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자진사퇴한 ‘천성관’ 후보자

24일만에 천국서 지옥으로 곤두박질


강남 고급아파트 매입, 스폰서검사 의혹 등 치명적
사퇴·내정 철회 일사천리…검찰 지휘라인 공백 혼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제때 퇴임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검찰총장들. 이번엔 검찰총장 내정자가 임명장도 받기 전 자진사퇴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내정 이후 온갖 의혹에 시달리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내정 24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 그는 아파트 구입 자금의 출처, 부인의 호화생활, 스폰서 검사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에 흠집만을 남긴 채 24년 검사생활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검찰은 지휘부 공백에 따른 혼란에 빠졌고 이명박 정부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천국에서 지옥을 오간 천 후보자의 24일을 돌아봤다.

검찰총장 자리가 또다시 공석이 됐다. ‘스폰서 검사’라는 비아냥 속에서 내정 24일 동안 바늘방석에 앉아있던 천 후보자는 스스로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천 후보자는 지난 14일 오후 8시30분 낸 ‘사퇴의 변’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공안검사 외길 인생
새 정부 구미에 맞아

이명박 대통령도 서둘러 천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은 사퇴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5일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차기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천 후보자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천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공안통’으로 평가받아 올 만큼 검사 임관 후 줄곧 공안 외길을 걸어왔다. 충남 논산 출신인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수원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하면서 공안검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1995년 대검 공안부에서 검찰연구관직을 수행하면서 본격적인 공안검사로서 활동을 했다.

굵직한 공안 사건에도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부산지검 공안부장이었던 1998년에는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을 맡아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신시당위원장 등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부장검사로 지내던 2000년 8월에는 의료계 폐업 사건과 관련해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의권쟁취투쟁위원장)의 구속 수사를 지휘했고, 2000년 4·13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연대 공동대표 최열과 박원순 상임집행위원장, 장원 대변인을 수사했다.

2001년에는 만경대 방명록 사건을 수사했다. 천 후보자는 8·15 민족통일대축전 방북단이었던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를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내용을 적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처럼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지휘해온 천 후보자였지만 탄탄대로의 출세 길을 걷지는 못했다. 2005년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서울고검 차장으로 부임한 뒤 주요 핵심 부서에 입성하지 못한 채 일선 지검장만을 역임했던 것. 이에는 공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공안 검사의 위상이 약화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던 천 후보자가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였다. 공안 기능을 강화한 현 정부는 그에게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내줬다. 천 후보자의 위상도 점차 높아갔다.

그리고 2009년에는 용산참사 사건과 MBC의 <PD수첩>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천 후보자는 언론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먼저 용산참사 사건에서 천 후보자 아래에 있던 수사팀은 농성자 20명, 용역업체 직원 7명을 기소했으나 경찰에는 책임을 묻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또 <PD수첩> 광우병 보도 수사에서는 방송 작가의 7년에 걸친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그 일부를 언론에 공개해 여론 몰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천 후보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더욱 차가웠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6일자 신문에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노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묻는 전화를 돌렸고 전화를 받은 검찰 간부 절반 이상이 임 총장의 불구속 기소 의견에 동조했지만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상규 광주고검장은 원칙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던 것.

그러나 천 후보자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검찰총장 후보자로 전격 발탁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지난 6월21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검찰총장에 내정되면서 검사로서 그의 인생은 절정에 치달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검찰 분위기를 일신하고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섬기는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로 판단되어 발탁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천 후보자를 검찰총장직에 내정한 것을 두고 파격인사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현 정부에게 천 후보자가 가진 요소들은 여러모로 입맛에 맞았다. 충청 출신인데다 공안통 검사 출신이란 점도 강점이었다. 기수서열을 파괴해 변화와 쇄신의 느낌을 주는 인사라는 것도 위기에 처한 검찰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한몫을 할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가 해결했던 사건들도 발탁 배경으로 꼽혔다. 지난해 수사를 맡았던 ‘여간첩 원정화 사건’과 안양초등생 혜진, 예슬 납치 살해 사건, 경기도시공사 개발비리 등이 그것. 온화하고 겸손하며 합리적인 성품을 갖췄다는 주위의 평가도 검찰총장을 맡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천 후보자는 “어려운 시기에 총장으로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며 “법질서를 확립해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검찰의 기본임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뜻을 밝혔다.

