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 메이커’ 삼화제분 소문과 진실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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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기업 때문에 서청원 머리 싸맸다

[일요시사=경제1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사돈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부동산 매입 의혹부터 피 튀기는 가족간 소송전까지. 사위가 운영하는 삼화제분이 새해 벽두부터 잇단 구설에 휘말리고 있어서다. 더구나 삼화제분은 <한국일보> 인수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서청원 입김 작용설’로 시작한 잡음은 언론사 사주 자격 논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난데없는 난리통에 뒷목을 잡은 건 서 의원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제분업체인 삼화제분의 관계가 정가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 의원은 ‘친박 핵심 실세’로 지난해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인물. 삼화제분 오너로 있는 박원석 대표는 서 의원의 사위다. 삼화제분은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일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를 놓고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삼화제분 일가의 법정 다툼과 비위 의혹이 잇따라 새어나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병상 회장님
집안싸움 치열

시작은 삼화제분 2대 회장이자 박 대표의 부친인 박만송 전 회장이 병상에 눕고, 박 대표가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불거졌다. 삼화제분은 자본금 87억여원에 직원 수도 20여 명에 불과한 제분업체지만, 박 전 회장의 추정자산은 수천억원대로 그는 업계에서 유명한 ‘부동산 부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박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강남 모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다. 같은 해 10월 23일, 박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들인 박 대표를 상대로 주주권 확인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권 확인 소송이란 주식에 관해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소장에는 박 전 회장이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박 대표가 주식을 불법적으로 양도 받았다는 주장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가액은 약 78억원이다. 다만 의사소통이 불가능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부인인 정모씨가 특별대리인으로서 그를 대신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조정회부 결정을 받았고, 현재 협의 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수 앞두고 각종 뒷말로 곤혹
막후 입김?…언론사 사주자격 논란도 일어

조정회부 결정은 법원이 판결보다 원·피고 간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될 때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양측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기관이 강제조정을 하거나 재판부가 다시 사건을 맡게 된다.
거대한 재산을 둘러싼 삼화제분 일가의 법정다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인 정씨는 지난해 7월1일 서울가정법원에 박 전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가 법원의 심문이 모두 종결된 직후 돌연 소를 취하했다. 심판청구인은 정씨, 관계인은 아들 박 대표를 포함한 박모씨 등 3명이다. 

재산 관리 놓고
피튀기는 공방

성년후견제도는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개정된 민법에 도입돼 지난해 7월1일부터 새로 시행된 제도다.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 처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지정,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의 대리권, 동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그 재산에 관해 대리하는 법정대리인이 되는 것으로 만약 정씨가 박 전 회장의 후견인이 되면 박 전 회장의 재산관리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리권의 범위나 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정한다.

박 전 회장의 재산권을 놓고 어머니와 아들은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정씨가 심판을 청구하면서 변호사 1명을 선임하자 박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5명, 김앤장의 변호사 3명 등 모두 8명의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어머니가 성년후견대상이 되는데 적극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해 8월14일 이 사건에 대해 일반가사조사명령을 내리고 가사조사관을 임명, 정씨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를 면접하는 등 정밀조사를 벌여왔다.

9월23일 정씨에 대한 면접조사를 시작으로, 10월16일 박 전 회장이 입원중인 병원을 방문해 출장조사를 벌였다. 그 다음날에는 박 대표에 대한 일방조사를 진행했고, 관계인에 대한 일방조사를 차례로 완료하면서 심문기일인 12월24일, 법정에서 심문을 한 뒤 심문을 종결했다.

그러나 정씨는 심문이 종결된 지 6일 만인 12월30일 법원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돌연 청구를 취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건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일보 후퇴 했다는 설과 아들과 극적으로 합의를 봤다는 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삼화제분 일가와 관련된 사건은 이 외에도 3건의 신청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빌딩 이어
콘도도 불법매입

