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 파란만장 취임 1년

“내년 지방선거까지 개헌해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쉽지 않았던 국회의장 선출부터 원 구성을 마치고 여야의 격한 대립을 헤쳐 온 파란만장한 1년이다. 취임 1년이지만 기념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국회 분위기는 험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핵심 쟁점법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의장으로서의 고민도 적지 않다. 부지런히 달려온 길.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고 남은 기간 동안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김 의장의 발자취를 좇았다.

꽉 채운 임기 1년 시작부터 끝까지 시련 또 시련
42일 만에 간신히 선출, 보름 동안 원구성 골머리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해 7월10일 18대 국회 전반기에 선출됐다. 헌정 60년 사상 처음으로 임기 개시 후 첫 임시회 회기에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다 42일 만에 처음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283명 중 263명의 의원이 찬성, 전반기 2년을 이끌 의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래저래 ‘남다른’ 국회의장의 시작이었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통해 내정자가 됐다. 통상 국회의장은 여당 최다선 의원이 맡았지만 최다선인 이상득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이 각각 ‘대통령의 형님’ ‘대권주자’여서 국회의장직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결국 안상수 의원과 한판승부를 벌였고 당 소속 의원 153명 중 14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인 102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그러나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마음고생이 심했다. 때문에 그는 당선 인사말에서 “18대 국회를 품격있는 정치를 펴는 원년으로서, 선진국회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편 가르기 않고, 공정하고, 상대에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여야를 조율해 초선-다선을 뛰어넘고, 소장과 노장의 차별없이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국회의 권위와 권능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러한 국회의 밑그림만 그릴 것이고 각종 색깔을 넣어 그림을 완성시키는 일은 의원 여러분들이 해달라”고 말했다.

40여 일 동안 국회가 표류한 점을 지적하면서 의원들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처음 던져진 과제는 쉽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들 사이에서 원 구성을 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천신만고 끝에 의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 보름 만에 전반기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로도 예산안 처리 및 3월2일의 여야 대타협 등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여야간 중재 노력으로 합의를 이끌며 파국을 막고 국회운영을 정상화해야 했다.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한 파국이 적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직권상정은 그를 힘들게 했다. 김 의장은 3번의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지난해 12월12일 첫 직권상정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감세법안 등 예산 부수법안 13건에 대한 것이었다. 법제사법위가 심사기일 내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자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것.

시작부터 가시밭길
‘품격정치’ 포부 당당

지난 3월2일에는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진정되지 않자 쟁점법안 15개에 대한 직권상정을 예고했다. 결국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직권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지난 4월30일에는 주공·토공 통합법안과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등 3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켰다.

김 의장은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6월 임시국회 종료일(25일)이 다가오면서 또 한 번 직권상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핵심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이 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직권상정은 여전히 그의 심기를 복잡하게 하는 ‘골칫거리’인 셈이다. 직권상장을 피하자니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그를 비판하고 직권상정을 하면 민주당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고민이 길어지는 동안 여야 모두에게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된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을 두 번이나 한 의장이어서 참 가슴아프다”면서도 “스스로 위안을 삼자면 직권상정이 협상이나 타협을 이끄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러나 국회의장이 되면서 하고자 한 두 가지는 꼭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개헌과 국회 개혁이 그것이다.

‘개헌론자’ 김형오
개헌·국회 개혁에 매진

국회의장이 되면서 던진 이 두 가지 화두는 김 의장이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의장 자문기구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와 ‘헌법연구 자문위’를 각각 구성했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는 최근 제·개정이 제안된 국회법, 의사규칙 및 의원윤리규칙을 제출했다. 이 국회법개정안이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확정되면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우선 제·개정이 제안된 국회법은 국회에 계류 중인 의안과 동일한 내용의 의안의 국회제출을 금지해 동일한 내용의 입법발의를 남발해 의원입법 발의건수를 부풀리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국회의원 본인이 이미 발의한 의안과 내용이 모순되는 의안을 발의할 수 없도록 했다. 윤리규칙 권고안에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에 가족동반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민간 등이 여비를 지원하는 직무상 국외활동에 대해서는 국회 윤리특위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사후에 여비내역 등을 신고·공개토록 했다. 국회의원의 배우자나 4촌 이내의 친·인척을 의원보조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 활동과 발맞춰 국회 사무처와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의 조직과 인원을 재배치하는 등 국회 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작업도 펼쳤다.

3차례 직권상정 시도, 여야 합의 유도 위해 고심
남은 기간 개헌, 국회개혁 두 가지 ‘화두’ 이뤄낼까


헌법연구자문위를 통한 개헌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성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제헌절을 앞두고 지난 1년간 연구한 결과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것. 김 의장은 취임하면서 “올해는 건국 60주년, 제헌 60주년 되는 해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정치는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라고 했는데,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자”고 의지를 불태웠던 ‘개헌’ 논의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김 의장은 그동안 각종 행사나 인터뷰에서도 개헌에 대한 변치않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그는 “1987년 헌정 체제를 지금까지 20년 남짓 유지하고 있는데 직선제 이후 대통령 5명 가운데 4명이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면서 “이런 부작용이 지금 엄청난 시련으로 느껴지는 만큼 개헌을 통해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취임 1년을 기념한 인터뷰에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권력 분점 형태로 개헌을 마무리 지은 뒤 타협과 조화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구조 개편이 없이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개헌절 기점으로
개헌 논의 성큼

김 의장은 “국회가 타협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5년 내내 싸우는 근본적인 이유도 차기 정권을 염두에 두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자기 입장만 밀어붙이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권력구조 하에서 국회 타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내각제냐 중임제냐 이원정부제냐 등은 결국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이든 본질적으로 권력의 분점이 전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7일 제61주년 제헌절을 맞아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을 비롯한 5대 국경일 중 제헌절은 국회에서 주관하는 유일한 행사로 국회가 ‘헌법’을 제정했다는 의의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날 국회가 준비하고 있는 개헌절 행사 중 ‘제1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 본선에서 ‘권력구조 개헌, 무엇이 바람직한가’라는 논제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글로벌 시대의 역동적 변화와 새로운 헌법질서’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와 ‘헌정 61주년, 국회발전과 방향과 과제’를 다룬 제헌절 기념 세미나도 준비, 개헌을 향한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국회가 여야 대치로 어지러운 상황인 만큼 취임 1주년 행사는 따로 갖지 않았다.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도 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미화팀 150여 명과 오찬을 함께한 뒤 ‘어린이 국회’ 행사로 조용히 보냈다.

어두운 취임 1년
“마음이 어둡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근심이 묻어난다. “자괴와 민망함과 책임감에 마음이 어둡다”는 글귀로 시작된 편지에서 김 의장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거론되는 ‘직권상정’ 정치는 18대 국회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의회민주주의 가치를 후퇴시킨 국회로 기록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87년 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 위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개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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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