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사돈기업 흥망성쇠 비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5: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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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권력 덕분에 '살고' 죽어 가는 권력 때문에 '죽고'

[일요시사=경제1팀] 효성그룹이 세무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강도가 너무 세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효성그룹은 'MB 사돈기업'인 탓에 새 정부 차원에서 한번은 손볼 타깃으로 지목돼 왔다. 역대 대통령의 사돈기업들이 정권 바뀌고 모진 고초를 당한 전례대로다.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 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 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사세용 정략 결혼
정경 혼테크 유행

재벌가문과 고위 권력층의 혼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세 확장을 꾀하는 기업인으로선 더 바랄 나위 없는 통혼이 아닐 수 없다. 최고 통치권자와 사돈을 맺은 재벌가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정경유착 고리로 비쳐져 오히려 화를 부른 경우가 많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경영의 운신이 제한되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대통령직 퇴임 후 절체절명의 위기가 따랐다. 이를 못 이기고 침몰한 재벌도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과 사돈을 맺은 첫 재벌가문은 풍산그룹(당시 풍산금속)이다. 풍산일가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과 1982년 인연을 맺었다.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장남 류청씨와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 근령씨가 혼례를 올린 것.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 이후였다.

하지만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이들은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해 결국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류청씨는 현재 미국을 오가며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령씨는 2008년 14세 연하인 신동욱 선경일보 사장과 재혼해 화제를 모았다.


박 전 대통령은 벽산그룹 일가와도 사돈지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씨의 딸 설자씨와 고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 희용씨는 1972년 결혼했다. 설자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처제이기도 하다.

벽산그룹은 1970년대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당시 정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마을운동을 벌였는데 벽산그룹은 지붕 재료인 슬레이트를 독점 공급해 사세를 키웠다. 1974년엔 국영기업 대한종합식품을 인수하는 특혜도 누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더니 1998년 외환위기(IMF) 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대통령과 혼사 맺은 재벌들 '툭하면 의혹'
재퇴임시 각종 스캔들로 곤욕…운신폭 제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모면한 벽산그룹은 2008년 기업신용위험 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돼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주력 계열사인 벽산건설의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매출이 2011년 6675억원에서 지난해 4183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도 870억원에서 3737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지는 등 힘든 상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사돈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 못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박 명예회장의 4녀 경아씨는 1988년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에 따른 불화로 2년5개월 만에 이혼했다. 당시 강원도 백담사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전 전 대통령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이혼만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두 가문은 이로 인해 급속도로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는 경아씨와 이혼 후 1992년 두 번째 아내인 최모씨와 결혼 생활을 하다 2007년 또 다시 갈라섰다. 그는 같은 해 탤런트 박상아씨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박 전 대통령의 무한 신뢰로 '영일·광양만의 기적'을 이룬 박 명예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고 정치계에 입문했다. 우연일까. 박 명예회장은 3선 경력을 쌓고 1990년 집권여당의 민정당 대표까지 올랐지만, 김영삼 정권 출범 직후인 1993년 정치색 짙은 국세청 세무조사로 외국을 떠도는 야인 신세가 됐다.


국세청은 포항제철(현 포스코)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는 곧바로 박 명예회장과 그의 가족, 친인척, 측근들에 대한 전방위 비자금 수사로 확대됐다. 박 명예회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총리로 발탁됐지만 조세 회피 목적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불거져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박 명예회장은 현실 정치에 등을 돌렸다.

전 전 대통령은 동아원그룹 일가와도 인연을 맺었다.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장녀 윤혜씨가 1995년 혼례를 치른 것. 두 가문은 '모종의 거래설'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다.

모종의 거래설
여러번 구설수

실제 이 회장은 1995년 전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그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듬해 전 전 대통령의 채권 160억원을 차명으로 소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돈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의심했지만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최근 이 회장이 전씨 일가의 재산 은닉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아원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재만씨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100억원대 빌딩도 '전두환 비자금'이 유입된 의혹을 받고 있다. 재만씨는 이 빌딩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해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태우-이명박 일가와 인연을 맺은 '대통령 사돈집안'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세 딸이 있는데, 3명의 전현직 대통령 가문과 직간접적으로 사돈관계다. 차녀 유경씨는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 신영수씨의 아들 기철씨와 혼인했다. 신 전 회장 사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였다.

