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등장’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MB 잡던 대항마 MB 구세주 되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중반기를 이끌어갈 2기 내각을 꾸렸다. 주목할 부분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한 점이다. 정 내정자는 과거부터 정부를 향한 건설적인 비판으로 정계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아왔던 ‘준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항마로 손꼽히며 정계 입문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스스로 대선불출마 선언을 한 후 뚜렷한 정치 행보가 없던 터라 정 내정자의 이번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다. 정·재계는 정 내정자의 ‘깜짝 등장’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똑소리’ 나는 정부 비판으로 국민 인지도 상승
집권 2기 내각 국민통합과 소통·민생안정 ‘숙제’

9·3 개각 결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한승수 국무총리에 이은 현 정부 2대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됐다. 정 내정자는 차후 인사청문회만 잘 넘긴다면 MB정부의 집권 중반기를 이끌고 가는 핵심 인사로 부상하게 된다.

충청권 출신 ‘뉴페이스’ 인사
서울대 총장 역임한 경제학자

정계는 MB정부의 정 내정자 선임을 두고 출신지역 색깔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대부분의 인사가 영남권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차별화된 선택이란 얘기다. 실제 정 내정자는 충남 공주 출생이다. 1947년 2월 다섯 남매 가운데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정 내정자에겐 어려운 시절마다 손을 내밀었던 지인들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동기의 아버지인 이영소 전 서울대 교수의 도움으로 경기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경기고 재학 시절엔 영국 출신 캐나다인인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의 뒷받침으로 학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1966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스코필드 박사는 기미독립운동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정 내정자에게 사회를 바르게 비판하는 시각을 길러줬다. 

화합과 통합의 코드 중도실용의 경제철학
정치러브콜 사양하더니 돌연 정부 핵심인사로


서울대 은사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도 정 내정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 내정자는 대학졸업 후 당시 최고 직장으로 꼽히던 한국은행에 조 전 부총리의 추천으로 무시험 입사했다. 이후 조 전 부총리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길에도 올랐다. 정 내정자는 마이애미대에서 1년 만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경제학 최고 명문인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는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내리 31년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고 이후 다시 교편을 잡아 현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내정자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인지도를 넓힌 것은 2002년 교수 직선을 통해 서울대 총장에 임명되면서부터다. 정 내정자가 추진한 각종 서울대 개혁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다양한 인재 선발을 기치로 내걸고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정 내정자의 서울대 총장 재임은 그의 몸값을 드높인 고공점프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그는 국립대학 총장의 신분으로 정부와의 부담스러운 마찰을 마다하지 않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민감한 입시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울 때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임기 내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도 성향 띠며 ‘바른말’ 행보
17대 대선 ‘MB대항마’ 후보로

그는 참여정부를 향해 “경제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어 오늘은 이 정책, 내일은 저 정책이 나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어느 정부나 잘하려는 의지가 있겠지만 현 정부는 식견이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 같은 정 내정자의 뚝심 있는 발언들은 국민의 신임과 지명도를 쌓는 지름길이 됐다. 자연히 정부나 정치권의 러브콜도 쇄도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한국은행 총재직을 맡아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고사한 이래 정 내정자는 개각 때마다 경제 관련 부처나 청와대 경제수석 후보 0순위로 거론됐다. 정 내정자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으로부터도 정치 격변기 때마다 영입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여야 정당 모두가 정 내정자 영입에 뛰어들었다.

특히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정 내정자를 만나 서울시장 선거에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대세론’ 확산에 마땅한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 내정자가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 총장출신이라는 점에서 경제와 교육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 행보에 속내 ‘갸우뚱’
민생안정·경제회복 과제 산재

또한 그는 충청도 출신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보여줬듯이 충청권의 향배가 승패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정 내정자는 정치권의 블루칩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 내정자의 인지도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정치분야 여론주도층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를 정도였다.

정 내정자 역시 범여권의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2007년 초 전국 순회강연을 통해 대권행보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 정계 입문의 물꼬를 트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결국 “여태껏 정치세력과 그 활동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말을 남긴 채 정치권을 떠났다.

그랬던 그가 돌아왔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정치적 움직임이 없던 정 내정자가 MB정부의 살림을 이끌어가는 핵심인사로 정계에 첫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정 내정자의 갑작스런 노선 변경에 정계 일부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내정자는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구조조정, 감세 등 핵심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계는 그동안 정계 진출을 고사했던 정 내정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데에는 분명 숨은 속내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계 한 관계자는 “정 내정자가 이번 총리직을 수락한 데에는 시기적인 요소가 클 것”이라며 “충청권의 민심을 잡는 동시에 경기 회복세에 들어선 지금이 수월하게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시점이라는 계산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 내정자가 당면한 과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가 후보 소감문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거시경제, 서민생활, 사교육비, 일자리 창출, 사회·지역적 대립, 남북 갈등 등 어느 하나 쉽게 풀어 갈 수 있는 현안들이 없다. 물론 현재 국내 경기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상향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정계는 이를 위해선 국민 피부에 절실하게 와 닿는 부동산 불안정부터 해소해야 하고 크게는 출구전략과 노사 문제도 원만하게 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2기 내각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개헌을 비롯해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개편 등 굵직한 현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이다. 앞으로 9개월 뒤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야 간 정치적 갈등도 더욱 격화될 것이다.

정 내정자는 이런 경제적 정치적 난관들을 돌파할 수 있는 수완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정계 한 관계자는 “정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 말고는 이렇다 할 행정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며 “하지만 학자 출신의 한계가 있다는 일부의 비판에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약력

▲ 충남 공주 출생(1947)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70)
▲ 미국 마이애미대 경제학 석사(1971∼72)
▲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1972∼76)
▲ 한국은행 근무(1970∼71)
▲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1976∼78)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1978~)
▲ 한국금융학회 회장(1998∼99)
▲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2002. 2∼6)
▲ 서울대 총장(2002. 7∼2006. 7)
▲ 한국경제학회장(2006. 2∼200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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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