T' 출시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AJ렌터카는 제4회 직장인야구대회 개막전을 미뤘고 E1은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비전 선포식을 미뤘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추성훈·사랑 부녀를 모델로 선정하고 TV광고 촬영까지 마쳤으나 아직 내보내지 않고 있고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도 카메라 홍보 영상 송출 일정을 연기했다. 내비게이션·블랙박스 업체 파인디지털은 페이스북에서 하던 이벤트를 중단했다. 삼성그룹도 대학생 토크콘서트 '열정락서'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삼성전자도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를 취소했다. LG전자는 손연재 리듬체조 갈라쇼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기업들이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국가재난을 악용한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청주 분평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 18일 "더 늦기 전에 가족·친구·동료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이달 20일까지 코오롱스포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10만원의 할인과 7%를 적립해 준다는 홍보성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국민들은 '상식에 어긋나는 마케팅'이라며 날선 비난을 보냈다.

결국 코오롱스포츠는 공식 트위터와 홈페이지 등에 "대리점 측이 단독으로 해당 지역 고객에게 보낸 것"이라며 해명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코오롱스포츠는 해당 대리점에 대해 영업을 잠정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악덕 상술은 장례식장까지 이어졌다. 일부 상조회사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가 안치된 각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접근해 계약을 권유했다. 이들은 공무원을 사칭하며 특정 상조회사 이용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체육관에 모여 있는 10여 명의 가족들에게 "내가 선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1억원만 주면 실종자를 꺼내주겠다"고 제안한 한 남성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진도 지역 일부 숙박업소 숙박비와 뱃삯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악덕 장사질

사고를 이용한 스미싱(문자사기)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고 하루 만인 17일 '객선(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스미싱 문자가 퍼졌으며 이후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http://tl.news' 등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문자도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사고 대책본부는 "일부 기업들의 도 넘은 마케팅과 판을 치는 '가짜'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겨내기 위해 자제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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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승객 한 사람이 ‘대통령실’이라는 정거장에서 내렸을 뿐이다. 일부 승객은 ‘교도소’라는 정거장에서 하차했다. 버스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계속 돌고 돈다. 버스가 존재하고 운전자가 있는 한 끊임없이 달린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 제기였다. 게이트로 번진 대장동 사건은 현재까지 이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있는 사법 리스크의 시발점이 됐다. 4년 만에 첫 판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민간업자 관련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1년 말 이들이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나온 판결로, 그사이 재판만 190여차례 열렸다. 수사, 공판 자료가 25만쪽에 달하고 1심 판결문도 700쪽이 넘는 초대형 재판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선고공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 이들을 그 자리에서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8년,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이 선고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받았다.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8억2200만원이 선고됐다. 정 변호사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했다.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정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12월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와 실무자가 민간업자와 결탁한 부패 범죄로 규정했다. 공직자로서의 임무 위배와 막대한 경제적 이익 취득 등을 중대하게 본 것이다. 유동규와 민간업자들 중형+구속 판결문에 이 대통령 390회 언급 재판부는 “유동규는 민간업자들을 사업 책임자로 내정했으며 주요 내용마저 민간업자들이 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가 ‘정영학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은 ‘배임 약정 및 이익 분배’라는 대화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했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그 약정의 실행 주체와 과정, 그리고 수뇌부의 관여’라는 공범 관계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동규는 해당 진술로 인해 유죄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진술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4년여 만에 나오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이 들썩였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판은 중지됐지만, 이 대통령 역시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다. 이들에 대한 판결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1심 재판부가 2시간30여분 동안 읽어 내려간 판결문에는 이 대통령의 이름이 400회 가까이 등장한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사건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고, 정진상(전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 법정에 출석했으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을 위해 민간업자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었다고 봤다. 이어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민간업자들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언급했다. 개입 여부 판단 보류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방법으로 성남시의 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재명의 재선을 도왔다”며 “이는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 김만배가 남욱, 정영학을 돕는 사실,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를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하는 대가로 사업 수익을 일부 받기로 민간업자들과 약속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로는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의 진술대로 나중에 이 대통령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도 사실상 이 대통령이 이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428억원 약정 약속’을 한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 돈이 이 대통령의 정지차금으로 흘러가기로 정해졌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이 내용을 알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실장의 공모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판부는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은 이재명의 최측근으로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남욱 등 민간사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재명의 측근으로 성남시의 유력 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해석 정치권 들썩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은 여당인 민주당을 자극했다. 대선 전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반응과 비슷했다. 당시 민주당은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면서 대법관 수 증원 등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른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을 들고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중지법을 의결한 뒤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직전에 연기한 바 있다. 방탄 입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법부가 ‘이론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당내에서 재판중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동시에 대장동 판결이 나오면서 입법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당 차원으로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의 속도전은 대통령실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3일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한 자리에서였다. APEC 정상회의 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야 할 시기에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요청의 대상은 민주당 지도부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중지법 처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여론의 역풍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통령실에서 나온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재판중지법 대통령실 제동 국민의힘, 임기 내내 공격 카드로 법안 처리 예고→대통령실 발언→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2~3일에 불과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민주당 정청래 대표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도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번뿐만 아니라 당 대표가 된 뒤로 사사건건 이 대통령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부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호흡이 역대 최고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인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에 대해 “이유도 명분도 없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결자해지하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될 여러 사안이 임기 내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모두 정지됐지만 주변 인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장동 사건처럼 이 대통령을 제외한 인사들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법조계는 해석하느라, 정치권은 정쟁을 벌이느라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먹히든 안 먹히든 ‘5년 동안 공격이 가능한 카드’를 쥔 상황이고 민주당은 일정 정도의 공격력은 방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대통령이 법정에만 서지 않을 뿐 남은 임기 내내 ‘이재명 없는 이재명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내렸을 뿐 멈추진 않아 대통령 당선 전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대장동 사건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 등 총 5개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판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판결이 이 대통령을 수동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