집권 기간 내내 쏠쏠한 특혜
물러나면 모진 고초에 시달려

3녀 미경씨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결혼했다. 효성가는 조 회장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동아원 일가는 이 전 대통령과 한다리 건너 사돈인 셈이다.

SK그룹과 신동방그룹은 대통령 집안과 사돈관계를 형성했다가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두 기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재임 때 사돈이 됐으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어려움에 빠졌다.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씨와 1988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최 전 회장은 "대통령과 사돈을 맺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 때 비로소 정경유착이 되는 것"이라고 당당했다. "앞으로 지켜보라"고 큰소리쳤던 최 전 회장은 끝내 사돈 덕을 봤다는 소리를 들었다.

SK그룹은 이 혼사로 1992년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등 사업 확장 때마다 온갖 루머에 시달렸고, 툭하면 정경유착에 따른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그 이후로도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는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가 2009년 주식을 매각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텔코웨어는 SK텔레콤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SK가 노씨 일가의 사돈기업이란 점에서 말들이 많았다.

신동방그룹(당시 동방유량)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은 1990년 외동딸인 정화 씨를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씨와 결혼시켰다. 신동방그룹은 노 전 대통령 집권 때 숙원이던 증권업에 진출했지만 특혜 의혹을 받았다. 1992년 홍콩페레그린증권과 합작해 동방페레그린증권사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신동방그룹은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결국 증권사를 세웠고 줄곧 특혜 시비에 시달렸다.


게다가 1996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 당시 검찰의 타깃이 된 신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빌딩을 매입하고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해표식용유로 유명했던 신동방그룹은 이런 시련을 겪은 뒤 IMF 전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데 이어 2004년 CJ그룹에 매각됐다.

'세풍'에 휘청 
'검풍'에 침몰

신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남남이다. 정화씨와 재헌씨는 2011년 각각 한국과 홍콩에서 이혼 소송을 냈고, 지난 5월 결혼 23년 만에 이혼이 확정됐다. 그래도 악연은 계속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의 일부를 신 전 회장에게 맡겼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해 6월 검찰에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을 돌려 달라고 신 전 회장에게 요구했고, 버티던 신 전 회장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80억원을 대납하기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도 최근 각종 시비에 휘말려 있다. 바로 효성그룹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5월 효성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명 재산과 분식회계를 통한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면서 조 회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조사기관의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때 진행하는 사법적 성격의 세무조사다. 추후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효성 측은 "출금은 단순히 조사에서 필요에 의해 내려진 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MB 기업'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조 회장은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조 사장은 2001년 이 전 대통령의 3녀 수연씨와 결혼했다.


득이냐 실이냐
정해진 운명?

상황이 이렇자 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재벌 사돈'에 세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형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하면 LG가와도 사돈이 된다. 이 전 의원의 딸 성은씨는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LB인베스트먼트(구 LG벤처투자) 구자두 회장의 장남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과 결혼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사돈은?

"재벌사돈 없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벌가와 직접적으로 혼맥을 갖고 있지 않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모는 평생 농사를 지은 농부였다. 형인 건평 씨 또한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73년 권양숙 여사와 결혼했는데, 처가 집안도 마찬가지로 부호는 없다.

그의 아들 건호씨는 2002년 연세대 후배인 배정민씨와 화촉을 밝혔다. 건호씨의 장인 배병렬씨는 농협에서 은퇴한 후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인 김해에서 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2003년 곽상언 변호사와 결혼했다. 곽 변호사는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대부분 평범한 가문과 인연
형편 넉넉지 않은 집안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돈들도 평범한 집안이다. 장남 홍일씨는 1974년 충칭 임시정부에서 광복군 활동을 했던 윤경빈씨의 딸 혜라씨와 결혼했다. 차남 홍업씨는 1984년 5공화국에서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신현수씨의 딸 선련씨와, 3남 홍걸씨는 1990년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정상씨의 딸 미경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남3녀를 뒀는데, 대부분 재벌가와 거리가 멀다. 장남 은철씨는 황경미씨를, 차남 현철씨는 김정현씨를 부인으로 두고 있다. 이중 황씨 집안은 부유하다. 그의 친정어머니는 아트그룹 시우터(구 서울미술관)의 실소유주다. 황씨는 경기 일원에서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장녀 혜영씨는 재미사업가 이창해씨와, 차녀 혜경씨는 재미동포 송영석씨와, 3녀 혜숙씨는 재미변호사 이병로씨와 결혼해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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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