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이덕화

“미국에 할리우드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배우 이덕화가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이하 CHIFFS 2009)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덕화는 지난해 2회 영화제에 이어 3회까지 중책을 맡아 CHIFFS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동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CHIFFS의 홍보와 운영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영화제를 성공시킨 주역이었다. 국내 영화계에서 이 영화제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게끔 만든 일등공신 격. 올해도 최선을 다해 영화제를 성공시키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집행위원장 맡아
영화제 참석 배우들 섭외 불만 아쉬움 토로


‘CHIFFS 2009’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지역인 충무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키워드 아래 45개국 250여 편의 영화가 오는 8월24일부터 9월1일까지 대한극장과 명동 CGV, 동대문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막식은 8월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폐막식은 9월1일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덕화는 서울 중구청장인 정동일 조직위원장과 함께 영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덕화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에 사과부터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처음 하는 것이라 시행착오도 많았 고 저 나름대로 영화제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천지가 개벽하는 것같이 대단할 것마냥 말씀드렸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영화제를 보다 잘 만들어보려 했지만 제가 한 치 앞도 못 보고 때를 잘못 만나서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다시 이 자리에 섰다. 과정은 생략하겠다. 정말 좋은 영화제를 만들려 했는데 잘하지 못했다. 영화제가 공중분해 될 뻔하기도 했다. 진짜 지난해만큼 만이라도 영화제를 하게 해준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냥 외면을 하면 그만이고, 제가 사표까지 냈는데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하게 해주셨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올해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나 지난해 영화제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독립을 해서 영화인들이 원하는 영화제답게 만들겠다. 그리고 규모가 크든 작든 이제는 정말 영화계, 연기자들에게 실익이 갈 수 있는 영화제를 추진하겠다. 구색이나 맞추고 남을 흉내 내는 영화제는 마음에 안 든다.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달리 연기자들에 의한 연기자들을 위한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기자들에 ‘의한’
연기자들을 ‘위한’

이덕화는 올해 드라마 촬영과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대상포진 증세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45세 때 탤런트협회장을 했다. 이순재, 최불암 선배 등에 이어 협회장을 한 것이다. 당시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제가 배우협회장을 안 했으면 장례도 못 치를 뻔했다. 크게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배우들에게 큰 신세를 졌기 때문에 봉사하는 자리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행위원장으로서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참석자 섭외다. 이 위원장은 영화제에 참석하는 배우들 섭외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제 준비하며
대상포진으로 고통 받기도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힘든 것이 배우 섭외다. 내 아들보다 어린 배우들에게 빌어야 할 정도다. 배우가 참석하고 싶어도 기획사와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배우에게 연락하고 기획사 사장하고 또 연락해야 한다. 기획사는 수십억원을 들여서 배우를 확보하고 영화를 만들고 마케팅을 한다면서 영화제 개막식에 여배우 하나 보내려고 해도 메이크업, 드레스, 차량 등 돈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을 한다. 경비는 많이 드는데 출연료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며칠 전에도 매니지먼트 사업하는 후배들 모임에 무작정 찾아가서 부탁을 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다. 배우들이 많이 영화제에 참석했으면 좋겠다.”

이덕화는 지난해 집행위원장이라는 감투를 쓰면서 “영화에 출연한 지 10년이 지난 사람이 무슨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느냐”는 반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당구영화 <큐>를 마지막으로 영화 출연을 안 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후 2002년 SBS <여인천하>로 복귀할 때까지 아무 활동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돌아와 보니 영화계, 방송계 상황과 사람들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를 중심으로 재기했고, 이제는 영화 쪽 일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1971년 임예진과 찍은 <진짜 진짜 잊지마>로 영화계 데뷔
“영화 사랑하는 분들 있다면 한국 영화산업 걱정할 것 없다”

그가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모교인 동국대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돌아가신 유현목 감독의 장례식에서 채시라와 함께 조사를 맡게 된 것도 동국대 동문이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동국대 국문과를 나오셨지만 연극영화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셨고, 20년 이상 연극영화과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나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교수님께 배웠다.”

현재 한국에는 ‘영화제 홍수’ ‘영화제 공화국’이라 할 만큼 많은 영화제들 있다. 이 위원장은 한국에 영화제가 많아도 결코 막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크고 작은 영화제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필요가 있으니 다양한 영화제를 없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성장하면서 자연도태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조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1971년 임예진과 함께 찍은 <진짜 진짜 잊지마>로 방송계보다 영화계에 먼저 데뷔했다. TV탤런트로는 1973년에 데뷔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는 임권택 감독의 <개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년 2개월 동안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따라 다녔다. 윤삼육 감독의 <살어리랏다>도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 출연한 영화는 앞서 말씀드린 당구영화 <큐>였다. 내기당구 하다가 손목까지 잘리는 내용을 담았다. <타짜>처럼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너무 일찍 나온 것 같다.” <천추태후> 촬영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덕화는 요즘 영화 대본이 3~4개 정도 들어와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역할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주인공만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삼촌, 아버지 등의 배역이 들어온다. 오랜만에 영화 출연을 하는데 비중 있는 역할, 멋진 역을 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된다.” 이덕화에게 충무로는 아버지 고 이예춘씨와 함께한 40여 년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충무로는 나를 비롯해 영화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또 젊은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는 한국 영화의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내가 충무로에서 보낸 시간은 충무로 100년 역사의 반이 넘는다. 이제는 딸을 비롯한 자녀 세대가 마음껏 영화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로 남겨주고 싶다.”
그의 바람은 추억이 서린 충무로가 다시 한국 영화의 메카이자 뿌리가 되는 것이다.

충무로, 다시 한국 영화의
메카이자 뿌리가 됐으면

“충무로에 한국 영화산업이 다시 집중되길 바란다. 예전엔 영화사, 녹음실, 현상소 등 제반 영화시설이 충무로에 다 있었다. 충무로가 다시 영화의 거리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이제 영화계의 거품이 다 빠졌다면 다시 올라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없이 사업의 하나로만 보는 사람은 도태되고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만 남으면 실질적인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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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