가족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화제분일가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도 제기됐다. 개인 미디어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안치용 씨)에 따르면 삼화제분 일가는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켜 뉴욕 맨해튼 대형빌딩을 불법 매입,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박 전 회장 일가는 해당 빌딩의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부동산 소유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지능적 수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증빙자료로 제출된 2007년 12월3일 뉴욕주법원 결정문을 보면, 박 전 회장 부인 정씨는 지난 2001년 11월15일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9 WEST 32ND ST 건물의 소유주인 B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맨해튼 최고요지로 꼽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해당 건물은 현시가 1200만달러(약 127억9200만원)의 6층 건물로, 한국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큰집’ 식당을 비롯해 12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맨해튼등기소에는 이 건물이 지난 1993년 B주식회사에 매입된 뒤 지금까지 소유권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 2004년 9월 건물 매매를 추진하다 소송이 발생, 정씨가 이 빌딩의 소유주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정씨는 재판부에 “2001년 11월15일 자신이 B주식회사 지분 100%인 전체주식 200주를 조카 임모씨로부터 매입했다”고 털어놨다.

<시크릿오브 코리아>는 이에 “정씨가 이 건물을 매입한 지난 2001년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전면 금지된 시기로 정씨는 실정법을 어기고 해외부동산을 불법으로 매입한 것”이라며 “조카와 변호사 등 빌딩관리인들을 통해 빌딩 임대수익을 꼬박 꼬박 송금 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등 탈세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정씨는 B주식회사 지분을 2001년 임씨로 부터 매입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2001년이 아닌 1996년 임씨를 내세워 B사에 대한 지분을 인수, 사실상 차명으로 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는 박 대표가 어머니 정씨로부터 법률적 권한을 위임받아 뉴욕을 방문해 소송상황을 점검하는 등 해당 빌딩 관리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추측했다.


수천억 재산 놓고 가족간 법정다툼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의혹 불거져

최근 삼화제분 일가는 해당 건물을 “1200만 달러에 팔아달라”고 부동산중개인들에게 의뢰했으며, 일부 입주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임대재계약 협상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매입과 비슷한 시기에 콘도도 불법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 박 대표 명의로 콘도 소유주인 사촌 임씨에게 2만 달러를 빌려준 뒤 2004년 이 콘도를 정씨 명의로 이전했으며, 지난해 이를 매도한 것이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정씨가 콘도를 매도한 2004년 당시는 해외부동산 투자가 전면 금지돼 있었으므로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정씨의 매입 가격인 29만달러는 당시 시세 75만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해 정씨가 그 이전부터 콘도 지분 3분의 2정도를 소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정씨에게 콘도를 판 남모씨는 1995년 조카 임씨로부터 33만달러에 이 콘도를 매입한 것으로 남씨가 매입 9년 뒤에 자신이 산 가격보다도 낮게 콘도를 매도했다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 거래”라며 “박 대표 역시 1995년 당시 소득이 전혀 없는 유학생 신분으로 사촌에게 2만달러를 빌려줬다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불법증여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그 돈을 해외로 유출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 대표의 주소지 확인결과 유학시절 한때 해당 콘도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은돈 만진
장인과 사위

삼화제분은 현재 <한국일보>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민감한 시점인 만큼 이 같은 잡음이 인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삼화제분 일가가 최근 뉴욕 빌딩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향후 빚어질지 모르는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격 논란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표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사위라는 점에서 각종 의혹과 설이 난무했던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수전에 실질적으로 배후에서 조직하고 지휘하고 한 사람이 서 의원이며, 삼화제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도 ‘서청원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서 의원과 박 대표의 관계는 단순한 사위-장인 관계를 넘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모 그룹 회장에게 국민주택채권 1000만원 짜리 100장(10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추궁에 서 의원은 “자신의 사위가 우연히 사채시장에서 모 기업에서 나온 채권을 구입한 후 두 달 만에 되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의원과 박 대표가 ‘검은 돈’까지 함께 만질 정도로 돈독하고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에 난감해 진 것은 서 의원이다. 지난해 정치권 복귀를 앞두고도 ‘도덕성 논란’이 일었던 터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의원 스스로 재보선 도전의 목적 중 하나로 명예회복을 꼽은 가운데, 그간 조용했던 사위 회사가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며 “삼화제분 일가의 불법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함께 연루된 친인척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볼 때 사안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화제분 측은 “대표의 개인적인 일일 뿐더러, (홍보 팀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회사 차원에서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업무 외 적인 부분 외에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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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