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재벌가 추석풍경 훔쳐보니…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10.02 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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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만 같아라? 송편도 못먹었다!

[일요시사=경제1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재벌가 추석 풍경은 그렇지 못했다. 친지들 얼굴을 보기는커녕 송편도 못 먹은 집안이 많았다. 제각각 나름의 사연이 있다. 우울했던 재벌가 추석나기를 들여다봤다.



'민족 대명절' 추석 때 재벌들은 뭘 하며 지냈을까. 전체적으로 이번 추석만큼 우울할 때가 없었다. 투옥 중인 회장이 있는가 하면 병석에 누운 회장도 있었다. 가족 간에 등 돌리고 사는 바람에 반쪽짜리 차례를 지낸 집안이 있는가 하면 회사 문제로 냉기만 가득했던 집안도 있었다.

편치 않았던 명절

서울지역 구치소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재벌 회장들이 수감돼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은 '영어의 몸'이 된 상태다. 이런저런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의 집안사람들이 제대로 명절을 보냈을 리 없다.

병석에 누워있는 김승연·이재현·이호진 회장의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CJ가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 회장뿐만 아니라 가장 큰 어른인 이맹희씨도 일본에서 우측 폐를 3분의 1 가량 절제하는 폐암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라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추석을 보냈다.

명절 내내 회사 문제로 머리를 싸맨 오너들도 한둘이 아니다.

한 집안인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은 답답한 연휴를 보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추석 직전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SOS'를 쳤다. 둘은 추석 연휴에 지원 여부를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담 회장이 외면했고, 현 회장은 좌절했다. 보다 못한 장모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채권단의 뜻에 따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칩거 중이다. 추석 때도 집에서 뒷목을 잡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휘봉'을 놓은 윤 회장은 지난 8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회사에 15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 재판을 받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역시 편치 않은 명절을 보냈다. 경영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김 회장은 일부 계열사의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부그룹은 채무가 불어나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주력사들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투옥 중인 회장댁 '우울'
병석 누운 회장댁 '침통'
크게 싸우고 반쪽 차례
회사 문제로 냉기 가득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주요 계열사인 LS전선이 원전 부품 성적서 위조 및 부품 가격 담합 등 잇따른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난관에 부딪혀 있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은 세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OCI그룹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308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인천시로부터 부과받은 지방세 1700억원을 포함해 OCI가 납부할 세금은 총 4800억원에 이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밤잠을 설칠 만하다. 조만간 진행될 국회 국정감사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불공정거래를 둘러싸고 대리점주들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진상조사 수용안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의 국감 출석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호가는 슬픔 속에서 추석을 보내야 했다. 집안 맏며느리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부인)가 추석 당일인 지난 19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여사의 빈소를 국내에 마련해 그룹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당시 박 명예회장의 동생 박삼구·박찬구 회장 등이 형수의 빈소를 지켰다. 박삼구-박찬구 형제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어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추석 때 친지들이 모두 모이지 못한 재벌가도 있다. '골육상쟁'으로 가족 간 등 돌리고 사는 바람에 반쪽짜리 차례를 지낸 집안은 한진가, 대림가, 두산가, 대성가, 한라가 등이다.

한진가 2세들은 고 조중훈 창업주가 2002년 세상을 뜨자 유산배분 등을 두고 싸움을 시작했다. 이후 형제들은 편을 나눠 갈등을 겪었고, 급기야 법정다툼으로 번져 소송을 반복해 왔다. 대림가는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배다른' 삼촌과 조카 등이 맞붙은 '숙질간 전쟁'을 벌여 그 뒤로 서로 모른 척하고 있다.

두산가는 2005년 '형제의 난'으로 집안에서 퇴출당해 '왕따'로 외롭게 지내다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용오 전 회장의 가족들이 본가에 가지 못하고 있다. 대성가는 고 김수근 창업주의 아들들이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 지분 다툼 이후 등을 돌려 아직까지 발길을 끊고 있다. 한라가도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장·차남간 재산분쟁으로 벽을 쌓고 지내고 있다.

효성가는 이래저래 뒤숭숭하다. 우선 조석래 회장의 아들 3형제간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암투가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남 조현문 전 사장이 그룹을 떠나기도 했다.

밤잠 설치기도

게다가 최근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국세청 세무조사의 결과가 나왔다. 국세청은 효성그룹의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와 세금탈루, 차명재산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면서 출국금지를 당한 조 회장은 검찰에 고발 조치될 전망이다.

이석채 KT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최원병 농협 회장 등 재벌급 CEO들도 좌불안석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부터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이들의 거취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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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