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사모님' 수수께끼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16 09:45:51
  • 댓글 0개

회장님 이혼한 거 맞습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영남제분은 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무관합니다." 영남제분이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의 일부다. 그런데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던 검찰의 칼끝이 영남제분을 조준했다. 영남제분 본사와 '회장님' 자택이 뒤집어졌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에 대한 내막이 조금씩 드러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전무죄의 전형' 영남제분 사모님 윤모씨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하나둘씩 조각을 맞춰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영남제분이 윤씨의 주치의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배후로 지목된 영남제분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권력+돈=파멸

윤씨는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이자 이른바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의 중심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머리와 얼굴에 공기총 6발을 맞은 채 숨진 여대생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하지혜(당시 22세)씨. 하씨는 2002년 3월6일 새벽 5시 반에 동네 체육관에 수영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하씨의 부모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다.

사건의 전말은 사건 발생 1년 만에 살인범 두 명이 검거되면서 밝혀졌다. 죽은 하씨에게는 판사인 사촌 오빠 김모씨가 있었다. 김씨는 판사 임용 뒤 '계약 결혼'을 했고 상대는 류 회장의 딸이었다.

결혼 후 김씨에게는 수시로 젊은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의 부인은 김씨를 의심하기 시작, 어머니인 윤씨에게 이런 사실을 전했다. 윤씨는 김씨를 추궁했고 김씨는 '법대에 다니는 사촌 여동생의 전화'라고 둘러댔다. 윤씨는 김씨와 하씨가 불륜 관계라고 추정하고 현직 경찰관을 포함 10여 명을 동원해 두 사람을 미행했다. 직접 승려 복장을 하고 미행에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윤씨는 불륜현장을 잡지 못했고 2001년 4월 하씨의 집을 찾아 가족들에게 "딸 단속 제대로 해라"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하씨 가족은 윤씨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지만 이후에도 윤씨의 편집증적인 행동은 계속됐고 하씨 가족은 2001년 10월 법원에 윤씨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해 받아들여지게 됐다.


윤씨는 결국 하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조카와 그의 동창에게 1억7000여만원을 주고 살인 청부를 했다. 이들은 공기총을 구입하고 한 달여 동안 피해자를 미행해 일상을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그리고 2002년 3월16일 인적이 드문 새벽 5시 반에 수영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피해자를 납치해 차에 태운 후 마구 때리고 준비해둔 쌀 포대를 덮어씌워 미리 봐둔 장소인 검단산으로 이동, 피해자를 가격해 저항을 못 하게 하고는 얼굴과 머리 부위에 총 여섯 발을 쏴 살해했다. 시신을 쌀 포대에 담아 숨기고 흙을 덮어 유기한 뒤 산을 내려온 이들은 범행 4일 후인 2002년 3월20일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2002년 윤씨를 '체포 및 감금 교사'혐의로 입건하고 2003년 3월 중국 공안은 숨어지내던 윤씨 조카 일당을 체포해 한국으로 추방했다. 윤씨는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구성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2004년 5월 대법원에서도 윤씨의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세 명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윤씨와 류 회장은 이혼했다.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지난 5월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이 방송되면서다. 윤씨는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교도소가 아닌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왔다. 윤씨의 주치의였던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는 윤씨에게 유방암, 파킨슨병 등이 있다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윤씨는 이를 근거로 검찰로부터 세 차례 형집행정지를 허가 받았다. 4년 동안 다섯 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 신청하기도 했다. 입원 중에는 '가정사' 등의 사유로 외박·외출한 기록도 있었다.

검찰, 주치의 금품수수 정황 포착 
무관 주장 영남제분 전격 압수수색
잦은 왕래에 위장 이혼 의혹 제기

방송 이후 형집행정지를 해준 검찰과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의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하씨의 가족들은 윤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하씨가 다니던 이화여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주축이 돼 모금활동을 벌이고 각종 광고를 통해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세브란스 병원은 공식 사과를 내놓았고 검찰도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지난달 13일 세브란스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단서 발급과 관련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또 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윤씨의 병세가 실제로 형집행정지를 받을 정도의 상태였는지와 진단서 발급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박 교수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 작업 등을 통해 박 교수가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윤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도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라는 제목의 후속편이 방송되면서 불똥은 영남제분으로 튀었다. 이 방송에서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의사, 형집행정지를 허가한 검사,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변호사, 윤씨의 사위 등 당시 사건과 연관된 여러 명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방송됐다.


특히 류 회장이 직접 제작진을 찾아와 전 부인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며 "주가가 떨어지니 취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에는 영남제분을 비난하는 의견이 쏟아졌고 영남제분에 대한 안티카페 회원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영남제분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남제분은 '호소문'을 발표, 진화에 나섰다. 영남제분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건과 영남제분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사건과 연관 지어 회사를 계속해서 공격한다면 이에 대해 정면 대응 할 것임을 밝힌다"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검찰이 영남제분을 압수수색하면서 호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박 교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영남제분이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9일 수사관 10여명을 부산으로 보내 영남제분 본사와 류 회장 집을 압수수색했다.

'사모님 방지법'

검찰 수사가 류 회장에게까지 이어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둘의 이혼이 위장이혼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혼 후에도 류 회장이 윤씨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대왔고 여전히 왕래 중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방송 이후 윤씨는 교도소에 재수감됐다. 국회에서는 '사모님 방지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안까지 생겼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