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비상’ 걸린 대한민국<현주소>

환락에 ‘허우적’…결과물은 ‘세균덩어리’

대한민국에 성병 비상이 걸렸다. 그냥 이대로 놔뒀다간 삽시간에 성병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장 단적으로 지자체가 관리하는 ‘성병관리 여성’은 전국에서 10만여 명이 넘어서 있다. 여기에 이제 에이즈 감염 누적 인원 역시 4000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다. 실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병 감염자는 수십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보다 정확하게는 추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성인만이 이렇게 성병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청소년의 성병 감염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청소년들은 발견과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성인들의 성병보다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성병 문제에 대해 심층 보도한다.

성병 관리 여성만 전국 10만여 명, 에이즈 누적 4천 명 
성인 감염에 이어 청소년 감염 꾸준히 증가 ‘우려 표출’


직장인 김모(40)씨. 그는 여느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성매매’를 하지는 않는다. 아내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도 있고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인지 성기의 통증 등 이상증세를 느꼈다. 성매매를 전혀 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설마’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요도염 증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상하다, 성관계
한 적 없는데…’

그러나 김씨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던 자신이 요도염에 걸렸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김씨는 아내를 의심했다. 자신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기에 오로지 성병감염 경로는 아내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차례 아내와 다투기도 했던 그는 다시 의사와 상담을 받는 와중에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다. 다름 아니라 몇 주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변종룸살롱에서 ‘구강성교’를 한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워낙 만취한 상태였고 다른 직장 동료들 역시 분위기에 휩싸여서인지 한자리에서 구강성교를 받고 있었기에 그저 동참했을 뿐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때 발생한 듯했다. 김씨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 변종룸살롱이나 유사성행위업소에서 구강성교를 하는 것 역시 성매매의 일종이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구강성교만으로도 충분히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종전까지 의학계는 ‘구강성교’만으로는 성병에 감염될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의학계의 경향은 구강성교를 하는 것만으로도 각종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성병발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김씨 역시 이런 구강성교의 희생자였던 셈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전투’라고 알려진 북창동식 룸살롱의 구강성교는 물론이거니와 유사노래방, 대딸방 등지에서 최근에는 손으로만 사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까지 동원되면서 구강성교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더불어 성병 감염 위험 역시 더욱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강성교만이 아니다. 딥키스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성병이 옮겨질 수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입안에 상처가 있는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는 물론이거니와 매독, A형 간염마저 전염이 된다. 치명적인 에이즈가 이렇게 키스만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사뭇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매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입안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끼리 키스를 하게 되면 약간의 혈액을 통해서라도 감염이 이루어진다. 매독은 무려 2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이 매독에 걸려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그러나 이 잠복기가 끝이 나면 피부와 뼈 등 인체의 각종 분위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에는 실명을 하거나 하반신 마비를 통해서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 성병 감염
매년 1만 건

A형 감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A형 간염이 더욱 무서운 것은 입안의 상처가 없어도 감염이 이뤄진다는 것. 침만으로 충분히 감염이 되고 4주의 잠복기를 거친 이후에 설사, 피로감, 발열, 두통 등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성병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현재 집계에 따르면 10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 성병 발생 건수가 연간 1만 건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런 청소년 감염은 그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항상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자 청소년의 성병 감염율은 상당히 높아졌다. 2002년 전체의 29%이었지만 2007년에는 무려 44%까지 늘어났다. 이는 다양한 원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원조교제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남자 성인이 여자 청소년에게 성병을 옮기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 나이부터 성병에 감염됐을 경우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얻고 방황을 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성인의 경우라도 성병으로 인한 정신적 방황은 커다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구강성교·딥키스 등 통해 성병 또는 에이즈 감염 가능
각종 업소들의 은밀한 영업 없애고 관리시스템 강화해야


특히 당국의 관리체계 밖에 있는 유사노래방, 불법오피스텔성매매업소, 대딸방 등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성병 종합 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성병과 세균감염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한 A씨가 자신의 성매매경험담을 올린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글은 이들 업소주변에서 빈번히 감염되는 성병의 충격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그녀가 쓴 글의 일부이다.
“핸플(대딸방 업소를 지칭)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내게 남은 건 더러운 세균 덩어리가 된 내 몸뚱아리다. 정말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후회하면서 또 후회한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글은 처참했던 자신의 병원 기록을 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대딸방 2년 만에
몸만 잡세균 종합병원”


