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오바이트’ 속 더부룩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운명의 주사위 던지긴 했는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공들여 가꿔왔던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다시 토해내게 된 탓이다. 업계는 박 회장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그만큼 현재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악화가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초라한 성적표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는 자연스레 박 회장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다. ‘수장’의 판단 미스로 인한 무리한 덩치 키우기가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인 셈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박 회장의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우건설 매각 선언…박 회장 오판 비난하며 ‘책임론’ 대두
“60년 형제경영 전통 따라 박 회장도 짐 꾸리나” 관심 증폭
무리한 덩치키우기
금호 자금난에 ‘휘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대우건설 포기를 선언했다. 인수 3년 만에 소화도 채 못시키고 다시 토해낸 것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재매각’ 소식에 업계는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다. 인수 당시부터 금호건설의 무리수가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는 것.
금호아시아나가 M&A 시장 최대어 대우건설(자산 5조9000억원)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06년 11월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시공능력 1위인 대우건설을 삼켜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 놨다. 자산기준 재계서열 11위에서 8위(민영화 공기업 제외)로 껑충 뛰어오른 것.

대우건설 ‘풋백옵션’
독이 되어 돌아오다

그러나 이때부터 업계에는 금호아시아나의 ‘자금난설’이 흘러나왔다. 엄청난 인수금액 탓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무려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M&A 사상 최대의 자금이 투입된 사례다.
금호아시아나는 부족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18개 금융기관에서 3조원가량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약속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금호의 발목을 붙잡는 독이 됐다.

풋백옵션이란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약정된 기일,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인수자에게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우건설 주가가 올 12월14일까지 1주당 3만2000원을 밑돌 경우 주식을 되사주기로 하는 조건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당시 재무적 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은 1억2000만 주로, 전체 주식의 약 40%에 달한다. 만약 올해 말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대우건설의 주가가 현재 1만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아시아나는 당장 4조원의 ‘실탄’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세계 경제위기 속 건설경기 침체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대우건설 인수 후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상태다. 결국 인수자금 부담에 이은 자금난으로 재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업계는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재매각 사태를 두고 ‘수장’인 박 회장의 차후 거취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인수를 진두지휘한 이가 바로 박 회장인 탓이다.

그는 일치감치 대우건설 인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지를 불태웠던 인물이다. 2005년 말부터 그룹 내 유명 ‘기획통’들을 불러들여 신규사업팀을 신설, 인수전을 준비할 정도였다. 당시 박 회장은 “인수를 통해 건설부문을 강화하고 택배시장과 3자 물류시장에 진출, 건설과 물류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박 회장의 꿈을 향한 도전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룹 내 자금사정을 간과한 엄청난 규모의 인수금 책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풋백옵션이라는 자구책들이 모두 위험천만하다 해석이었다.

믿었던 항공, 석유화학
니들마저…“한숨만”

그러나 주변의 이러한 우려에도 고집스럽게 꿈을 키웠던 박 회장이었다. 결국 상황이 악화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박 회장의 오판으로 그룹의 재정안전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양대 계열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의 초라한 성적표에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횐율과 고유가, 이자부담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분기 매출이 97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6%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3억원으로 전년(121억원)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금호석유화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출은 6511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당기순이익은 55억원으로 78.4%나 줄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의 순이익이 악화되면서 지분법평가손실이 190억원이나 발생한 탓이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 회장이 건설 산업을 대신해 그룹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며 주력해 왔던 점을 고려한다면 실망스런 결과다.

박 회장은 사실 대우건설을 인수함과 동시에 건설업을 핵심주력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2007년부터 업계에는 금호아시아나가 석유화학을 핵심주력사업으로 키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석유화학 관련 국내 사업장의 확대는 물론 해외진출 공장의 증설도 추진했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 무리한 자금운용에 따른 현금유동화 문제와 함께 국내 건설시장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박 회장이 이익이 많이 남는 석유화학사업에 기를 모으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박 회장의 이러한 노력에도 금호석유화학은 2007년 말부터 결국 공장 가동률을 70%로 떨어뜨리는 감산 정책까지 내세우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당시 시장 전반이 유가상승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있었지만 업계 일각에선 박 회장의 경영능력 미숙으로 피해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은 가운데 그룹 내 형제경영의 미묘한 기류까지 흐르면서 업계는 박 회장의 차후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궁금증의 핵심은 박 회장이 자의든 타의든 회장직을 물러나게 된다면 다음으로 경영승계를 받을 주역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60년 동안 ‘형제경영’을 자랑해온 그룹이다. 장자 승계 원칙인 다른 그룹과는 달리 형제끼리 경영권을 공유하고 있는 것. 형제간 우선순위에 따라 그룹 회장과 지주회사를 맡는 방식이다.

먼저 1984년 박 창업주가 타계하자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그룹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이후 고 박성용 회장은 65세가 되던 1996년 그룹 창사 50주년을 맞아 동생 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후 고 박정구 회장이 65세가 되던 2002년 폐암으로 세상을 뜨자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지분이 동등해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금호가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5남 박종구씨를 제외한 4형제의 지분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최근 금호의 자랑거리로 여겨지던 ‘형제경영’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 상무가 경영일선에 전면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형제경영 60년 전통
다음 주자는 박찬구?

최근 박 상무는 계열사들의 지분 매집과 함께 계열사의 해외사업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경영 3세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셈. 따라서 일각에선 형제들끼리 회장 자리를 돌아가며 맡았던 대권이양에 판도변화가 올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박 회장이 형제경영의 ‘65세 룰’을 지킨다면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자상속이라는 욕심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다음 왕관을 이어받도록 예정되어 있는 박 회장의 동생 박찬구 석유화학 회장의 움직임 또한 수상하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처분하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탓이다.
때문에 그동안 형제들이 똑같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율의 틀이 깨졌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13.97%로 늘리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반면 금호산업은 2.15%로 지분율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가를 하려는 셈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그룹내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상무의 대권 승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면서 이에 섭섭함을 느낀 박찬구 회장이 미리 살길을 찾아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일각에선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박찬구 회장의 결심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금호의 경영승계가 박세창씨를 중심으로 이뤄질지, 형제경영을 이어 박찬구 회장으로 이어질지 박삼구 회장의 차후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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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