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사돈기업 흥망성쇠 비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5: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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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권력 덕분에 '살고' 죽어 가는 권력 때문에 '죽고'

[일요시사=경제1팀] 효성그룹이 세무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강도가 너무 세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효성그룹은 'MB 사돈기업'인 탓에 새 정부 차원에서 한번은 손볼 타깃으로 지목돼 왔다. 역대 대통령의 사돈기업들이 정권 바뀌고 모진 고초를 당한 전례대로다.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 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 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사세용 정략 결혼
정경 혼테크 유행

재벌가문과 고위 권력층의 혼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세 확장을 꾀하는 기업인으로선 더 바랄 나위 없는 통혼이 아닐 수 없다. 최고 통치권자와 사돈을 맺은 재벌가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정경유착 고리로 비쳐져 오히려 화를 부른 경우가 많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경영의 운신이 제한되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대통령직 퇴임 후 절체절명의 위기가 따랐다. 이를 못 이기고 침몰한 재벌도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과 사돈을 맺은 첫 재벌가문은 풍산그룹(당시 풍산금속)이다. 풍산일가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과 1982년 인연을 맺었다.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장남 류청씨와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 근령씨가 혼례를 올린 것.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 이후였다.

하지만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이들은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해 결국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류청씨는 현재 미국을 오가며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령씨는 2008년 14세 연하인 신동욱 선경일보 사장과 재혼해 화제를 모았다.


박 전 대통령은 벽산그룹 일가와도 사돈지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씨의 딸 설자씨와 고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 희용씨는 1972년 결혼했다. 설자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처제이기도 하다.

벽산그룹은 1970년대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당시 정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마을운동을 벌였는데 벽산그룹은 지붕 재료인 슬레이트를 독점 공급해 사세를 키웠다. 1974년엔 국영기업 대한종합식품을 인수하는 특혜도 누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더니 1998년 외환위기(IMF) 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대통령과 혼사 맺은 재벌들 '툭하면 의혹'
재퇴임시 각종 스캔들로 곤욕…운신폭 제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모면한 벽산그룹은 2008년 기업신용위험 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돼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주력 계열사인 벽산건설의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매출이 2011년 6675억원에서 지난해 4183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도 870억원에서 3737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지는 등 힘든 상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사돈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 못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박 명예회장의 4녀 경아씨는 1988년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에 따른 불화로 2년5개월 만에 이혼했다. 당시 강원도 백담사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전 전 대통령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이혼만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두 가문은 이로 인해 급속도로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는 경아씨와 이혼 후 1992년 두 번째 아내인 최모씨와 결혼 생활을 하다 2007년 또 다시 갈라섰다. 그는 같은 해 탤런트 박상아씨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박 전 대통령의 무한 신뢰로 '영일·광양만의 기적'을 이룬 박 명예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고 정치계에 입문했다. 우연일까. 박 명예회장은 3선 경력을 쌓고 1990년 집권여당의 민정당 대표까지 올랐지만, 김영삼 정권 출범 직후인 1993년 정치색 짙은 국세청 세무조사로 외국을 떠도는 야인 신세가 됐다.


국세청은 포항제철(현 포스코)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는 곧바로 박 명예회장과 그의 가족, 친인척, 측근들에 대한 전방위 비자금 수사로 확대됐다. 박 명예회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총리로 발탁됐지만 조세 회피 목적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불거져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박 명예회장은 현실 정치에 등을 돌렸다.

전 전 대통령은 동아원그룹 일가와도 인연을 맺었다.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장녀 윤혜씨가 1995년 혼례를 치른 것. 두 가문은 '모종의 거래설'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다.

모종의 거래설
여러번 구설수

실제 이 회장은 1995년 전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그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듬해 전 전 대통령의 채권 160억원을 차명으로 소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돈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의심했지만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최근 이 회장이 전씨 일가의 재산 은닉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아원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재만씨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100억원대 빌딩도 '전두환 비자금'이 유입된 의혹을 받고 있다. 재만씨는 이 빌딩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해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태우-이명박 일가와 인연을 맺은 '대통령 사돈집안'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세 딸이 있는데, 3명의 전현직 대통령 가문과 직간접적으로 사돈관계다. 차녀 유경씨는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 신영수씨의 아들 기철씨와 혼인했다. 신 전 회장 사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였다.

