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⑧추석에 빠질 수 없는 '국민놀이' 화투의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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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에 왜놈패 들고 "좋다 고!"

[일요시사=특별기획팀] 명절 때 가족 친지들이 모이면 으레 하는 고스톱. 식구들끼리 삼삼오오 둘러앉아 ‘판’을 벌이는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0%가 화투를 즐긴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국민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손에 쥔 화투의 의미를 알고나 패를 두들기는 것일까. 그 비밀을 공개한다.
 



'고스톱, 도리짓고땡, 섯다…' 명절에 빠질 수 없는 화투 게임. 그저 짝을 맞추고 점수를 계산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화투패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드물다.

각각 4매씩 총 48장으로 구성된 화투에 대해 김덕수 공주대 교수는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화투는 왜색 일색"이라며 "일본 고유의 세시풍속과 축제, 행사, 풍습, 선호, 기원의식, 심지어 일왕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화투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 김 교수. 그의 논문을 토대로 파헤친 화투에 숨겨진 비밀은 다음과 같다.

소나무+학
1월 송학

세칭 '삥'이라고 불리는 송학의 화투 문양을 보면 1/4쪽 짜리 태양, 1마리의 학, 소나무, 홍단 띠가 나온다. 태양은 신년 새해의 일출을, 학은 장수와 가족의 건강에 대한 염원을 나타낸다. 소나무가 등장하는 이유는 가도마쯔 행사에 소나무가 등장하기 때문. 가도마쯔는 1월을 맞이하는 일본의 대표적 세시풍속. 일본인들이 1월1일부터 1주일 동안 소나무를 현관 옆에다 장식해 두고 조상신과 복을 맞아들이기 위한 행사다. 학을 의미하는 '츠루'가 소나무를 뜻하는 '마쯔'의 말운을 이은 점은 일본식 풍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화+꾀꼬리
2월 매조

2월에 해당하는 매조엔 매화와 꾀꼬리가 나온다. 일본의 매화 축제가 2월에 시작하는 이유에서다. 매화 축제는 이바라키현 미토의 가이라크 매화 공원을 비롯한 전국의 매화 공원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꾀꼬리는 '우구이스다니'라는 도쿄의 지명에도 남아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새다. 눈에 띄는 점은 꾀꼬리가 봄철(4월 이후)이 아닌 2월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다만 꾀꼬리와 매화가 봄의 전령사임을 노래하는 대표적 시어인 동시에 꾀꼬리의 일본어 표기인 '우구이스'와 매화를 뜻하는 '우메'간 두운을 일치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벚꽃+만막
3월 벚나무

일본의 벚꽃 축제는 3월 최고 절정에 이른다. 그래서 3월의 화투 문양은 온통 벚꽃으로 가득차 있다. 삼광의 벚꽃 밑에 그려진 것은 '만막'이라는 일종의 천막이다. 이는 지금도 일본인들의 경조사 때 천막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속에는 벚꽃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상춘객들이 있지만, 삼광의 화투에선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상춘객들이 화투 하단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상춘객이 만막 안에서 낮술에 취한 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등나무+두견새
4월 흑싸리

4월 화투 문양은 흑싸리가 아니라 등나무 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흑싸리로 착각하고 있다. 흑싸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되는 싸리나무의 색깔은 녹색이며, 가을철에 그것을 베어 햇볕에다 말리면 갈색으로 변한다. 4월은 일본에서 등나무 꽃 축제가 열리는 계절로, 등나무는 일본 전통시의 시어로 쓰이는 여름의 상징이다. 여기에 그려져 있는 두견새 역시 일본에서 시제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새다.

일왕 등 권력자 특권 기원…막부 쇼군 상징도


붓꽃+목재다리
5월 난초

5월 화투 문양도 난이 아니라 붓꽃이다. 붓꽃은 보라색 꽃이 피는 습지의 관상식물. T자 모양의 막대와 3개의 작은 막대기는 각각 '제도용 자'와 '딱성냥'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T자 모양의 막대는 붓꽃을 구경하기 위해 정원 내 습지에 만든 산책용 목재다리다. 3개의 작은 막대기는 목재다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일본인들은 이 목재다리를 '야츠하시'라고 부른다. 다리 끝에는 붓꽃을 감상하는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이 있는데, 이 또한 삼광과 마찬가지로 화투 하단의 보이지 않는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모란꽃+나비
6월 모란

6월 화투 문양은 모란꽃이다. 모란은 고귀한 이미지로, 일본인들의 가문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꽃과 나비하면 모란꽃을 떠올릴 정도로 동양 사회에선 모란꽃을 '꽃의 제왕'으로 쳐준다. 이에 따라 일본화에는 모란과 나비가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한국화에선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것이 오래된 관례다. 당 태종이 신라의 선덕여왕에게 보낸 모란꽃의 그림에 나비가 없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인 셈이다.

싸리나무+멧돼지
7월 홍싸리

7월 화투 문양은 싸리나무다. 싸리나무는 녹색이다. 그러나 이 문양엔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처리돼 있다. 이는 화투 제작자의 단순 실수로 추정된다. 여기에 멧돼지가 나오는 이유는 근대 일본에서 성행했던 멧돼지 사냥철이 7월이었기 때문이다. 멧돼지 사냥은 종족보존을 위해 주로 수컷에만 국한돼 있었다.

