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 메이커’ 삼화제분 소문과 진실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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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기업 때문에 서청원 머리 싸맸다

[일요시사=경제1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사돈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부동산 매입 의혹부터 피 튀기는 가족간 소송전까지. 사위가 운영하는 삼화제분이 새해 벽두부터 잇단 구설에 휘말리고 있어서다. 더구나 삼화제분은 <한국일보> 인수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서청원 입김 작용설’로 시작한 잡음은 언론사 사주 자격 논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난데없는 난리통에 뒷목을 잡은 건 서 의원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제분업체인 삼화제분의 관계가 정가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 의원은 ‘친박 핵심 실세’로 지난해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인물. 삼화제분 오너로 있는 박원석 대표는 서 의원의 사위다. 삼화제분은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일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를 놓고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삼화제분 일가의 법정 다툼과 비위 의혹이 잇따라 새어나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병상 회장님
집안싸움 치열

시작은 삼화제분 2대 회장이자 박 대표의 부친인 박만송 전 회장이 병상에 눕고, 박 대표가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불거졌다. 삼화제분은 자본금 87억여원에 직원 수도 20여 명에 불과한 제분업체지만, 박 전 회장의 추정자산은 수천억원대로 그는 업계에서 유명한 ‘부동산 부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박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강남 모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다. 같은 해 10월 23일, 박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들인 박 대표를 상대로 주주권 확인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권 확인 소송이란 주식에 관해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소장에는 박 전 회장이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박 대표가 주식을 불법적으로 양도 받았다는 주장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가액은 약 78억원이다. 다만 의사소통이 불가능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부인인 정모씨가 특별대리인으로서 그를 대신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조정회부 결정을 받았고, 현재 협의 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수 앞두고 각종 뒷말로 곤혹
막후 입김?…언론사 사주자격 논란도 일어

조정회부 결정은 법원이 판결보다 원·피고 간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될 때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양측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기관이 강제조정을 하거나 재판부가 다시 사건을 맡게 된다.
거대한 재산을 둘러싼 삼화제분 일가의 법정다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인 정씨는 지난해 7월1일 서울가정법원에 박 전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가 법원의 심문이 모두 종결된 직후 돌연 소를 취하했다. 심판청구인은 정씨, 관계인은 아들 박 대표를 포함한 박모씨 등 3명이다. 

재산 관리 놓고
피튀기는 공방

성년후견제도는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개정된 민법에 도입돼 지난해 7월1일부터 새로 시행된 제도다.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 처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지정,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의 대리권, 동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그 재산에 관해 대리하는 법정대리인이 되는 것으로 만약 정씨가 박 전 회장의 후견인이 되면 박 전 회장의 재산관리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리권의 범위나 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정한다.

박 전 회장의 재산권을 놓고 어머니와 아들은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정씨가 심판을 청구하면서 변호사 1명을 선임하자 박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5명, 김앤장의 변호사 3명 등 모두 8명의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어머니가 성년후견대상이 되는데 적극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해 8월14일 이 사건에 대해 일반가사조사명령을 내리고 가사조사관을 임명, 정씨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를 면접하는 등 정밀조사를 벌여왔다.

9월23일 정씨에 대한 면접조사를 시작으로, 10월16일 박 전 회장이 입원중인 병원을 방문해 출장조사를 벌였다. 그 다음날에는 박 대표에 대한 일방조사를 진행했고, 관계인에 대한 일방조사를 차례로 완료하면서 심문기일인 12월24일, 법정에서 심문을 한 뒤 심문을 종결했다.

그러나 정씨는 심문이 종결된 지 6일 만인 12월30일 법원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돌연 청구를 취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건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일보 후퇴 했다는 설과 아들과 극적으로 합의를 봤다는 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삼화제분 일가와 관련된 사건은 이 외에도 3건의 신청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빌딩 이어
콘도도 불법매입

