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홍명보 ‘따뜻한 카리스마’ 빛났다!



‘리틀 태극전사’ 18년만의 8강…FIFA도 ‘서프라이즈’
‘선수출신 지도자’ 편견 깨고 소통과 신뢰로 팀 이끌어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팀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면서 수장인 홍명보 청소년 축구대표팀 감독이 연일 화제다. 국민들에게 ‘영원한 리베로’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이제는 탁월한 전술과 리더십으로 노련한 축구감독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스타선수는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당당히 깨버린 홍명보 감독의 성공의 기술을 살펴봤다.

‘리틀 태극전사’를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기세가 무섭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홍명보호는 지난 3일 ‘죽음의 조’로 불리던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미국을 3대0으로 완파하고 ‘6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승리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6일 새벽에는 또 한 번 완벽한 승전보가 전해졌다.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이집트 카이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16강전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것.

18년 만에 8강 진출
초보 감독 “일냈다!”

대표팀은 후반 10분 김보경의 선취골을 시작으로 후반 15분과 25분 연속골을 터트린 김민우의 활약에 힘입어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1년 포르투갈 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8강에 오른 뒤 18년 만에 8강 진출의 영광을 재현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인 한국 축구의 저력 앞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곧바로 찬사를 쏟아냈다. FIFA는 대회 16강전에서 한국이 파라과이를 꺾고 8강에 오르자 홈페이지에 ‘Surprise, Surprise(놀랍고, 놀랍다)’란 기사를 올렸다.


FIFA는 “한국이 파라과이보다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파라과이는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쌓은 기대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FIFA는 김민우가 후반 15분 쏘아올린 추가골을 ‘오늘의 골’로 선정하며 “날카로운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국내 축구인들도 한 목소리로 “결승진출도 가능하다”며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박지성 축구센터(JSFC)’ 기공식에 참석해 “오늘 새벽 열린 한국-파라과이전을 봤냐”며 “정말 대단하다. 이겼을 뿐 아니라 경기 내용도 훌륭했다. 새로운 ‘홍명보 축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도 “청소년대표팀의 지금과 같은 경기력과 조직력이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 현재 선수들의 기량과 팀 전력이 예전 대회보다 훨씬 강하다”며 ‘홍명보호’를 극찬했다.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한 이영표는 “우승이 왜 불가능하겠나? 독일과도 비겼다. 청소년대표팀의 4강 진출은 신화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수장인 홍명보 감독에 대한 박수도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이청용은 지난 6일 ‘박지성 축구센터’ 기공식에서 “홍명보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행운아다. 홍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많아서인지 항상 선수 입장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스타선수 출신 감독
‘안 된다’ 편견 버려

지난 2007년 캐나다대회에서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조동현 감독도 언론을 통해 “홍 감독은 타고난 지략가 같다”며 “조영철, 이승렬과 같은 기존 선수들을 과감히 빼고 적절한 시점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호평했다.

당사자인 홍명보 감독도 평소와는 달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선수시절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조용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그가 이 날만은 골이 터지는 순간 선수 및 코칭스태프를 끌어안으며 감정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8강 진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파라과이를 3골차로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외국에서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기록한 건 조사를 해볼 만한 일이다”라고 흥분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또한 “8강에 올랐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세 게임(8강전·4강전·결승전) 남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평소와 달리 승리를 자축하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올 초 그가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을 당시 주위에서 쏟아낸 우려의 시선은 깊었다. ‘스타선수는 지도자로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축구계의 통설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홍 감독은 그를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스타플레이어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만 21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견인차 역할까지 12년간 한국 축구의 한 역사를 장식한 주인공이다.

이후 2002년 11월에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은 그는 2004년 10월 현역선수 생활에서 은퇴해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홍 감독은 2005년 9월, 이듬해 ‘2006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코치직 제의를 받고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독일 월드컵 직후에는 핌 베어벡 감독과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코치로 연이어 활동하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3월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기대와 우려 속에 맡게 된 청소년대표팀은 초기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았다. 프로 선수들은 대표팀에 차출되거나 K-리그 참가로 불규칙한 일정 때문에 차출 자체가 어려워 대학생 위주로 팀을 꾸려야 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한 기성용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라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A매치 135경기 출전이란 명성은 ‘경험 없는 초짜감독’이란 비난 속에 축구팬들과 언론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는 그러나 초보감독답지 않은 노련한 리더십으로 청소년대표팀을 보란 듯이 이끌었다.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4월 이집트 초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지난달 수원컵 국제대회에서도 3전 전승 우승을 지휘했다. 홍명보호의 U-20 월드컵 직전까지 국제대회 성적은 6승3무로 9경기 연속 무패를 자랑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U-20 월드컵에서도 국내 대표팀의 맹렬한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현 청소년대표팀에는 2005년 박주영, 2007년 이청용처럼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스타가 없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언론과 축구계는 청소년대표팀이 걸출한 스타급 선수 하나 없이 연일 승전보를 전하는 데는 ‘홍명보식 리더십’이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홍명보식 리더십은 한마디로 철저한 수평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홍명보 감독은 늘 “선수들과 나는 직책이 다를 뿐”이라며 선수와 감독의 격의 없는 관계를 강조해 왔다.

그는 공식적인 팀 미팅에서 선수들과 경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원칙은 그가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 한 번도 어김이 없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격체로 대우하며 각자의 본분을 지키자는 홍명보 감독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경기 이후에도 선수들에게 윽박지르기보다는 한마디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게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이다. 지난달 27일 카메룬과의 1차전에서 청소년대표팀이 0대2로 패한 직후에도 그는 선수들에게 질책이 아닌 “여러분들 오늘 잘 싸웠습니다. 충분히 잘했어요”란 말로 기 살리기에 나섰다.

홍 감독의 탈권위적 리더십은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 청소년대표팀을 살펴보면 후보 선수와 주전의 격의가 없다. 파라과이전 당시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던 후보 선수들은 골이 터지는 순간 어김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골 세레머니에 동참했다.

공석에선 경어 사용
존중과 원칙주의 빛나

홍 감독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벤치에 앉아있는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선발과 후보로 나뉘었지만 한 팀이란 인식을 늘 강조하는 모습이다.

철저히 실력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도 홍 감독이 높이 평가받는 수장으로서의 덕목이다. 스포츠계 한 관계자가 “홍명보호는 경기 시작 전까지 베스트 11을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듯이 그는 선수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다. 청소년대표팀 내 선수 전원에 대한 믿음과 탁월한 판단력으로 전략을 세울 뿐이다.

그의 이 같은 승부수가 진가를 발휘한 경기가 지난달 29일 독일과의 2차전이었다. 그는 카메룬과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뒤 독일과의 경기에서 무려 5명을 베스트 11에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름값을 무시하고 독일의 사이드 공세를 막아내려면 스피드와 수비 가담 능력이 뛰어난 김민우와 서정진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의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고 우승 후보 독일을 상대로 1대1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하며 국내 청소년대표팀의 거친 행보에 불씨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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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