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명품도시 야망

지방에서 뺨 맞고 수원에서 분발 중(?)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수원아이파크시티 분양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직접 마이크를 잡을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좀처럼 매스컴에 등장하지 않는 정 회장이기에 재계는 그가 공들인 수원 분양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집중하는 분위기다. 일단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높은 청약률을 자랑하며 대박을 외치지만 업계는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과거 현산이 명품아파트를 자신하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펼쳐왔던 지방 사업이 사업철수를 결정하는 등 비보가 전해지는 탓이다. 최근엔 수원사업 지역 인근의 비행장 소음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 회장의 초특급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다. 지난달 18일, 정 회장은 분양을 앞둔 수원 아이파크시티를 알리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현산이 ‘명품브랜드’를 자신하며 내놓은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홍보를 위해 기자간담회를 연 지 1년8개월 만이다.

토지구입부터 분양까지 직접 공들인 수원아이파크… 사업비 3조원
전초기지 격인 지방 사업 성적표 나빠… 울산 ‘좌초’·부산 ‘미분양’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조경설계가인 로드베이크 발리옹과 함께 부지내의 하천을 복원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아파트 입면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친환경 디자인 도시를 조성한 수원 아이파크시티에 대해 자랑했다.

뚜껑 열린 수원 아이파크시티
청약률 2.74:1 분위기 ‘후끈’

수원 아이파크시티는 현산이 회사의 브랜드를 걸고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산은 이를 위해 토지 구입부터 자금 조달·시공과 분양까지 모두 맡아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222-1 일대 100만㎡의 부지에 전국 최초 민간주도형 도시개발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땅값으로만 7000억원이 들었고 사업비가 3조원에 이른다.
 
2006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현산은 2012년까지 공동주택, 단독주택 등 총 6594가구의 주거시설과 더불어 테마쇼핑몰, 복합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축적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유닛 완성도가 100%에 가깝다”며 “압구정 현대, 삼성동 아이파크, 해운대 아이파크 등 현대산업개발 고급 주거단지의 맥을 잇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수원에 조성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상반기 실적 저하 만회 위해 사활 걸어
수원 청약률 ‘호조세’ 대박 외침은 일러


이 같은 기업 수장의 관심에 힘입어 수원 아이파크시티 모델하우스에는 오픈 첫날인 지난 4일 1만5000여 명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7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람객의 뜨거운 관심은 신규분양 시장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약으로까지 이어져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 9일부터 3일간 실시된 청약은 평균 2.74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마감됐다.

수원 아이파크시티가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면서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건 정 회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정 회장은 모델하우스 오픈을 한 달 앞두고부터는 매주 현장에 내려가 공사 진행상황에서부터 유니트 내부의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챙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그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현산의  회사 자금 사정을 이유로 든다. 주택건설이 주력인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상반기 분양이 없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상반기에는 경기침체로 아파트를 팔아 봐야 팔리지도 않는데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내실 있는 경영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실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선택을 강조했다는 현산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꽤 실망스런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산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9%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1.9% 감소한 256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경쟁 건설사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현산의 이 같은 실적은 더욱 저평가된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상반기 분양 실적 ‘제로’
외형확장·사업 다각화 숙제

현산에 대한 증권가의 평도 좋지 않다. 현대증권은 “2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고, 유진투자증권도 “실적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도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투자를 현재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현산의 부진함에 대해 “주택사업과 국내 사업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해외 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와 실적향상을 위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의 희망이 되고 있는 수원 아이파크시티는 정 회장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막 뚜껑을 연 수원프로젝트를 두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일각에선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는 과거 현산이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의 신화를 이을 야심작으로 소개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지방 사업들이 최근 잇따라 좋지 못한 결과를 내놓고 있는 데 기인한다.