산+기러기
8월 공산

8월 화투 문양엔 산, 보름달, 기러기가 등장한다. 이는 8월이 일본에서 '오츠키미(달구경)'의 계절인 동시에 철새인 기러기가 대이동을 시작하는 시기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문화적 암호다. 검은색으로 처리된 것은 산이다. 흰색으로 처리된 부분은 하늘을 의미한다. 한국 화투엔 산에 억새풀이 없는 반면 일본 화투엔 억새풀이 그려져 있다. 또 한국 화투엔 홍색이나 청색 띠도 없다. 즉, 일본에서 8월은 1년 중 가장 바쁜 추수철이기 때문에 한가롭게 시를 쓰고 낭송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시사한다.

의미 알고나 패 두들기나
"48장 화투패 왜색 일색"

국화+술잔
9월 국준

고스톱꾼들은 9월 화투를 유난히 좋아한다. 9월은 일본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계절이다. 그 쌍피엔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술잔이 등장한다. 이는 9세기경인 헤이안 시대부터 유래된 '9월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를 한다'는 일본의 전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국화는 일본의 왕가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이를 감안하면 일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놓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권세와 부귀가 영원하기를 기원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도 보인다. 쌍피가 피와 10점짜리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는 특권을 갖는 것은 일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단풍나무+사슴 
10월 풍


일본에서 10월은 전통적으로 단풍놀이의 계절인 동시에 본격적인 사슴 사냥철이다. 수사슴과 단풍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계절의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사슴을 의미하는 '시카'와 단풍을 뜻하는 '카에데간'에도 말운과 두운이 일치하는데, 이것 역시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0

오동잎+봉황
11월 오동

오동은 가장 각광받는 화투패다. 속칭 ‘똥광’으로 불리는 오동의 광은 광으로도 쓸만하고, 피 역시 오동만이 유일하게 3장이다. 오동의 광엔 닭 모가지 모양의 조류와 싹 같은 것이 등장한다. 닭 모가지 형상을 하고 있는 조류는 평범한 새가 아니다. 막부의 최고 권력자인 쇼군의 품격과 지위를 상징하는 봉황새의 머리다. 검은색의 싹은 오동잎이다. 오동잎 역시 일왕보다도 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던 막부의 쇼군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나 국·공립학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화폐 500엔 주화에도 오동잎이 도안으로 들어가 있을 정도다.

선비+개구리
12월 비

절기상으로 12월은 추운 겨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 광을 살펴보면 낯선 선비 한 명이 양산을 받쳐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수양버들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고, 그 옆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앞다리를 들며 일어서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름 양산과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개구리가 왜 12월에 등장했을까. 이는 일본의 ‘오노의 전설’을 묘사한 것이다. 갓 쓴 선비는 '오노노도후'라는 일본의 귀족으로 약 10세기경에 활약했던 당대 최고의 서예가다. 비 광에 등장하는 선비의 모습은 오노가 붓글씨에 몰두하다 싫증이 나자 머나먼 방랑길을 떠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오노는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개구리의 광경을 보고 "미물인 저 개구리도 저렇게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여기서 포기해서 되겠는가"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 붓글씨 공부에 정진했다고 한다. 한국 화투는 일본 화투에 나오는 이 선비의 갓 모양만 일부 변형시켰다.


또 쌍피의 문양은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종의 쪽문'으로서, '라쇼몬'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 피가 쌍피로 대접받는 것은 이 문에 붙어 있는 귀신을 대접한다는 의미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홍단' 의미는?

홍색은 길조 청색은 불운

1년 열두 달 중 8월과 11월을 의미하는 공산과 오동을 제외한 나머지에 등장하는 청·홍색 띠는 일명 ‘단책’이라고 불린다. 일본에선 '하이쿠'라는 일본의 전통 시구를 적을 때 이 종이를 사용한다.

한국에선 빨간색이 사망·공산당·화재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일본에서의 빨간색은 쾌청한 날씨, 경사, 상서 등을 나타낸다. 홍단의 구성요소는 송학(1월), 매조(2월), 벚꽃(3월). 일본인들에게 1, 2, 3월은 매우 상서로운 달임을 시사해 준다.

모란(6월), 국준(9월), 단풍(10월)엔 청단이 있는데, 일본에서 청색은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암시하는 색상으로 여긴다. 실제 일본에선 6, 9, 10월에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민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평균적으로도 1년 중 이 기간에 각종 사건·사고가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수>

 

화투 언제부터?

'꽃들의 싸움'으로 해석되는 화투를 고안한 사람은 일본인이다. 일본인들은 화투를 일명 '하나후다'라고 불렀는데, 19세기 말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뱃사람들에 의해 한국에 유입되면서 화투로 불리게 됐다. 그 전까지 조선에선 숫자가 적힌 패를 뽑아 우열을 겨루는 '수투'가 널리 행해지고 있었다. 일본 화투가 들어오면서부터 수투가 화투에 밀려 사라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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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