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받는 트랜스젠더 사연

긴 생머리 휘날리는 군인…정체는?

[일요시사=사회팀] 트랜스젠더도 예비군훈련을 받는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군 전역 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수술을 했다 할지라도 일반 남성과 동일하게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긴 생머리의 여성이 동원훈련장에 나타나 일반 남성들과 2박3일을 동고동락하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시켰다. 이 사진 속에는 실내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익숙한 교회의자와 얼룩무늬 전투복 차림의 예비군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긴 생머리의 여성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군필’ 트랜스젠더였다.

그녀들은 ‘군필’

사진의 진위를 두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중에는 ‘아내가 대신 예비군에 나온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본인 외에는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 그리고 ‘여군’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여군은 군복무를 마치면 퇴역처리가 되기 때문에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는다. 결국 사진 속 여성은 트랜스젠더로 좁혀졌다.

트랜스젠더가 예비군 훈련장에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입대 전 수술을 하지 않고 입대 후 군생활을 마친 뒤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군필 후 커밍아웃을 한 이들의 주민번호는 뒷자리는 1로 시작하므로 법적으로는 남성이다. 몸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 직장인 A(26)씨는 2박3일간 동원훈련을 받기 위해 군부대로 향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했다. 그런데 다소 낯선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있었다. 긴 머리, 긴 속눈썹, 고운 살결, 심지어 화장까지 한 영락없는 여성이 전투복을 입고 서 있던 것이다. 예비군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예비군만 당황한 건 아니었다. 입소를 위해 주민등록증을 검사하던 현역병도 놀란 표정이었다. 민증을 검사하던 현역병은 상황실로 달려갔다. 이내 대대장 및 간부들이 집합했다. 간부들도 놀란 기색이었다. 이들은 급하게 회의를 한 뒤, 트랜스젠더로 밝혀진 이를 배려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예비역들과 다른 격실로 배치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라도 규정상 훈련 면제나 열외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의 조치였다. 그래서 그는 2박3일 동안 훈련소 의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탄띠를 매고 소총을 들고 훈련에 임했다. 특별한 사고는 없었다. 단지 뒷말이 무성했을 뿐이었다. 그는 훈련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대학생 B(24)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당일치기 대학생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도착한 훈련소에서 전투복을 입고 있는 여성을 만났다. 그는 두 눈을 의심했다. 여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에게 건너 들어보니, 캠퍼스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트랜스젠더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외 없이 모든 훈련에 임했고 다른 학생들처럼 PX도 자연스럽게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이어져 안타까웠다는 후문이다.

전역후 뒤늦게 성전환 수술
일반 남성과 동일하게 훈련
동원 2박3일 동고동락하기도

이렇듯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필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비록 트렌스젠더지만 군 생활을 겪었던 사람들이기에 훈련의 의무가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는 군필 트랜스젠터가 유독 많다고 전해진다.

특전사 출신의 한 동대장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트랜스젠터 예비군에 대해 알고 있다”며 “특히 용산구 쪽 동대장들을 통해 트랜스젠더 예비군 관련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소 밀집지역에 유난히 많다”면서 “그쪽에서는 아예 단체로 차에서 내려 훈련에 참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군필 트랜스젠더들은 화장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훈련 면제나 열외는 없다. 군필자에게 예비군 훈련은 의무이기 때문이다. 다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간부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트랜스젠더의 예비군 훈련 면제 및 열외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술 여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애매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슈퍼모델로 화제가 됐던 최한빛은 과거사 고백을 통해 군면제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최한빛은 한 방송을 통해 입영신청을 했었지만 면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자들과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 생활이 너무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최한빛은 “결국 정신과 진단을 가지고 무작정 병무청을 찾아갔다”며 “병무청 관계자가 ‘이 얼굴로 군대 갈 생각을 했냐’며 ‘성형은 어디서 했냐’고 물어봤다. 나는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군면제를 받았고 수술을 한 뒤 법원에서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까지 마쳐 법적 절차를 밟아 여성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꾸준히 모델로 활동 중이다.

성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인식이 날이 갈수록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는 대중목욕탕 ‘여탕에 여장남자가 들어왔다’는 황당한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김모(31)씨를 붙잡았지만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에게 어떤 법을 적용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호적정정을 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남성이 맞았지만 성전환 수술로 여성의 몸을 가진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이다.

면제·열외 불가

경찰은 남성이 고의를 가지고 여장을 한 채 여탕에 입장했다면 성폭력특례법 혹은 주거침입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수술까지 한 김씨를 순수한 남성으로 보기 어려웠다. 결국 경찰은 적용법조를 상의한 끝에 김씨에게 경범죄처벌법상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출입구에서 표를 끊지 않은 채 여탕에 들어온 사실이 확인됐고 김씨의 사정을 알게 된 여성 신고자가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호를 1번에서 2번으로 바꾸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FTM트랜스젠더’란?
‘상남자’ 꿈꾸는 여자들

트랜스젠더 중 여성의 육체지만 남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을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라고 한다. 즉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남성만이 갈 수 있는 군대에 입대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진정한 남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군 입대를 희망하지만 FTM트랜스젠더는 법적으로 군 입대가 허용되지 않는다. 평범한 남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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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