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롯데와 에어쇼 '기막힌 이야기'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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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때문에…'블랙이글' 서울서 못본다

[일요시사=경제1팀] 오는 10월 '2013 에어쇼'가 열린다. 아찔한 곡예비행이 가을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런데 장소가 이상하다. 매번 열리던 서울공항이 아니다. 이번엔 청주공항에서 개최된다. 왜 일까. 바로 롯데 때문이다.



지난달 충북도는 '에어쇼' 보도자료를 냈다. 오는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청주공항에서 에어쇼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에어쇼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을 비롯해 세계 10여개국 곡예비행팀이 참여해 기량을 뽐내게 된다.

이런 속사정이…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5K, KF-16, T-50, A-10 등의 축하비행도 펼쳐진다. 항공기 70대(50종)와 지대공 미사일 등 무기 410점(25종)이 전시되고, 수송기와 헬기를 타보는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도 관계자는 "중부권 관문공항으로 성장하는 청주공항을 홍보하기 위해 국제 에어쇼를 유치했다"며 "세계 각국에서 최고 수준의 곡예 비행팀들이 참석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에어쇼는 한국항공협회가 2005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하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13'의 부대행사. 그전까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서울에어쇼'란 이름으로 이 행사를 열어왔다. 열릴 때마다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그렇다면 왜 에어쇼 장소가 변경된 것일까.


서울공항엔 2개의 활주로(동편·서편)가 있어 에어쇼가 열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공항이 동편 활주로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소가 청주공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서울공항은 2007년부터 서편 활주로 공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공항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공사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롯데가 갑자기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공사한다고 나섰다. 비행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군에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트는 공사를 해주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는 송파구에 위치한 높이 555m에 123층의 초고층건물이다. 2014년 5월 저층동 공사가 마무리되고, 2016년 12월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제2롯데월드와 서울공항 활주로와의 거리가 5.5㎞에 불과해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가 제시한 게 '활주로 방향 3도 변경'공사였다. 물론 롯데가 공사비용을 부담한다. 동편 활주로 공사는 2011년 9월 시작됐고, 올해 7월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조건으로 건축허가
일정 밀려 10월 에어쇼 청주공항서 열려

자연스럽게 서편 활주로 공사는 동편 활주로 공사 이후로 미뤄졌다. 서울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기 위해선 2개의 활주로가 동시에 공사를 하지 못한다. 공군은 오는 10월 서편 활주로 공사를 시작해 2015년 8월 끝낼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로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 공사를 우선 해야만 했고, 서편 활주로 공사는 뒤로 연기됐다. 이로 인해 에어쇼도 서울공항에서 개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가 행사가 한 기업 때문에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어쇼를 개최하는 협회는 "에어쇼가 청주공항에서 열리는 것과 서울공항의 활주로 공사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한 항공 전문가는 "에어쇼 장소가 변경된 것은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때문으로, 이는 결국 제2롯데월드 건설 때문"이라며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3도 변경하더라도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서울에어쇼는 안전상 이유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는 에어쇼와 전시회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열려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사는 퍼블릭 데이(에어쇼)와 비즈니스 데이(전시회)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에어쇼는 청주공항, 전시회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킨텍스에서 청주공항까지의 거리는 162㎞, 소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서울공항에서 열릴 땐 동편 활주로에서 에어쇼를, 서편 활주로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효과적이었다. 일례로 경남도청은 2007년 사천공항과 항공박물관을 내세워 에어쇼 유치에 나섰지만, 에어쇼와 전시회를 따로 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물먹은 적이 있다.

업계에선 항공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에어쇼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그만큼 홍보가 중요하고, 해외업체에게 물량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에어쇼가 맡고 있다.

"완공해도 문제"

에어쇼는 세계 각국의 항공·방산업체가 모이는 비즈니스의 장을 만들어 준다. 국익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2011년 31개국 314개사가 참가한 서울공항 에어쇼에서 국내 업체의 수주액은 약 6억5000만 달러(7332억원)로 조사됐다. 수주 상담액은 무려 100억 달러(11조3100억원)에 이른다. 2009년과 비교하면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반인이 관람하는 '흥행성'도 무시 못 한다. 에어쇼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행사다. 이는 수주 실적과도 연결된다.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참가하는 업체수가 늘기 때문이다. 에어쇼와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가 다르다면 이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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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