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비상’ 걸린 대한민국<현주소>

환락에 ‘허우적’…결과물은 ‘세균덩어리’

대한민국에 성병 비상이 걸렸다. 그냥 이대로 놔뒀다간 삽시간에 성병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장 단적으로 지자체가 관리하는 ‘성병관리 여성’은 전국에서 10만여 명이 넘어서 있다. 여기에 이제 에이즈 감염 누적 인원 역시 4000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다. 실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병 감염자는 수십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보다 정확하게는 추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성인만이 이렇게 성병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청소년의 성병 감염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청소년들은 발견과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성인들의 성병보다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성병 문제에 대해 심층 보도한다.

성병 관리 여성만 전국 10만여 명, 에이즈 누적 4천 명 
성인 감염에 이어 청소년 감염 꾸준히 증가 ‘우려 표출’


직장인 김모(40)씨. 그는 여느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성매매’를 하지는 않는다. 아내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도 있고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인지 성기의 통증 등 이상증세를 느꼈다. 성매매를 전혀 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설마’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요도염 증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상하다, 성관계
한 적 없는데…’

그러나 김씨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던 자신이 요도염에 걸렸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김씨는 아내를 의심했다. 자신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기에 오로지 성병감염 경로는 아내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차례 아내와 다투기도 했던 그는 다시 의사와 상담을 받는 와중에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다. 다름 아니라 몇 주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변종룸살롱에서 ‘구강성교’를 한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워낙 만취한 상태였고 다른 직장 동료들 역시 분위기에 휩싸여서인지 한자리에서 구강성교를 받고 있었기에 그저 동참했을 뿐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때 발생한 듯했다. 김씨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 변종룸살롱이나 유사성행위업소에서 구강성교를 하는 것 역시 성매매의 일종이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구강성교만으로도 충분히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종전까지 의학계는 ‘구강성교’만으로는 성병에 감염될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의학계의 경향은 구강성교를 하는 것만으로도 각종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성병발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김씨 역시 이런 구강성교의 희생자였던 셈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전투’라고 알려진 북창동식 룸살롱의 구강성교는 물론이거니와 유사노래방, 대딸방 등지에서 최근에는 손으로만 사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까지 동원되면서 구강성교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더불어 성병 감염 위험 역시 더욱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강성교만이 아니다. 딥키스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성병이 옮겨질 수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입안에 상처가 있는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는 물론이거니와 매독, A형 간염마저 전염이 된다. 치명적인 에이즈가 이렇게 키스만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사뭇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매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입안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끼리 키스를 하게 되면 약간의 혈액을 통해서라도 감염이 이루어진다. 매독은 무려 2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이 매독에 걸려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그러나 이 잠복기가 끝이 나면 피부와 뼈 등 인체의 각종 분위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에는 실명을 하거나 하반신 마비를 통해서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 성병 감염
매년 1만 건

A형 감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A형 간염이 더욱 무서운 것은 입안의 상처가 없어도 감염이 이뤄진다는 것. 침만으로 충분히 감염이 되고 4주의 잠복기를 거친 이후에 설사, 피로감, 발열, 두통 등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성병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현재 집계에 따르면 10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 성병 발생 건수가 연간 1만 건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런 청소년 감염은 그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항상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자 청소년의 성병 감염율은 상당히 높아졌다. 2002년 전체의 29%이었지만 2007년에는 무려 44%까지 늘어났다. 이는 다양한 원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원조교제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남자 성인이 여자 청소년에게 성병을 옮기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 나이부터 성병에 감염됐을 경우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얻고 방황을 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성인의 경우라도 성병으로 인한 정신적 방황은 커다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구강성교·딥키스 등 통해 성병 또는 에이즈 감염 가능
각종 업소들의 은밀한 영업 없애고 관리시스템 강화해야


특히 당국의 관리체계 밖에 있는 유사노래방, 불법오피스텔성매매업소, 대딸방 등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성병 종합 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성병과 세균감염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한 A씨가 자신의 성매매경험담을 올린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글은 이들 업소주변에서 빈번히 감염되는 성병의 충격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그녀가 쓴 글의 일부이다.
“핸플(대딸방 업소를 지칭)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내게 남은 건 더러운 세균 덩어리가 된 내 몸뚱아리다. 정말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후회하면서 또 후회한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글은 처참했던 자신의 병원 기록을 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대딸방 2년 만에
몸만 잡세균 종합병원”


“간지럽지도 튀어나오지도 않은 빨간 모기자국들이 온몸을 뒤덮은 채 병원에 가 소변 검사, 피 검사를 했더니 임질에 매독에 온갖 잡세균들이 검출됐단다. 정말 충격이었다. 임질 성병 치료받고 매독은 한 달 동안 치료받고 다시 복귀, 1년 반 동안 단 한 손님과의 관계없이 일을 하면서 부비부비는 했다. 절대 귀두 또한 삽입한 적도 없는데 2주 전에 병원 갔더니 소변 검사에서 어마어마한 세균들이 검출되고 요도염에 방광염에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은 바이러스에 골반염에… 몸이 완전히 더러워져 있었다. 1년 반 전에 치료는 깔끔히 끝냈고 그후론 관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의사가 말하기를 남자 성기를 부비더라도 감염이 된단다. 골반염은 세균들이 골반까지 퍼져서 걸린 거고, 매독이라 함은 치료를 끝내도 에이즈처럼 죽을 때까지 피 검사하면 양성으로 나온단다.”
그후 그녀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자들만 봐도 ‘저 여자들은 몸과 마음이 깨끗하겠지’라는 부러운 생각을 하며 자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글을 계속 읽어보자.

“정말 후회한다. 혹시 나중에 나이 들어서 자궁 관련 암이면 바이러스 때문에 영향도 엄청 크리라 생각한다. 인터넷에 쳐보라. 한국 여자들에게 자궁암이 얼마나 많은지, 바이러스가 왜 무서운지를. 제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몸은 주지 말아라. 정말 요즘 우울증 때문에 삶의 의욕도 없고 모든 사람이 부럽기만 하다. 길 가다가도 저 여자는 정말 깨끗하겠지? 시집도 가고 애도 낳으면서 살겠지? 아무리 뚱뚱하고 못생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봐도 부럽다. 나는 겉모습만 멀쩡하지 모든 여자들이 부럽다. 길가는 모든 여자들이….”
물론 한때 그녀는 ‘돈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돈에 집착하면서 더 많은 단골손님을 확보하기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을 찾아주는 단골손님과의 은밀한 성행위엔 당연히 콘돔을 끼우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그런 만큼 성병을 비롯한 각종 잡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헤픈 순결 인식 속에
성병 감염률만 ‘쑥쑥’

현재 성병의 무서움에 대해선 홍보도 많이 되어 있고 콘돔 사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10여 년 전보다 훨씬 좋아져 향기가 나고 다양한 맛이 나는 콘돔이 시판되고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최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결에 대한 인식이 점차 옅어져가는 ‘헤픈’ 대한민국에서의 성병감염 확률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젊은 층의 순결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으로는 성매매와 관련된 각종 업소들의 은밀한 영업이 중지되거나 보건당국의 관리시스템 속에 포함되지 않는 한  성병 감염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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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