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 메이커’ 삼화제분 소문과 진실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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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기업 때문에 서청원 머리 싸맸다

[일요시사=경제1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사돈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부동산 매입 의혹부터 피 튀기는 가족간 소송전까지. 사위가 운영하는 삼화제분이 새해 벽두부터 잇단 구설에 휘말리고 있어서다. 더구나 삼화제분은 <한국일보> 인수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서청원 입김 작용설’로 시작한 잡음은 언론사 사주 자격 논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난데없는 난리통에 뒷목을 잡은 건 서 의원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제분업체인 삼화제분의 관계가 정가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 의원은 ‘친박 핵심 실세’로 지난해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인물. 삼화제분 오너로 있는 박원석 대표는 서 의원의 사위다. 삼화제분은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일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를 놓고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삼화제분 일가의 법정 다툼과 비위 의혹이 잇따라 새어나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병상 회장님
집안싸움 치열

시작은 삼화제분 2대 회장이자 박 대표의 부친인 박만송 전 회장이 병상에 눕고, 박 대표가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불거졌다. 삼화제분은 자본금 87억여원에 직원 수도 20여 명에 불과한 제분업체지만, 박 전 회장의 추정자산은 수천억원대로 그는 업계에서 유명한 ‘부동산 부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박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강남 모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다. 같은 해 10월 23일, 박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들인 박 대표를 상대로 주주권 확인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권 확인 소송이란 주식에 관해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소장에는 박 전 회장이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박 대표가 주식을 불법적으로 양도 받았다는 주장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가액은 약 78억원이다. 다만 의사소통이 불가능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부인인 정모씨가 특별대리인으로서 그를 대신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조정회부 결정을 받았고, 현재 협의 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수 앞두고 각종 뒷말로 곤혹
막후 입김?…언론사 사주자격 논란도 일어

조정회부 결정은 법원이 판결보다 원·피고 간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될 때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양측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기관이 강제조정을 하거나 재판부가 다시 사건을 맡게 된다.
거대한 재산을 둘러싼 삼화제분 일가의 법정다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인 정씨는 지난해 7월1일 서울가정법원에 박 전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가 법원의 심문이 모두 종결된 직후 돌연 소를 취하했다. 심판청구인은 정씨, 관계인은 아들 박 대표를 포함한 박모씨 등 3명이다. 

재산 관리 놓고
피튀기는 공방

성년후견제도는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개정된 민법에 도입돼 지난해 7월1일부터 새로 시행된 제도다.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 처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지정,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의 대리권, 동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그 재산에 관해 대리하는 법정대리인이 되는 것으로 만약 정씨가 박 전 회장의 후견인이 되면 박 전 회장의 재산관리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리권의 범위나 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정한다.

박 전 회장의 재산권을 놓고 어머니와 아들은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정씨가 심판을 청구하면서 변호사 1명을 선임하자 박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5명, 김앤장의 변호사 3명 등 모두 8명의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어머니가 성년후견대상이 되는데 적극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해 8월14일 이 사건에 대해 일반가사조사명령을 내리고 가사조사관을 임명, 정씨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를 면접하는 등 정밀조사를 벌여왔다.

9월23일 정씨에 대한 면접조사를 시작으로, 10월16일 박 전 회장이 입원중인 병원을 방문해 출장조사를 벌였다. 그 다음날에는 박 대표에 대한 일방조사를 진행했고, 관계인에 대한 일방조사를 차례로 완료하면서 심문기일인 12월24일, 법정에서 심문을 한 뒤 심문을 종결했다.

그러나 정씨는 심문이 종결된 지 6일 만인 12월30일 법원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돌연 청구를 취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건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일보 후퇴 했다는 설과 아들과 극적으로 합의를 봤다는 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삼화제분 일가와 관련된 사건은 이 외에도 3건의 신청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빌딩 이어
콘도도 불법매입

