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①'지도자 사주로 본' 남북관계 대예측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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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정은 궁합 보니…“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청마(靑馬)’의 해. 말은 행운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겨지지만 북한의 공포정치가 심해지면서 2014년 한반도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특히 장성택 처형으로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갑오년 남북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역술가 백운비 원장을 찾아가 그 해답을 들어봤다.




2014년 갑오년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한반도 주변에서 밀려오는 동시다발적 파도로 벌써 험난한 한해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북한이 있다.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의 권력판도가 요동치면서 2014년 남북관계는 물론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온 국민의 관심은 남북관계에 쏠린 상황. 백운비 원장은 갑오년 국운은 상승기 이지만 남북관계는 썩 좋지 않다고 내다봤다.

도발 분위기 고조
국운은 파죽지세

백 원장은 “갑오년에는 운기가 안에서 밖으로 뻗어나가 경제, 기타 외교 등 국력이 한 단계 이상 성장하고 수출 호조와 외화 벌이를 위해선 호기”라면서도 “우리나라의 오운은 토운으로, 중심이 되지만 외부 침공을 많이 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예고 없이 남한을 타격하겠다’는 협박성 통지문을 보내왔다. 김정은이 제1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 명의로 예고 없이 남측을 타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판문점 채널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앞으로 보내온 것이다.

북한은 남한 보수단체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인 시위가 자신들의 ‘최고존엄’(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김씨 3대)을 모독했다고 간주해 이 같은 협박 전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우리 정부도 곧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해 만약 도발한다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내용의 답신을 북한에 보냈다. 북한은 지난 11월 연평도 포격 3주년 때도 “북한 영해에 포탄이 한 발이라도 떨어지면 남한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위협이 담긴 전통문을 보낸 바 있다.

“피말리는 2∼3년 이어져”
흑·백 분명…대혼란 예상

백 원장은 “북한의 도발 발언은 그간 수차례 있었지만, 올해에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운이 파죽지세(감히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힘없이 밀고 나가는 형세)여서 절대로 북한에 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라며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북한의 침공을 받되 국가 안보에 있어서 철통같은 방어체제가 구축될 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이기는 형국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은 앞서 정부도 제기한 바 있다. 국정원과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내년 1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1월 말∼3월 초는 북한군의 동계훈련 기간인 점, 2월 16일이 김정일의 70회 생일인 점 등이 꼽혔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2월에 시작된다. 내년 1월 말에서 3월 초 사이는 부대의 병력 증강,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김정일 생일 기념 등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갖춰진 기간인 셈이다.

백 원장은 “상반기부터 시작해 2∼3년이 남북 관계에 있어서 제일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갑오년부터는 준전시로 들어가는 운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내다봤다.

양 지도자의 합
흑백논리 분명

남북 지도자의 합은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은 “흑백논리가 분명하고 분열 되는 것이 명백해 지는 한 해”라고 짚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해 출범과 동시에 김정은 체제의 핵무력 강화 방침과 맞물리면서 시작부터 어긋난 바 있다.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가 연이어 터지면서 두 지도자의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7차례의 지루한 회담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는 성과를 내고, 이산가족 상봉 추진, 금강산 관광 회담도 논의되는 등 관계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백 원장은 “두 지도자는 성격이나 정치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며 “박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은 대의멸친(정의 즉 옳은 길을 위해서는 사적인 일에 구애 받지 않음)형인 반면 김정은은 외유내강(겉은 부드러우나 안은 대단히 강함)형이다”라고 진단했다.

[박] 대의멸친형
[김] 외유내강형

백 원장은 이어 “김정은은 단순형으로 잡념 공상, 복잡한 것을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지도자로서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과묵형이지만 성격이 급하고,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며 논리적 타협이 없고 무조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평소에도 김정은은 ‘광고(예고)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의 갑오년 대북정책에 대해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백 원장은 “도전과 도발이 어느 때보다 많고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므로 대의멸친 정신을 더 강하게 작용 하는 것이 좋겠다”며 “국운이 강해 국익에 관한 일이라면 과감한 방어일지라도 순조롭게 나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왼팔·오른팔
2인방 운명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변화된 북한의 2기 권력구도도 주목해볼만 하다. 지난 17일 공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면면은 지난 1년간 숨가쁘게 진행된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식 권력서열을 발표하지 않는 북한에서 주석단 명단은 파워 엘리트들의 위상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 자료로 평가받는다. 김정은에게 가까이 위치할수록 중책을 맡은 인물, 반대로 주석단에서 사라질 경우 숙청설이 나돌기도 한다.

