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CJ 수사 사전기획설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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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짜인 각본대로 이재현 몰이?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코너에 몰아세운 검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의기양양'자신만만한 모습. 실형이 확실하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수사 과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검찰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전기획설 등 음모론이 그래서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된 것은 7월18일. 2078억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 963억원을 조성하고 회사에 569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546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포함됐다.

대기업 수사치고
상당히 짧은 기간

검찰은 CJ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자평했다. 성과가 상당했다는 것. 검찰 내부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역외탈세 범죄가 그 실체를 규명하는 데 매우 어려운 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충분한 사전 내사와 철저한 압수수색, 사법공조 등의 방법을 동원해 최초로 재벌 총수의 역외탈세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CJ그룹은 회장실 산하에 총수 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지속적으로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며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벌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아무리 (의혹을 검증할 단서를) 찾아도 100%는 불가능하고 보통 70∼80%를 밝히면 최상이라고 보는데 이번 CJ 수사가 그런 경우"란 말이 흘러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뿐만 아니라 '대어'들도 낚았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CJ그룹의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구속했다. 앞서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CJ 측으로부터 골프접대 등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1일 사표를 내기도 했다.

CJ 수뇌부도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6월27일 비자금 관리 업무를 총괄한 CJ홍콩법인장 신동기 부사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성모 재무담당 부사장, 배모 전 CJ일본법인장, 하모 전 CJ㈜ 대표도 불구속 기소됐다. 중국에 체류 중인 김모 중국총괄 부사장은 지명수배 후 기소중지됐다.


재판부는 이르면 올 연말께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이 회장은 최소 5년 이상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재판을 앞두고 자신만만한 모습. 실형이 확실하다는 표정이다.

1심 재판 앞두고 음모론 등 각종 의혹 무성
2개월만에 후딱…속전속결 수사배경 의문

그러나 재계엔 CJ 수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전기획설 등 음모론이 그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게 CJ 비자금 수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5월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35일 만인 6월25일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어 23일 후 이 회장이 기소됐다. 수사가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SK(9개월), 한화(5개월), 태광(3개월) 등 다른 대기업 수사에 비해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1년 4월 '선물투자 수천억원대 손실'사실이 공개됐다. 그해 12월 검찰에 소환됐고, 이듬해 1월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0년 9월 장교동 본사 압수수색 동시에 검찰의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12월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2010년 10월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압수수색이 수사 신호탄이었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이듬해 1월 소환조사에 이어 구속됐다.

USB 하나에
무너진 CJ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짧은데도 검찰이 큰 성과를 낸 것은 철저한 사전기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검찰은 CJ그룹의 남산본사, 제일제당, 인재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당시 내부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각 층별 부서 위치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재무팀 금고 위치와 관련업무 부서 핵심 인력까지 미리 속속들이 파악하고 들이닥쳤다고 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관련된 대형 사건을 두달 만에 수사를 종료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CJ 수사는) 오래전부터 충분한 단서를 가지고 수사에 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CJ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CJ 전 재무팀장 이모씨다. 단초는 그의 USB. 이씨가 갖고 있던 USB 안에는 일본 빌딩 구입과 이 회장 횡령액, 국내 차명재산 관리 내용 등 CJ그룹의 비자금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씨가 작성한 금전출납 기록엔 '국세청 3억원'이라고 구체적인 금액까지 명시돼 있었다.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도 USB에 내장돼 있었다. 10장 가량의 이 편지는 2007년 이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퇴직 당한 뒤 복직을 요구하며 쓴 사실상 협박용이었다. 편지엔 "CJ 재무팀이 관리하던 차명주식을 매각해 대금을 세탁하고 해외 미술품을 구매했다. 문제되지 않게 잘 처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적극적인 협조도 주효했다. 일례로 국세청 로비의 경우 검찰은 CJ 측이 꼼짝없이 백기를 들게 한 증거를 들이댄 것으로 알려졌다. 허병익 전 차장이 돈을 요구한 정황, 4인 회동(이 회장-전군표-허병익-신동기) 등에 대해 이씨가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알고도…'검찰 5년전 확인
'이제와서 왜?' 의혹투성이