가족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화제분일가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도 제기됐다. 개인 미디어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안치용 씨)에 따르면 삼화제분 일가는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켜 뉴욕 맨해튼 대형빌딩을 불법 매입,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박 전 회장 일가는 해당 빌딩의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부동산 소유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지능적 수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증빙자료로 제출된 2007년 12월3일 뉴욕주법원 결정문을 보면, 박 전 회장 부인 정씨는 지난 2001년 11월15일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9 WEST 32ND ST 건물의 소유주인 B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맨해튼 최고요지로 꼽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해당 건물은 현시가 1200만달러(약 127억9200만원)의 6층 건물로, 한국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큰집’ 식당을 비롯해 12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맨해튼등기소에는 이 건물이 지난 1993년 B주식회사에 매입된 뒤 지금까지 소유권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 2004년 9월 건물 매매를 추진하다 소송이 발생, 정씨가 이 빌딩의 소유주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정씨는 재판부에 “2001년 11월15일 자신이 B주식회사 지분 100%인 전체주식 200주를 조카 임모씨로부터 매입했다”고 털어놨다.

<시크릿오브 코리아>는 이에 “정씨가 이 건물을 매입한 지난 2001년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전면 금지된 시기로 정씨는 실정법을 어기고 해외부동산을 불법으로 매입한 것”이라며 “조카와 변호사 등 빌딩관리인들을 통해 빌딩 임대수익을 꼬박 꼬박 송금 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등 탈세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정씨는 B주식회사 지분을 2001년 임씨로 부터 매입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2001년이 아닌 1996년 임씨를 내세워 B사에 대한 지분을 인수, 사실상 차명으로 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는 박 대표가 어머니 정씨로부터 법률적 권한을 위임받아 뉴욕을 방문해 소송상황을 점검하는 등 해당 빌딩 관리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추측했다.


수천억 재산 놓고 가족간 법정다툼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의혹 불거져

최근 삼화제분 일가는 해당 건물을 “1200만 달러에 팔아달라”고 부동산중개인들에게 의뢰했으며, 일부 입주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임대재계약 협상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매입과 비슷한 시기에 콘도도 불법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 박 대표 명의로 콘도 소유주인 사촌 임씨에게 2만 달러를 빌려준 뒤 2004년 이 콘도를 정씨 명의로 이전했으며, 지난해 이를 매도한 것이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정씨가 콘도를 매도한 2004년 당시는 해외부동산 투자가 전면 금지돼 있었으므로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정씨의 매입 가격인 29만달러는 당시 시세 75만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해 정씨가 그 이전부터 콘도 지분 3분의 2정도를 소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정씨에게 콘도를 판 남모씨는 1995년 조카 임씨로부터 33만달러에 이 콘도를 매입한 것으로 남씨가 매입 9년 뒤에 자신이 산 가격보다도 낮게 콘도를 매도했다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 거래”라며 “박 대표 역시 1995년 당시 소득이 전혀 없는 유학생 신분으로 사촌에게 2만달러를 빌려줬다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불법증여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그 돈을 해외로 유출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 대표의 주소지 확인결과 유학시절 한때 해당 콘도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은돈 만진
장인과 사위

삼화제분은 현재 <한국일보>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민감한 시점인 만큼 이 같은 잡음이 인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삼화제분 일가가 최근 뉴욕 빌딩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향후 빚어질지 모르는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격 논란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표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사위라는 점에서 각종 의혹과 설이 난무했던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수전에 실질적으로 배후에서 조직하고 지휘하고 한 사람이 서 의원이며, 삼화제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도 ‘서청원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서 의원과 박 대표의 관계는 단순한 사위-장인 관계를 넘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모 그룹 회장에게 국민주택채권 1000만원 짜리 100장(10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추궁에 서 의원은 “자신의 사위가 우연히 사채시장에서 모 기업에서 나온 채권을 구입한 후 두 달 만에 되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의원과 박 대표가 ‘검은 돈’까지 함께 만질 정도로 돈독하고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에 난감해 진 것은 서 의원이다. 지난해 정치권 복귀를 앞두고도 ‘도덕성 논란’이 일었던 터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의원 스스로 재보선 도전의 목적 중 하나로 명예회복을 꼽은 가운데, 그간 조용했던 사위 회사가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며 “삼화제분 일가의 불법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함께 연루된 친인척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볼 때 사안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화제분 측은 “대표의 개인적인 일일 뿐더러, (홍보 팀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회사 차원에서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업무 외 적인 부분 외에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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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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