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오바이트’ 속 더부룩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운명의 주사위 던지긴 했는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공들여 가꿔왔던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다시 토해내게 된 탓이다. 업계는 박 회장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그만큼 현재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악화가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초라한 성적표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는 자연스레 박 회장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다. ‘수장’의 판단 미스로 인한 무리한 덩치 키우기가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인 셈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박 회장의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우건설 매각 선언…박 회장 오판 비난하며 ‘책임론’ 대두
“60년 형제경영 전통 따라 박 회장도 짐 꾸리나” 관심 증폭
무리한 덩치키우기
금호 자금난에 ‘휘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대우건설 포기를 선언했다. 인수 3년 만에 소화도 채 못시키고 다시 토해낸 것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재매각’ 소식에 업계는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다. 인수 당시부터 금호건설의 무리수가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는 것.
금호아시아나가 M&A 시장 최대어 대우건설(자산 5조9000억원)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06년 11월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시공능력 1위인 대우건설을 삼켜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 놨다. 자산기준 재계서열 11위에서 8위(민영화 공기업 제외)로 껑충 뛰어오른 것.

대우건설 ‘풋백옵션’
독이 되어 돌아오다

그러나 이때부터 업계에는 금호아시아나의 ‘자금난설’이 흘러나왔다. 엄청난 인수금액 탓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무려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M&A 사상 최대의 자금이 투입된 사례다.
금호아시아나는 부족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18개 금융기관에서 3조원가량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약속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금호의 발목을 붙잡는 독이 됐다.

풋백옵션이란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약정된 기일,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인수자에게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우건설 주가가 올 12월14일까지 1주당 3만2000원을 밑돌 경우 주식을 되사주기로 하는 조건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당시 재무적 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은 1억2000만 주로, 전체 주식의 약 40%에 달한다. 만약 올해 말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대우건설의 주가가 현재 1만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아시아나는 당장 4조원의 ‘실탄’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세계 경제위기 속 건설경기 침체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대우건설 인수 후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상태다. 결국 인수자금 부담에 이은 자금난으로 재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업계는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재매각 사태를 두고 ‘수장’인 박 회장의 차후 거취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인수를 진두지휘한 이가 바로 박 회장인 탓이다.

그는 일치감치 대우건설 인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지를 불태웠던 인물이다. 2005년 말부터 그룹 내 유명 ‘기획통’들을 불러들여 신규사업팀을 신설, 인수전을 준비할 정도였다. 당시 박 회장은 “인수를 통해 건설부문을 강화하고 택배시장과 3자 물류시장에 진출, 건설과 물류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박 회장의 꿈을 향한 도전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룹 내 자금사정을 간과한 엄청난 규모의 인수금 책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풋백옵션이라는 자구책들이 모두 위험천만하다 해석이었다.

믿었던 항공, 석유화학
니들마저…“한숨만”

그러나 주변의 이러한 우려에도 고집스럽게 꿈을 키웠던 박 회장이었다. 결국 상황이 악화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박 회장의 오판으로 그룹의 재정안전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양대 계열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의 초라한 성적표에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횐율과 고유가, 이자부담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분기 매출이 97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6%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3억원으로 전년(121억원)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금호석유화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출은 6511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당기순이익은 55억원으로 78.4%나 줄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의 순이익이 악화되면서 지분법평가손실이 190억원이나 발생한 탓이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 회장이 건설 산업을 대신해 그룹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며 주력해 왔던 점을 고려한다면 실망스런 결과다.

박 회장은 사실 대우건설을 인수함과 동시에 건설업을 핵심주력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2007년부터 업계에는 금호아시아나가 석유화학을 핵심주력사업으로 키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석유화학 관련 국내 사업장의 확대는 물론 해외진출 공장의 증설도 추진했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 무리한 자금운용에 따른 현금유동화 문제와 함께 국내 건설시장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박 회장이 이익이 많이 남는 석유화학사업에 기를 모으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박 회장의 이러한 노력에도 금호석유화학은 2007년 말부터 결국 공장 가동률을 70%로 떨어뜨리는 감산 정책까지 내세우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당시 시장 전반이 유가상승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있었지만 업계 일각에선 박 회장의 경영능력 미숙으로 피해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은 가운데 그룹 내 형제경영의 미묘한 기류까지 흐르면서 업계는 박 회장의 차후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궁금증의 핵심은 박 회장이 자의든 타의든 회장직을 물러나게 된다면 다음으로 경영승계를 받을 주역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60년 동안 ‘형제경영’을 자랑해온 그룹이다. 장자 승계 원칙인 다른 그룹과는 달리 형제끼리 경영권을 공유하고 있는 것. 형제간 우선순위에 따라 그룹 회장과 지주회사를 맡는 방식이다.

먼저 1984년 박 창업주가 타계하자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그룹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이후 고 박성용 회장은 65세가 되던 1996년 그룹 창사 50주년을 맞아 동생 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후 고 박정구 회장이 65세가 되던 2002년 폐암으로 세상을 뜨자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지분이 동등해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금호가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5남 박종구씨를 제외한 4형제의 지분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최근 금호의 자랑거리로 여겨지던 ‘형제경영’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 상무가 경영일선에 전면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형제경영 60년 전통
다음 주자는 박찬구?

최근 박 상무는 계열사들의 지분 매집과 함께 계열사의 해외사업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경영 3세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셈. 따라서 일각에선 형제들끼리 회장 자리를 돌아가며 맡았던 대권이양에 판도변화가 올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박 회장이 형제경영의 ‘65세 룰’을 지킨다면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자상속이라는 욕심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다음 왕관을 이어받도록 예정되어 있는 박 회장의 동생 박찬구 석유화학 회장의 움직임 또한 수상하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처분하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탓이다.
때문에 그동안 형제들이 똑같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율의 틀이 깨졌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13.97%로 늘리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반면 금호산업은 2.15%로 지분율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가를 하려는 셈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그룹내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상무의 대권 승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면서 이에 섭섭함을 느낀 박찬구 회장이 미리 살길을 찾아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일각에선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박찬구 회장의 결심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금호의 경영승계가 박세창씨를 중심으로 이뤄질지, 형제경영을 이어 박찬구 회장으로 이어질지 박삼구 회장의 차후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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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