실제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분양초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는 1년6개월이 넘는 현재까지 분양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측에 따르면 현재 잔여물량은 총 1361세대 가운데 10% 정도에 이른다. 41평형, 47평형, 48평형, 49평형, 52평형, 60평형 등 대형평수와 100평 이상의 초대형 평형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최고 상징이자 현대아이파크의 자존심과 같은 슈퍼펜트하우스 423.4㎡(128평형) 역시 분양에 실패했다. 이 슈퍼펜트하우스는 3.3㎡당 4300만원으로 분양가격만 55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울산·부산 지역사업 ‘좌초’
랜드마크 건설 홍보 무색

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이어지는 미분양 행진에 정 회장은 직접 분양마감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부사장급 간부가 아예 부산 현지로 이사해 고객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물량을 소진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업계는 부산의 랜드마크를 꿈꿨던 해운대 아이파크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산은 최근 울산 지역 대규모 분양 사업마저 포기를 선언했다. 현산은 당초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내년 9월 완공을 예정으로 총 886세대 규모의 ‘울산 문수로 2차 아이파크’를 건립 중이었다. 울산 문수로 2차 아이파크는 분양 초기 ‘동경과 꿈의 아파트’ ‘세상이 존경하는 자리’ 등으로 소개되며 계약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산은 언론을 통해 연일 최고의 청약률 기록, 경기불황에 이례적인 분양 성공 등 대대적인 홍보멘트로 기대감을 조성했다.

지역 언론은 “울산 문수로 2차 아이파크가 순위 내 청약에서 총 1051명이 접수해 평균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울산지역에서 모집 가구 수를 넘어서는 청약률을 보이기는 극히 이례적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앞 다퉈 보도했다. 분양현장 관계자들도 “3.3㎥당 1600만원으로 울산 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는 현대 문수로 2차 아이파크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43%의 초기 계약률을 기록했다.

회장님 적극 홍보로‘체면치레’
전투비행장소음문제 관건


현대아이파크의 파워를 보여준 결과”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처음의 열기와 달리 현산은 지난해 12월 이후 이 아파트의 건축 공사를 거의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률 저조와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 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실제 이 아파트는 알려진 바와 달리 전체 880여 세대 가운데 90여 세대만이 계약해 분양률이 10%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부동산 한 관계자는 “현산이 당시 지역의 랜드마크, 명품아파트 등을 운운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실상은 터무니없는 고분양가로 계약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현산 한 관계자는 “시행사인 현진예건이 금융거래상 신용문제가 발생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에 대한 기한의 이익상실로 정상적 사업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기에 부득이하게 계약을 해지했다”고 해명했다. 현산은 올 연말까지 현장사무실 등도 순차적으로 모두 철거할 방침이다.

결국 해당 아파트 건설현장은 재사업이 추진될 때까지 앙상한 철골구조만 남겨진 채 장기간 표류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존 문수로 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은 “아이파크라는 브랜드만 믿고 계약했는데 모든 책임을 시행사에게만 떠맡길 수 있는 것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단체행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초기 기대를 모았던 현산의 지역 분양사업이 연일 도마에 오르면서 업계는 화제를 몰고 있는 정 회장의 수원 아이파크시티 사업 역시 거품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홍보를 펼친 만큼 청약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실제 계약까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며 “최근 뒤늦게 청약자들 사이에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인근 수원 전투비행장의 소음 문제가 어떻게 작용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누구?

1962년 1월 출생
1980년 2월 서울 용산고등학교 졸업
1985년 2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졸업
1988년 2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1988년 11월 현대자동차(주) 입사
1990년 2월 현대자동차(주) 이사 - 부품개발본부 담당
1991년 1월 현대자동차(주) 상무이사
1992년 3월 현대자동차(주) 전무이사
1993년 1월 현대자동차(주) 부사장 - 기획실, 자재본부 담당
1996년 1월~1998년12월 현대자동차(주) 회장
1997년 2월~1999년 1월 제5대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
1998년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영 재계회의 한국위원장
1999년 ~현재 현대산업개발(주) 회장
2000년 3월 제33차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국 대표연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