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건> 용인 토막살인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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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 하나하나 도려낸 잔인한 칼질

[일요시사=사회팀] '제2의 오원춘'사건이 터졌다. 범인은 이제 갓 만으로 18살을 넘긴 심모군(19)이었다. 심군은 자신이 살해한 시신을 수십 조각으로 훼손해 욕조에 버리는 등 범행 수법에서 오원춘과 맞먹는 잔혹함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심군을 긴급체포했다.

조각 난 시체
변기에 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심군은 지난 8일 오후 9시께 경기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17)양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군은 같은 날 오전 5시30분께 친구 B(19)군과 같이 모텔에 투숙했다. 전날 이들은 DVD방에서 영화를 본 뒤 당구를 치며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잠에서 깬 심군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A양을 모텔로 불러냈다. 시간은 오후 3시30분께였다. "놀러오라"는 심군의 말에 A양은 의심 없이 모텔로 찾아왔다.


과거 A양은 부모님을 따라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었다. 하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해 3년 전 한국으로 귀국했다. 경기 분당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A양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퇴했다. 이후 A양은 경기 용인의 한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동생 성폭행 후 살해
모텔서 커터칼로 시신 수십 조각으로 훼손

이런 A양을 심군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은 바로 B군이었다. A양은 한 달여 전 B군의 소개로 심군을 만났다. '고등학교 자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던 이들은 최근 두 차례 정도 만남을 가졌으며,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모텔에 도착한 뒤 심군은 A양을 남겨두고 오후 4시께 외출했다. B군의 안과 치료에 동행한 것이다. B군이 치료를 받는 사이 심군은 인근 편의점에서 문구용 커터칼 1개와 공업용 커터칼 1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모텔로 돌아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애니메이션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B군은 이날 오후 7시40분께 "선약이 있다"며 먼저 모텔 밖으로 나갔다. 자연스레 심군과 A양, 단 둘만 남은 상황에서 심군은 악마로 돌변했다. A양에게 돌연 성관계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A양이 거세게 반항하자 심군은 완력을 이용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앞서 구입한 커터칼은 A양을 협박하는데 이용됐다.

성폭행 시도 후 A양의 신고가 두려워진 심군은 함께 있던 A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시간은 오후 9시께. 이때부터 심군의 엽기적인 행각이 시작됐다.

"작업 중이야
피 뽑고 있어"


심군은 죽은 A양의 시신을 욕조로 옮겼다. 그리고 공업용 커터칼로 시신의 살점을 하나하나 도려냈다. 커터칼이 부러지자 인근 편의점에서 새로운 커터칼을 구입, 훼손을 계속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9일 오전 0시께 심군은 자신의 친구 B군에게 "작업 중이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군이 "무슨 소리냐"고 묻자 심군은 "지금 피 뽑고 있어"라며 훼손된 A양의 시체 사진을 보냈다. 사진 속 시체는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모습이었다.

처음 B군은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사진 정도로 알고 "장난치지 마라"는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심군은 시신의 위치를 바꿔가며 거듭 B군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러나 A양이 살해됐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B군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 시각 심군은 여전히 A양의 시체를 앞에 두고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잔인한 칼질에 A양의 시신은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고, 처참히 찢겨졌다. 사건으로부터 16시간이 지난 9일 오후 1시15분이 돼서야 심군은 시신 훼손 작업을 마무리했다.

시신을 모두 조각낸 심군은 인근 마트에 들러 김장용 검은 비닐봉투를 구입해 모텔로 돌아왔다. 이때 시각이 오후 1시35분이었다. 심군은 남아있는 뼈를 모두 부러뜨려 비닐봉투에 담았다. 마지막 살점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유기했다. 심군이 검은 봉투를 들고 모텔 밖으로 나온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그는 도로변의 택시를 타고 경기 용인 이동면 자신의 집으로 이동했다. 뼈가 담긴 비닐봉투는 자택 옆에 마련된 이동식 컨테이너 장롱 속에 감췄다. 그리고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29분, 그는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글을 적었다.

이어 심군은 피해자를 향해 "활활 재가 되어 날아가세요. 당신에겐 어떤 감정도 없었다는 건 알아줄지 모르겠네요. 악감정 따위도 없었고, 좋은 감정 따위도 없었고, 날 미워하세요.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가 않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해 줘서"라는 글도 남겼다. 이제 갓 천인공노할 범행을 저지른 살인범의 글치고는 너무나 평온했다.

죄책감 없어
오원춘 판박이

심군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해 4월 경기 수원에서 전무후무한 토막 살인을 한 범죄자 오원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성폭행을 시도한 점, 젊은 여성을 살해한 점,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점 등이 오원춘과 비교됐다.

체포 후 감정의 동요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도 오원춘과 판박이다. 심군이 시신을 유기한 9일, A양의 부모는 A양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한국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접수했다.

비슷한 시각, 잠에서 깬 B군은 어제 일이 꺼림칙해 심군에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6시6분, 심군은 친구 B군을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체리블라썸 언제 맡아도 그리운 냄새. 버스에서 은은하게 나니 좋다 편하다"고 글을 남겼다.

그리고 B군과 만난 자리에서 심군은 자신의 범행 사실을 B군에게 털어놨다. B군은 심군에게 자수를 권유했고, 심군은 오후 6시28분 "오늘따라 마음이 편하다. 미움도 받겠지만 편하게 가자"는 마지막 글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경찰이 A양의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던 시각, 심군은 좁혀오는 수사망에 자수를 결심했다. 10일 오전 0시30분께의 일이었다.

심군과 만난 담당 수사팀은 그의 잔혹한 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 범죄전력과 정신 병력이 없는 10대의 이 엽기적인 유기 행각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뜯어낸 살점들 변기에 유기
뼈는 부러뜨려 비닐봉투에
살인마 오원춘보다 더한 10대 소년

심군은 검거된 날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소 잔인한 호러영화를 좋아했고 해부학 연구 등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한번쯤"이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범행 당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신 훼손은 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랬다. 나중에 집에 와서 죄책감이 들어 자수했다"고 경과를 밝혔다.

심군은 키 175cm가량의 평범한 체형이다. 기타 치는 걸 즐겼으며, 영어도 곧잘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다만 주변 사람들과 융화되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심군이 지난해 10월 인천 월미도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했다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2주간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 기도였을 뿐 뚜렷한 정신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심군의 범행 사실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심군의 실명과 얼굴사진, 출신 학교가 공개됐다. 심군의 지인을 자처한 한 네티즌은 "이번 일로 심군의 학교 동창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 네티즌은 "학교에서의 심군은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며 평범했던 그의 학교생활을 귀띔하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심군이 사이코패스인 오원춘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SNS에 글을 남기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이코패스가 아니다"라는 소견을 피력했다. 사이코패스보다는 사회적 정신장애인 소시오패스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

그는 "심군이 혼자 외톨이처럼 떨어져 살고, 학교도 다니지 않고,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그러면서 더더욱 인터넷이나 특정 동영상에 몰입하게 되고, 해부학이라는 것도 보게 되고, 폭력적인 것도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을 거기에 대비 시켜 살인범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하면서 결국 (생각했던 걸)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며 "심군이 남긴 글에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합리화 하려는 태도가 보였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심군의 글에서 "한편으로는 세상이 나를 이렇게 내몰았다는 후회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도 담겨있다"며 "대부분의 사이코패스가 성인 범좌자인데 반해 미성년이라는 점에서 오원춘과 같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차이를 두고 이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한편 경찰은 심군 진술에 따라 심군의 자택 장롱에서 훼손된 A양의 시신 일부를 수습했다. 그리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A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심군은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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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