“간지럽지도 튀어나오지도 않은 빨간 모기자국들이 온몸을 뒤덮은 채 병원에 가 소변 검사, 피 검사를 했더니 임질에 매독에 온갖 잡세균들이 검출됐단다. 정말 충격이었다. 임질 성병 치료받고 매독은 한 달 동안 치료받고 다시 복귀, 1년 반 동안 단 한 손님과의 관계없이 일을 하면서 부비부비는 했다. 절대 귀두 또한 삽입한 적도 없는데 2주 전에 병원 갔더니 소변 검사에서 어마어마한 세균들이 검출되고 요도염에 방광염에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은 바이러스에 골반염에… 몸이 완전히 더러워져 있었다. 1년 반 전에 치료는 깔끔히 끝냈고 그후론 관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의사가 말하기를 남자 성기를 부비더라도 감염이 된단다. 골반염은 세균들이 골반까지 퍼져서 걸린 거고, 매독이라 함은 치료를 끝내도 에이즈처럼 죽을 때까지 피 검사하면 양성으로 나온단다.”
그후 그녀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자들만 봐도 ‘저 여자들은 몸과 마음이 깨끗하겠지’라는 부러운 생각을 하며 자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글을 계속 읽어보자.

“정말 후회한다. 혹시 나중에 나이 들어서 자궁 관련 암이면 바이러스 때문에 영향도 엄청 크리라 생각한다. 인터넷에 쳐보라. 한국 여자들에게 자궁암이 얼마나 많은지, 바이러스가 왜 무서운지를. 제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몸은 주지 말아라. 정말 요즘 우울증 때문에 삶의 의욕도 없고 모든 사람이 부럽기만 하다. 길 가다가도 저 여자는 정말 깨끗하겠지? 시집도 가고 애도 낳으면서 살겠지? 아무리 뚱뚱하고 못생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봐도 부럽다. 나는 겉모습만 멀쩡하지 모든 여자들이 부럽다. 길가는 모든 여자들이….”
물론 한때 그녀는 ‘돈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돈에 집착하면서 더 많은 단골손님을 확보하기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을 찾아주는 단골손님과의 은밀한 성행위엔 당연히 콘돔을 끼우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그런 만큼 성병을 비롯한 각종 잡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헤픈 순결 인식 속에
성병 감염률만 ‘쑥쑥’

현재 성병의 무서움에 대해선 홍보도 많이 되어 있고 콘돔 사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10여 년 전보다 훨씬 좋아져 향기가 나고 다양한 맛이 나는 콘돔이 시판되고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최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결에 대한 인식이 점차 옅어져가는 ‘헤픈’ 대한민국에서의 성병감염 확률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젊은 층의 순결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으로는 성매매와 관련된 각종 업소들의 은밀한 영업이 중지되거나 보건당국의 관리시스템 속에 포함되지 않는 한  성병 감염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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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이재명 정해진 운명

