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사모님' 수수께끼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16 0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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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이혼한 거 맞습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영남제분은 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무관합니다." 영남제분이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의 일부다. 그런데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던 검찰의 칼끝이 영남제분을 조준했다. 영남제분 본사와 '회장님' 자택이 뒤집어졌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에 대한 내막이 조금씩 드러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전무죄의 전형' 영남제분 사모님 윤모씨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하나둘씩 조각을 맞춰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영남제분이 윤씨의 주치의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배후로 지목된 영남제분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권력+돈=파멸

윤씨는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이자 이른바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의 중심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머리와 얼굴에 공기총 6발을 맞은 채 숨진 여대생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하지혜(당시 22세)씨. 하씨는 2002년 3월6일 새벽 5시 반에 동네 체육관에 수영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하씨의 부모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다.

사건의 전말은 사건 발생 1년 만에 살인범 두 명이 검거되면서 밝혀졌다. 죽은 하씨에게는 판사인 사촌 오빠 김모씨가 있었다. 김씨는 판사 임용 뒤 '계약 결혼'을 했고 상대는 류 회장의 딸이었다.

결혼 후 김씨에게는 수시로 젊은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의 부인은 김씨를 의심하기 시작, 어머니인 윤씨에게 이런 사실을 전했다. 윤씨는 김씨를 추궁했고 김씨는 '법대에 다니는 사촌 여동생의 전화'라고 둘러댔다. 윤씨는 김씨와 하씨가 불륜 관계라고 추정하고 현직 경찰관을 포함 10여 명을 동원해 두 사람을 미행했다. 직접 승려 복장을 하고 미행에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윤씨는 불륜현장을 잡지 못했고 2001년 4월 하씨의 집을 찾아 가족들에게 "딸 단속 제대로 해라"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하씨 가족은 윤씨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지만 이후에도 윤씨의 편집증적인 행동은 계속됐고 하씨 가족은 2001년 10월 법원에 윤씨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해 받아들여지게 됐다.


윤씨는 결국 하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조카와 그의 동창에게 1억7000여만원을 주고 살인 청부를 했다. 이들은 공기총을 구입하고 한 달여 동안 피해자를 미행해 일상을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그리고 2002년 3월16일 인적이 드문 새벽 5시 반에 수영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피해자를 납치해 차에 태운 후 마구 때리고 준비해둔 쌀 포대를 덮어씌워 미리 봐둔 장소인 검단산으로 이동, 피해자를 가격해 저항을 못 하게 하고는 얼굴과 머리 부위에 총 여섯 발을 쏴 살해했다. 시신을 쌀 포대에 담아 숨기고 흙을 덮어 유기한 뒤 산을 내려온 이들은 범행 4일 후인 2002년 3월20일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2002년 윤씨를 '체포 및 감금 교사'혐의로 입건하고 2003년 3월 중국 공안은 숨어지내던 윤씨 조카 일당을 체포해 한국으로 추방했다. 윤씨는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구성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2004년 5월 대법원에서도 윤씨의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세 명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윤씨와 류 회장은 이혼했다.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지난 5월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이 방송되면서다. 윤씨는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교도소가 아닌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왔다. 윤씨의 주치의였던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는 윤씨에게 유방암, 파킨슨병 등이 있다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윤씨는 이를 근거로 검찰로부터 세 차례 형집행정지를 허가 받았다. 4년 동안 다섯 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 신청하기도 했다. 입원 중에는 '가정사' 등의 사유로 외박·외출한 기록도 있었다.

검찰, 주치의 금품수수 정황 포착 
무관 주장 영남제분 전격 압수수색
잦은 왕래에 위장 이혼 의혹 제기

방송 이후 형집행정지를 해준 검찰과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의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하씨의 가족들은 윤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하씨가 다니던 이화여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주축이 돼 모금활동을 벌이고 각종 광고를 통해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세브란스 병원은 공식 사과를 내놓았고 검찰도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지난달 13일 세브란스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단서 발급과 관련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또 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윤씨의 병세가 실제로 형집행정지를 받을 정도의 상태였는지와 진단서 발급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박 교수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 작업 등을 통해 박 교수가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윤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도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라는 제목의 후속편이 방송되면서 불똥은 영남제분으로 튀었다. 이 방송에서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의사, 형집행정지를 허가한 검사,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변호사, 윤씨의 사위 등 당시 사건과 연관된 여러 명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방송됐다.


특히 류 회장이 직접 제작진을 찾아와 전 부인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며 "주가가 떨어지니 취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에는 영남제분을 비난하는 의견이 쏟아졌고 영남제분에 대한 안티카페 회원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영남제분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남제분은 '호소문'을 발표, 진화에 나섰다. 영남제분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건과 영남제분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사건과 연관 지어 회사를 계속해서 공격한다면 이에 대해 정면 대응 할 것임을 밝힌다"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검찰이 영남제분을 압수수색하면서 호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박 교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영남제분이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9일 수사관 10여명을 부산으로 보내 영남제분 본사와 류 회장 집을 압수수색했다.

'사모님 방지법'

검찰 수사가 류 회장에게까지 이어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둘의 이혼이 위장이혼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혼 후에도 류 회장이 윤씨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대왔고 여전히 왕래 중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방송 이후 윤씨는 교도소에 재수감됐다. 국회에서는 '사모님 방지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안까지 생겼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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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