가족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화제분일가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도 제기됐다. 개인 미디어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안치용 씨)에 따르면 삼화제분 일가는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켜 뉴욕 맨해튼 대형빌딩을 불법 매입,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박 전 회장 일가는 해당 빌딩의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부동산 소유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지능적 수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증빙자료로 제출된 2007년 12월3일 뉴욕주법원 결정문을 보면, 박 전 회장 부인 정씨는 지난 2001년 11월15일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9 WEST 32ND ST 건물의 소유주인 B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맨해튼 최고요지로 꼽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해당 건물은 현시가 1200만달러(약 127억9200만원)의 6층 건물로, 한국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큰집’ 식당을 비롯해 12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맨해튼등기소에는 이 건물이 지난 1993년 B주식회사에 매입된 뒤 지금까지 소유권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 2004년 9월 건물 매매를 추진하다 소송이 발생, 정씨가 이 빌딩의 소유주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정씨는 재판부에 “2001년 11월15일 자신이 B주식회사 지분 100%인 전체주식 200주를 조카 임모씨로부터 매입했다”고 털어놨다.

<시크릿오브 코리아>는 이에 “정씨가 이 건물을 매입한 지난 2001년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전면 금지된 시기로 정씨는 실정법을 어기고 해외부동산을 불법으로 매입한 것”이라며 “조카와 변호사 등 빌딩관리인들을 통해 빌딩 임대수익을 꼬박 꼬박 송금 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등 탈세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정씨는 B주식회사 지분을 2001년 임씨로 부터 매입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2001년이 아닌 1996년 임씨를 내세워 B사에 대한 지분을 인수, 사실상 차명으로 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는 박 대표가 어머니 정씨로부터 법률적 권한을 위임받아 뉴욕을 방문해 소송상황을 점검하는 등 해당 빌딩 관리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추측했다.


수천억 재산 놓고 가족간 법정다툼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의혹 불거져

최근 삼화제분 일가는 해당 건물을 “1200만 달러에 팔아달라”고 부동산중개인들에게 의뢰했으며, 일부 입주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임대재계약 협상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매입과 비슷한 시기에 콘도도 불법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 박 대표 명의로 콘도 소유주인 사촌 임씨에게 2만 달러를 빌려준 뒤 2004년 이 콘도를 정씨 명의로 이전했으며, 지난해 이를 매도한 것이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정씨가 콘도를 매도한 2004년 당시는 해외부동산 투자가 전면 금지돼 있었으므로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정씨의 매입 가격인 29만달러는 당시 시세 75만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해 정씨가 그 이전부터 콘도 지분 3분의 2정도를 소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정씨에게 콘도를 판 남모씨는 1995년 조카 임씨로부터 33만달러에 이 콘도를 매입한 것으로 남씨가 매입 9년 뒤에 자신이 산 가격보다도 낮게 콘도를 매도했다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 거래”라며 “박 대표 역시 1995년 당시 소득이 전혀 없는 유학생 신분으로 사촌에게 2만달러를 빌려줬다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불법증여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그 돈을 해외로 유출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 대표의 주소지 확인결과 유학시절 한때 해당 콘도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은돈 만진
장인과 사위

삼화제분은 현재 <한국일보>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민감한 시점인 만큼 이 같은 잡음이 인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삼화제분 일가가 최근 뉴욕 빌딩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향후 빚어질지 모르는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격 논란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표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사위라는 점에서 각종 의혹과 설이 난무했던 상황이다.

<한국일보> 인수전에 실질적으로 배후에서 조직하고 지휘하고 한 사람이 서 의원이며, 삼화제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도 ‘서청원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서 의원과 박 대표의 관계는 단순한 사위-장인 관계를 넘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모 그룹 회장에게 국민주택채권 1000만원 짜리 100장(10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추궁에 서 의원은 “자신의 사위가 우연히 사채시장에서 모 기업에서 나온 채권을 구입한 후 두 달 만에 되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의원과 박 대표가 ‘검은 돈’까지 함께 만질 정도로 돈독하고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에 난감해 진 것은 서 의원이다. 지난해 정치권 복귀를 앞두고도 ‘도덕성 논란’이 일었던 터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의원 스스로 재보선 도전의 목적 중 하나로 명예회복을 꼽은 가운데, 그간 조용했던 사위 회사가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며 “삼화제분 일가의 불법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함께 연루된 친인척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볼 때 사안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화제분 측은 “대표의 개인적인 일일 뿐더러, (홍보 팀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회사 차원에서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업무 외 적인 부분 외에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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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