2주기 주석단은 총 30명으로 작년보다 4명이 줄었다. 변화된 주석단의 두드러진 특징은 장성택을 숙청한 노동당과 북한군의 보위세력이 권력 중추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의 좌우에 나란히 포진했다. 이들은 김정은을 끝까지 보좌할 충신일까. 반역을 꾀할 역모자일까.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최룡해에 대해 백 원장은 “운이 안 좋은데 득수한 형국”이라며 “‘급변 급해’할 운으로 갑자기 올라갔다 갑자기 떨어지는 운으로 보여진다”고 평했다. 


“위험천만한 상황 반복
2019년부터 좋아질 것”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현재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인민군 차수를 겸임하고 있다. 최 측근 가운데 김정은의 현지 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하는 인물로 특히 군부대 방문에 최 국장이 빠진 적이 없다.

그는 지난 2010년 김 제1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그해 당중앙위 비서, 중앙군사위원 등 직책을 부여 받으며 실세로 떠올랐다. 이어 2012년 4월에는 인민군 차수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 지난 5월엔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입지를 다졌다.

백 원장은 “개인 운으로 봐도 김정은의 제1 심복자(측근)로써 미약할 뿐 아니라 떠받드는 보필형은 되더라도 리더형은 못 된다”며 “실력이 낮고 질도 낮은데다가 엘리트형이 아니다. 추락은 분명한데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짚었다.




상징적인 2인자로 평가받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어떨까. 백 원장은 “존속유지에 일맥형통형으로 한맥으로 가서 자기 자리를 지킨다고 나온다”며 “유일한 관리형으로 보존, 진행, 착상에 능한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점은 우유부단해서 자기 신조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급변하는 최룡해와 달리 안정적으로 보이긴 한다”고 덧붙였다.


5년 뒤부터 개선
안정세로 돌아서

갑오년 새해. 정부는 북한의 큰 정세 변화에 숨겨진 속내를 꿰뚫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또 혹시 모를 북한 도발에 대비해 대북 감시 태세를 높이고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갑오년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좋을 수가 없다”며 “기해년인 2019년 이후부터 서서히 좋아질 것이며 그때까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처형된 장성택 사주 보니…
“거사할 운명? 수명이 짧을 뿐!”

북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 잘나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유일지배 체제에 도전한 국가전복 음모행위가 죄명. 과연 그는 단명할 운명이었던 것일까. 

백 원장은 “장성택은 직연과 학식이 풍부하고 구상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호색가이면서 성격은 조용하지만 옹고집이 강하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나름대로 바르게 살아가려고 하는 정의감이 투철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옹고집형 성격은 장성택이 살아온 길에서도 읽힌다. 그는 1972년 김일성 주석의 큰 딸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결혼하면서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일컫는 김일성 3대와 인연을 맺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체제 구축을 위해 정적 숙청작업을 이끌면서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섰다. 

1970년대 초반 측근파티로 2년간 노동 현장에 보내지는 수모를 당했지만 다시 김정일 전 위원장의 신임을 얻어 소위 최고지도자의 ‘숨은 그림자’ 역할을 했다. 2002년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자격으로 북한 경제 시찰단을 이끌고 남한도 방문했다. 

복잡한 사생활 문제로 2004년 또 한 차례 실각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부름을 받고 2년 만에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견인했고, 자신의 측근들을 전부 당과 군부 요직에 앉힘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위세 당당하던 장성택 시대는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유일 세습 체제에 위협을 느낀 김정은이 그와의 결별을 단행한 것이다. 

백 원장은 “본래 사주에 나타난 성격은 보수적이면서 합리적인 사람으로 악이 없다”면서도 “다만 수명이 짧을 뿐이다. 항간에 거사할 운이었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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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