‘사면초가’ 이재명 정해진 운명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검찰이 또다시 마주 앉았다. 이 대표의 앞길에는 헤쳐나갈 난관이 까마득하다. 단식투쟁이라는 최후의 패는 이미 써버렸다. 앞으로 여론과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 민주당의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18일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에 따른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조만간 국면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속 시기는? 단식 한계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측에 대신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건을 두고 지난 2년 동안 검찰과 이 대표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긴 시간 끝에 검찰 측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이 대표가 돌연 단식투쟁을 선언하면서 시나리오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단식 중단 조건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비롯한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방탄 단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조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서 단식을 시작하는 것은 동정 여론을 끌어내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당 대표가 식음을 전폐하고 투쟁하고 있는데 검찰이 끌고 가서 무리한 조사를 했다’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지 의심할만하다”며 “당의 내부 갈등을 반짝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법 리스크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을 포함해 6번째다. 지난 9일, 수원지검서 진행된 1차 조사는 8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 대표 측이 건강상 이유로 조사가 어렵다고 밝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나 대북사업에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기도가 북한에 물품을 지원하기로 한 공문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을 거부한 채 귀가했다. 조사 당사자의 서명이 없는 피의자 신문 조서는 재판 과정서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이 대표 측은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힘 받는 체포영장 가능성 방탄 스크럼 짜는 친명계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렸다”며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답하지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재출석을 통보했다. 두 번째 조사는 사흘 뒤인 12일 이뤄졌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두 번째 검찰 출석인데 오늘은 대북송금과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면서 검사 수십명, 수사관 수백명을 동원했다”며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사는 약 1시간50분 만에 종료됐다. 조사를 마친 직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형식적인 질문하기 위해 두 차례나 소환해서 신문하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검찰이 짜놓은 범죄 프레임에 민주당 대표를 끼워 맞추기 위한 시나리오일 뿐, 자신은 결백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방북비 대납과 관련한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이 대표는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생면부지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내주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일축했다. 제3자뇌물 혐의에 관해서는 “아무 관계없는 혐의를 엮으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뒤집을 핵심 중 하나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다. 그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연일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다.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으며,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진술을 이 대표와 쌍방울 대북송금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압박에 따른 허위진술”이라고 전면 부인하면서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추석 전 끝낸다? 번복되는 진술에도 검찰이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으로 범죄 혐의를 단정짓지 않았으며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법조계는 검찰이 쌍방울 사건에 백현동 의혹을 병합해 이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백현동 사건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당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일주일 뒤인 18일 오전 이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200억원 백임과 대북송금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예상보다 날짜가 앞당겨지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기국회 일정상 국정감사 등으로 10월에는 본회의가 잡혀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9월을 넘기면 다음 본회의인 11월에 표결하게 되는데 이때는 시기상 너무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빨라진 시기에 민주당은 윤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단번에 높였다. 윤정부를 ‘검찰 독재’로 규정하고 ‘야당 탄압’ 프레임을 구축하는 등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스크럼 짜기에 나섰다. 이 대표가 ‘증거불충분’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검찰의 ‘부당한 수사’ 여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 역시 힘이 실린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7월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특별히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부당한 영장 청구’라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날아들 때를 대비해 돌파구를 남겨놓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주장과 궤를 함께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서 “간밤에 깊은 고민 끝에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안고 무겁게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처분은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사했다. 얄팍한 방탄복 조정식 사무총장도 “역대 야당 대표를 단식 중에 소환한 것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몸도 가누기 어려운 상태서 또다시 추가 소환했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의 악랄한 사법만행”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관한 당론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이 이 대표의 소명을 믿지 않고 기소를 전제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당 대표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에 나선 만큼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부결을 위한 보이콧 조짐까지 가세하면서 이 대표의 단식 전략이 톡톡히 효과를 누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비회기가 아닌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두고 “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의 수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체포동의안이 오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정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지금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300명 국회의원에 대고 투표하라고 한다”며 “이는 투표 강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를 거부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며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의 행위 자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필두로 동정론이 일면서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 갇힐 것을 염려하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지면서 분열의 조짐마저 보인다. 방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숨 건 대표에 보답? 한 편에선 ‘동정론’도 같은 당의 대표가 몸을 혹사하면서 투쟁하는 형국에 체포동의안 가결 표를 던지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서 국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었다. 다만 이 대표가 나서서 가결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민주당이 ‘부당한 영장 청구’만을 반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따라서 이번 영장에 동의하는 것은 ‘정당한 영장 청구’는 물론 이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비명계가 다시 입을 열자 이 대표가 단식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붙여둔 당심에 다시 균열이 생겼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식이라는 최후의 패까지 꺼내든 이 대표의 다음 움직임이 주목된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당의 화합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는 여론을 우회해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다. 당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관련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지난 2월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 모두에 대해 반박했다. 검찰의 부당함을 공식적인 자리서 호소하며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1박2일 워크숍 만찬에 참석하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비명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계파색이 옅은 의원뿐 아니라 비명계서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 2월24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다. 다만 완벽한 부결을 자신한 것과 달리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 이미 한차례 방탄이 얇아진 만큼 이번 표결 역시 근소한 차이로 이 대표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뼈를 주고 살도 줬다 18일 오전 이 대표는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다. 단식 19일에 접어든 이 대표는 이송 당시 간단한 의사 소통조차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단식은 10일~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신체에 손상이 가해지는 만큼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이 대표를 향한 동정의 여론이 우세하다. 이 대표 퇴진론과 비대위설도 당분간은 잠잠할 전망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게 비명계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가 감춰둔 또 다른 패가 있을지, 꺼낸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김기현 언제 만나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을 에둘러 거부했다. 지난 13일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한국의희망 양향자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던 도중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양 공동대표는 “당장 이재명 대표를 만나주시기 바란다. 이 대표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단식하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를 찾아갈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의 협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