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왕국 몰락下’ 박삼구 노림수 & 박찬구 승부수

피 튀는 ‘골육상쟁’…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금호가 ‘형제의 난’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다. 지금까지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재반격 카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룹 안팎의 관측을 종합해 보면 금호가 형제의 동반 퇴진이 골육상쟁의 종지부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경영권 싸움은 지금부터란 얘기다. 핏줄간 잔혹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2·3차 대전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박삼구-박찬구 두 형제의 노림수와 승부수를 점쳐봤다.
 

동생 박찬구 회장 지주사 지분쌓기 ‘쿠데타’급습
형 박삼구 회장 동반 퇴진 ‘물귀신 작전’반격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처음 충돌한 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자금난을 걱정해 인수를 반대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의 예상대로 그룹은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불신의 싹이 자랐다.

대우건설 인수 놓고
2006년부터 불신 싹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돌연 그룹 경영권을 노린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들과 함께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린 것. ‘10.01%’는 금호가 형제들이 동일하게 보유해온 이른바 ‘황금 지분율’이다. 뒤늦게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유화학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이 결국 꺼낸 초강수가 ‘물귀신 작전’으로 비치는 ‘동반 퇴진’이다.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다른 친인척들의 지분을 동원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8일 가진 퇴진 기자회견 내내 “동생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박찬구 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더 이상 형제상속은 없다”고 말해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박삼구 회장은 자신의 경영 영향력과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평소 막역한 사이인 전문경영인 박찬법 신임 회장을 그룹 수장으로 내세운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찬법 신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삼구 회장이 큰일에 있어 잘 도와준다고 약속했다”고 밝혀 오너-전문경영인 공존체제를 암시했다. 박삼구 회장이 비록 명예회장으로 있더라도 그룹을 쥐락펴락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박찬법 신임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박삼구 명예회장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 관련 부분에 대해 책임지는 형태로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박삼구 회장은 오너체제 완전 폐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사태가 잠잠해지면 금호일가가 다시 경영일선에 나설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겼다.

두산그룹 일가가 2005년 형제간 분쟁으로 동반 퇴진했다가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않은 틈을 타 안면을 싹 바꾸고 그룹 경영을 재장악한 사례가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이 물러난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기습 공격’을 당한 박찬구 회장이 팔짱만 끼고 있을이지 여부다. 박삼구 회장과 달리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박찬구 회장이 재반격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박삼구 회장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양측 ‘재반격 카드’촉각
3세 내세운 대리전도 감지

우선 박찬구 회장이 들고 나올 법한 응수는 법적대응이다. 금호가 집안 전체와 싸워야 하는 박찬구 회장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금호석유화학 안팎에선 박찬구 회장이 형의 일방적인 대표이사 해임 결정에 반발해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의장인 박찬구 회장은 이번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잠적한 박찬구 회장이 유명 변호사들의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미확인 소문도 들린다. 소송 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무효와 대표이사직 유지를 위한 가처분 등이 예상된다. 형제가 법정에서 만날 경우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될 게 뻔하다.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찬구 회장의 결심에 따라 분쟁의 불씨가 커질 수도, 아니면 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다소 여유롭다. 박찬구 회장의 소송 가능성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 해임은) 나 혼자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 이사회 결의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법적하자는 없다.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이사회 결정사항이므로 (박찬구 회장이)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일축했다.

‘루비콘 강’건널까
법정다툼 비화 조짐

하지만 최후의 보루인 법적 다툼에 앞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지분 경쟁이 다시 벌어질 공산이 크다. 격전지는 실질적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으로 압축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수직 형태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 19.0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3개사가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린 것과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만든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연매출 3조원대의 ‘알짜기업’이란 점도 금호가 형제들이 목을 매는 까닭이다. 1976년 설립된 금호석유화학은 2002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07년 2조원,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금호가는 최근 금호석유화학과 양대 주력사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잇달아 팔고 있어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실탄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찬구 회장만 해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처분한 상태다. 이외의 쌈짓돈까지 털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추가 확대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만큼 금호석유화학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이란 반증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박찬구 회장(9.44%)과 그의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9.03%)이 18.47%로 최대주주다. 반면 박삼구 회장(5.30%)과 그의 아들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6.47%)가 보유한 지분율은 11.76%다.
하지만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박삼구 회장은 ‘아군’으로 꼽히는 둘째 형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11.76%)의 지분을 합하면 23.52%를 확보하게 된다.

박삼구 회장은 동반 퇴진 발표 전 가족회의에서 박정구 명예회장의 가족들에게 ‘지원사격’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이 뜻을 모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동일하게 10.01%에서 11.76%로 높인 점도 두 집안이 손을 잡은 결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박찬구 회장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호가 장남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박재영씨의 선택이 불분명한 탓이다.
박재영씨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4.65%다. 만약 박재영씨가 박찬구 회장 쪽으로 합류한다면 이들의 지분은 23.12%로, 23.52%인 박삼구 회장 측과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 된다.

게다가 박철완 부장까지 박찬구 회장으로 돌아설 경우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박찬구 라인’은 34.88%이란 절대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을 장악하면 그룹 전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피 튀는 지분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박찬구 회장이 그룹 전체가 아닌 금호석유화학 계열만 분리해 소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신분인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각자 아들을 내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회장은 직접적인 대결 대신 아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공을 들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호가 3세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호가 4형제는 모두 아들을 1명씩 두고 있는데 ‘금호 옥쇄’를 물려받을 차세대 주자로 가장 유력한 후보 역시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아들들이다.
사촌들보다 한 발 앞서 회사에 뛰어든 3세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상무다. 박세창 상무는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마치고 대내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35세인 박세창 상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5년 금호타이어 부장에 입사한 이래 2006년 그룹 상무보에서 지난해 상무로 올라서는 초고속 승진 페달을 밟아왔다.

사장단회의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그룹 내 입지를 다진 상태다. 박세창 상무의 급부상은 박찬구 회장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업계는 박세창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제치고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을 줄곧 제기해 왔다. 일각에선 그의 등장이 이번 ‘형제의 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박찬구 회장의 외아들 박준경 부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중동무역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입사했다. 올해 31세로 이제 막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 그러나 박준경 부장은 지분율에선 박세창 상무를 압도하고 있다.

우호지분 확보 관건
3세들 경영행보 주목

지분경쟁 판세의 변수로 지목되는 박정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철완 부장은 ‘3세 시대’의 최대 복병이다. 올해 30세인 박철완 부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국내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부장으로 입사했다. 박정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금호일가 중 가장 많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가 장손인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박재영씨는 미국에 머물며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그룹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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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