집권 기간 내내 쏠쏠한 특혜
물러나면 모진 고초에 시달려

3녀 미경씨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결혼했다. 효성가는 조 회장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동아원 일가는 이 전 대통령과 한다리 건너 사돈인 셈이다.

SK그룹과 신동방그룹은 대통령 집안과 사돈관계를 형성했다가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두 기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재임 때 사돈이 됐으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어려움에 빠졌다.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씨와 1988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최 전 회장은 "대통령과 사돈을 맺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 때 비로소 정경유착이 되는 것"이라고 당당했다. "앞으로 지켜보라"고 큰소리쳤던 최 전 회장은 끝내 사돈 덕을 봤다는 소리를 들었다.

SK그룹은 이 혼사로 1992년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등 사업 확장 때마다 온갖 루머에 시달렸고, 툭하면 정경유착에 따른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그 이후로도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는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가 2009년 주식을 매각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텔코웨어는 SK텔레콤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SK가 노씨 일가의 사돈기업이란 점에서 말들이 많았다.

신동방그룹(당시 동방유량)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은 1990년 외동딸인 정화 씨를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씨와 결혼시켰다. 신동방그룹은 노 전 대통령 집권 때 숙원이던 증권업에 진출했지만 특혜 의혹을 받았다. 1992년 홍콩페레그린증권과 합작해 동방페레그린증권사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신동방그룹은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결국 증권사를 세웠고 줄곧 특혜 시비에 시달렸다.


게다가 1996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 당시 검찰의 타깃이 된 신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빌딩을 매입하고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해표식용유로 유명했던 신동방그룹은 이런 시련을 겪은 뒤 IMF 전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데 이어 2004년 CJ그룹에 매각됐다.

'세풍'에 휘청 
'검풍'에 침몰

신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남남이다. 정화씨와 재헌씨는 2011년 각각 한국과 홍콩에서 이혼 소송을 냈고, 지난 5월 결혼 23년 만에 이혼이 확정됐다. 그래도 악연은 계속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의 일부를 신 전 회장에게 맡겼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해 6월 검찰에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을 돌려 달라고 신 전 회장에게 요구했고, 버티던 신 전 회장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80억원을 대납하기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도 최근 각종 시비에 휘말려 있다. 바로 효성그룹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5월 효성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명 재산과 분식회계를 통한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면서 조 회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조사기관의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때 진행하는 사법적 성격의 세무조사다. 추후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효성 측은 "출금은 단순히 조사에서 필요에 의해 내려진 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MB 기업'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조 회장은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조 사장은 2001년 이 전 대통령의 3녀 수연씨와 결혼했다.


득이냐 실이냐
정해진 운명?

상황이 이렇자 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재벌 사돈'에 세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형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하면 LG가와도 사돈이 된다. 이 전 의원의 딸 성은씨는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LB인베스트먼트(구 LG벤처투자) 구자두 회장의 장남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과 결혼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사돈은?

"재벌사돈 없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벌가와 직접적으로 혼맥을 갖고 있지 않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모는 평생 농사를 지은 농부였다. 형인 건평 씨 또한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73년 권양숙 여사와 결혼했는데, 처가 집안도 마찬가지로 부호는 없다.

그의 아들 건호씨는 2002년 연세대 후배인 배정민씨와 화촉을 밝혔다. 건호씨의 장인 배병렬씨는 농협에서 은퇴한 후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인 김해에서 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2003년 곽상언 변호사와 결혼했다. 곽 변호사는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대부분 평범한 가문과 인연
형편 넉넉지 않은 집안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돈들도 평범한 집안이다. 장남 홍일씨는 1974년 충칭 임시정부에서 광복군 활동을 했던 윤경빈씨의 딸 혜라씨와 결혼했다. 차남 홍업씨는 1984년 5공화국에서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신현수씨의 딸 선련씨와, 3남 홍걸씨는 1990년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정상씨의 딸 미경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남3녀를 뒀는데, 대부분 재벌가와 거리가 멀다. 장남 은철씨는 황경미씨를, 차남 현철씨는 김정현씨를 부인으로 두고 있다. 이중 황씨 집안은 부유하다. 그의 친정어머니는 아트그룹 시우터(구 서울미술관)의 실소유주다. 황씨는 경기 일원에서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장녀 혜영씨는 재미사업가 이창해씨와, 차녀 혜경씨는 재미동포 송영석씨와, 3녀 혜숙씨는 재미변호사 이병로씨와 결혼해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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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