검찰은 이씨의 진술로 이 회장 측을 압박했다. 이 회장과 신 부사장이 부인하려 해도 이씨의 진술과 메모, 심지어 4인 회동 당일 호텔 면세점에서 프랭크 뮬러 시계를 샀던 세금계산서까지 검찰이 확보해 보여주는 데 버티기 어려웠을 거란 후문이다.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마련된 셈이다. 검찰 조사를 받았던 CJ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각종 자료와 진술 등 워낙 많은 것을 확보해놓아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이씨는 2007∼2008년 이미 수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왜 밝히지 못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역시 기획수사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묻혔던 사건을 왜 갑자기 꺼냈냐는 것이다. 정보와 증거를 입수하고도 몇년 뒤에야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CJ 비자금 의혹은 5년 전 이씨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살인청부 의혹에 휘말리면서 처음 드러났다. 이 회장의 '금고지기'였던 이씨는 사채업자에 비자금을 빌려줬다가 회수하지 못하자 살인청부를 시도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이 이씨가 살인을 교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USB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파손된 USB를 압수했지만 제대로 복구하지 못했고, 보다 못한 검찰이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분석 작업 끝에 USB를 복원했고, 여기에서 CJ 비자금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국세청 로비 전 재무팀장 USB 통해 확인"
이재현-신동기-전군표-허병익 회동도 진술

당시 검찰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도 조세포탈에 대해서만 국세청에 통보하고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국세청도 CJ에 대해 세무조사나 고발을 하지 않았다. CJ로부터 1700억원의 세금을 분할 납부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2010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CJ가 해외에서 조성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정보까지 넘겨줬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고작 2008년 12월 이씨를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 것은 현 정권 들어서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검찰 안팎에서 대기업 사정설이 돌았고, 그중 한 곳이 바로 CJ그룹이었다.

특히 5월5일∼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당시 CJ그룹이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되자 말들이 많았다. 검찰의 CJ그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청와대가 이를 인지하고 이 회장을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열흘 뒤인 5월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가 시작됐고, 7월18일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구속기소된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CJ 수사를 둘러싸고 소문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미 5년 전에 마무리됐던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권 들어
사정설 돌아

검찰은 CJ 수사를 둘러싸고 시중에 돌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CJ 수사 음모론에 대해 "이번 수사는 충분한 내사로 단서가 확보돼 착수한 것이다. 시중 각종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CJ그룹. 이 회장의 건강도 좋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이런 상황에서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변호인단도 횡령한 금액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고 대부분 회사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사용했다는 점 등을 강조해 정상참작 부분을 인정받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CJ 사건'유사 사례

작은 단초가 대형 사건으로

USB 하나가 대기업 수장을 삼킨 CJ 사건처럼 작은 단초가 대형 사건으로 확대된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1972년 6월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프랭크 윌즈는 건물 최하부 계단의 후미진 곳과 주차장 사이 문을 이상한 테이프로 감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의심이 든 경비원은 워싱턴 시경에 신고했고, 경찰은 같은 호텔에 있던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본부 사무소에 설치한 도청기를 손보기 위해 불법 침입한 5명의 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런데 범인 중 한 명의 수첩에서 백악관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미 대통령이 최초로 중도 사임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처럼 작은 단초에서 시작됐다.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MB정부의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비슷한 경우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은 다른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브로커 이동율씨의 수첩에서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을 발견하면서 우연히 드러나게 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씨의 운전기사였던 최모씨가 이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 상자를 옮겨 실은 뒤 찍은 사진이 드러났고, 결국 최 전 위원장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면치 못했다.

2008년 삼성특검 땐 협박편지가 등장했다. 삼성증권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박모씨는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 폭로 이후 회사 간부들에게 "내가 차명계좌를 만들어 관리했다. 5억원을 주지 않으면 외부에 비자금 자료를 넘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100여개 차명계좌 리스트도 첨부했다. 협박편지는 특검이 삼성을 압수수색할 때 발견됐고, 이후 특검이 차명재산을 파고드는 단초가 됐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 직원의 협박 메일을 단서로 차명재산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재현 병실은 지금…

VIP 환자로 만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VIP 병실은 만실이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12층 VIP 병실은 모두 4곳.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는 이곳은 하루 입원비가 40만∼100만원에 달한다. 이곳엔 현재 이 회장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신장 기증자는 이 회장의 부인. 지난달 20일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 회장은 11월28일까지 입원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의 주거지는 장충동 자택과 치료를 받는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폐렴으로 입원해 지금까지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입원 당시 상태가 악화돼 폐렴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원 일정은 미정이다. 김 회장은 우울증과 호흡곤란 증세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지난 1월부터 병원에 머물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기한은 11월7일까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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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