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107)SKC-SK텔레시스, 에이앤티에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7.16 09: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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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돈버는 기부왕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3위인 SK그룹은 8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SKC는 SK그룹 계열로 속해 있지만 사실상 독자경영 중이다. 오너는 '기부왕'으로 유명한 최신원 회장. 그가 대주주인 'SK텔레시스'와 '에이앤티에스'에서 수상한 거래가 발견된다. 두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사실상 독자경영

1997년 설립된 SK텔레시스는 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다. 처음 스마트정보통신이란 회사였다가 1998년 엔시테크놀로지로, 2002년 다시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70∼90%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천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시스는 지난해 매출 4949억원 가운데 4011억원(81%)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SK텔레콤(2471억원)과 SK브로드밴드(1142억원), SK건설(221억원), 네트웍오앤에스(80억원), SK텔링크(53억원), SK네트웍스서비스(12억원), 유빈스(11억원) 등이다. SK텔레시스는 이들 '식구'에 중계기, 전송장비, 휴대폰 등을 납품했다. 2011년엔 SK텔레콤(2369억원), SK네트웍스(771억원), SK브로드밴드(691억원), SK건설(130억원), 네트웍오앤에스(27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4234억원 중 4021억원(95%)에 달하는 일감을 SK텔레시스에 퍼줬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SK텔레시스가 관계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00년 79%(총매출 658억원-내부거래 520억원) ▲2001년 79%(912억원-723억원) ▲2002년 87%(2160억원-1887억원) ▲2003년 74%(2912억원-2161억원) ▲2004년 75%(3661억원-2733억원) ▲2005년 86%(3541억원-3047억원) ▲2006년 81%(3545억원-2874억원) ▲2007년 81%(3894억원-3162억원) ▲2008년 86%(3626억원-3135억원) ▲2009년 86%(4631억원-3962억원) ▲2010년 87%(6594억원-5708억원)로 나타났다.

2004년 설립된 에이앤티에스도 RF중계기, 광중계기 등 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다. 눈에 띄는 점은 직원(상시종업원)이 50명이란 사실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 7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발생 매출액(생산성)은 무려 14억원이 넘는 셈이다. 잘나가는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10억원이 채 안 된다는 점에서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실적이다.


그렇다면 에이앤티에스의 '미친 생산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내부거래 때문이다. 에이앤티에스는 주로 SK텔레시스에 납품한다. 그래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율이 높다.

매년 매출 70∼90% 계열사서 채워
수천억씩 거래…최신원 회장 대주주

에이앤티에스는 지난해 SK텔레시스를 통해 거둔 매출 비중이 81%나 됐다. 매출 708억원에서 SK텔레시스와의 거래액이 574억원에 달했다. 에이앤티에스의 SK텔레시스 의존도는 ▲2009년 61%(957억원-583억원) ▲2010년 59%(1080억원-642억원) ▲2011년 80%(673억원-541억원)로 조사됐다.

SK텔레시스와 에이앤티에스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시스는 지분 50.01%(4551만2354주)를 보유한 SKC의 자회사.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39.24%(3571만255주)를 소유한 최신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텔레시스 이사를 맡고 있다. 박장석·최성환·최유진·최영진·박현선씨 등 친인척들도 각각 0.01%(3000주)∼0.55%(50만주)의 SK텔레시스 지분이 있다.
에이앤티에스는 최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지분 100%(200만주)를 갖고 있어서다. 최 회장은 에이앤티에스 사내이사도 역임 중이다.

'꿀단지'처럼 보이는 두 회사는 사실 최 회장에게 '아픔'이다. 사업을 하다 망한 굴욕과 몰래 감추다 걸려 망신을 당한 기억이 있다.

SK텔레시스는 2009년 10월 'W폰'을 출시했다. SK텔레시스의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휴대폰 제조에 뛰어들었다. 최태원 회장은 휴대폰 사업 진출을 반대했으나 최 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국내 5번째 휴대폰 제조사가 됐다. 둘은 사촌지간. 최 회장은 최종건 창업주의 장손,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2대 회장의 장남이다.

최 회장은 W폰을 성공시켜 SK그룹에서 SKC를 분리할 복안이었다. 그러나 W폰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에 밀려 적자에 시달리다 2011년 9월 결국 사라졌다. 최 회장의 분가 꿈도 W폰과 함께 접을 수밖에 없었다.

차명회사 들통


휴대폰 사업 철수를 선언할 당시 최 회장의 얼굴을 붉힌 또 다른 사건도 터졌다. 에이앤티에스가 최 회장의 차명회사란 사실이 드러난 것.

국세청은 2010년 11월 SK텔레시스와 그 협력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최 회장이 에이앤티에스의 실소유주란 사실을 밝혀냈다. 그전까지 자신의 지분을 친인척인 이모씨, 국모씨, 김모씨 등 타인 명의로 보유했었다. 국세청 조사가 시작되자 최 회장은 이들 3명으로부터 에이앤티에스 지분 100%를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SK텔레시스·에이앤티에스 기부는?

SK그룹의 일감을 받고 있는 SK텔레시스와 에이앤티에스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시스는 지난해 3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4949억원) 대비 0.006%에 불과한 금액이다. 2011년엔 매출(4234억원)의 0.05%인 2억3100만원을 기부했었다.

에이앤티에스는 지난해 650만원을 기부했는데, 매출(708억원) 대비 0.009%에 불과한 금액. 2011년에도 기부금이 600만원이었다. 이 역시 당시 매출(673억원)의 0.009%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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