내정 직후 흘러나온 의혹
도덕성에 치명타 입어

그러나 내정 발표 직후부터 그에 대한 반대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6월 25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하태훈 고려대 교수)가 ‘천성관 임명반대, 비(非)검찰 법무장관 임명, 검찰개혁특위 설치’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자격이 없는 천성관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천 후보자를 두고 ‘인권침해 수사 책임자’ ‘공정성을 상실한 편파수사 책임자’ ‘무리한 공안수사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책임자’라고 단정을 지으며 강한 어조로 이번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주장했다.

천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의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가까워올수록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천 후보자에게 악몽의 날로 기억될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야당은 천 후보자에게 일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그중 하나가 서울 강남 고가아파트 구입과정에 관한 의혹이다. 천 후보자는 지난 4월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고급아파트를 29억7500만원에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친동생과 처형에게 각각 5억, 3억원씩을, 지인인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15억5000만원을 차용했다. 이 중 박씨에게는 이자 400만원과 원금 7억5000만원을 갚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8억원이 부채로 남아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이에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검찰 간부가 거액을 차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차용 성격도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드러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청문회에 앞서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까지 18평짜리 다가구주택에 전세 살던 천 내정자의 동생이 갑자기 2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고 형에게 5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줄 정도의 재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도 아파트 매입과정에서 불거진 박씨와의 고액채무 관련 의혹을 천 후보자에게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천 후보자는 청문회 당시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박씨에게 15억5000만원을 빌린 부분에 대한 금융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된 박씨마저 불출석한 것도 천 후보자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박씨와 천 후보자 사이의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가 천 후보자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나온 것.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004년 천 후보자와 박씨가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함께 간 것으로 나오고, 올해 2월10일에는 천 후보자의 부인과 박씨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3000달러짜리 샤넬 핸드백을 함께 구입한 기록도 있다”고 지적하며 여행경비 및 명품 구입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천 후보자는 “같이 여행 간 적은 없다”면서도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는 모르겠다”는 어설픈 해명을 했다.

천 후보자의 부인 김모씨가 승계한 제네시스 차량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 차량은 천 후보자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S사가 지난해 5월부터 임차해 사용해 오던 것으로 검찰총장 내정자 발표 다음 날인 6월22일 S사로부터 보증금 1700만원에 매달 170만여 원을 주는 조건으로 리스 계약이 승계됐다.

그러나 계약 승계 이전인 지난해부터 이 차량이 천 내정자의 아파트 주차대장에 천 내정자 집 차량으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천 후보자 측이 지인을 통해 무상으로 차량을 이용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휘라인 잃은 검찰
‘구원투수 어디 있어?’

또 천 후보자의 부인이 모 백화점이 연간 3500만원 구매실적 이상의 VIP고객에게 제공하는 멤버십인 ‘J클럽’ 회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 후보자는 이에 대해 “‘J클럽’ 카드는 윗동서 카드인데 처갓집 자매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이밖에도 아들의 병역특례 의혹,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이 청문회 자리에서 천 후보자를 옥죄었다. 그러나 천 후보자는 이렇다 할 해명도 하지 못한 채 청문회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낱낱이 드러난 허술한 자기관리와 비도덕적인 면모는 결국 그에게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내정된 날로부터 24일이라는 시간은 천 후보자에게 ‘일장춘몽’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천 후보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폭풍만이 거세지고 있을 뿐이다. 또 지휘라인이 초토화된 검찰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인사검증 시스템 재검토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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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