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출항 100일도 안 된 ‘김준규 검찰호’ 안팎 구설수에 ‘위태’

김준규 검찰총장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검찰 안팎으로 구설수에 휘말린 탓이다. 김 총장은 최근 기자단과의 모임에서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일제히 ‘촌지검찰’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효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따른 정·재계의 따가운 시선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특히 야권이 검찰의 지난 수사가 ‘부실 수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좌불안석이다. 결국 김 총장이 직접 나서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정계 일각에선 철저한 수사를 거듭 강조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 기강 확립·기업 비리 척결 다짐 공허한 메아리
돈봉투 이벤트·효성그룹 부동산 비자금 의혹에 신임 바닥


김준규 총장이 최근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정치권 인사들의 도마에 올랐다. 그가 출입기자단에게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기자단에 돈 봉투 전달
정치권 ‘신종촌지’ 비난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저녁 7시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클럽’에선 김 총장과 출입기자단 사이의 만찬이 열렸다. 김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이 만찬에는 출입기자 24명이 참가했다.

또 9명의 대검 간부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미리 준비해온 양주 조니워커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4잔씩 돌린 뒤 기자들에게 추첨 이벤트를 제안했다.

그는 같은 번호 두 개가 적힌 종이를 한 장씩 기자들에게 돌렸고 기자들은 종이를 반으로 잘라 그 가운데 한 장을 조그만 통에 담았다. 이후 김 총장 등 대검 간부 8명이 돌아가며 종이 한 장씩을 뽑았고 김 총장은 번호가 당첨된 기자들에게 차례로 봉투를 건넸다.

뒷면에는 ‘검찰총장 김준규’, 앞면에는 ‘격려’라고 쓰여진 봉투 안에는 5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가 들어 있었다. 김 총장은 일부 기자들과 함께한 2차 술자리에서도 추가 추첨 이벤트를 벌여 2명의 기자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이 날 김 총장이 기자들 손에 쥐어 준 돈 봉투는 총 500만원어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구시대적 관행’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검찰총장이 마치 카지노딜러처럼 도박 뽑기로 돈 봉투를 돌렸다”며 “기자를 뇌물로 회유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물론이고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종촌지’ 수법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위장전입’ ‘이중소득공제’ ‘근무시간 미인대회 심사’ ‘호화취미’ ‘2007년 대전지검장 재직시 선거법 수사 누락 의혹’ 등 숱한 결격사유를 달고 총장이 되더니 재임기간에도 흠결을 잔뜩 달 생각인가”라며 “결격사유, 흠결이 무슨 훈장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도박공화국 검찰총장이냐”며 “김 총장은 검찰 명예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다. 김 총장은 사건이 보도된 지난 6일 조은석 대검 대변인을 통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있었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추첨 이벤트는 했지만 이것이 촌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서 촌지라는 용어를 썼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첨해서 주는 촌지가 어디 있느냐”며 “총장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이 같은 해명에 법조계 한 언론인은 블로그를 통해 “수년의 법조기자 생활 동안 돈 봉투를 건네는 법조인을 본 적이 없다”며 “그날 김 총장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봐주기 수사’ 논란에
효성 부동산 의혹 ‘악재’

정계 일각에서는 의도가 어찌됐든 이번 사건으로 김 총장의 위세가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라는 시선이다. 김 총장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또 다른 하나는 최근 다시 불거진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정·재계의 ‘검찰 부실수사’ 논란이 일어나면서 그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검찰은 앞서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의혹 조사를 마친 적이 있다. 1년 반을 끌어오던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해 검찰은 효성건설 부문이 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효성중공업의 발전 장비 납품비리를 규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작성한 효성그룹에 대한 첩보보고서가 국감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은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정치권·시민단체 ‘신종촌지수법’ 질타에
검찰  돈봉투 돌렸지만 뇌물 아니다(?)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대검찰청이 작성했다는 효성 범죄첩보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하고 검찰이 보고서까지 만들고도 내사를 종결한 것은 대통령의 사돈 기업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 블로거 안모씨가 효성그룹 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 조성 의혹을 제기해 김 총장은 상당히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그동안 정치권이 효성그룹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을 당시에도 김 총장은 충분히 조사한 사안이라며 “재수사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인터넷 블로거 안씨의 폭로 이후 정치권의 화살은 일제히 검찰 쪽을 향했다. 정계 일각에선 검찰이 정부 사돈기업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검찰은 효성 비자금 수사를 눈감고 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재벌 일가가 해외 고가 주택 매입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자금 출처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이다”라며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그룹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재수사로 국민 앞에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효성가 자금줄 수사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야

결국 ‘봐주기 수사’ 의혹이 커지자 김 총장은 직접 효성가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지시했고 지난 9일 검찰은 대대적인 금융계좌 추적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해외 블로그를 통해 효성그룹의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검찰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3남 조현상 전무 등 관련자 3명의 개인계좌와 연결계좌, (주)효성의 법인계좌까지 총 150여 개의 금융계좌를 추적해 100억원이 넘는 해외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를 철저히 밝힌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이 같은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에 대해 정계 일각에서는 끝까지 지켜본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만약 검찰이 우물우물 넘어간다면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들려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말로만 법질서 확립, 법치주의 이야기하지 말고 효성 관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프로필


1955년 10월28일 서울 출생
1979년 사법시험 합격(21회)
1981년 군법무관
1984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1987년 광주지검 장흥지청 검사
198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89년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 검사
1991년 서울지검 고등검찰관
1993년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1993년 대검 검찰연구관
1994년 주 미국 법무협력관
1997년 수원지검 특수부장
1997년 수원지점 형사3부장
1998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1999년 법무부 법무심의관
2000년 서울지검 형사6부장
2000년 서울지검 형사2부장
2001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2002년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2003년 수원지검 1차장검사
200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
2005년 법무부 법무실장
2007년 대전지검 검사장
2008년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
2008년 부산고검 검사장
2009년 대전고검 검사장
2009년 8월 제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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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