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최후의 카드’ 꺼내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내 사랑 반도체’ 끌어안고 뚝심있게 ‘전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산업은행과 매각을 추진 중이던 계열사 동부메탈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의 차이를 두고 장기간 줄다리기를 해오던 김 회장이 사재출연이란 ‘최후의 카드’를 꺼내놓은 셈이다.

김 회장의 이번 결단은 그룹 내 골칫덩이로 인식되어 왔던 반도체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는 김 회장의 뚝심 있는 행보가 동부하이텍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데 해법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이하 산은)과의 동부메탈 매각협상에 ‘사재출연’이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놓았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19일 ‘동부하이텍 구조조정에 관한 동부그룹의 입장’이란 발표문을 통해 김 회장이 3500억원의 사재를 들여 동부하이텍이 100% 보유한 동부메탈 지분 중 50%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지분 인수에 투입되는 이 자금을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비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동부하이텍 내 농업부문 매각과 부동산 등을 팔아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내 최대 사업인 농업부문과 지난해 가동을 중단한 유화부문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한편 남은 동부메탈의 잔여 지분 상장을 통해 총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자체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제 값 안주면 못 팔아!”
사실상 채권단 협상중단

동부그룹은 이를 통해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의 차입금 1조9000억원 중 4000억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는 김 회장의 이 같은 결단에 대해 “김 회장이 산은과의 동부메탈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사실상 채권단과의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의 지속적인 적자와 과다 차입금 등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지난 5월부터 동부하이텍의 계열사인 동부메탈을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산은과의 협상은 동부메탈의 적정 시장가격에 대한 시각 차이가 현저해 장기간 평행선을 달려왔다. 동부그룹은 동부메탈 100% 지분과 경영권의 가격가치를 최소 7000억원으로 평가한 반면 산은은 4번의 실사 결과 4000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

지난 8월에는 산은이 동부메탈 인수 후 이익을 나눠 갖는 언 아웃(Earn-out) 방식을 제시해 협상 진전이 이뤄지는 듯 했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결국 지난달 산은과의 협상을 중단한 후 한 달이 채 안 돼 동부그룹이 특단의 구조조정 추진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그동안 ‘동부메탈은 이익을 꾸준하게 내는 기업인만큼 헐값 매각은 곤란하다.

3500억원 사재출연… 동부메탈 지분 50% 인수
동부메탈 품고… 동부하이텍 농업부문 버리고…


팔더라도 나중에 우리가 다시 사올 것이다’고 밝히는 등 계열사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 왔다”며 “결국 헐값에 넘기느니 사재동원을 통해서라도 품고 가겠다는 의지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물론 김 회장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김 회장은 사재출연에 이어 동부하이텍의 농업부문을 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동부메탈을 끌어안는 대신 그룹의 주축사업이었던 동부하이텍 농업부문은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안을 통해 동부하이텍은 반도체사업만을 남겨두고 유화부문과 농업부문을 다 팔게 된 셈이다. 동부하이텍의 농업부문은 매출 1조원 규모의 알짜 사업인 만큼 그룹 내 큰 부분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 김 회장의 이 같은 결심은 업계의 지속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김 회장이 지난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후 반도체사업은 만성적자를 기록해왔고 재무구조도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수시로 제기되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기준 영업 손실은 2000억원 수준으로 육박했고 부채비율은 400%를 넘겼다.

당시 김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자 현금흐름과 안정적 수익구조의 우량계열사인 동부한농화학과 반도체사업 부문을 합병해 재무구조 안정을 꾀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 2007년 이름을 바꾼 동부하이텍이다.

반도체는 미래성장 동력
무조건 안고가기 ‘뚝심’

그러나 이후 국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농업·화학 부문과 반도체사업의 만남은 건실하게 성장할 틈도 없이 반도체 부문의 부채 부담만 커졌다. 결국 동부하이텍 반도체사업이 장기적인 적자행진으로 동부그룹의 수익성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동부하이텍을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반도체사업은 기업의 미래성장 동력인만큼 이 부문만은 반드시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투자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으며 반도체사업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해 왔다.

김 회장의 뚝심 있는 결정에 우선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김 회장의 사재출연이 그룹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시키고 핵심 사업 분야로의 집중 의지를 보여줬다며 반겼다.

헐값에 넘기느니 내가 ‘꿀꺽’
반도체사업 ‘올인’ 의지 표명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소식은 동부그룹 내 반도체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내보인 것인 만큼 향후 주가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동부그룹 전체의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던 동부하이텍의 반도체사업은 실제 아무런 지분관계도 없는 동부그룹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다”며 “대주주인 김 회장이 직접 재무구조 조정을 선언한 만큼 동부그룹 전체로까지 번지던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회장의 사재출연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9일, 동부하이텍의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14.97%까지 오르면서 7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덩달아 동부그룹 전체 계열사 주식도 들썩였다. 동부정밀이 6.22%, 동부CNI가 4.38%, 동부화재도 3.02% 올랐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도 랠리에 가담했다.

업계 일단 긍정적 반응
사재출연 방법 관심 집중

업계는 다만 김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3500억원을 조달할 지에 대한 의문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기존의 그룹 지배구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35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는 이번 구조조정의 또 다른 평가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부그룹도 이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상태다.

동부그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출연하기로 공표한 3500억원을 조성해 동부메탈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지금 시점에서 계열사 주식을 거론하거나 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부동산을 제외하고도 1조원이 넘는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보다는 보유 주식이나 유가증권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업계 한편에선 김 회장의 사재출연이란 승부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점을 꼬집기도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현재 막대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위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동부하이텍 반도체사업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번과 같은 재무구조 불안은 얼마든지 거듭될 수 있다”며 “그때마다 자금이 추가로 투입된다면 김 회장의 뚝심이 결국 그룹 전체의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프로필


1944년 12월 4일 강원 동해시 출생
1964년 2월 경기고등학교 졸업
1969년 1월 미륭건설(현 동부건설) 설립
1973년 8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2년 동부아남반도체 회장
200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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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